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와 이집트, 통제 속 민영화 가능할까

2011-10-10     아크람 벨카이드

정국이 쉽사리 안정되지 않는 튀니지와 이집트는 경제문제도 풀어가야 한다. 마피아식 수익 구조가 몰락하면서 개인의 에너지와 주도권이 해방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새 정권이 재정 수단을 확보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면서 더 평등한 발전을 보장해야만 그 결실을 거둘 수 있다. 튀니지 중앙은행과 이집트 경제부가 발표한 최근 평가에 따르면, 튀니지와 이집트가 자국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교통·에너지·테크놀로지 인프라 등의 투자 계획에 따라 지역 전체를 개발하려면 향후 5년간 200억~30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한다. 이런 중대한 문제점을 의식한 튀니지와 유럽, 아랍 인사들(1)은 ‘민주주의에 투자, 튀니지에 투자’라는 슬로건 아래 집결해 서구 세계에 튀니지 재정 원조를 호소하는 ‘200인 선언’을 발표했다. 

턱없이 취약한 인프라와 재정

미국과 유럽연합은 국고가 비어 있는 상태이고, 공공부채 위기 때문에 인심을 후하게 쓸 수 없다는 점을 단호한 방식으로 표명했다. 지난 5월 26~27일 이틀간 도빌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회담에서, 가장 부유한 선진 8개국이 2년에 걸쳐 이집트와 튀니지에 200억 달러(약 14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지원금은 대부분 혁명 발발 이전 이미 계획된 차관이다. 아랍 국가들은 험난한 민주화의 길에 들어선 이웃 국가를 도우려 들지 않는다. 15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 예산을 보유한 알제리는 고작 몇천만 달러를 튀니지에 배당했을 뿐이다. ‘새 발의 피’다. 1995년부터 유럽연합 서류함 속에 잠들어 있던 지중해은행 설립 계획은 지난 5월 최종적으로 폐기됐다. 지금부터 2013년까지 총 6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유럽투자은행(BEI)과 유럽부흥개발은행(BERD)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과 함께 주 차관 기관이 될 것이다.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는 남지중해 국가들에는 ‘그들의’ 부흥개발은행이 들어서지 못할 것이다. 

진정한 마셜플랜(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진행한 유럽 부흥 원조 계획)의 개시를 기대한 튀니지와 이집트는 실망이 크다. 이런 지원 계획은 이라크전 두 달 전쟁 비용 또는 1991년 독일 통일에 든 비용의 3%에 불과하다는 점을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2)했기에 실망은 더욱 크다. 

두 국가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시련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IMF와 IBRD는 이집트와 튀니지가 유수의 다국적기업에 개발 지원을 요청해서라도 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독려한다. 국제 금융기관과 이미 지중해 남부에 진출해 있으면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기 원하는 서구 다국적기업이 보기에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옵션이야말로 기적적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PPP 원칙’은 무엇인가? 민간기업이 자금을 부담해 시설을 지은 뒤 일정 기간 국가나 지자체를 위해 공공서비스(수자원·에너지·보건 등)를 경영하는 것이다. 즉,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한시적 민영화인 셈이다. 국제 금융기관은 특유의 냉소주의와 함께 얼마 전까지 독재정권에 요구한 것들을 신생 민주주의에 요구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IMF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과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에게 더 많은 경제개혁을 요구해왔다. 그중에는 통화 호환성, 사업환경 개선(이는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더 많은 편의 제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가의 경제 개입 축소, 서비스 자유화 등이 포함돼 있다. 실패한 독재자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지지 자체를 문제 삼지 않았지만, 지나친 개방에는 신경을 써왔다. 과도한 개방이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될 미래의 정부는 경제 개방 요구에 무릎을 꿇을 것인가? PPP는 과연 진정한 해결책인가?

제 코가 석자, 팔짱 낀 서구

지중해 남쪽에서 공공-민간 협력은 기업과 국제기구들의 인프라 지원을 위한 불가피한 도구로 여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결과와 영향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가 설명한 대로, “공공-민간 협력에 점점 더 자주 기대는 것은 아직까지 그 경제적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이 일간지는 엑스마르세유대학 법학 교수인 프랑수아 리셰르 교수의 말을 인용해 “금융위기는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자금의 90%를 파이낸싱에 의존하는 프로젝트 회사에 의해 초래된다. 유리한 금융 환경에서 기능하기 위한 수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3)

이런 지적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금융-은행’ 분야와 관계 있다. PPP는 저금리와 은행의 건전한 경영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두 조건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충족되기 힘들다. 수많은 금융기관에서 문제가 있는 채권들을 연장하고, 복합적인 자금 운용을 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4) 두 번째는 공공사업자의 이해관계와 납세자의 이해관계가 존중되고, 민간 파트너가 그 임무를 잘 수행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공공사업자의 역량과 관계 있다. 이것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밖의 다른 공공분야 당사자들이 PPP를 평가하고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경우, 생수 관련 분야에서 지자체들은 추가 경비를 부담하지 않고 민간 사업자들이 계약 사항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감시감독한다.(5) PPP는 강력한 국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국가, 견고한 법률적 틀을 완성하고 파트너가 관련 법규를 잘 준수하는지 검증할 능력이 있는 국가를 요구한다. 따라서 미래의 튀니지와 이집트 행정부가 그럴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시적 민영화, 문제는 관리 능력

고삐 풀린 자유주의도 아니고, 옛 계획경제의 귀환도 아닌 경제적 옵션이 존재할까? 만일 존재한다면, 그 옵션은 종교적 정당에선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집트 경제학자 사미르 아민의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언급에서 볼 수 있듯이, 이슬람주의는 자유주의와 중상주의 견해에 동조하고, 흔히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사회적 문제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무슬림형제단은 시장에 기반을 두면서 완전히 외부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에 경도돼 있다. 그들은 매판 부르주아지(6)의 일원이다. 게다가 노동자계급의 대형 파업과 농민의 토지소유권 투쟁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특히 최근 10년간). 무슬림형제단은 어떤 형태의 경제·사회적 프로그램도 공식화하기를 거부해왔고(실제로 그들은 반동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문제 삼지 않는다), 전세계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사실상 수용한다는 점에서 ‘중도적’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민주주의 증명서’를 수여한 미국에 무슬림형제단은 유용한 동맹이다(형제단의 후견인이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훌륭한 미국의 동맹이 또 있는가?)”(7)

이슬람 단체들의 구호활동이 흔히 언급되지만, 그들이 경직된 질서를 옹호하고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을 발안하거나 제도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실을 망각하는 일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이슬람주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조장하고, 세금을 통한 모든 종류의 재분배 정책에 반대한다. 이슬람의 5가지 의무 가운데 하나인 자카트- ‘경건’의 징표로 희사(喜捨)하는 것으로, 코란에 명기되어 있다- 를 제외한 모든 세금은 이슬람에서 반종교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이 탈세계화 운동에 가까이 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탈세계화 운동을 새로운 공산주의의 발현으로 간주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이슬람주의자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지 않는 한, 실권을 잡고 있는 이슬람 정당들이 경제정책에서 획기적 혁명을 이끌어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포스트 소비에트와 다른 길 가야

튀니지와 이집트는 옛 소련권 국가들이 베를린장벽 붕괴 후 시행하지 못한, 유명한 ‘제3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 민중혁명이 이집트와 튀니지의 사회적 연대에 문제를 제기하는 정복 자본주의의 온상이 되지 않게 막아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보장과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는 경제정책의 시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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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주요 저서로 <오늘날 아랍인이라는 것>(Etre arabe aujourd‘hui·Carnets Nord·파리·2011) 등이 있다.

번역 / 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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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르주 콤, 장마리 슈발리에, 다니엘 코엔, 엘 무후브 무후드 등의 경제학자와 에르베 드 샤레트 전 외무장관, 위베르 베드린, 엘리자베스 기구, 드니 막샨 의원 등을 들 수 있다.
(2) ‘튀니지 민주화를 지지하기 위한 경제플랜’, <르몽드>, 2011년 5월 18일.
(3) 카트린 사바, ‘공공-민간 파트너십, 경제부양의 나쁜 방법’, <레제코>, 2010년 4월 15일.   
(4) 남지중해 금융 분야에 관해서는 기욤 알메라·압데라만 하즈나세르, ‘유럽-지중해 금융권’의 각주 참조. Les Notes Ipemed, 2009년 10월, www.ipemed.coop.  
(5) 마크 레메, <물 자료: 기근, 오염, 부패>, Le Seuil, 파리, 2003. 
(6) ‘매판 부르주아지’는 외국과의 교역, 특히 수출입을 통해 소득을 얻는 계층을 말한다.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많은 아랍 국가에서는 단지 수입을 통해 소득을 얻기도 한다. 이 경제계층이 끼치는 영향은 수입과 경쟁할 수 있는 내부 경제활동의 발전과 창출을 방해할 정도다. 
(7) 사미르 아민, ‘2011년, 아랍의 봄? 이집트에 관한 고찰’, 2011년 5월 24일, www.europe-solidair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