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원전산업, 융합 꿈꾸다 직면한 분열

2011-10-10     트리스탕 콜로마

지난 9월 12일, 프랑스 남부 마르쿨 지역의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번 사고는 원자력 문제를 프랑스 대선 캠페인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이 산업이 후보들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인구 대비 세계 최대 원자력 국가인 프랑스가 원자력산업을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을까. 여태까지 프랑스는 남서부 골페 원전과 남부 트리카스탱 원전을 주축으로 원자력에너지를 생산하며 에너지 독립 전략을 펼쳐오지 않았던가?

“독재자 타도!”를 외친 아랍 봉기 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원전 반대’가 에너지 풍경에 혁명을 일으킬 태세다. 인도와 중국에선,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폭력적인 반대시위가 있었다. 스위스가 원자력 포기 선언을 하자,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원전 프로그램을 동결했다. 이탈리아인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자국의 원자력 개발에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1) 터키인들은 정부의 원자력 개발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인구 6200만 명에 58개 원자로를 갖춘 세계 최대 핵에너지국가(인구 대비 세계 최대)인 프랑스 사회는 기술적 논쟁을 끝내고, 2012년 핵에너지 문제에 대한 찬반을 결정할 것이다. 프랑스의 에너지 장관 에리크 베송은 “대통령 선거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2)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 전력의 74.4%를 공급하는 원자력 선택을 재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원문 보기>>

내년 대선 최대 쟁점이 된 원전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원자력산업을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프랑스가스공사(GDF)의 합리적인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해왔다. EDF와 GDF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대주주이자 고객이고,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업체였던 셈이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국제 시장의 끓는 물 속으로 뛰어든 주요 거대 기업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로 설계와 전력 송전의 세계적 리더인 아레바와 최대 원자력 생산 업체이자 전기 공급 업체인 EDF도 경쟁에 동참했다. 이를테면 EDF는 자신이 생산한 에너지를 판매하는 동시에 이 분야의 설비설계 전문회사다. EDF는 발전소 건설과 개발, 그리고 설계를 직접 한다. 세계 최대 발전설비(터빈) 제조업체인 알스톰도 가세했다.

2007년 말에 민영화된 GDF가 벨기에 원전 개발업체인 수에즈와 합병하며 새로운 그룹이 탄생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 그룹의 새 경영자들은 이 합병을 마치 ‘유럽 에너지 시장의 전면 개방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단계’처럼 소개했다. 이번 합병으로 인해 본래 ‘국가의 쌍두마차’이던 EDF와 GDF가 경쟁하고 있다. 당혹스러운 사실은 국가가 대중의 후견인 노릇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이 업체들을 지원해야 최고의 이득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늘 이랬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원전 선택은 파우스트가 악마와 한 약속이 아니라, 샤를 드골이 원자력과 한 약속이다. 1945년 10월 18일,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두 달 뒤, 드골 장군은 원자력위원회(CEA) 창설을 지시했다.

국제 정치적 목적으로 출발

CEA의 임무는 과학·산업·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자력에너지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및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당시 핵은 주로 군사 임무에 활용됐다. 프랑스로서는 원자 폭탄이 자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최고의 무기였던 셈이다. 또한 CEA는 민간 목적으로도 핵기술을 발전시켜야 했다.

1952년부터 원자력발전소 실험에 들어간 프랑스는 천연 우라늄 흑연 가스형 원자로 기술을 채택한 첫 원전들을 선보인다. 1953년 12월 8일,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유엔총회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핵에너지 상용화 시대를 열었다.

1958년, 전력업체 슈나이더와 메를랭 그랭 그리고 웨스팅하우스 등을 인수·합병한 프랑스-미국 원자로 제조업체 프라마톰은 가압경수형원자로(PWR) 방식을 채택했다. 이 프로그램은 키푸르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1973년 가을, 갑자기 원유 가격이 4배 폭등하며 1차 오일쇼크가 터지자, 에너지 독립과 저렴한 전력 공급이 국가들의 주요 이슈가 됐다. 프랑스는 ‘우리는 석유가 없는 반면 원자력이 있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 내각의 피에르 메스메르 총리의 진두지휘 아래 프랑스는 원자력 시대를 열었다. 국회에서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메스메르는 원자력에 관한 모든 전략이 문제가 없는 걸로 여겼다.

야당 진영도 총리의 선택을 지지했다. 대다수의 EDF 노동자들로 구성된 프랑스노동총연맹(CGT)이 원자력 프로그램을 지지한 데 이어, 공산당마저 국영기업을 옹호한다는 기치 아래 경솔하게 그들과 합세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대규모 공공 일자리가 창출되고, 노동자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인간 서비스 분야 종사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한데 묶어줄 야심찬 사회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핵에너지에 대해 진보적인 의견을 피력한 사회당도 원자력 선택엔 반대하지 않았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이 선택을 문제 삼은 적이 한 번도 없다. 7년씩 두 번이나 연임한 미테랑 정부 때는 특히 그랬다. 그것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3)

미테랑 정부에서 몇 년 뒤, 독립기구인 ‘방사능 물질 연구 및 조사위원회’(CRIIRAD)의 설립자이자 녹색당 유럽의회 의원인 미셸 리바지는 “원자력산업 문제가 제기됐을 때, 사회당 출신 총리인 리오넬 조스팽은 사회 통합만 걱정했다”며, “이 분야는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 리오넬 조스팽의 유일한 강박은 원전산업이 노조 폭동을 불러일으켜 나라를 마비시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정치인들은 에너지 전략엔 관심도 없었다”고 했다.

정권은 원전 로비 앞에서 단지 미립자에 불과하단 말인가? 리바지 의원은 그런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국회는 터부시되는 원자력에 대해 터놓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논의하지 않았다. 국가가 EDF와 아레바의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그 공공자금의 사용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명 지난 반세기 동안 원자력발전은 일정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 예컨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추고, 생산비용을 이전보다 안정화해 에너지의 독립을 가져왔다. EDF의 전 사장 프랑수아 루슬리의 한 측근은 “정치 지도자들은 에너지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사회가 원자력을 수용하고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어, 서둘러 이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웃 나라들과 달리 전력 공급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 지난 20년 동안 원자력 수입을 국가와 국민이 나눠 챙겼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프랑스 국민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국민에 비해 30%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했다”고 했다. 다른 익명의 제보자는 “자동차·국방·원자력은 프랑스의 마지막 남은 3대 산업 분야인데, 이 중 국가가 대주주로서 회사 역할을 하는 분야는 원자력이 유일하다”고 했다.

원자력은 또한 ‘타성에 의존’하는 정치적 관성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한 국가가 선택한 초기 기술이 감가상각비의 손실이나 초기 투자에 대한 수익 체감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치학 교수 다니엘 퀴블러와 자크 드 마이야르는 “경제인들이 먼저 시작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선택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기술은 경쟁 기술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고 했다.(4)

오일쇼크 터진 뒤 성역화

원자력에 쏟아붓는 전체 비용은 여전히 불분명한 데 반해 큰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사고가 나면 납세자들이 그 비용을 떠맡게 될 참이다. 하지만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은 큰 문제는 핵폐기물 저장과 원전 해체 비용이다. 2003년 프랑스 회계감사원은 58개 원자로 해체 비용을 최소 390억 유로로 추산했다. 한편 영국은 1030억 유로를 마련해 35개 원자로를 해체할 계획이다.

회계감사원은 EDF가 이 비용의 관리를 맡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EDF는 원전 해체를 위해 비축한 160억 유로를 리스크가 큰 주식에 투자했다가 22억 유로의 손실을 냈다. 하지만 EDF는 만능 해결사였다. “2008년 금융시장의 몰락이 자산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자, 가치 하락과 시장의 급변동을 감안해 2008년 9월 EDF는 시장 여건이 안정될 때까지 주주배당 중단을 결정했다.”(5) 비축 자금이 줄어 손실도 줄었다. 하지만 EDF는 또다시 비축 자금 일부를 해외 투자, 특히 해외 경쟁사 인수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론적으로 이런 투자가 수익을 충분히 내줘야 원전 해체에 직면한 EDF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지난 5월 17일, 이런 상황을 우려한 총리는 회계 감사원장 디디에 미고에게 ‘원전 시설 해체와 원전 담보 비용을 포함한 원전 비용’에 관한 소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빚더미에 앉은 EDF가 이따금 불행한 선택을 해 납세자와 사용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EDF는 프랑스의 원전 비용, 즉 원전 건설부터 해체 때까지 소요되는 총비용을 메가와트시간(MWh)당 46유로로 추산했다. 현재 소비자가 내는 에너지규제위원회(CRE)의 산정 가격 MWh당 30.9유로보다 48% 비싸다. 신세대 유럽형 감압 경수로(EPR)로 생산하는 전기비용은 MWh당 80유로를 웃돌 전망이다.(6) 그래서 이 기술이 가장 저렴하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을 곱씹어볼 일이다. 더군다나 사르코지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07년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두 후보자(사르코지와 세골렌 루아얄) 간 TV 토론 때, 미래의 대통령은 세골렌 루아얄 앞에서 이 분야에 문외한임을 여실히 드러낸 적이 있다. 두 정적은 틀린 원전 통계 자료를 근거로 한심한 토론을 펼쳤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자력은 5%대의 낮은 연간 수익을 기대할 때만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7) 그런데 EDF와 아레바의 시장 개방과 함께, 주주들은 수익을 높이라고 주문할 개연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원전 시설의 노후화가 전망을 어둡게 한다. EDF는 원전 시설을 적어도 향후 10년간 가동하기 위해 2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비용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도이치은행은 2015년까지의 프랑스 원자로 보안 강화 비용을 90억 유로로 추산했다.

민영화와 업체 통합으로 몸집 불리기

에너지 부문이 존재하려면 공화국 대통령의 미디어 지원보다는 국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에너지 부문의 공공시설 해체가 사용자를 안심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는 EDF와 GDF 창설 때 제4공화국의 국가저항위원회(프랑스 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저항운동을 중재하는 위원회)는 공공산업시설(EPIC)의 기초를 마련하며, 세 부문(국가·종사자·사용자)의 관리에 대한 기초도 함께 마련했다. 전후 시대였기에 원자력 영역은 마치 정부 소관처럼 간주됐다.

2004년 8월 이후 EDF는 주식회사가 됐다. 이제 이 기업은 자본을 개방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을 절감해 주주들의 배당금을 늘리고 회사의 보안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난제가 되고 있다. ‘환경 및 개발에 관한 국제연구센터’의 전 회원 티에리 르프장은 “사람들이 후쿠시마 대재앙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교훈은 에너지 부문의 규제 완화가 전기 생산을 위한 민간 원자력 시설의 보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시설들은 만성적 저투자, 장비 부족, 능력 저하, 커지는 압박, 꼬리를 무는 하도급 관행 등에 시달리며 생산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책임자인 프랑수아 술트는 “자본 개방은 민간 주주에게 배당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성과를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매출을 늘려야 하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센마리팀 지역의 공산당 소속 의원 다니엘 폴은 “유럽연합은 국영기업들의 독과점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했다. EDF-GDF가 해체됐을 때, 당시 산업부 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는 GDF를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다”고 지적했다.(8) 이제 아레바가 자본 개방의 여파를 감내하고 있다. 이 기업도 민영화될까? 전력시장의 규제 완화는 사용권자가 고객으로 전락하는 루스-루스 전략이다. 소비자는 CRE가 보장한 전기 가격 조절로 구제를 받고 있지만, 기간은 단지 2015년까지다”라고 했다.

프랑스는 이런 유럽 법령을 적용하며 논란의 소지가 많은 에너지 시장의 신조직안, 이른바 ‘놈’(NOME) 프로젝트를 국회에 제안하기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민간 부문의 흐름(민간 원자력 시설이 생산하는 전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전기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규제 가격의 점유율을 낮추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가 정한 가격이 시장가격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폭등해, 개인과 기업에 전기를 공급하는 GDF수에즈와 그 밖의 소규모 전기판매회사(Poweo와 Direct Energie) 등의 배만 불릴 것이다. 다니엘 폴은 “NOME법은 EDF에 전기 생산량의 25%를 경쟁사들에게 공급하도록 강제해 전기 가격의 규제 완화를 가능케 했다. (유럽의 압박 때문에) 정부도 반대할 수 없다. 한 유럽위원회의 위원은 내게 ‘당신네가 NOME법과 전기의 시장 개방을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신네에게 프랑스의 일부 원전을 민영화하라고 지시할 것’이라며 프랑스 정부를 압박했다고 귀띔해준 적이 있다”고 했다.

어느덧 돈 먹는 공룡

요컨대, 2006년 브뤼셀의 명령에 따라 프랑스가 국내 시장을 전면 개방했는데도, 프랑스에서는 (전기 공급) 경쟁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95%가 규제 요금을 변함없이 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9) 유럽위원회는 프랑스 정부가 EDF의 전력을 경쟁사들에 판매하기 위해 정한 법정 도매가격을 충분히 홍보하고 있지 않다고 여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 1일 2012년 1월을 기점으로 이전은 MWh당 40유로, 이후는 42유로로 최종 가격을 정했지만, CRE는 이보다 훨씬 낮은 36~39유로를 받도록 권장한다.(10)

이런 정황 속에서 유럽위원회는 프랑스 정부가 EDF를 지원하고 유럽 법을 위반한 데 대해 조처를 취하려 한다. 또한 원자력 부문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데, EDF가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전환되면서 국가의 채무보증도 휴지 조각이 됐다. 유럽서비스경쟁위원회가 이를 불법 지원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아레바는 큰 유동성이 필요해졌다. 아레바의 활동은 대단위 자본 출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전 부문에 진출한 아레바는 ‘기계는 싸게 팔고, 캡슐에서 이익을 내라’는 네스프레소의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아레바의 창업자이자 이 회사의 상징적인 전 최고경영자(CEO) 안 로베르종에 따르면,(11) 우라늄 광산의 채굴과 막대한 투자(연간 50억~70억 유로)를 필요로 하는 연료가공 사업이 회사 수익의 80%를 차지한다.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사업은 수익성은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없다. 아레바는 그 밖에 원자로 제조와 유지·보수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분야도 원전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자주 지연되면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EPR 원전을 건설 중인 핀란드 올킬루오토가 대표적인 예다. 이 원전은 공기가 2009년에서 2013년으로 연기되면서 예상 비용(60억 유로)보다 2배 더 들 전망이다. 그래서 지난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공기업이지만 채무가 대략 60억 유로나 되는 아레바의 신용등급을 BBB+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낡은 프로젝트 카드 ‘아레바의 자본 재구성’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12월 10일, 자본 재구성이 이뤄졌다. 하지만 신규 투자금액은 기대수준(20억~25억 유로를 기대했지만 9억6500억 유로밖에 유치하지 못함)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쿠웨이트만 국부펀드(KIA) 6억 유로를 투자해 아레바의 지분 4.82%를 매입했다.

다른 투자 제안이 없자, 프랑스 정부는 파이(신규 투자금액)를 키우기 위해 쿠웨이트 펀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12) 더욱이 쿠웨이트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에게 1988년 프랑스 내 투표권이 없으면 거래할 수 없다고 못박은 일종의 주식 펀드투자증명서를 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한 주식으로 전환해달라는 조건까지 제시했다. 이 KIA 보증서는 쿠웨이트 마음대로 양도할 수도 있다. 사회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뱅상 폐용은 “아무나 (아레바 지분을) 매수할 수 있다. 민간 기업들이 원전 건설과 보수·유지를 책임진 프랑스 회사의 주주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13)

대통령 측근 낙하산… 경쟁력 추락

‘작전’(자본 재구성)이 아레바의 재무구조를 기대만큼 튼실히 만들어주지 못하자, 프랑스 정부는 EDF에 아레바의 투자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볼 때, EDF는 아레바의 주주가 될 운명이다. 만약 고객(EDF는 아레바 매출의 25%밖에 안 된다)이 자신의 공급업체 주주가 된다면, 그것은 변형된 자본주의다”라고 했다. 이 업계엔 수십억 유로의 수주액이 걸려 있어 모든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2003년, 니콜라 사르코지의 최측근 파트리크 크롱이 알스톰을 경영했다. 당시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알스톰은 아레바의 인수를 시도했다.(14) 3년 뒤, 이번엔 사르코지의 친한 친구이자 알스톰의 최대 주주인 원전에 콘크리트를 제공하는 기업 부이그의 경영주 마르탱 부이그가 아레바 인수에 뛰어들었다. 사르코지의 한 측근은 “사르코지가 엘리제궁에 입성했을 때, 그는 아레바와 알스톰의 주주인 부이그를 합병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원자력) 문제를 심각하게 오염시켰다”고 했다.(15) 2007년, 대통령 당선 축하 만찬에 초대된 손님 중 일부는 ‘푸케’(16) 일족이 주도하는 원자력(Areva) 입찰에 참석한 인상을 받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가 만찬에 제3의 인물인 앙리 프로글리오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2009년, EDF의 사장으로 취임한 그룹 베올리아의 전 사장인 그의 표적은 아레바의 사장 로베르종이었다. 지난 6월 17일, 그는 로베르종과 주도권 다툼에서 승리한다. 파리시 의원(유럽생태녹색당) 이브 코셰는 둘의 다툼 배경을 “두 거대 회사의 운영권을 로베르종 같은 엔지니어들이 잡아야 했지만, 프로글리오 같은 상인과 관리자들이 잡으면서 생긴 원자력 경영에 대한 프랑스의 변화”로 봤다. 이들의 경쟁은 해외시장에서 프랑스의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이 경쟁에서 최악의 피날레는? 프랑스가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벌인 4개의 EPR 원자로 건설 수주 경쟁에서 한국전력(KEPCO)에 패하면서 시장을 잃었던 것이다. 엘리제궁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트집 잡아 아레바의 역사적 인물 로베르종을 경질했다. 2007년, 사르코지가 미테랑 전 대통령의 ‘셰르파’인 로베르종에게 입각을 제의했지만 그녀가 거부하면서 틀어진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공화국 대통령은 원자력 분야의 재정비를 결정했다. 2008년, 그는 우선 원자력정책위원회(CPN)를 설립했다. 지난해 7월 27일, CPN은 EDF와 아레바의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다. 엘리제궁은 루슬리 보고서의 권고를 토대로 프랑스 원자로 팀의 리더를 EDF로 정했다. 이 결정에 대해 ‘에너지와 원자재의 지정학 연구소’ 소장 장마리 슈발리에는 “EDF가 특정한 경우에만 리더 역할을 하면 몰라도, 전반적인 것을 다 진두지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EPR 원전을 건설하고 싶어하는 아레바의 독일 고객 에온 그룹(17)의 처지를 조금만 상상해봐라. 에온이 EDF의 허가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그건 황당한 일이다. 마치 브리티시에어웨이가 에어프랑스를 통해 비행기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며 분개했다.

사르코지 “에너지 강국을 향해”

프랑스 정부는 아레바의 경영진에 정부 모델 부적응에 대한 책임을 전가했다.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면서 동시에 프랑스 첨단기술을 유지하려면 대형 원자력 시설 판매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2009년 2월 6일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 EPR 원전 건설 현장을 방문한 사르코지는 “에너지 부문에서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 석유도 가스도 없는 프랑스는 (에너지) 수출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의지 표명은 무엇보다 업계의 ‘위대한 챔피언’(EDF)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프랑스의 민간 원자력 기업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프랑스 북부지역 상원의원(유럽생태녹색당)이자 유럽의회의 ‘과학기술선택평가위원회’ 의장인 마리크리스틴 블랑댕은 “국가원수는 항상 사익의 전파자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이렇게 위험한 기술에 대해 사익을 전파한 사람은 전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사익 전파의 정점은 2007년 카다피에게 원자력을 제공했을 때다. 프랑스 대통령은 지금 애써 이를 과소평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국 대통령은 민간 원전이 마그레브와 중동에서는 지정학적 전략 도구라고 판단한다. 2008년 4월 29일, 튀니스에서 열린 ‘튀니지-프랑스 경제포럼’ 연단에 선 그는 “만약 개도국의 원자력 기술을 금한다면, 우리가 문명의 충돌을 야기하는 것이다”라는 우둔한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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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스탕 콜로마  Tristan Coloma  언론인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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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니 델베크, ‘원전은 왜 동쪽으로 갔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7월호 참조.
(2) 2011년 4월 11일, TV 채널 <프랑스2>의 ‘크로스워드 퍼즐’ 방송.
(3) <르몽드>, 2011년 3월 25일.
(4) 다니엘 퀴블러·자크 드 마이야르, <공공정책 분석>, 그로노블대학 출판부, 2009년 9월.
(5) 개인 투자에 관한 EDF의 안내서 발췌, 2009년 1월.
(6) <연간 원자력 에너지 전망>(Annual nuclear energy outlook) 2011년 보고서 참조.
(7) <전기 생산 예상 비용>, Edition 2010, OECD, 2010년 3월.
(8) 2004년 4월 6일, 국회 앞 인터뷰 중에서.
(9) 2011년 3월 31일, 에너지규제위원회(CRE)의 주장.
(10) CRE의 민영화에 따라, 올해부터 전기 가격은 7.1~11.4% 폭등하고, 2011~2015년 해마다 3.1~3.5% 상승할 것이다.
(11) 지난 6월 16일 프랑스 대통령은 로베르종을 아레바의 경영자로 유임시키지 않겠다며 그 자리에 뤼크 우르셀을 임명했다.
(12) 아레바는 지분 4.01%를 증권거래소에서 처분했다. 나머지는 토탈그룹이 0.95%, 크레디아그리콜은행 0.89%, EDF 2.24%, 프랑스 정부 10.17%, 정부예치관리금고(CDC) 3.32%, KIA 4.82%, CEA 73.03%의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13) 2011년 4월 11일, TV 채널 <프랑스 2>의 ‘크로스워드 퍼즐’ 방송.
(14) 2004년, 국가가 일시적으로 개입해 부이그그룹을 주주 참고인으로 내세우면서 알스톰은 위기를 극복했다.
(15) 시사주간지 <르포앵>, 2011년 1월 6일.
(16)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선 승리 만찬회를 했던 식당 이름.
(17) 독일 전기 개발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