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 지역과 눈 먼 프랑스

2021-08-31     마르크앙투안 페루즈 드몽클로 | 프랑스 개발연구소(IRD)소장

“말리 해방 전쟁은 끝났다. 전쟁에서 승리했다.”

‘세르발(Serval)’ 작전(1) 개시 14개월 후인 2014년 3월 20일, 장이브 르드리앙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군의 활동 덕분에 말리는 주권과 민주주의 체제를 되찾고 선거도 치렀으며, 말리인들도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되찾았다.”(2014년 3월 20일, <Radio Monte-Carlo>)

그로부터 7년, 이제 프랑스는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역주) 단체들은 이웃 국가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로 세력 범위를 넓혔다. 반면, 말리 정부는 투아레그족 분리주의자들이 점령한 키달 등 말리 북부 지역에서 실질 주도권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민주주의 체제’ 정립도 요원하다. 2020년 8월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아시미 고이타 대령이 2021년 5월, 과도 정부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평화를 막는 장벽?

2021년 6월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가 쇠약해진 국가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다시 혼돈과 무질서에 빠진 지역의 안전을 우리가 보장할 수 없다. 끝이 없는 일이고, 여러 국가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2) 2013년에 진작 이런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게 참 안타깝다. ‘세르발’ 작전을 대체한 ‘바르칸’ 작전을 수행하던 군인들은 말리 농촌 지역에서 공권력 부재를 채울 수 있는 그 어떤 재정적·정책적 지원도 받지 못했다. 지하디스트 단체들이 맹위를 떨치는 지역에서는 후퇴해야 했다. 게다가 이들은 수많은 기술 문제에 부딪혔다. 장비의 노후함,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3) 사헬 지역 내 테러리즘 격퇴에만 집중한 프랑스군의 임무 수행은, 임시미봉책으로 최악의 틈만 필사적으로 메우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프랑스가 평화수립을 막는 장벽처럼 보였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공공 안보만을 우선시하고, 지하디스트로 평가되는 반군들과는 그 어떤 협상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완고한 입장은, 다른 동맹 국가들의 변화나 이제는 정치 대화를 촉구하는 안토니오 구테후스 UN 사무총장과 대조를 이룬다.(4) 말리 당국조차도 몹티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하디스트 단체 가운데 하나인 ‘마시나’와 공식적인 협상을 고려한다. 2019년 7월 공포된 국가 합의법에 따라 반군들을 사면하는 법적인 테두리도 생겼다. 부르키나파소는 말리와 국경을 접하는 숨(Soum)주에서 활동하는 단체 ‘안사룰 이슬람’의 이슬람 해방 전사 무자헤딘들과 비밀리에 휴전협정을 맺었다.(5)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이 우리에게 확인해줬듯, 니제르 역시 2016년 5월부터 ‘대 사하라의 이슬람국가(ISGS)’의 풀라니족 구성원들과 논의를 시작했다.(6)

이들 3개 국가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국민들과만 협상하려 한다는 것이다. 알제리인이나 서부 사하라인들로 구성된 외국 무장 테러 단체들과 협상을 진행하려는 의사는 없다. 관건은 신뢰할 만한 교섭 상대를 찾아, 협상의 정치적 한계를 명확히 정해 폭력행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대화가 시작되면, 당국이 이슬람 사원, 이슬람 종교 학교, 이슬람 법원을 재정 지원하는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모리타니 사례와 유사하게 말이다.(7)

이 지역 국가들이 반군에 행사하는 군사 압박도 아주 중요한 열쇠다. 압박을 통해 반군들이 요구사항을 줄이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병력철수 시기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2013년부터 말리에서 활약해 온 ‘사브르’ 작전 특수 부대는 현지에 남아 드론을 이용한 전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문제는, 반군 중심인물들을 표적 제거하는 방법이다. 반군들을 대화에 참여시킬, 포괄적인 분쟁 해결 전략이 있느냐는 점이다.

 

“테러리스트들과의 협상은 없다”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

마크롱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입장을 이렇게 확고히 했다.(8) 반군들과 협상하면, 군사작전 실패를 인정하고 병력과 무기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적에게 항복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칸’ 작전 부대들을 철수시키고자 한다. 미국이 겪은 굴욕적인 상황을 프랑스가 답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20년 만에 결국 탈레반과 타협했고, 자국 개입이 난관에 봉착하며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군사 전략 실패가 자신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노심초사한다. 

게다가 프랑스가 반군들과 협상을 한다면, 2013년 말리, 2014년부터는 말리 인접국들에서 표명해온 입장을 부인해야만 한다. 당시 르드리앙 장관은 세계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는 와하브 운동(모든 종파를 반대하고 금욕주의와 원시 이슬람교로의 복귀를 강조한 18세기 이슬람교 복고주의 운동-역주)과 ‘사헬리스탄(이슬람 지배에 놓인 사헬지역, 아프리카판 아프가니스탄-역주)’ 태동을 부추겼다. 또한, 말리 정부가 반란군들에 대항해 싸우도록 압박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이라크에서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 다에시)와 달리, 말리 반군들은 서방 국가에서 단 한 번도 테러를 저지른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장관의 홍보 수석이었던 사샤 망델은, UN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프랑스의 군사개입에 동의하도록 치밀한 논리를 내세웠다. 망델은 지하디스트들이 말리를 제 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만든 후, 수도 바마코를 점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르칸 없이는 해결책도 없다”

미국인 정치 전문가 마리아나 헹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리 북부에서 활동하는 반군들의 단순한 움직임도 프랑스가 알제리 전쟁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 군사작전을 펼치게 만든 ‘구실’로 작용했다.(9) 하지만 본래 말리 북부를 되찾으려던 프랑스군의 개입 계획은 이미 오래전에 준비된 것이다. 해당 지역은 군사개입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이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의 결정은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전이 성공하면, 작전을 계획했던 이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명성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르드리앙 장관, 저서를 통해 군사개입을 권유한 <르피가로> 이자벨 라세르, 티에리 오베를레 기자가 여기에 해당된다.(10)

프랑스는 ‘바르칸’ 작전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옛 식민지배 국가는 지하디스트의 만행에 대항하고, 더 나아가 유럽 내 ‘이주 압박’에 맞서는 방패라는 이미지로 변신했다. 중견 국가 및 UN 상임이사국으로서 위상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군수 업계 역시 로비 활동을 통해 말리 파병을 부추겼다. 와하브주의 테러리즘 확산 위기는 국방 예산 유지 및 사하라 이남 주둔을 정당화했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 교육 및 장비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는데, 사헬 지역은 프랑스 무기를 실전에서 시험하고 성능을 자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미화된 테러 위협은 청년 징집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많은 청년들이 전투 참여, 새로운 모험, 해외 군사작전(OPEX)에 파견되는 군인들에게 지급하는 해외파병수당(ISSE)에 이끌려 파병 부대에 자원했다.

그러나 성전주의의 종합적인 위험만 강조한 나머지 사헬 지역에 활발히 나타나던 국지적 위기는 가려졌다. 테러리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이 지역 국가들이 붕괴되는 조짐으로 나타나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11) 프랑스 정부는 르드리앙 장관의 영향력 아래, 이 지역 정치 재앙의 근원을 찾기보다는 공공 안전 우선주의에 집중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국방부 장관(2012~2017)에서 곧바로 외무부 장관이 됐다.

이런 맹목성은 프랑스 지도층에도 널리 퍼져있다. 지난 4월, 프랑수아즈 뒤마, 세렌 모보르뉴(전진하는 공화국당), 나탈리 세르(공화당) 등 국회의원 세 명은 국회 보고서에서 프랑스 군사작전을 이렇게 평가했다. “해당 지역 국가들의 지배 체제 개선과 국가 발전을 위한 행동이라는 측면에서나, 안보 확립 측면에서나 프랑스 군사개입은 상대 국가들이 만장일치로 높이 평가한 작전이었다.” 이들은 거리낌 없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었다. “이제, ‘바르칸’ 없는 해결책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12)

아프리카식 해결책을 과소평가하는 이런 의견은, 사헬 지역에서 프랑스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는 옛 식민 강대국의 생각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제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바르칸’ 작전 종료 후, 프랑스는 자국 ‘세력권’ 내에서 행사하던 개입주의 패러다임을 되돌아 볼 수 있을까? 

 

 

글·마르크앙투안 페루즈 드몽클로 Marc-Antoine Pérouse de Montclos 
프랑스 개발연구소(IRD) 소장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아프리카 살쾡이(Serval)’라는 뜻으로, 말리의 이슬람 반군을 격퇴하기 위한 프랑스 군사작전(-역주) Philippe Leymarie, ‘L’armée française doit-elle quitter le Sahel ? 사공이 많은 사헬 지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2월호, 한국어판 2021년 4월호. 
(2) ‘G7 및 NATO 정상회의 사전 기자회견’, 엘리제궁, Paris, 2021년 6월 10일.
(3) Justine Brabant, Leïla Miñano, 『Mauvaise troupe. La dérive des jeunes. recrues de l’armée française 나쁜 군대. 프랑스 군대 신병들의 일탈』, Les Arènes, Paris, 2019, Sébastien Tencheni, 『Entre mes hommes et mes chefs. Journal d’un lieutenant au Mali 병사들 그리고 상관들 사이에서. 어떤 중위의 말리 파병 일기』, Éditions Lavauzelle, Limoges, 2017.
(4) ‘Sahel : dialogue possible avec certains groupes extrémistes, estime Antonio Guterres 안토니오 구테헤스, 사헬 지역 일부 극단주의 단체들과는 대화가 가능하다 평가’, Agence France-Presse, 2020년 10월 19일.
(5) Sam Mednick, ‘Burkina Faso’s secret peace talks and fragile jihadist ceasefire’, The New Humanitarian, 2021년 3월 11일, www.thenewhumanitarian.org
(6) Cf. ‘La fin de l’opération “Barkhane” vue du Niger 니제르가 본 ‘바르칸’ 작전 종료’, The Conversation, 2021년 6월 21일, https://theconversation.com
(7) Ferdaous Bouhlel, ‘(Ne pas) dialoguer avec les groupes “djihadistes” au Mali ? 말리 ‘지하디스트’ 단체들과 대화(하지 않기)?’, Fondation Berghof, 2020년 5월 7일, https://berghof-foundation.org
(8) Benjamin Roger,t Marwane Ben Yahmed, ‘Exclusif – Emmanuel Macron : “Entre la France et l’Afrique, ce doit être une histoire d’amour” [단독]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와 아프리카는 사랑 이야기로 끝나야.”’, Jeune Afrique, Paris, 2020년 11월 20일.
(9) Marina Henke, ‘Why did France intervene in Mali in 2013 ? Examining the role of Intervention Entrepreneurs’, Canadian Foreign Policy Journal, vol. 23, n° 3, Ottawa, 2017.
(10) Isabelle Lasserre, Thierry Oberlé, 『Notre guerre secrète au Mali. Les nouvelles menaces contre la France 말리, 우리의 비밀 전쟁. 프랑스를 겨누는 새로운 위협들』, Fayard, Paris, 2013.
(11) Rémi Carayol, ‘Au Mali, la guerre n’a rien réglé 국가 안보가 무너진 말리의 비극’,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한국어판 2018년 7월호.
(12) Françoise Dumas, Sereine Mauborgne, Nathalie Serre, ‘Rapport d’information sur l’opération “Barkhane” ‘바르칸’작전 정보 보고서’, n° 4089, 국회, Paris, 2021년 4월 14일.

 

 

베르나르 게타, <렉스프레스>, 2001년 11월 14일

 

“서구의 승리를 의심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9·11 테러사건 이후, 우리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강해진 반미감정이 테러리스트 집단과 찬동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고, 과거 아프간군이 소련과 싸워 이긴 것처럼 탈레반이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말이다. 논리적 맹점은 여기에 있었다. 이는 정치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추론이다. 아프간 독립군은 소련에 맞서 싸웠지만,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탈레반은 빈 라덴이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킨 광기 어린 살인 종파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