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대한 프랑스의 증오

페이스북·구글의 ‘민감한’ 콘텐츠 삭제를 초래한 억압의 무기

2021-08-31     뱅상 시제르 | 파리 낭테르 대학교 전임 강사

‘신성모독’. 죄목은 존재했지만 실제 처벌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수십 년 동안 일부 의원은 이 특이한 죄목을 프랑스의 법질서 안에 둬야 한다고 정부에 주기적으로 호소했다. 실제로 알자스-모젤에서는 “모욕적인 언사로 신을 공개적으로 모독하며 소동을 일으킨 자”를 신성모독죄로 처벌했다.(1) 그러나 2017년 1월 27일 법률에 따라 신성모독죄가 폐지되기 전까지 정부는 언제나 같은 반응으로 일관했다. 신성모독죄가 세간의 관심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때까지 이 문제를 회피하기만 한 것이다. 사실 1918년 이후로 이 조항에 따라 실제 기소된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이 조항을 삭제하기까지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2015년, ‘신성모독죄’로 징역형을 받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공적 발언은 무조건 억압하려 드는 프랑스 정부의 성향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성향은 역사가 길지만,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강화됐다. 1990년 이후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추축국들이 저지른 반인권 범죄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에 대해 최대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몇 안 되는 유럽 국가 중 하나다. 반면 대부분의 이웃국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이를 허용한다. 다만 프랑스에서 이 죄목은 오랫동안 상징적으로만 남아있었고, 기소된 사람이 실제로 처벌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2015년 해방 이후 이 죄목으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테러방지법이 계속해서 강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1986년에 제정된 테러옹호범죄 처벌법은 2014년 11월 13일 법률로서 한층 더 강화됐다. 이제 테러 행위나 그 주동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최대 7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처벌 수위를 높인 이유는 신속 절차에 따라 용의자를 즉시 출두시키고 곧바로 처벌을 결정하기 위해, 즉 ‘날림 처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였다.(2)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던 테러 사건(2015년 샤를리 엡도 테러와 바타클랑 극장 테러, 2016년 니스 테러)과 관련해서는,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범죄자 개인이나 그룹을 지지했거나 또는 그들에게 단순히 공감을 표했다는 이유로 무려 385명이 수개월에서 최고 3년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3)

그런 발언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반인권 범죄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칭 역사학자들의 주장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편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징역형을 받는 것이, 하물며 사기, 폭력, 심지어 성폭력보다도 더 강한 처벌을 받는 것이 타당한가? 최근 의회가 즉시 출두해야 하는 대상을 국가의 근본적인 이익을 저해한 범죄를 옹호한 자와 외국인 혐오증을 드러낸 자로까지 확장한 만큼, 한 번 고민해 볼 만한 문제다. 

우리는 ‘국가의 원칙 준수 강화’를 위한 법률 제20조에 따른 이 개혁의 잠재적인 억압성을 우려한다. 수십 명에서 수만 명까지 이런 말을 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고, 수감될 수 있다. 이 변화가 문제적인 이유는, 테러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증오를 부추긴다는 개념도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을 반유태주의와 동일시하고, 테러범죄의 모든 분석 형태를 테러 옹호 행위로 몰아가는 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그 누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프랑스는 인권국가인가?

‘프랑스는 인권국가’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 이런 전개는 상상 밖의 일일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회 및 정치 기관이, 자유주의 전통과 공화주의 전통뿐만 아니라 보나파르티슴이 물려준 권위주의 전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4) 이 전통은 표현의 자유, 특히 ‘공공장소 또는 모임에서의 선동적인 발언’을 좋아하지 않고, 결국 오늘날 법률로까지 금지하기에 이르렀다.(5)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존중 수준이 다른 서구권 국가들 대부분과 비교해 왜 이렇게 현저히 낮은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미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들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는 달리,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스위스의 기본법에는 의견 제시 및 정보 제공의 자유, 언론의 자유, 예술의 자유, 과학의 자유, 언어의 자유가 포함된다. 스위스의 헌법재판소가 ‘인간과 시민의 권리의 선포’에 따라 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1971년 7월 16일 결정을 발표한 뒤부터 표현의 자유가 헌법적 가치를 얻게 됐다. 

사실 헌법재판소는 오늘날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가장 애쓰는 주체로, 입법부와 주기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2017년에 헌법재판소는 테러와 관련됐다고 추정되는 사이트에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행위를 규제하라는 요청을 두 번이나 받았다. 이를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한 헌법재판소의 첫 번째 결정에 불복한 의회가 다시 한번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 행사는 “민주주의의 조건이자 다른 권리와 자유에 대한 보증인 만큼 더욱 소중하다”고 재차 강조했다.(6)

그런데 2020년에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상의 증오 콘텐츠를 막기 위한” 법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7) 증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의 배포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사이트와 디지털 네트워크의 운영자들에게 증오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형사상 처벌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증오와 차별을 옹호하거나, 테러를 조장하거나, 소아성애적 이미지를 배포하는 콘텐츠는 1시간 내에 삭제돼야 했다. 그러나 이 법적 조치의 실행 여부에는 강제력이 없어서, 결국에는 페이스북과 구글 등의 사기업에 제재의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 됐다. ‘증오 콘텐츠’의 개념과 테러 옹호 개념의 부정확하고 광의적인 특성과, 법률이 정한 극단적으로 짧은 기한 때문에, 이 사기업들은 형사상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신고된 모든 콘텐츠를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프랑스 정부의 입장은 유럽인권재판소가 요구하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 이제는 표준이 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글을 보자. “표현의 자유는 호의를 가지고 수집된 정보와 생각, 무해하고 평범하다고 인식되는 정보와 생각은 물론, 정부를 거스르고 충격에 빠뜨리며 우려하게 하거나 대중을 분열시키는 정보와 생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원주의, 관용, 개방 정신에도 표현의 자유가 뒷받침돼야 하며, 그것 없이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다.”(8) 

유럽인권재판소도 표현의 자유에 어느 정도의 제한은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프랑스의 일부 과도한 제재는 주기적인 규탄 대상이 된다. 

 

테러를 옹호하는 발언도 범죄

이스라엘에서 생산된 상품의 보이콧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에 대한 형사상 제재가 그 예다.(9) 같은 이유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프랑스 정부의 의견은 유럽연합법과도 종종 마찰을 일으킨다. 2017년 3월 15일 지침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은 테러범죄의 미화행위를 기소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한 건 이상의 테러범죄를 일으킬 만한 위험’이 있는 경우만 해당된다.(10) 그런데 프랑스 법은 이런 전제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파기원은 그 어떤 범죄도 조장하지 않는 테러 옹호 발언까지도 범죄로 규정하기 때문이다.(11)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한 상황에만 적용돼야 하고 또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여서가 아니다. 지나친 억압이 오히려 억압하려는 발언과 행위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막기 위해서다. 그저 외국인을 혐오하거나 나치를 부정하는 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잠깐 발언을 하는 것에서 끝날 문제를 과도하게 억압하면, 역설적으로 금지된 발언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금지된 것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청년층이 위험할 수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발언과 행위의 ‘극단화’가 초래될 가능성이다. 토론으로 진실을 밝히고 상대를 설득하는 것보다, 난폭한 힘의 논리로 상대의 입을 닫게 만드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테러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최대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면, 출소 후 테러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처벌 위주의 접근법은 우리 시대에 진정 필요한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축소한다. 또한 공적 발언에 대한 처벌이 언행의 극단화로 이어지고, 그 다음 억압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공공장소에서 모욕적이고, 외국인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발언이 증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원에 권한을 줌으로써 명예훼손, 증오성 발언, 폭력 조장에 대해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특별한 민사소송 절차를 마련할 수도 있다.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기 위해, 과도한 처벌이 필요치 않다. 관련 피해자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이 법원에 제소해, 상대방의 반론보도청구권을 금지하거나, 피해자의 피해액을 보상하기 위해 명예훼손죄를 저지른 자에게 벌금형을 구형하는 방법 정도면 충분하다. 공개 토론 문화의 붕괴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의 결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영원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글·뱅상 시제르 Vincent Sizaire
파리 낭테르 대학교 전임 강사, 저서로 『Etre en sûreté, Comprendre ses droits pour être mieux protégé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 더 잘 보호받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는 것』, La Dispute, Paris, 2020가 있다.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알자스-모젤 형법전 제166조
(2) 형사소송법전 제397-4조
(3) ‘Des mesures disproportionnées 과도한 조치’, 국제사면위원회, 2017년 1월.
(4) Vincent Sizaire, 『Sortir de l’imposture sécuritaire 공공 안전에 대한 위선에서 벗어나기』, La Dispute, Paris, 2016.
(5) 표현의 자유에 관한 1881년 7월 29일 법률 제24조
(6) 제2017-682호 결정 QPC, 헌법재판소, Paris, 2017년 12월 15일.
(7) 제2020-801호 결정 DC, 헌법재판소, 2020년 6월 18일.
(8) Handyside 사건, 영국, 제5493/72호 탄원서, 제49문단, 유럽인권재판소, Strasbourg, 1976년 12월 7일.
(9) Baldassi 및 기타 사건, 프랑스, 제15271/16호 탄원서, 유럽인권재판소, 2020년 6월 11일.
(10) 유럽의회 및 유럽연합이사회의 제2017/541호 지침 제5조, Bruxelles, 2017년 3월 15일.
(11) 파기원, 형사부, 제16-83.331호 상고, 2017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