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교육 18세까지 확대시행?

가족의 희망, 그리고 세계가 직면한 도전에 응답하다

2021-08-31     장피에르 테라이 | 사회학자

20세기 전반부에 걸쳐 오름세를 타던 프랑스의 의무교육 연령은 1959년, 16세까지 확대됐다. 그 이후 16세라는 문턱은 그대로였다. 몇몇 정치·노조 단체들은 공교육의 진일보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젝트가 약속하는 교육 해방을 실현하려면 폭넓은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1947년, 랑주방-발롱 법안은 ‘18세까지 의무교육 시행’을 제안했지만 이내 무산됐다. 물리학자 폴 랑주뱅, 이어서 심리학자 앙리 발롱(두 인물 모두 프랑스공산당 당원이었음)이 회장을 역임했던 정부부처 위원회가 내놓은 프랑스 교육제도 개혁안은 이처럼 실효성을 갖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75년이 흘렀다. 드디어 때가 된 것일까? 1947년만 해도 너무 큰 야망처럼 보였던 ‘의무교육 연령 확대’는 이제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하다. 이미 청소년 열에 아홉은 성인이 된 후에도 학업을 이어간다. 과학기술 분야 역량 강화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류와도 맞아떨어진다. 학업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중학교 진학 연령대의 자녀를 둔 학부모의 90%는, 자녀가 20세까지는 교육을 계속 받기를 원한다. 계층과 무관한 열망이다.(1)

 

공교육 확대에도 학업성취도 하락

그런데도 정치·노조 단체 대다수는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2020년 9월부터 발효된 16~18세 의무교육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교육기간이 짧아지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학업을 중단한 후 사회의 관심 밖에 놓인 젊은이들에게 노동시장에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제안한다. 프랑스공산당(PCF), 노동총연맹(CGT), 단일노조연합(FSU), 단일민주연대(SUD) 같은 좌파전선 소속 단체만이 위와 같은 목표를 뚜렷이 표명했지만, 달성 방법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채다.

프랑스의 의무교육 연령은 1880년대 페리법에 의해 13세까지로 정해진 후, 1936년 인민전선 시기에 1년 더 연장됐다. 그리고 1959년, 드골장군 정권 하에 교육정책은 전환점을 맞았다. 장 베르투앵 장관 법령으로 의무교육 연령은 16세까지 확대됐다. 젊은 세대가 받는 공교육을 향상시켜 향후 프랑스의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이었다. 또한 서민층(제2교육)과 특권층(제1교육)으로 분리시행 했던 제3공화국 시절의 교육체계를 하나로 통합해 역사적인 진일보를 이뤄냈다. 1970년대 중반, 학생 대부분은 제2교육을 받았다. 공교육의 확대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학업기간이 길어지면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 1989년 사회학자 크리스티앙 보델로와 로제 에스타블레가 공동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의 학습능력은 이전 세대보다 우수하다.(2) 하지만 이것은 지난 시절 이야기다. 30여 년 전부터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평가점수를 계산한 결과, 2017년도 중학교 신입생의 평균점수는 1987년의 학생들보다 낮다. 프랑스어 과목에서 눈에 띄게 떨어진 철자법과 문법 점수는, 쓰기와 읽기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 현상은 서민층 학생에게서 두드러지만, 학업 성취도는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

국립 문맹퇴치본부에서 활동하는 운영진 일부는 더 나은 문맹 퇴치법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을 고등교육 단계로 밀어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200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교육부 장관들은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한다. “모두가 (제3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경제모델의 일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작은 일자리에도 아직 미래가 있습니다.”(4)

 

비숙련 노동자들의 교육에 비관적인 전문가들

취임한 교육부 장관마다 경전처럼 의지하던 OECD와 유럽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란 직업적 효용성 중심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엘리트 양성을 지향하며, 취업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곳이다. 학위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가치는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저 학위를 따기 위한 비합리적인 경쟁을 지양해야 하므로, 혹은 자격이 필요 없는 비숙련 노동직에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의무교육 연장의 가능성을 거부한다. 교육의 혜택을 충분히 누린 이들이 말이다.

일자리에 있어서 실질적인 자격 인정에 대한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청년 세대는 ‘교육 과다’ 상태가 맞는가? 현실은, 노동시장에서 생존하려면 고용주가 인정하는 대가보다 노동자가 더 많은 능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 아닌가?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정치·노조 단체들은 사라진 교원노조 단체인 국가교육연맹(FEN)을 계승한다.(5) 국가교육연맹은 의무교육을 18세로 확대하는 것에 늘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고, ‘본질적인 학교’라는 이름으로 16세까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어지는 교육을 중요시했다. 이 단체들은 16세 이후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청년에게 비숙련 일자리를 마련해주며, 일명 ‘지식의 초석’ 정책에 동조했다. 이는 중학교 졸업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소양을 정의하고, 바칼로레아까지 치를 수 없는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우파는 2005년 피용 법에서 원칙을 정립했다. 이어서 2012년, 16세 이후 교육의 가능성을 주장하던 올랑드 정부 시절 뱅상 페용 장관의 수정을 거쳤다. 그런데 정작 두 교육부 장관의 ‘초석’ 정책은 별로 차이가 없다.

의무교육을 18세까지 확대하는 일은 바람직한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학술적 지식은 신속하게 재생산되고 있다. 게다가 개인의 전반적인 자격 수준 상승은 우리 사회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인류의 생존에 이런 변화는 필수적이다. 개개인이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미래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 되면 전문가들의 특권을 흔들 수 있다. 또한, 플랫폼 노동을 만들어낸 정보 혁명에 맞서 알고리즘에 지배당하지 않고 노동의 중심을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의무교육 확대안은 반대의견에 부딪히고 있다.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CP)부터 존재한다. 이들에게 중학교는 의미 없고 견디기 힘든 곳이다. 학교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교육제도에 대한 개혁, 즉 교육기관의 구조와 교육내용, 그리고 전달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공교육 실패와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은 채 의무교육을 18세까지 확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다.(6)

평가-분류-진로 지도 3단계로 구성된 현 시스템은 학생들을 최고의 점수, 최고의 분반, 최고의 진로를 향한 경쟁으로 몰아넣는다. 경쟁의 승패는 사회적 자산에 달렸다. ‘상속자’들은 경쟁과정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주는 이점을 누릴 것이다. 높은 평가를 받는 학교, 숙련된 교사, 수준 높은 교육내용, 부모와 사교육의 도움 등이 그것이다. 교육격차는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그 이후부터 계속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경쟁을 없앤다고 공교육의 실패가 마법처럼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첫 번째 요건에 불과하다. 경쟁을 없앤다는 것은, 곧 경쟁의 기준인 점수를 없앤다는 의미다. 점수나 등급 없는 평가도 가능하다. 여러 갈래로 분화된 진로도 마찬가지다. 특히 실업계 고등학교는 여전히 제2군 취급을 받는 실정이다. 따라서 학교를 한 종류로 통합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일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18세가 되면, 공통적인 교양 수준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등한시할 경우, 18세까지의 의무교육은 16세까지의 의무교육보다 급진적이다. 청년 세대 전체가 대학교육에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바칼로레아를 취득한 일부만 대학에 진학한다.(7) 고등교육이 대중화되면 비숙련 노동에 종사할 인구는 대폭 감소할 것이다. 또한 자본축적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하는 두 축, 즉 조직을 관리하는 수뇌부 노동자와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실무 노동자라는 분류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전수할 것인가? 공통적인 교양을  정의하려면 폭넓은 숙고가 필요하다. 일단 확실한 원칙 몇 가지를 살펴보자. 교육내용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 18세가 됐을 때, 직업학교에서 단기 교육을 받든, 고등교육 기관에서 장기 교육을 받든, 어떤 경우에도 해당되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은 필수다. 오늘날 대다수 청년이 갖추지 못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

두 번째 원칙으로, 공교육은 반드시 지식 전수와 시민 양성을 동시에 목표로 삼아야 한다. 즉,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근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학교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모든 교과목에 해당하는 원칙이지만, 그중에서도 차이는 있다. 교육과정에서 철학 과목은 수업 내용을 조정함으로써 더 이른 나이에 시작할 수 있다.(8) 마찬가지로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 과목도 초등교육 과정부터 시작할 수 있다. 연구를 대하는 자세에 익숙해지면서 윤리교육에 비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 번째 원칙은 교육방식이다. 1970~80년대에 도입된 교육 지론은 학생들의 들쭉날쭉한 학습동기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직접적으로 지식을 가르쳐주는 접근방식을 피하고,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서 출발해 아이를 천천히 유도해가며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겪도록 했다. 이처럼 함축적이고 배려하는 접근방식을 취하던 유희적 교수법은 2015년 중등교육 개혁을 불러왔다. 학업성취가 뚜렷한 결과로 나오지 않자 재검토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로 지적 활동에서 겪는 어려움은 피하지 말고 맞서 극복해야 한다. 또한 모든 인간은 언어적 존재이며, 추상적 개념과 깊이 있는 사상을 이해할 역량이 있으며 논리적 사유가 가능한 존재다. 학습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교육자는 ‘사회·문화적 악조건’을 개탄하기보다 인간이 지닌 고유의 자원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생은 가정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능력을, 학교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9)

18세 의무교육 확대는 프랑스 교육제도 개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목표가 아니다. 최소한의 대가만으로 의무교육 확대를 적용하려 한다면, 1980년대 말부터 계속된 문제는 악화될 것이다. 의무교육 연장과 학습능력 저하가 결합된 형태로 말이다. 비용을 절약하려는 태도는 결국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만 늦출 뿐이다. 

 

 

글·장피에르 테라이 Jean-Pierre Terrail
사회학자, 교육 민주화 연구소(GRDS) 소속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Tristan Poullaouec, ‘Regrets d’école. Le report des aspirations scolaires dans les milieux populaires 학교의 후회. 서민층이 품는 공교육 확대에 대한 희망’, <Sociétés contemporaines>, n° 114, Paris, 2019.
(2) Christian Baudelot et Roger Establet, 『Le niveau monte. Réfutation d’une vieille idée concernant la prétendue décadence de nos écoles 학습수준의 상승. 학교의 쇄락을 주장하는 낡은 의견에 대한 반론 』, Seuil, coll. L’épreuve des faits, Paris, 1989.
(3) ‘La tolérance à l’ignorance dans l’institution scolaire 교육기관이 보이는 무지에 대한 관용’, <Groupe de recherche sur la démocratisation scolaire>, 2020년 5월 23일, www.democratisation-scolaire.fr
(4) ‘What future for our schools?’, <Education Policy Analysis 2001>, OCDE, Paris, 2001 ; ‘Investing in competencies for all’, 교육부 장관 회담 공식 성명, OECD, 2001년 4월.
(5) 1947년부터 사회당이 지배하던 국가교육연맹(FEN)은 2000년 전국자치노동조합(UNSA Éducation)이 됐다.
(6) 2008년부터 교육 민주화 연구소(GRDS)에서 시행된 연구자료에 기반한 관측치.
(7) Bac +5 학위 취득 비율 : 일반 바칼로레아 취득자 두 명 중 한 명, 기술 바칼로레아 취득자 열 명 중 한 명, 직업 바칼로레아 취득자 백 명 중 세 명. Cf. ‘Parcours dans l’enseignement supérieur : devenir des bacheliers 2008 고등교육에서 진로 탐색 : 2008년 바칼로레아 취득자 되기’, <Note d’information du SIES>, n° 6, ministère de l’enseignement supérieur, de la recherche et de l’innovation, Paris, 2018년 9월.
(8) Serge Cospérec, Frédéric Le Plaine, ‘Introuvable démocratisation de la philosophie 철학수업은 시간 낭비일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9년 9월호. 
(9) Jean-Pierre Terrail, 『Pédagogies de l’exigence. Récits de pratiques enseignantes en milieux populaires 교육학의 필요성. 서민층 교수법 실제』, La Dispute, Pari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