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법에 맞서는 광고업계의 로비

2021-08-31     마리 베닐드 | 기자

2020년 11월 27일, 공영방송 <FRANCE TV>에서는 ‘광고 삼부회’(1)라는 독특한 제목의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프랑스 글로벌 광고 그룹 하바스 월드와이드의 메르세데스 에라 대표이사, 아코르 호텔 그룹의 프랑크 제르베 부대표, 글로벌 5대 광고 대행사 퓌블리시스 미디어의 고티에 피케 대표 등 광고업계의 저명한 고위 인사들이 시사 토크쇼 ‘쎄 아 부(C à Vous)’의 스튜디오에 모였다.

프로그램은 ‘쎄 아 부’가 방영되는 <France 5> 채널이 아닌, 출연자들의 기업 홈페이지에서 방송됐다. <France 2>의 마리 드뤼케르가 사회를 맡고, <FRANCE TV>의 마케팅·홍보 담당 국장이자 <FRANCE TV>의 광고 대행사 ‘FRANCE TV 퓌블리시테’의 대표인 마리안 시프루디 역시 토론에 참여했다. 출연자들은 바르바라 퐁필리 생태전환부 장관이 마련한 한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기후시민협의회(CCC)가 제출했던 149개 온실가스 감축 방안 전체 또는 일부가 이 법안에 담길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146개 방안은 2020년 6월 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약속했던 대로, “국회와 정부 또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돼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2월 7일, 퐁필리 장관은 <Europe 1> 방송을 통해, 이 가운데 ‘대략 40%’ 이상의 조치들만 법안에 적용될 것이라 밝혔다. 기차표 구입 시 부가세를 할인해 주고, 1.4t 이상 차량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기업들의 이익 배당금 4%를 생태 전환 지원금으로 사용하는 등의 조치는 법안에서 제외됐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제품들에 대한 광고 규제 조치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컨설팅 및 매체 구매 기업 연합(Udecam)’이 2020년 10월 개최한 연례 회담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입법부에 강력한 압박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2) 회담에 참여했던 마티외 오르플랭 ‘생태·민주주의·연대(EDS)’당 대표는, 2022년부터 10년 동안 “환경오염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제품들에 대한 광고를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오르플랭은 “광고 제한 조치 대상으로 먼저 대형 지프차, 대형 SUV를 생각했었다. 국회에서도 해당 사안에 대해 토론이 이뤄지길 바랐지만, 이런 조치를 저지하려는 로비가 벌어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말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오르플랭의 말을 뒷받침하듯, 오르플랭의 의견에 반대하는 다른 참석자들은 아주 능숙한 주장을 폈다. 대표적인 광고게재 공간 구매 대행사 ‘덴쓰 이지스 네트워크 프랑스’의 피에르 칼마르 대표는 “북한에서처럼 모든 것을 금지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미 매우 불안정한 미디어를 더욱 빈곤하게 만들 것이다. 미디어는 빈곤층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칼마르는 아마도 현재 합병을 계획 중인 M6그룹과 TF1의 EBITDA(이자, 세금, 감각상각비 차감 전 영업 이익-역주)(4억 6,000만 유로)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3)

 

광고 대행사 ‘알트만+파크로’의 올리비에 알트만 대표도 동일한 의견을 내세웠다. “제재를 통한 환경 보호는 사회적 긴장감을 높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구매와 생각, 소비를 금지하는 것보다 세제 혜택을 주며 전기 자동차 구매를 장려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건강 정보 사이트 ‘독티시모’를 창업한 트랜스휴머니스트(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역주) 수필가 로랑 알렉상드르도 Udecam 회담에서 현시대의 문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시장경제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그들은 구소련 시대의 생각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제안하는 것은 대중의 소비가 없는 비인간적인 잿빛 세상이다. 광고 다음으로는 영화와 책을 금지하자고 할 것이다. 영화와 책도 환경친화적인 것은 아니니 말이다. 광고에 증감논리를 적용하면 안 된다.”

약 두 달 뒤, 기후·회복 법안을 발의한 오로르 베르제 의원은 ‘광고 삼부회’에서, 광고가 가진 “경제적인 힘과 교훈적 영향력 그리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광고주에 대한 의존성이 보장하는 광고의 대담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베르제는 이렇게 말했다. “광고가 미치는 영향 때문에 특정 광고들을 금지하자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모든 프랑스인이 미디어의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칼마르는 “광고는 훌륭한 생태 전환 도구”이며, 환경오염이나 과도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6월 17일, 옴니컴 미디어 그룹의 에마뉘엘 수앵 사장은 <Canal+>그룹의 광고 대행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고백을 했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광고는 결코 탄소를 저장하지 않고 계속 배출할 것이다. 광고업계가 친환경 운동을 찬양할 일도 없을 것이다.” 수앵은 “광고산업이 탄소 미배출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매우 경솔하고 피상적인 고백이었다. 결국  <Canal+>는 영상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목표와 과다한 광고 노출은 양립할 수 없다”라는 것이 CCC의 결론이다. 2021년 7월 최종 표결에 부쳐진 해당 법안의 제정 이유서는, “광고업계에 대한 규제를 통해 소비 조장 효과를 조절하고,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화석에너지 관련 제품 광고를 금지함으로써, 프랑스인들이 광고에 노출되는 것을 억제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보면, 여전히 환경오염 유발 제품들에 대한 홍보가 허용된 상태다. 물론 상원에서는 1km당 95g 이상의 CO2를 배출하는 자동차의 홍보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해당 법의 시행은 2028년부터다. 따라서 크루즈 회사나 항공사들은 홍보를 계속할 수 있다.(4) 석유회사들도 ‘그린’ 에너지만 내세우면 자사 주유소를 광고할 수 있다. 상점 진열창의 디지털 스크린도 금지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아야 설치 가능하다.

한편, 프랑스 자동차 시장 수요 중 38%, 신문·잡지 전체 자동차 광고 중 63%를 차지하고, 세계자연기금(WWF)이 꼽은 전 세계 온실가스 증가의 두 번째 주범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경우, 중량 1,8t 차량까지는 보험료 할증이 면제된다. SUV는 온갖 ‘그린 워시’(환경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이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 이미지로 포장하는 행위-역주) 전략들을 통해 앞으로도 오랜 시간 TV 화면이나 신문·잡지에 모습을 보일 것이다. 연료 소비가 많은 차량은 전기-가솔린 이중 엔진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를 방패막이로 삼으면 된다.

결국, 광고업계의 로비가 승리를 거둔 셈이다. 광고업계는 엄청난 수치들을 들먹이며 미디어를 움직였다. 앙투안 간 전국 TV광고 노조 대표는 CCC의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디어의 광고수입이 20~30% 급감할 것이며, 이 중 TV 광고 수입이 10억 유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 TV광고 수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로 인해 이미 15% 감소한 바 있다.(5)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의 분석에 의하면, 프랑스 내 도심용 소형 차량 모델들에 대한 광고비 지출은 12억 유로, SUV 차량의 광고비 지출은 18억 유로였다. 

정부는 방송국과 신문사의 심기를 건드릴까 하는 걱정에, ‘모범 헌장’과 ‘광고 대행사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청각 최고위원회의 권한 하에 광고주들과 일종의 ‘기후 협정’을 맺은 것이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류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상업적 홍보’를 줄이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업계의 자발적 참여 약속이 지켜지지 않더라도 확실한 통제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통제를 목표로 삼았던 수정안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적했다.(6) 회계감사법원과 공공보건청에서는 ‘정크 푸드’ 퇴출을 위해 이미 시행 중인 비슷한 종류의 ‘협정들’의 효과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월 1일, 국참사원(공공 행정에 관련되는 사안에 대한 프랑스의 최고 재판소-역주)은 이런 식의 규제로는 온실가스를 40% 줄이자는 파리 협약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푸른 바다로 눈을 돌리며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를 이용한 현수막 광고가 금지되어 더 이상 방해받지 않고 해변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는 기후법에 확실하게 적용된 유일한 조치다. 

 

 

글·마리 베닐드 Marie Bénilde 
기자. 저서로 『On achète bien les cerveaux. La publicité et les médias 뇌의 시간을 사다. 광고와 미디어』, (Raisons d’Agir, Paris, 2007)가 있다.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삼부회(États généraux); 성직자, 귀족, 평민 출신 의원으로 구성된 프랑스의 신분제 의회. 1302년 설립돼 절대 왕정의 확립에 따라 1614년 폐쇄됐다. 현재는 ‘어떤 문제에 대한 공동의 해결책’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역주)
(2) ‘Les rencontres de l’Udecam, Udecam 회담’, Altmann + Pacreau, Facebook Watch, 2020년 10월 7일.
(3) Serge Halimi, ‘La publicité, c’est la liberté 광고는 자유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97년 6월호.
(4) 2시간 반 이내의 기차 여행으로 대체될 수 있는 국내선 광고만 2022년에 금지될 예정이다. 
(5) TF1과 M6그룹의 2020년 광고 수입은 각각 10.2%와 11.5% 감소했다. 
(6) ‘Loi climat : le rendez-vous manqué du quinquennat Macron 기후 법안: 취임 5년차 마크롱 대통령의 어긋난 약속’, <그린피스>, 2021년 4월 17일, www.greenpeac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