언론의 죄, 가짜뉴스

2021-06-30     세르주 알리미 외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전쟁을 지연시키려는 쪽은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우선, “전쟁이 곧 끝난다”라고 희망고문을 한다. 그 다음, “적에게 항복하는 것은 그동안 희생한 동지들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이며, “전선에서 한 발짝만 물러나도 도미노가 무너지듯 패망할 것”라고 선동한다. 세계 1차 대전, 알제리 전쟁, 인도차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매국, 종말론 유포, 적과 내통은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미국은 새로운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는 정보기관과 자유주의 언론이 공모해 양산한다. 천사의 날개를 단 하얀 비둘기 같은 민주국가 미국이 “밖에서는 러시아, 안에서는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라고 핏대를 세운다. 물론, 이 적들에게 당할 수는 없다! 국익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는 미국 매파(강경파)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러시아 카드’를 쓰기도 했다. 당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동안 주둔하고 있던 미군을 2021년 5월 1일까지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한 직후 <뉴욕타임스>는 “유력 정보기관에 의하면 러시아가 탈레반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살해를 사주하고 포상금을 지급했다”라고 폭로했다(2020년 6월 26일자). 

 

뉴욕타임스 특종의 진실은?

<뉴욕타임스>는 수 년 전부터 ‘러시아에 굽신거리는 트럼프’를 비난하고 있었고, 이 특종을 쓴 기자들은(퓰리처 상 수상 경력이 있다)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전쟁을 주도하면서 무차별 공격을 계속하는 가운데,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뉴욕타임스>가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음에도, 바로 다음날 <워싱턴 포스트>와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가 이어졌다.(1) 당시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유세 총력전을 벌일 때라 이 스캔들은 더욱 충격적으로 작용했다. 미군 철수가 푸틴 대통령도 원했던 바라면 과연 바람직한 결정이라 할 수 있을까? <MSNBC>방송의 레이첼 매도우 앵커는 이것은 트럼프와 푸틴 간 ‘역겨운’ 결탁의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미군들이 철수하겠다는데, 왜 이들을 살해한다는 말인가? 포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던 201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살된 미군 수가 24명에 밖에 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이 잔인한 정책의 ‘미미한’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의 분개도 매우 위선적으로 보인다. 1980년대에 미국은 대놓고 오사마 빈 라덴과 교류하던 아프간 무자헤딘에 수백만 달러 지원금과 스팅거 유도탄을 제공했고, 대신 이 반군조직은 러시아 군 수천 명을 사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의 특종을 “가짜뉴스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후 이 가짜뉴스의 출처는 CIA 소속 요원이 탈레반 포로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아프간 당국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미국국가안보국(NSA)은 러시아 포상금 의혹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국방부도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미군의 철수를 무산시키는 것이 이득이었다. 7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화상 회담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민주당, 신보수주의 공화당, 그리고 언론은 통탄하며 분노했다. 미-러 회담 16일 전 러시아가 미군 살해를 위해 포상금을 줬다거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결탁했다는 정보를 뒷받침 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고백한 <뉴욕타임스> 조차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공세가 이어졌다.(2) (트럼프에 적대적인) 공화당 상원의원 벤 새스는 미국이 러시아에 보복은 하지 않고 러시아 정보국에 ‘미군의 시체 주머니’를 맡겼다고 한탄했다. 그리고 현 민주당 행정부의 핵심 참모인 수전 라이스는 ‘미군을 살해하는 냉혈한 러시아’에 저항하지 못했던 공화당 대통령의 무능함 때문에 주요 적국이 유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 당시 조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 공세를 했는데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 위험지역으로 파견하는 미군을 보호해야 하는 신성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런데 정말 트럼프의 ‘선물 공세’가 있었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동맹국인) 시리아에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을 명령했고 당시 러시아 용병 수십 명이 사망했으며 친러시아 반군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 지원과 대 러시아 사이버공격을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참여한) 이란 핵협정과 러시아와 미국이 함께 체결한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3) 결국 7월 1일 <뉴욕 타임스>의 특종 보도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하원군사위원회(HASC)에서 ‘사전 조건 충족을 전제로’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의안이 찬성 45표, 반대 11표로 통과됐다. 그런데 이 사전 조건을 충족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이어서 국방비 7,400억 달러 증액도 단번에 통과됐다. 찬성 56표, 반대 0표였다. 미국의 군비는 무려 중국의 3배, 러시아의 15배가 됐다.

러시아에 대한 보복은 끝난 것일까? 사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뉴욕타임스가 특종이라고 내세웠던 ‘정보’를 뒷받침하는 어떤 객관적인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4월 15일 <뉴욕 타임스>는 비굴하게 정보기관이 포상금 혐의가 사실이라는 확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러자 결국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기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도 포상금 혐의에 대해서는 보복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광풍 속에 활개친 오보, 국회의사당 경관 사망사건  

언론의 ‘가짜뉴스’는 국외 전쟁터의 적군에 관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의 적도 ‘창작’해 여론몰이를 한다. 1960~70년대 신문사와 방송사는 급진적 흑인운동단체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처럼 시민권을 요구하는 투쟁가들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내부의 적’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을 사법 절차에 따라 박해를 가하거나 FBI의 힘을 빌려 와해시키는 것도 정당하다고 주장했다.(4) 이런 편향적 시각을 이어받은 보수 언론은 ‘Black Lives Matters’(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극좌파 ‘안티파’를 미국의 적으로 간주하고 끊임없이 공격한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 4이후 이 ‘국내 테러리스트’ 집단에 극보수주의자들도 포함시켰다.

“1월 6일 부정선거 때문에 대선에서 승리를 빼앗겼다”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그리고 이틀 뒤 <뉴욕타임스>는 경찰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근거로 친 트럼프 시위대들이 국회의사당 경찰 소속 브라이언 시크닉 경관을 가격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전했다. 그리고 곧이어 ‘경찰관의 꿈을 이룬 브라이언 시크닉, 트럼프지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사망’이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수요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폭도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다. 이들은 시크닉 경관을 제압하고 소화기로 머리를 가격했다.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시크닉 경관은 병원에 긴급 후송됐고 현재 응급실에 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다. 시크닉은 소화기에 맞지 않았다. <뉴욕타임스>가 꾸며낸 이야기를 퍼트리고 있을 당시 시크닉 경관의 형은 비영리 독립 언론 <프로퍼블리카>와 인터뷰에서 1월 6일 저녁 동생이 최루제로 두 번 맞았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부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실려 간 시크닉은 몇 시간 뒤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부검 결과 가격의 흔적은 전혀 없었으며 워싱턴 D.C 법의학 당국도 ’자연사‘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폭도들에 대한 분노를 정당화하려면 신문 일면에 나올만한 희생자가 필요했다. 사실 사건 당일 발생한 사망자는 모두 시위대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AP>통신, <월스트리트 저널>, <CNN> 등 미국언론뿐 아니라 영국의 <가디언>, 네팔의 <히말라얀>까지 전 세계 언론은 가짜뉴스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

2021년 2월 2, 3일 양일간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시크닉 경관의 순직을 기리기 위해 국회의사당 로툰다홀에 유해를 안치하기로 했다. 대통령과 부대통령도 이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이 순직 경관의 유해는 군의 호위를 받으며 국립묘지로 향했다. 전 국민들이 비탄에 빠져있을 때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국회의사당을 난입했던 시위대가 흩어지거나 체포되자마자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이 폭도들을 ‘국내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1월 7일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의하면,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테러방지법 제정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과격한 극단주의자 관리 기구 설립을 계획했다. 3개월 후 법무부는 테러방지 법안을 검토하고 국내 치안 책임자들은 더 획기적인 감시, 통제 방안을 강구했다. 물론, 감시와 통제의 대상에 극우파만 있는 것은 아니다.

4월 9일 시크닉이 고의적인 공격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부검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누구도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도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언론이 가짜뉴스 퇴치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라며 말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Ain MacLeod, ‘In Russian Bounty story, evidence-free claims from nameless spies became fact overnight;m Fiarness and Accuracy in Reporting(FAIR), 2020년 7월 3일, http://fair.org
(2) ’Journalistsm learning they spread a CIA fraud about Russi, instantly embrace a new one’, Glenn Greenwald, 2021년 4월 16일, http://greenwald.substack.com
(3) David Foglesong, ‘With fear and favor : The russophobia of the New York Times’, <The Nation>, 뉴욕, 2020년 7월 17일. 
(4) Marie-Agnès Combesque, ‘Comment le FBI a liquidé les Panthères noires 어떻게 FBI는 흑표당을 와해시켰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프랑스어판, 1995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