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의학의 DNA, 모든 염기서열을 분석하라!

2021-08-31     라울 길리엔 | 기자

코로나 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 바이러스2(Sars-Cov2)의 유전체 염기서열분석에 성공함으로써, 이 바이러스의 변이를 파악-추적-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 첨단기술은 인간 유전체 염기서열분석에도 적용 가능해, 야심찬 계획으로 대규모 투자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 기술에 의존하면서 공공보건의 핵심요소를, 그리고 질병의 사회경제적, 환경적 요인에 대한 연구를 등한시하게 되지는 않을까?

 

프랑스 리옹에 소재한 레옹 베라르 암센터의 저명한 암전문 의사 장 이브 블레이 교수는 “현재의 방식으로 치료체계의 기반을 다진다면, 50년 후에는 자신의 암세포나 환자의 유전체(게놈)를 알아내는 일이 신분증 발급만큼 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이어 “예상비용은 약 100유로로, 이미 유전체 분석의 대중화를 실현할 차세대 염기서열분석법이 개발됐다”라며 이 기술을 통해 누리게 될 효과에 대해 열변했다.

에두아르 에리오 병원 1층 블레이 교수의 사무실 옆에는 세계 최대 염기서열분석 장비업체 일루미나가 개발한 고성능 염기서열분석(시퀀싱) 플랫폼 NovaSeq6000 2대가 작동 중이다. 1대당 100만 유로, 현재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는 기계다. 사실 터치스크린만 보이고 웅웅 소리만 들릴 뿐, 내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깔끔하고 웅장한 외형의 기기 덕분에 염기서열분석의 비용을 낮추고 속도는 올릴 수 있다. 

염기서열을 분석·해독하는 이 시퀀서는 블레이 교수가 수장으로 있는 오베르뉴, 론, 알프스 지역 병원, 암센터, 대학 연합체, 오라장(Auragen) 컨소시엄에 도입됐다. 프랑스 유전체의학 2025 프로젝트(FMG25)는 NovaSeq6000 2대를 포함해, 인간 유전체 데이터 생산 플랫폼 총 12개를 갖출 계획이다. 매년 유전체 22만 개의 염기서열 분석에 필요한 인프라를 준비해, DNA 분석의 대중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프랑스가 선점해야 한다”

2016년 12월 FMG25 프로젝트를 출범시킬 당시 프랑스 보건복지부 장관 마리솔 투렌은 “미래에 각 개인의 유전체 분석 결과에 맞는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금부터 모든 사람의 유전체를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프랑스 국립보건 및 생명과학 연합회(Aviesan)가 수립한 FMG25프로젝트의 목적에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의학, 과학, 경제, 전략적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국가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1) 이 연합회는 2009년 보건, 생명과학 분야의 프랑스 연구 기관들이 결집해 창설했으며 보건산업분야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2)

2000년 6월 26일 인간 유전체 지도 초안을 발표한 날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유전체 연구가 인간이 겪고 있는 모든, 혹은 대부분 질병의 진단, 예방, 치료에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며 앞으로 의료진들은 알츠하이머, 파킨슨, 당뇨, 암과 같은 질병의 유전적 뿌리를 공격할 수 있게 되어 치료 능력이 크게 진일보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증손자들은 ‘Cancer’를 별자리 이름(게자리)으로만 알게 될 것이라고 기뻐하며 갈릴레이의 말을 인용해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사용한 언어’를 알게 됐다고 다소 과장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3)

이후 유전체분석기술로 질병 없는 세상을 이룩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개인맞춤의료’나 4P(Predictive, Preventive, Personalized, Participatory)의학과 같이 거창한 이름을 내건 개혁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질병퇴치는 요원해 보인다. 게다가 개인맞춤의료라는 명칭도 의료란 원래부터 환자 개인에 맞추어 진료 및 치료하는 ‘맞춤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울 것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대부분 선진 국가가 내세우는 보건정책 로드맵이다. 프랑스의 FMG25는 보건비용 감축과 진단 및 치료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보건정책 패러다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오라장 컨소시엄 의학부장 다미앙 산라빌은 에두아르 에리오 병원에 있는 데이터 생산 플랫폼을 보여줬다. 최근 1,000만 유로를 들여 재정비한 약 100㎡ 규모의 연구실에서는 근사한 기계가 세포에서 DNA 추출-시약 투입-표본 준비-표본을 시퀀서에 넣기 순서로 염기서열 분석작업을 실행 중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원시 데이터를 얻어, 그르노블 알프스 대학 병원에서 전산화 처리를 해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다미앙 산라빌은 많은 것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생산하고, 질병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건은 데이터 생산속도 유지다. 오라장 과학부장 쥘리앙 테브농의 설명에 따르면 염기서열(시퀀스) 생산기기, 시퀀서, 분석 생산기기, 컴퓨터 등 여러 장비를 사용한다. 그 중 NovaSeq6000 시퀀서 2대는 40시간 만에 24개 유전체를 2번 분석하는데, 이때 5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사용한다. 오라장은 1일 50개, 연간 총 1만 8,000개 이상의 유전체 분석을 목표로 한다. 즉 연간 4~6PB(페타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산 및 보관한다는 의미다. 이런 엄청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달성하고 유지해야 한다.

1PB(=1,000TB)는 3~4년간 매일 24시간 저장한 고화질 동영상 데이터양과 맞먹는다. 만약 FMG25 계획대로 12개 플랫폼을 모두 가동한다면 매년 2만 2,000개 유전체를 분석하고 60PB가 생성된다. 그러니 막대한 데이터 저장 용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라장은 FMG 25 프로젝트 시행을 준비하면서 데이터 계산 및 저장 인프라 공급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고, IT 서비스 그룹 아토스가 이를 따냈다. 이 기업은 티에리 브르통 경제부 장관이 EU 내부시장 집행위원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10년간 운영했던 업체다. 

 

환자를 위한 가치는 무엇인가?

2015년 한 연구는 55개국 100여 개 센터에서 대용량 시퀀서 2,500대가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데이터 저장 용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었다.(4) 2018년 12월 영국은 ‘10만 유전체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유전체 50만 개 염기서열분석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도 2022년까지 유전체 100만 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호주 등 여러 국가가 앞다퉈 대량 염기서열분석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염기서열 분석 프로젝트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는 무엇일까?

블레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더 많은 정보를 가질수록 질병에 대해 더욱 정확하게 알고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FMG25프로젝트에는 두 개의 ‘가치 사슬’이 있다. 우선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한 후 어떤 치료를 할지 결정한다. 이 치료가 효과를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다음 이 정보를 다시 모아서 거대한 데이터 보관소 기능을 하는 데이터 수집 분석 센터(CAD)에 입력한다. CAD는 향후 ‘컴퓨터 지원 진단’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것이며 유전체 데이터뿐만 아니라 환자의 개인이력과 가족력까지 보관, 처리하게 될 것이다. 환자의 과거 질병, 섭취하는 모든 의약품, 생활 습관, 운동 빈도, 체중 등 모든 관련 정보는 유전체 데이터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블레이 교수는 “결과적으로 FMG25를 통해 환자든 의사든 건강상태에 관해 더욱 정확하게 아는 ‘건강 관리자’가 될 수 있다”면서 “세밀한 분석을 통해 더 잘 치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 사용하려면 개인별 전자 문서를 표준화하고 여러 시스템과 호환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든 문서가 바로 공유의료문서(DMP)인데 2018년 11월부터 환자가 직접, 또는 환자 요청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2021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데이터를 교환, 공유할 수 있도록 국가관리 ID를 부여해야 한다. 이미 2019년부터 이런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보건협회는 전략적 로드맵을 작성해 공유의료문서뿐만 아니라 같은 해 12월 CAD와 호환 가능한 보건데이터 접속 게이트웨이, 보건데이터허브(Health Data Hub) 등을 만들었다. 아녜스 뷔쟁 보건부 장관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건데이터 자산을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5) 

하지만 이 ‘미래의학’으로 전 세계적 에너지 소비와 희소 광물 채굴을 감축시키고 무선 주파수 포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6)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7,500억 유로 규모의 경기 부양책도 ‘디지털 전환’을 장려한다. 이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혁신 및 투자 지원금 중 20% 이상이 디지털과 관련된 분야에 할당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7)

개인맞춤의료의 추종자들은 개인 간 건강상태가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유전체의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차원에서 염기서열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이미 개인 간 코로나19의 감염과 증상의 차이에 대한 연구도 시작했다. 

 

해독 가능한 변이는 만분의 일

하지만 무작위로 두 사람을 뽑아 DNA암호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1%에 불과하다. 즉 수백만 개의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다는 뜻인데, 이 중 해독 가능한 것은 몇백 개에 불과하다. 2019년 발표된 한 연구는 바로 이 1% DNA에 들어있는 유전체와 건강상태의 특징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고 몇 가지 확실한 조합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덕분에 몇 가지 복합질환의 원인을 규명했으며 개인별 질병 유전자를 맵핑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기술이 더욱 발전해 현존하는 난제를 해결한다 할지라도 극복할 수 없는 여러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구진들은 우선 질병의 예측, 예방, 치료에 염기서열분석 결과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라고 했다. 심지어 유전적 요인을 대부분 밝힌 제1형 당뇨라 할지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은 위양성이 진양성을 크게 초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술로 복합적인 특성을 가진 유전자 구성성분들을 모두 알아낼 수 없기 때문에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 연구는 ‘제한적인 예방 가치’가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게다가 잠재적 질병 위험을 예측한다 해도 치료법이 없는 상태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를 찾아내면 생활 습관을 바꾸어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인간의 행동양식은 매우 복합적이며 유전자 검사가 항상 장기적으로 더 좋은 임상결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스위스 로잔느 대학 생물학 교수 베아트리스 에스베른은 생식세포변이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80개를 알아냈지만 이 유전자는 전체 암 중 단 5%와 관련이 있다며 유전자 검사의 한계를 인정했다.(9)

그런데 이 미래의학으로 영업이익을 누리는 자는 따로 있을 것 같다. 2014년 의회과학기술선택평가위원회(OPECST)는 맞춤의학의 과학, 기술, 사회, 윤리적 쟁점에 관한 보고서에서 유전자 데이터, 의료기록, 생활습관 관련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개인 맞춤형 고부가가치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10) 

그리고 이 보고서를 작성한 위원들은 “1990년대에 이미 프랑스 로슈 연구소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을 사용하면서 간단한 유전자 검사만으로 이 항암제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별해내, 맞춤의학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라고 치하했다. OPECST보고서는 “맞춤의학은 의료진의 개별적이고 친근한 치료 관리를 환자에게 제공하며 생물지표를 사용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찾아 실패 가능성을 제한하는 가장 효율적 의료”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제약회사들은 “유전자 변이나 비정상 유전자를 공격하는 신약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면서 ‘의료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단일 창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데이터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생명윤리 준수에 대한 검사 감독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식 인증제를 도입하면 개인 데이터의 보안을 지키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과학 전문가들이 결론 없는 윤리적 논쟁만 벌이고, 보안에 취약한 데이터 암호화만 번복하고 있는 실태를 보면 과연 우리가 ‘더 나은 세상’으로 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11)

맞춤의학을 도입한지 20년이 넘은 종양학을 중심으로 맞춤의학 평가연구를 실시한 결과 비용대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12) 의료를 개별맞춤화 하면서 재화의 생산 및 홍보비용을 줄이는 디지털 경제 모델을 보건 분야에 그대로 도입했다. 이 경제 모델의 최우선 목표는 최적기에 최적의 사람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공해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별맞춤화는 개인의 정량적 데이터만 사용하는데, 이 데이터로 가상 환자를 만들어서 질병 예측 모델을 만들고 최적의 치료 및 예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잠재적 환자’라는 새로운 시장

그러나 이렇게 정량적 데이터에만 의존하다보니 정성적 데이터, 환자의 삶에 대한 공감, 경제적·사회적 생활환경은 거의 고려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건강’과도 배치된다.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나 신체장애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양호한 상태다.(13)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 ‘생활 데이터’로 나타내는 첨단 의료관리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에게 최적의 맞춤 약을 처방하는 것이 곧 최상의 치료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런 인식은 제약 산업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이제 질병치료를 넘어 ‘잠재적 환자’라는 새로운 고객을 발굴 중이다. 100년 전 쥘 로맹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기꾼 의사 크노크가 “건강하다는 사람도, 자신에게 병이 있는 줄 모르는 환자일 뿐”이라고 했듯 말이다.(14)

이런 맞춤의료에 대한 인식은, 사람들이 자기 체질을 파악해 스스로 관리하는 경향을 확대했다. 결국 전문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관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도 늘어났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여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철학자 자비에 기쉐는 각자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게 됐다면서, “건강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며 사회적 책임이 쇠퇴한 것”이라고 분석한다.(15) OPECST 소속 의원들은 잠재적 질병 보유 여부에 따라 의료비를 청구하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리고 환자의 생활습관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책정하고 건강한 사람들과 환자들 간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체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16)

2021년 의료보험 비용이 2,19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반면 5년 동안 2개 염기서열분석 플랫폼에 투자하는 비용은 4억 유로에 불과하다. 아주 미미한 금액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보건 분야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사회적 요인과 예방 대책 연구를 위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살바도르 드 바이아 공공보건 연구소의 인류학자 호르게 알베르토 번스타인 이리아트는 “미국 국립보건 연구소의 연구 지원금을 분석해보면 2014년부터 ‘유전자’, ‘유전체’, ‘유전’ 용어를 포함한 연구가 ‘예방’ 연구에 비해 예산을 50% 더 할당받았다”라고 설명했다.(17) 

그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공공보건의 문제는 사회적 원인을 먼저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맞춤형 의학으로 개선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맞춤 의학은 값비싼 의약품 개발에 몰두하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공공보건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고비용 기술에 치중하면서,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보건문제는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양질의 보건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일부 계층에만 자원과 기술을 집중함으로써,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다.(18)

그러나 이 기술의 추종자들은 곧 성과를 보이겠다고 장담하면서 더 많은 재정지원과 시간을 요구한다. 사회학자 스티브 스터디는 경제적 측면에서 맞춤 의학은 보건 시스템의 비용감축에 도움을 주기보다 제약, 생명과학 분야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확률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19) 즉 현재 인간유전체의 언어는 공공보건의 언어라기보다, 재무의 언어에 더 가깝다. 클린턴 대통령의 손자, 증손자들이 알게 될 ‘Cancer’의 의미는 별자리의 이름뿐만은 아닐 것 같다. 

 

 

글·라울 길리엔 Raúl Guilién 
기자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프랑스 유전체 의학 2025’, 국립보건 및 생명과학 연합회(Aviesan), Paris, 2015년 6월 22일.
(2) 국립보건 및 생명과학 연합회(Aviesan) 홈페이지, 산업파트너 섹션 참조, www.aviesan.fr
(3) ‘June 2000 White House Event’, 국립 인간 게놈 연구소, 베세즈다(메릴랜드), 2000년 6월 16일.
(4) Stephen D.Zachary 외, ‘Big Data, Astronomical or Genomical?’, <PLOS Biology>, 2015년 7월호.
(5) Alexsandre Piquard, Martin Untersinger, ‘Donées de santé : la plate-forme de la discorde 보건의료 데이터, 갈등의 플랫폼’, <르몽드>, 2019년 12월 3일.
(6) Sébastien Broca, ‘Le numérique carbure au charbon 석탄연료로 작동하는 디지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3월호. 
(7) ‘Guidance to Member States – Recovery and Resilience Plans’, 유럽집행위원회, 브뤼셀, 2021년 1월 22일. 
(8) Vivian Tam 외, ‘Benefits and Limitations fo 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 <Nature Reviews Genetics>, vol 20, n°8, 런던, 2019년 8월호. 
(9) Béatrice Desvergne, 『De la biologie à la médecine personnalisée. Mieux soigner demain? 생물학에서 정밀의학까지. 미래에는 더 잘 치료할 수 있을까?』, 뤼 둘름(Rue d’Ulm)출판-프랑스 고등사범학교 출판, Paris, 2019년. 
(10) Alain Claeys Jean-Sébastien Vialatte, ‘Les progrès de la génétique : Vers une médecine? de précision Les enjeux scientifique, technologique, sociaux et éthique de la médecine personnalisée 유전학의 진보 : 정밀의학으로? 맞춤의학의 과학, 기술, 사회, 윤리적 쟁점’, OPECST 보고서, 파리, 2014년 1월 22일.
(11) John H.Coote, Michael Joyner, ‘Is precision medicine to a healty world?’, <The Lancet>, vol.385, n°9978, 런던, 2015년 4월 25일. 
(12) Mirian Kasztura 외, ‘Cost-effectiveness of precision medicine: a scoping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Health>, n°64, 취리히, 2019년 12월.
(13) 세계보건기구, 뉴욕, 1994년 7월 22일(2006년 수정).
(14) Jule Romain, 『Knock ou le Triomphe de la médecine 크노크 또는 의사의 승리』, 1924년. Alan Cassels, Ray Moynihan ‘Pour vendre des médicaments, invention des maladies 약을 팔기 위해 만드는 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프랑스어판, 2006년 5월호.
(15) Xavier Guchet, ‘Le patient “actionnable” de la médecine personnalisée 맞춤의학의 자발적 환자’, <사회인류학>, n°29, Paris, 2014년.  
(16) Alain Claeys Jean Sébastien Vialette ‘Les progrès de la génétique Vers une médecine de précision 유전학의 진보 : 정밀의학으로?’, op.cit.
(17) 2021년 사회보장 재정지원을 위한 2020년 12월 14일 제 2020-1579조 법. 
(18) Jorge Alberto Bernstein Iriat, ‘Precision medicine/personalized medicine: a critical analysis of movements in the transformation of biomedicine in the early 21st century’, <Cadernos de Saúde Pública>, vol.35, n°3, 리오 데 자네이루, 2019년 3월 25일. 
(19) Steve Sturdy, ‘Personalised medicine and the economy of biotechnological promise’, <The New Bioechics>, vol,23, n°1. 런던, 2017년 1월 2일. 

 

 

유전의 암호를 풀어라

 

염색체의 구성물질에서 분리한 섬유질 고분자 디옥시리보핵산, DNA는 세포의 기능을 관장한다. 1953년 DNA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유전학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정보, 암호, 프로그램, 통제, 전사, 메시지 등 사이버네틱스에서 차용한 개념들도 정립해 DNA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끔 했다. 물론 이런 개념들은 모두 정확한 의미를 알고 사용해야 한다. DNA는 2개의 나선형 사슬로 구성됐으며, 인간은 약 30억 개의 염기쌍을 가지고 있다(뉴클레오타이드, 또는 염기 60억 개가 쌍을 이룬다). 염기쌍은 A(아데닌), C(사이토신), T(티민), G(구아민) 총 4가지로 구분한다. 염기서열분석(시퀀싱)의 목적은 이 생화학 구성물질의 배열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 분석을 통해 정보를 전산 파일에 기록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활용해 극소량의 DNA도 뉴클레오타이드의 개수를 고려해서 염기쌍을 연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염기쌍에서 ‘유전코드가 있는 부분’, 즉 유전자만 분석할 수도 있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인간 DNA에 있는 염기쌍들 중 유전자를 생성하는 부분은 2%도 되지 않는다. 유전체(게놈)는 세포핵 속 염색체 23쌍 안에 있는 30억 개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다.(1) 모든 인간 세포는 디지털화해 30억 자로 구성된 전산파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긴 소설들 중 하나인,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총 960만 자)의 333배에 달한다. 

2003년 4월 국제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는 인간 유전체 대부분에 대한 염기서열 분석 초안을 완성했다. 그리고 남은 유전체의 5%는 아직 해독하지 못하고 있다.(2) 이 때 염기서열 분석을 위해 투입한 비용이 32억 달러였다. HGP는 당시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과 경쟁관계에 있었는데 이 기업은 자체적으로 성공한 염기서열분석 결과에 대한 특허출원 요청을 시도했다.(3) 역사적인 업적을 이룬 HGP도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적 쾌거를 이뤘다고 평가받았다. HGP의 핵심 연구원이었던 찰스 델리시 교수는 “단지 과학연구를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피력하며 ‘확실한 의료 발전’과 ‘경제적 경쟁력 강화’를 이룰 것이라고 장담했다.(4)

첫 염기서열분석 시도를 위해 성공적인 투자를 한 덕분에 이후 염기서열분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이제는 몇 시간 만에, 약 1,000유로면 염기서열분석이 가능하다. HCP는 처음으로 유전체 해독에 성공함으로써 이 작업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표본으로 사용 가능한 ‘참조 유전체’를 제공했다. 이 ‘참조 유전체’를 활용해 염기서열분석을 자동화하고 염기서열 분석기기(시퀀서)에서 도출한 원시 데이터의 전산처리가 가능하다. 

유전체 데이터 생성시 전산처리 과정을 통해 디지털 형태로 개인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생물학적 분석만큼 중요하다. 이 분자생물학적 특성은 각 개인별로 구별이 가능해 법률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제 “이건 내 천성”이라는 말 대신, “이건 내 DNA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혁신적인 진보를 하게 될 것이다.  

 

 

글·라울 길리엔 Raúl Guilién 
번역·정수임


(1) 게다가 세포핵 DNA와는 별도로 인간 미토콘드리아 게놈에는 1만 6,500개의 염기가 있다.
(2) Adam Philippy, ‘The (near) complete sequence of a human genome’, 캘리포니아 대학-샌타 크루즈, 유전체학 연구소, 2020년 9월 22일. 
(3) John Sulston, ‘Le génome humain sauvé de la spéculation 투기에서 벗어난 인간 게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2년 12월호.
(4) Charles Delisi, ‘The Human Gene Project’, Americain Scientist, vol.76, n°5, Research Triangle Park(북부 캘리포니아), 1988년 9,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