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위생논란, 유기농식품 수요폭증

2021년 식량 전쟁

2021-08-31     가티앵 엘리 | 지리·역사학 교사

그녀는 카드를 받아들었다. 서류작성은 어렵지 않았다. 신분증, 급료명세서 2부, 주거 증명서, 은행계좌 명세서, 최근 납세명세서를 제출했다. 이제 리볼빙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카르푸에서 장을 보고 패스(PASS)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그녀는 “돈은 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현금결제가 어려웠다”라고 한다. 리볼빙 카드의 또 다른 장점은 비밀보장이다. 텔레비전을 샀는지 파스타를 샀는지, 아무도 모른다.

 

1. 그는 배달원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햄버거 패티, 채소, 양파가 뒤죽박죽이고, 포장박스는 기름범벅인 채 배달됐기 때문이다. 배달원이 장대비 속에서 신호등을 잘못 보고 자전거에서 넘어진 탓이다. 계속되는 업무 전화와 회의(1) 후 햄버거를 먹는 게 유일한 낙인데! 그 낙을 누릴 수 없게 되자 화가 난 것이다.

 

2. 그녀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요리방송은 빠짐없이 챙겨본다. 요리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도 모조리 섭렵했다. 오늘은 요리책을 여러 권 샀다. 화려한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서, 책값이 꽤 비쌌다. 그녀는 학위, 지위 등 모든 걸 포기하고 요리견습생이 되기로 결심했다. 국가기술자격증(CAP)을 따면 레스토랑에 요리사로 취직하거나, 언젠가 자신의 식당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정형화된 요리를 재해석한 푸드트럭을 열어서 정크푸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3. 그 아이는 소풍 때마다 ‘깜빡 잊었다’며 도시락을 챙겨오지 않는다. 학교축제에서는 가판대 음식을 걸신들린 듯 먹어치운다. 학기 중에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다. 구내식당에서는 직원이 등을 돌린 틈을 타서 빵이나 치즈를 몰래 훔쳐간다. 그런데 이 학생만 그런 게 아니다. 경비원이 있어도 절도행위는 줄지 않는다. 이런 일이 매일 반복된다. 음식을 훔친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보지만, 그들도 급식비를 내기 힘든 처지다. 사회복지사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4. 그녀에게 절호의 할인 찬스가 찾아왔다. 우편물이 이메일로 대체된 이후 우편함이 항상 텅 비어있었는데, 때마침 할인행사 전단지가 들어있었다. 등심 1kg에 13유로, 칠면조고기 1kg에 7유로, 닭고기햄 슬라이스 9조각에 2.80유로, 훈제소시지 8개 세트에 1.99유로다. 그녀는 할인 상품을 몽땅 샀다. 집에는 대형 냉장고와 세 아이가 있다. 계산해보니, 돈이 꽤 많이 절약됐다.

 

5. 그들은 매주 광장에서 과일과 채소 꾸러미를 기다린다. 100km 반경에서 재배된 제철작물이다. 그들은 계약을 통해서 농부들의 수익을 보장하고, 농작물의 질을 보장받는다. 불가피하게 빠지는 경우, 대체할 사람을 구해야 한다. 겨울에는 뿌리채소의 은은한 매력과 양배추의 섬세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환경과 농업의 실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6. 그들은 매주 광장에서 종교단체가 제공하는 음식꾸러미를 기다린다. 가족단위, 싱글 남녀, 배달원 등 다양하다. 보건위기에 따른 경제여파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이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지역사회서비스센터(CCAS)에 가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 여기서 식품바우처를 받으면 가게에서 직접 장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아마 ‘가난증명서’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구의 카메라에 비친 후진국의 빈곤은 배가 볼록 튀어나온 아이와 비참한 행색의 어른들이다. 프랑스에는 그런 형태의 빈곤은 없다. 의사이자 지리학자인 조슈에 드 카스트로는 ‘빈곤이 뚜렷한 증상 없이 은밀히 퍼지고 있다’고 서술했다. 길어진 식량 배급줄과 교육기관의 사회복지부를 보면 알 수 있다. 누텔라 행사기간에 경비가 동원될 정도로 마트계산대가 붐비는 광경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프랑스 상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는 사람이 800만 명에 달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비영리 구호단체 스쿠르 포퓰레르(Secours Populaire)의 통계에 따르면, 이는 프랑스 국민 5명 중 1명에 해당된다. 자녀의 급식비를 지급하지 못한 경우(19%),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육류와 생선을 구매하기 힘든 경우(27%), 끼니를 계속 거르는 경우 등 많은 가정의 지출예산에서 식비는 변수로 작용한다. 의료구호단체인 ‘메드생 뒤 몽드’가 2014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가 1일 3.50유로(약 4,800원) 미만의 식비를 지출한다고 대답했다(노숙자, 무단거주자, 빈민촌의 경우, 2유로 미만). 금전적 제약 때문에 영양부족, 비만증,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현재 식량보조를 받는 인구는 2009~2017년 사이 2배로 증가한 550만 명이다.

세계 인권 선언(1945년),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1976년 발효), 세계 식량안보에 관한 로마 선언(1996년) 등 국제협약들은 식량안보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를 위반하면 처벌받는 것과는 달리, 식량권은 ‘경제적 및 사회적 권리’와 마찬가지로 구속력이 없다. 그래서 식량권은 프랑스 헌법(1946년) 전문에 명시돼 있지만, 법에 호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매년 폐기되는 식품, 1,000만 톤

그런데 전쟁도, 가뭄도, 폭발적인 인구증가도 없다. 프랑스는 유럽연합 최대 농업국으로, 유럽의 농업 생산량의 1/5을 책임진다. 곡물, 설탕, 유제품, 소고기 등 수많은 식료품 순수출국이다. 국내 교통망과 유통망도 촘촘하게 퍼져있다. 또한, 매년 200억 장의 광고전단지(대부분 대형마트용)가 우편함을 가득 채운다. 전단지는 2번째 구입 시 50% 할인, 30% 즉시 할인, 2세트 20% 할인, 2+1 행사, 화~일요일 전 매장 10% 할인 등 할인행사로 가득하다.

유통업체들은 막대한 종이 소비량(연간·인당 40kg)을 합리화하기 위해 ‘프랑스 인구의 절반이 전단지를 읽고, 1/3이 할인상품을 구매한다’고 주장한다.(2) 할인은 상시 열리는 평범한 행사가 돼버렸다. 이제 가격은 생산에 투입된 자본과 노동력이 아닌, 재고량에 따라 책정된다. 식료품은 시간이 지나면 상하기 때문에 기업은 시장에 내놓은 재고를 빠르게 유통시켜야 한다. 이는 결국 상시 할인, 과잉생산 그리고 낭비로 이어진다.

프랑스에서 매년 1,000만 톤의 식품이 폐기된다. 농산물의 1/3이 재배지를 출발해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도중에 사라진다. 기업은 가격이 하락하거나, 미판매 재고로 남거나, 상한 제품을 폐기처분한다. 프랑스 환경에너지청에 따르면, 생산자(32%), 식품가공업체(21%), 유통업체(14%), 소비자(33%) 등 모두에게 골고루 책임의 소재가 있다. 소비자는 매년 30kg의 식품을 낭비한다. 이는 연간 160억 유로(약 22조 원)에 해당한다. 게다가 식품의 생산-유통-쓰레기 처리에 사용된 천연자원(토지, 석유, 물)이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2016년 프랑스는 식품 낭비량을 202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이를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미판매 재고를 처분하지 말고 비영리단체에 넘길 것을 촉구했다.

비영리단체들은 폐기물을 모으고, 재활용해서, 다시 유통시킨다. 1554년 칙령(대부분의 조항이 현재까지 유효함)에 따르면, 농촌 평민의 이삭줍기에는 언제나 사유재산법의 제재가 뒤따랐다. 이삭줍기는 도구 없이 하루만 가능했고, 수확량도 제한됐다. 도시에서도 슈퍼마켓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이 금지됐다. 그러나 사법부는 스스로 관대해 보이는 방법을 알았다. 2015년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의 회수는 절도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 슈퍼마켓의 쓰레기통은 식품이 어떻게 변했는지 잘 보여준다. 상품은 재포장되거나 변형돼서 난해한 라벨이 붙여진다. 그래서 소비자는 생산과정이나 재료를 전혀 알 수 없다. 

1970년대 공산품의 등장은, 여성을 가사에서 해방시켜줄 듯했다.(3) 그러나 사람들은 공산품의 성분을 걱정했고, 위생논란이 시작됐다. 2013년, 냉동식품회사 핀두스는 기습적인 DNA테스트 결과, ‘100% 소고기’ 라자냐 제품에서 말고기가 검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제품 약 450만 개가 유럽 전역에 판매되며 파문은 확산됐다. 도살장부터 시작해서 중개인(Drap Trading), 도매상(프랑스 남부 카스텔노다리 지역의 소고기 제조업체 ‘스팡게로’), 가공업체(프랑스 동북부 메스 지역의 냉동식품업체 ‘코미젤’) 그리고 유통업체까지 책임을 추궁당했다.

 

고의적 상해, 생명 위협

2016년 말, 영아가 단체로 살모넬라균에 감염돼 위생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살모넬라균 감염증이 가벼운 장염을 유발하는데, 영아의 경우 입원할 지경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보건부, DDCSPP(4), DGCCRF(5)가 조사에 착수한 결과, 분유회사 ‘락탈리스’의 마옌 지역 공장에서 분유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파리 검찰청은 ‘고의적 상해’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명목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2017년, 벨기에산 달걀에서 살충제의 일종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반려동물의 벼룩, 진드기 퇴치를 위해 쓰는 피프로닐은,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비양심적인 상인이 벨기에 닭 사육 농가들을 속이고 불순물이 섞인 제품을 팔아넘겼던 것이다. 생산이력을 추적한 결과, 프랑스 가공업체 여러 곳에서 오염된 달걀이 발견됐다. 정부는 즉시 조사를 확대했고, 시장에 풀린 달걀 전량을 회수했다. 

이런 부정행위와 오염사건이 계속됐다. 산업이 발달하고 교역이 증가할수록 논란은 더욱 많아졌다. 상황을 제때 통제할 수 있는 공무원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 농업부 소속 검사관은 2007년 대비 11% 감소했고, 부정행위 방지 인력도 20% 줄었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들이 합법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코르동 블뢰를 요리하려면 얇게 저민 칠면조, 치즈, 햄, 빵가루, 달걀 등 5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마트에서 파는 코르동 블뢰의 재료는 30가지 이상이다. 이중 빵가루가 1/4을 차지하는데, 진짜 빵이 아니라 물과 변성전분이다. 고기도 가짜다. 껍질, 날개, 넓적다리 부위, 포도당, 식감을 살리기 위한 밀섬유(물을 흡수해서 제품을 인공적으로 부풀림), 색감을 살리고 보존력을 높이기 위한 아질산염 등의 혼합이다.

그럼에도 포장지에는 버젓이 ‘100% 닭고기 안심’이라고 표기돼 있다. 치즈도 가공품을 사용한다. 치즈 가공품에는 윤기와 용해력을 높이는 첨가물, 용융염(눈, 얼음 등을 녹이는 데 사용되는 화합물) 등 여러 성분을 균일하게 섞기 위한 계면활성제, 방부제(다중인산과 구연산나트륨), 산도조절제, 유화제, 향료, 색소, 설탕, 글루타민산염 등이 들어간다. 햄을 가공할 때도 방부제를 넣는다. 햄이 너무 질겨지면 다른 성분을 첨가하고, 또 첨가한다. 그러면 결국 산성이 너무 강해진다. 산도조절제를 넣은 탓에 제품이 변색되면, 색소를 첨가한다. 첨가물의 끝없는 향연이 이어진다. 이것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가?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는 포장하고 라벨을 붙인 식료품 3만 개를 조사한 결과, 이중 2/3 이상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했다.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려면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포만감을 얻으려면 계속 먹어야 한다. 그러면 60~100%의 칼로리를 추가로 섭취하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전체 성인의 1/2가량이 과체중이며, 1/6이 비만이다.(6) 심혈관계 질환이 증가하고, 새로운 형태의 간질환이 등장하고, 기존에는 노년층만 걸렸던 2형 당뇨병이 어린이에게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시리얼을 먹고, 점심에 학교 구내식당에 가고, 저녁에 즉석음식을 먹은 아이는 매일 40여 종의 첨가물을 섭취하게 된다. 참고로 식품첨가물로 인증 받은 물질은 339개에 달한다. 각종 첨가물 조합의 가짓수는 무한대이며, 이런 ‘칵테일 효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현실적으로 밝혀내기 어렵다. 햄을 재가공하는 경우, 단백질의 결합을 끊어서 반죽 형태로 만드는 효소와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를 사용한다. 이것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와 INRAE는 초가공식품이 암세포 성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법적 규제는 현재로선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2016년, 일명 가톨랭 법이라 불리는 ‘청소년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상업광고 폐지에 관한 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청소년이 텔레비전에 노출되는 시간 중 공영방송이 차지하는 분량은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청소년(4~17세)이 고지방, 고당도, 고염도 식품광고에 노출되는 횟수는 주당 평균 16번에 달한다. 국회의원들은 최근에 아질산염 첨가 금지 법안을 제출했다. 아질산염은 햄을 붉게 만들고 보존력을 높이지만, 대장암을 유발한다. 이 밖에도 몇몇 성분이 금지됐다. 이산화티탄(E171)은 식품의 색을 희게 만들고 윤기를 더하지만, 흡입 및 소화 과정에서 폐 손상과 악성종양을 일으킨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이산화티탄이 금지됐지만, 유럽 차원에서는 라벨에 ‘발암성 물질’이라고 표기하면 이를 사용할 수 있다. 

 

채식과 유기농을 찾는 사람들

결국 정부는 이를 소비자의 책임으로 돌렸다. ‘정보를 제대로 습득한 소비자는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라면서 말이다. 정부는 소비자의 에너지·영양소 섭취를 위한 선택을 돕기 위해 ‘단순화된 식품라벨 시스템(SENS)’을 구축했다.(7) 그리고 2014년부터 ‘뉴트리 스코어(Nutri-Score)’라는 영양성분표 라벨링을 통해 가공식품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평가등급은 알파벳(A~E)과 색깔(녹색~짙은 주황색)로 분류된다. 

기업들은 정부의 이런 소심한 개입을 무마시키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영양성분표 라벨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8) 유럽연합도 기업들이 뉴트리 스코어를 반드시 도입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뉴트리 스코어가 ‘차별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회도 같은 맥락에서 광고에 뉴트리 스코어를 명시하자는 안건을 기각했다. 그러나 상관없다. 운동가들은 이미 ‘오픈 푸드 팩트’ 웹사이트에 공개된 식품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중의 모든 상품이 뉴트리 스코어 양식을 적용하고 있다. 뉴트리 스코어를 기피하는 기업조차 말이다. 또한 누구나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개발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유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해당 제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제품의 성분을 바꾸기 시작했다. 기름과 염도를 줄이고 첨가물을 바꿔서, 예전보다 등급이 높아진 새로운 초가공식품을 선보였다. INRAE는 등급제의 효율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병예방식품 연구자인 앙토니 파르데는 이런 등급제가 조금 덜 유해한 초가공식품을 선택하게 만들 뿐, 결국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초가공식품을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메커니즘, 강력한 로비와 이해관계자들에게 대항할 힘이 없는 많은 사람들은, 해결책으로 식이요법을 선택한다. 소화불량 때문에 글루텐을 먹지 않는 사람, 모든 곡물을 끊고 수렵·채집 식단을 선택한 사람, 생식이 최고라는 생식주의자, 오직 곡류만 먹는 곡류주의자, 과일만 먹는 과일주의자, 조미료 및 혼합물을 전혀 가미하지 않은 순수 천연식품만 먹는 본능적 식단주의자, 주스 형태만 섭취하는 액체주의자, 모든 음식을 날것으로 먹는 식품환경운동가 등 가지각색이다. 심지어 햇빛과 수프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고기를 먹지 않는 식단이다. 이들은 날고기는 물론 익힌 고기도 먹지 않는다. 동물성 음식을 절대 먹지 않는 사람도 있다. 가축사육의 산업화와 폭력적인 도살방법을 이유로 가축사육사부터 도살업자까지 비난한다.

유기농 식품 판매량은 지난 20년간 10배 폭증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2025년에 전체 식품 소비량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그 비중이 높은 건 아니지만, 프랑스인의 90%가 최근 1년간 유기농식품을 섭취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80%가 앞으로도 유기농식단을 유지할 의향이 있으며, 11%가 유기농식품 비중을 늘릴 예정이라고 답했다.(9) 유기농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는 법적으로도 권장하는 사안이다.(10) 유기농식품 붐은 모든 사회계층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보건위기가 불거지면서 더욱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농민들도 유기농식품에 대한 열망을 감지하고, 재배작물을 바꾸기 시작했다. 프랑스 농지의 8.5%가 GMO와 화학합성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24%), 스웨덴(20%), 에스토리아(20%), 체코(15%)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도 5년 전보다 두 배 더 늘었다. 무엇보다 절댓값으로 치면, 프랑스는 유럽에서 유기농지 면적이 두 번째로 넓다. 

유기농식품의 연간수익은 약 120억 유로(약 16.5조 원)에 달하며, 식품판매 성장률의 80%를 차지한다. 이런 훌륭한 성장동력을 놓칠 기업은 없다. 이미 유기농식품 판매의 절반을 대형·중견 유통업체가 맡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기농 식품의 평균 마진율이 약 40%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관행농법으로 생산한 제품은 싸게 구매하려고 하면서(환경비용은 절대 언급되지 않는다), 유기농식품에는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한다. 

 

“식료품 재고는 충분합니다” 

“재고는 충분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2020년 10월 27일, 두 번째 봉쇄조치가 시작되고 프랑스인들이 화장지, 밀가루, 면류를 사재기하자, 미셸 에두아르 르클레르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당시 수확량도 양호했고, 파리분지의 제분소와 곡물저장고에도 재고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마트로 몰려들었다.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까? 만약 유통망에 문제가 발생하면, 파리와 같은 도시가 자급자족하며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사흘뿐일 것이다. 

대도시에 재고를 쌓아두려면 공간과 비용이 든다. 그래서 제품회전율을 최대한 높이는 JIT(Just in time) 방식을 수십 년 전부터 고수했다. 무엇보다 식품유통은 도로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보건안보에 주력하느라 취약한 물류와 석유 고갈 문제를 간과했다. 생산의 경우, 전염병 때문에 국경에 발이 묶인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증가와 농산물가공공장의 감소가 문제가 된다. 만약 이 중 한 곳에서 집단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2000년대 초, 도시의 소비자와 지방의 생산자가 모여 ‘AMAP(농가유지를 위한 협회)’를 설립했다. 소비자가 매주 농작물을 구매하기로 약속함으로써 생산자는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생산자는 수익을 올리는데 치중하기보다는 농작물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게 된다. 농작물은 해당 도시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며, 제철작물이고, 포장을 하지 않는다. 중간업자도 없고, 버려지는 것도 없다. 가격은 시장과 전혀 상관없고, 농가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에 맞춰서 책정된다. 즉, 비용(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수 포함)을 농장 노동자의 수로 나눈 값에 상응한다. 이 계산법대로라면 대형마트보다 30% 저렴하게 농작물을 구매할 수 있다. 

오늘날 생산자 1만 5,000명이 소비자 600만 명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소비자는 투명한 이력제와 자율성을 일상에서 체험한다. 더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행정적 수단이 아닌 것이다. 생산자와의 교섭도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본래 세상은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노동사실을 은폐하고, 밀집사육장과 농민의 자살 사건을 묻어버리려고 달걀 상자에 농부의 사진을 인쇄한다. 이런 세상은 AMAP와 맞지 않는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도시와 도시근교에 약 300개의 농장이 있다. 이들은 완벽한 자급자족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AMAP를 만들고, 그린벨트 구역을 유지하고, 황무지에 채소를 재배하고, 가금류를 사육하고, 주말농장을 연다. 이런 모든 노력을 통해서 도시인들에게 먹거리 문제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농장과의 수월한 접근성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및 근교 농장이 모든 주민의 식량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아이디어는 환상에 불과하다. 

농업과 도시의 단절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역사학자인 페르낭 브로델에 따르면, 식량을 스스로 생산하지 않는 도시는 장거리 교역을 통해 식량을 조달한다. 이때 대부분 수로운송을 이용한다. 도시 근교에서 생산한 농산물만으로 도시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프랑스 인구의 절반이, 농지가 부족해서 식량 생산이 불가능한 지역에 살고 있다.(11) 그래서 도시는 멀리 떨어진 농촌과 관계를 구축하고, 근거리와 장거리 지역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프랑스는 식품 소비량의 20%를 수입한다. 닭고기의 1/3은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돼지고기의 25%는 스페인, 과일과 채소의 50%는 해외에서 수입한다. 무엇보다 중국과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생산 및 물류를 관리하는 전자칩, 가축과 작물을 관리하는 기술 등 말이다. 만약 프랑스가 국경을 봉쇄한다면, 자급자족은 가능하지만 열대식품은 포기해야 한다. 즉, ‘식량 계획’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부는 우리가 생산하는 것과 먹는 것을 일치시키기 위한 개입도, 규제도 전혀 하지 않는다. 프랑스도, 유럽도 여전히 식량문제를 최우선 정치과제로 삼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글·가티앵 엘리 Gatien Élie
지리·역사학 교사. *이 글은 『신세계. 신자유주의 프랑스 개관(Le Nouveau Monde. Tableau de la France néolibérale)』(2021, Éditions Amsterdam/ 공동저자: Anthony Burlaud, Allan Popelard, Grégory Rzepski)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보미
번역위원

(1) 임원회의.
(2) 닐슨, Ipsos 설문자료.
(3) 식사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1986~2010년 사이 26% 감소했다.
(4) 지역 사회통합 및 국민복지국(Direction départementale de la cohésion sociale et de la protection des populations).
(5) 경쟁, 소비, 부정행위 방지 총국(Direction générale de la concurrence, de la consommation et de la répression des fraudes).
(6) 프랑스 보건당국이 18~74세 자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스테반’ 연구결과다.
(7) 공중보건법 Article L. 3232-8.
(8) Coca-Cola, PepsiCo, Mars, Unilever, Nestlé, Mondelez 등은 자체적으로 만든 영양성분표 라벨을 갖고 있다. Nutella(Ferrero그룹)는 뉴트리 스코어에서 E등급을 받았지만, Mondelez의 라벨은 초록색이다(1회 제공량에 따라 계산되기 때문에 식품 간 비교가 어려움).
(9) 출처: Agence française pour le développement et la promotion de l’agriculture biologique(프랑스 유기농개발진흥청).
(10) 일명 에갈림(Egalim) 법(2018년).
(11) 각 지역의 식품 소비량과 농작물 수확량을 비교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주민을 먹여 살리는데 필요한 농지 면적을 알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