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수수께끼 공간

2021-06-30     베르나르 다게르 | 평론가

산 강과 바다 사이에 거대한 ‘공장’이 있다. 소설은 마치 어느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는 것처럼 시작된다. 그 미지의 세상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미스테리한 밀폐공간이다. 독자들이 소설에서 작품을 이해하는 키워드를 찾고자 노력하는 동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기 일의 목표를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젊은 소설가 오야마다 히로코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독자들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소설 속 직원과 같은 심정이 될 것이다. 인사담당자 고토를 통해 3명의 젊은 직원들이 채용된다. 온화한 듯하면서도 무기력한 고토의 인상은 회사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무난하게 돌아가는 듯하지만, 사람들이 자기 일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무기력에 빠지는 그런 곳.

 

우시야마 요시코는 문서 파쇄실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이다. 요시코가 하는 일은 14개의 파쇄기 중 하나에 문서들을 넣어 없애는 것이다. 이 파쇄기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윈스턴 스미스가 불리한 기록들을 넣어 없애 버리는 ‘기억의 구멍’을 연상시킨다. 요시코는 이 일에 극도의 지루함을 느끼지만 이렇게 긍정한다. ‘일은 쉽다. 머리를 쓸 필요가 없으니까.’ 이어지는 요시코의 말은 모순되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모순되지 않는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농담이 아니다. 문서 파쇄는 매우 창의적인 작업이니까.’

요시코의 오빠는 같은 회사에 문서교정직 인턴직원으로 채용된다. 요시코의 오빠가 일하는 장소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빨간 펜으로 각종 문서를 교정하는 부서다. 한 동료가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하는 일은 내가 교정한 것을 누군가에게 교정 받는 일이다.” 교정한 문서를 또 교정 받으면서 오류가 계속 늘어난다. 요시코의 오빠는 교정이라는 지루한 일 앞에서 꾸벅꾸벅 졸 때가 많다.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요시코의 오빠는 사용법에 관한 문서를 교정볼 때 도대체 어떤 기계를 말하는 것인지 거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문서의 내용은 공장 경영진의 문맥에 맞지 않는 글로 가득해 점점 이해하기 힘들다. ‘저희는 독한 마음으로 일합니다. 불편을 끼쳤다면 모두 저희 탓으로 돌려주십시오.’ 세 번째 직원의 이야기에서도 부조리함이 드러난다. 그는 공장의 지붕을 식물로 장식하는 옥상 녹지화 작업을 구상하는 젊은 엔지니어다. 입사한 지 15년이 흘렀는데도 그의 커리어는 제 자리에서 맴돈다. 

이 소설 속에는 그 밖에도 흥미로운 장치들이 많다. 우선, 공장 주변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들이 있다. 물속에서 늘어나는 거대한 수달들, 검은색에 빽빽하게 모여 움직이지 않는 해변의 가마우지 종류의 새들이다. 다리가 엄청나게 넓은 공장 부지를 가로지른다. 음식조차 강박적인 느낌으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종종 가는 식당들은 강박증을 자아낸다. 잔인하고 불투명한 공간, 형언하기 어려운 불합리함이 짓누르는 촘촘하고도 거대한 공간. 이런 수수께끼가 가득한 공간에서 길을 찾는 것은 독자들이다. 이런 구성 덕분에 작가의 재능이 매력적으로 빛난다. 

 

 

글·베르나르 다게르 Bernard Daguerre
평론가. ‘오두막 속 탐정소설(Polar en cabanes, 누아르 영화 및 소설 관련 단체)’ 대표.

번역·이주영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