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파괴하는 디지털

2021-09-30     기욤 피트롱 l 기자

그동안 디지털 산업에 대해서는 ‘탈물질 산업’, ‘청정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인식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기후 온난화 퇴치 정책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었다. 여러 국가에서 수행한 조사 결과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엄청난 환경 비용을 치르고 있다.

 

기후 위기에 직면해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세미 트레일러 제조사, 유럽집행위원회, 컨설팅회사 맥킨지, 조 바이든, 시진핑, 영국 자유주의자, 독일 녹색당이 공동의 신념하에 결집해 ‘신성동맹’을 맺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온라인 세상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프랑스 싱크탱크 ‘더 쉬프트 프로젝트(The Shift Project)’는 “디지털 의존도를 높이지 않으면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지경”이라며 우려했다.(1) 

 

‘디지털은 친환경적’이라는 가짜 복음

새로운 시대의 복음은 CCTV와 자율주행전기자동차로 가득 찬 스마트 도시로 구원을 받으라 하고 열정적인 ‘전도사’들이 이 디지털에 대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뤼셀에 있는 ITC 협회 GeSI(Global e-Sustainability Initiative)는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보다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가 10배에 달한다’고 주장한다.(2)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여기에서 인용하고 있는 이 수치는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기업이나 대변인이 홍보하는 ‘그린 마케팅’ 이외에 디지털 기기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진짜 영향은 무엇인가? 과연 디지털 통신망이 ‘녹색 전환’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10여 개 국가에서 진행한 조사결과 부정적이다. 디지털 오염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며 다른 어떤 오염보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IT 엔지니어 프랑스와 베르토는 “디지털 오염의 정도를 수치로 확인했을 때 믿을 수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먼저 인터넷 접속 기기인 수십억 개 태블릿,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인터페이스 기기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그리고 자원과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인프라 안에서 매 순간 전송, 보관, 처리하는 데이터를 생산하면서 또 환경을 훼손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들을 활용해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데 이 콘텐츠에 접속하려면 더 많은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그린피스는 Gmail의 이메일, WhatsApp의 메시지, Facebook의 이모티콘, TikTok의 영상, 또는 Snapchat의 고양이 사진 보내기 등 사소한 일을 위해 역사상 최대 인프라를 건립했다고 비난했다.(3) 결국 인터넷 접속을 위한 인터페이스 기기를 사용하고 데이터를 생산하면서 오염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디지털 기업이 규제기관보다 강력하다”

이미 많은 수치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다. 디지털 산업이 소비한 엄청난 양의 물, 에너지, 원자재로 인해, 이 산업의 생태 발자국 수치는 한 나라 생태 발자국의 3배에 달한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은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의 10%를 소비하며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의 4%를 차지한다. 이는 전 세계 민간 항공 분야 배출량의 2배에 달한다.(4) Skype와 디지털 윤리를 위한 활동을 하는 생명미래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의 창립자 잔 탈린은 “디지털 기업이 규제기관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경고했다.(5)  

독일 베스트팔렌에 위치한 부퍼탈 연구소 소속 연구원 옌스 퇴블러는 수년 전 이 연구소의 학회에 참석했다가, 한 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 남자가 한 손에는 결혼반지를 끼고, 이 결혼으로 인해 발생한 생태 발자국 크기만 한 거대한 배낭을 힘겹게 이고 있는 그림이다. 이후 1990년대에 옌스 퇴블러를 비롯한 연구진들이 우리의 소비가 자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에 필요한 자원의 양을 서비스 단위당 재료 인풋(MIPS, Material input per service unit)으로 산출하는 방법을 발표했다.(6)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기준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그런데 이 기준은 화학제품 폐기 때문에 발생하는 수질 오염과 같은 다른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반면 MIPS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초점을 맞춘다. 즉 무엇이 배출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투입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MIPS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사용-재활용할 때 소요되는 모든 자원을 추산한다. 이 자원의 범위는 매우 포괄적으로 재생자원(식물) 고갈자원(광물), 농업활동 시 발생하는 토사 이동, 수자원, 화학제품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일례로 티셔츠를 들어보자. 인도 공장에서 티셔츠를 생산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석탄 연료를 사용하고, 또 이 석탄을 채굴하려면 소나무를 베어야 한다. MIPS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투입되는 모든 재료를 고려한다. 

 

‘물질 발자국’을 폭증시키는 ‘탈물질’ 산업

이 방법을 사용하면 우리가 하는 모든 소비 활동을 ‘생태적 배낭(Ecological Backpack)’지수로 산출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옌스 퇴블러는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친 데이터를 사용해서 MIPS를 계산하지만 데이터의 정확도는 다소 미흡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솔직한 발언을 염두에 두어도 MIPS결과는 놀라울 따름이다. 예를 들어 금이 겨우 몇 그램 들어 있는 반지의 MIPS는 무려 3톤이다. 그리고 서비스나 소비 활동의 MIPS도 측정할 수 있는데 자동차 1km 주행은 자원 1kg, TV 1시간 시청은 자원 2kg을 투입해야 한다. 전화통화 1분은 0.207kg, 문자메시지는 0.632kg의 자원을 소비한다. 물론 MIPS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들도 있다. 그 중 철근은 생산할 때 투입하는 총 자원의 중량이 완제품 무게의 ‘기껏’ 10배다.

기술을 적용할 때마다 MIPS는 대폭 상승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MIPS는 상당히 높은데 채굴이 어려운 희소금속을 비롯한 금속자원을 대량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kg 무게의 컴퓨터 1대는 화학제품 22kg, 연료 240kg, 수자원 1.5톤을 소비한다.(7) TV 한 대의 MIPS는 200~1000:1, 스마트폰 한 대의 MIPS는 ‘무려’ 1,200:1이다(무게가 150g인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자재 180kg를 사용하는 셈). 그러면, 전자 칩의 MIPS는 얼마나 될까? 2g짜리 회로를 생산하는데 투입하는 원자재 무게가 32kg으로, 투입재료와 완제품 간 비가 ‘지극히 놀랍게도’ 16,000:1에 달한다! 

옌스 퇴블러는 사람들이 소비재를 구매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상점에서 멀리 떨어진 생산공정의 시작점에서 원자재를 가장 많이 공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최종 완제품 소비에 필요한 원자재량을 나타내는 ‘물질 발자국(Material Footprint)’을 폭증시킨다. ‘탈 물질성’ 기술이 수십만 대의 서버, 안테나, 라우터, Wifi 단말기를 작동시키면서 엄청난 자원을 소비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광대한 ‘물질성’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콘크리트와 강철로 쌓아올린 이 서버 창고는 디지털 세상에서 쏟아지는 정보량에 맞춰 급증한다. 우리가 매일 생산하는 정보량은 5조 바이트에 육박한다. 이 양은 IT 도입 초창기부터 2003년까지 생산한 총 데이터량과 같고 블루레이 디스크 백만 개 메모리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이며 이 디스크를 모두 쌓아올리면, 에펠탑 높이의 4배 이상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곧 5G와 접목한 인터넷 기기 수백억 개가 생산할 데이터량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소속 변호사 모함매드 타자르는 전동킥보드 사용자들 중 대여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사용자는 킥보드를 타기 전 어플리케이션에 계정을 만들면서 자신의 이름, 주소, 우편번호, 전화번호, 은행계좌, 지불 내역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킥보드를 사용하는 동안에도 업체는 킥보드에 부착한 센서와 사용자가 핸드폰으로 전송하는 데이터를 이용해서 사용자 이동경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미국 공유킥보드 업체 버드(Bird)는 이미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여러 회사에서 개인정보를 받아 수집하고 심지어 신용평가회사에서 사용자의 신용등급까지 조회한다. 라임(Lime)은 사용자가 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때마다 조사, 영업 및 기타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일부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타자르는 이런 약관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모호하게’ 표기돼 있다고 비난한다.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업체가 ‘금값’으로 구매하는 개인정보들은 데이터센터, 즉 클라우드로 직행한다.

 

데이터는 전력을, 전력은 석탄을 소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자동 수집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시티’들이 중국에서 자리를 잡기도 하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가 중국 북경에서 남쪽으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랑팡에 있다. 이 데이터센터의 면적은 무려 60만㎡로 축구장 110개 면적과 맞먹는다. 게다가 데이터센터가 기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소비하는 물과 전기의 양이 급증하면서 정전, 냉방 기계 누수, 버그(Bug)로 인한 작동중단 사고의 위험이 커지자 온갖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2017년 영국 에어웨이즈 데이터센터의 고장으로 항공편 400편이 결항됐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승객 7만 5,000명의 발이 묶였다. 만약 아마존 서버에 지속적인 결함이 발생한다면 서구권 국가 전체의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센터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영기업들은 인프라 가동률 99.995%를 목표로 삼고, 연간 서비스 중단 시간을 24분으로 단축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연구소장 필립 루스는 작동중단 사고가 빈번한 기업은 결국 퇴출당한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은 가동률 100%를 보장하기 위해 고장 대비 방안을 마련했다. 그 중 하나가 전력 공급망 ‘이중화’다. 프랑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 ‘카르노 컴퓨팅(Quarnot computing)’의 폴 브누아는 “결함이 발생해도 다른 장비가 공백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전선망과 발전기를 이중화하고 도서관처럼 납축전지를 비축해둔 보관실도 구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의 데이터센터를 연구한 세실 디궤와 패니 로페즈는 뉴욕 중심부에 있는 데이터센터들은 냉방용 냉각탑, 단수 대비용 물탱크, 디젤 발전기를 설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크레인을 모두 갖추다 보니 지붕은 ‘하늘을 뚫을 지경’이며 지하에도 수많은 케이블이 지나가고 이는 발전기 연료로 사용하는 중유를 수십만 리터씩 저장하는 탱크를 설치하느라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8) 건물의 평당 가치가 데이터센터만큼 비싼 곳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미러 사이트를 다른 지층에 설치해 데이터센터 자체를 이중화하고 있다! 덕분에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인스타그램에 맛있는 음식 사진을 올릴 수 있고 틴더 데이트 약속도 지킬 수 있다. 

2010년 열린 학회에서 구글 엔지니어들은 Gmail 데이터를 6번이나 복사해서 보관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영상은 적어도 데이터센터 7곳에 보관한다. 결국 데이터센터에는 온갖 데이터를 게걸스럽게 삼키는 ‘좀비 서버’가 득실거린다.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사용량 폭증에 대비해 인프라의 규격을 넉넉하게 만든다. IT 연구원 안 세실 오르제리는 “라우터 용량의 60%만 작동해도 최대치”라고 한탄했다. 이런 무절제한 규격 확대로 손실되는 전력이 엄청나다. <뉴욕타임스>에서 오래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2012년 9월 22일) 사용빈도가 매우 낮은 데이터센터의 경우 소비한 전력의 90%가 낭비였다. 2019년 말 파리에서 개최한 데이터센터 월드 살롱(클라우드 기업의 대규모 모임)에서 관련업 종사자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데이터센터가 파리와 주변 광역지역을 포함하는 그랑 파리(Grand Paris) 소비전력의 1/3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9) 

2017년 일 드 프랑스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아마존 웹 서비스의 경우 프랑스에 진출하면서 전력 155메가와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수백만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가 소비하는 전력량이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 클라우드가 성장한다면 2030년에는 전력 소비량이 4~5배로 증가할 것이다.(10) 세실 디궤와 패니 로페즈는 데이터센터가 21세기 최대 전력소비자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11) 그런데 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 에너지원이 바로 석탄이다.(12)

 

일도, 환경파괴도 로봇이 인간 앞질러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 인간의 개입 없이도 디지털 세상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랑캐스터 대학 교수 마이크 하자스는 인간이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컴퓨터와 사물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데이터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13) 물론 이 현상은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범위를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이 지점에서 의문을 품게 된다. 언젠가 로봇이 인간보다 생태 환경을 더 심각하게 훼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미 온라인 활동의 40%는 자동화 프로그램이나 여론몰이를 하려는 의도로 고용된 ‘댓글알바’가 차지하고 있다. ‘트롤’, ‘봇넷’, ‘스팸봇’들이 스팸메일을 자동 발송하고, SNS에 가짜 뉴스를 퍼트리며 특정 영상의 인기도를 조작한다. 그리고 사물 인터넷의 발달로 인간의 개입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2023년이 되면 스마트홈과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물지능통신(M2M)이 웹 활동의 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14) 그리고 이미 2012년부터 사물인터넷이 생산하는 데이터량이 인간이 생산하는 데이터량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로봇끼리 스스로 상호 응답 작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생산적 적대 신경망(GAN)’을 사용해서 사람의 얼굴과 말을 조작해서 가짜 영상을 만들 수 있다(딥페이크). 그리고 이 가짜 영상을 찾아내어 파괴하는 알고리즘도 있다. 영국 인터넷 전문가 리암 뉴콤브는 인간이 이런 콘텐츠를 생산하는 코드를 만들지 않았다면서 “딥페이크를 만드는 기계와 그것을 파괴하는 기계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스패머(주로 로봇) 퇴치를 위해 한 뉴질랜드 협회는 자동으로 스팸을 발송하는 스패머에 끊임없이 대화를 걸어 시간을 지체시키는 프로그램 ‘Re:Scam’을 개발했다.(15) 심지어 금융 분야에서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전 세계 거래의 70%를 차지하며 총 주식거래 금액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서 사용하던 인터넷이, 이제는 기계가 기계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됐다. 

투자자금 운영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널리스트의 수는 점점 줄고 있다. 이 문제를 다룬 저서를 집필한 주앙 파블로 파르도 게라 교수는 “사람의 역할은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16) 한 전직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투자결정을 하는 퀀트 펀드(Quant Fund)는 아예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끔씩 버튼만 돌리는 직원조차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과학이론 교수 마이클 키른스는 “인프라만 갖춰지면, 컴퓨터가 스스로 투자결정을 할 날도 멀지 않았다”라고 예견했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 대신 자동으로 금융 거래를 하는 ‘패시브’ 펀드가 대세다. 패시브 펀드는 주로 특정 추종지수(예를 들어 미국 주식에 상장된 500개 대기업을 포함하는 S&P 500)에 속한 기업에 장기투자를 하는 인덱스 펀드를 말하며 대표적으로 블랙록(BalckRock), 뱅가드(Vanguard),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 투 시그마(Two Sigma) 펀드가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패시브 펀드의 투자금이 액티브 펀드를 추월했다.(17) 이제 금융 전체를 소스코드 라인, 알고리즘, 컴퓨터에 맡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레타 툰베리’ 세대의 모순

그런데 금융 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 싱크탱크 인플루언스 맵(Influence Map)이 2018년부터 시작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계가 운영하는 패시브 펀드가 일으키는 환경오염이 인간이 운영하는 펀드보다 심각하다.(18) 예를 들어 2018년 블랙록 패시브 펀드의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가 100만 달러당 650톤 이상이었던 반면 액티브 펀드의 탄소 집약도는 100만 달러당 약 300톤으로 훨씬 낮았다. 이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 토마스 오닐은 전 세계적으로 패시브 펀드가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기후 위기를 앞당긴다. 

물론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로서는, 투자자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자연보호보다 더 중요하다. 심지어 2017년 홍콩 금융투자회사 딥 날리지 벤처스(Deep Knowledge Ventures)는 인공지능 로봇 바이탈(Vital)을 이사회에 영입한다고 발표하고 이 로봇의 분석결과를 확인한 후 투자결정을 내리기로 했다.(19) 그리고 미국 금융서비스회사 에퀴봇(Equbot)의 창립자는 인간의 논리적 사고를 저해하는 심리적, 감정적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 도입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20)

사람이 타지 않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느릿느릿 도시를 누비고,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는 동안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24시간 내내 웹에서 작동하는 세상. 이런 세상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간이 일으키는 디지털 오염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입력하면서 발생하는 CO₂ 배출량은 자동차 5대가 수명주기 내내 배출하는 양과 동일했다.(21) 5G로 세상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사람의 디지털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만 고려한다면, 오염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물론, 이 기술은 인간이 진일보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이 기술 덕택에 인간의 기대수명을 연장하고, 우주의 기원을 찾으며,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의 양상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획기적인 환경보호 계획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를 구하고 기후문제 방임을 이유로 정부를 고소하고 나무 심기 운동을 위해 봉기하는 세대가 등장했다. 육류 소비와 플라스틱 사용, 항공여행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 ‘그레타 툰베리’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온라인 쇼핑, 가상현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하고 온라인 영상에 열광하며 첨단기술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이 지구와 기후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해를 가하는지 목도한 상황에서 냉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디지털과의 대규모 전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인류가 공존하는 집, ‘지구’의 물리적·생물학적 한계에 다다른 지점에 서 있다. 

 

 

글·기욤 피트롱 Guillaume Pitron
기자, 『디지털 지옥. ‘좋아요’로 떠나는 여행』, Les Liens qui libèrent, 파리, 2021년. 본 기사는 이 저서의 주제를 다룬다.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4) ‘Lean ICT: pour une sobriété numérique 디지털의 환경 영향 ICT: 디지털 절제를 위해’ The Shift Project 협회의 의뢰로 프로젝트 매니저 위거스 페르뵈프가 작성한 보고서, Paris, 2018년 10월. 
(2) ‘#SMARTer2030 opportunity: ICT solutions for 21st century challenges’, GeSI 와 Accenture Strategy, Brussels, 2015년. 
(3) ‘Clicking clean : who is winning the race to build a green Internet?’, 그린피스,  Amsterdam, 2017년. 
(5)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
(6) Michael Ritthof et al. ‘Calculating MIPS : Resource productivity of products and services’, Wuppertal Spezial 27e, 기후 환경 에너지를 위한 부퍼탈 연구소, 2002년 1월. 
(7) Frédéric Bordage, Aurélie Pontal, Ornella Trudu, ‘Quelle démarche Green IT pour les grandes entreprises françaises? 프랑스 대기업들의 그린 IT 방안은 무엇인가?’, 프랑스 WWF 와 WeGreen IT의 합동 연구, 2018년 10월.
(8) Cécil Diguet, Fanny Lopez, ‘L’impact spatial et énergétique des data centers sur les territoires 데이터센터의 공간적 영향과 에너지 소비’,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보고서, Angers, 2019년 2월. 
(9) GRDF(Gaz réseau distribution France; 가스배관망공사)의 조제 기냐르 발표, 데이터센터월드, 2019년 11월. 
(10) Ben Tarnoff, ‘To decarbonize we must decomputerize : why we need a Luddite revolution’, <The Guardian>, London, 2019년 9월 18일.
(11) Cécil Diguet, Fanny Lopez, op.cit.
(12) Sébastien Broca, ‘Le numérique carbure au charbon 디지털의 연료는 탄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3월.
(13) Mike Hazas, 학회 발표 ‘Drowning in data – digital pollution, green IT, and sustainable access’, EuroDIG, Tallinn(Estonia), 2017년 6월 7일. 
(14) ‘Cisco Annual Internet Report(2018~2023) White Paper’, San José(USA), 2020년 3월 9일 업데이트.
(15) ‘Send scam emails to this chatbot and it’ll waste their time for you’, TheVerge.com, New York City, 2017년 11월 10일.
(16) Juan Pablo Pardo-Guerra, 『Automating Finance : Infrastructures, Engineers, and the Making of Electronic Market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9년.
(17) ‘The Passives problem and Paris goals : How index investing trends threaten climate action’, Sunrise Project 보고서, Surry Hills(Australia), 2020년. 
(18) ‘Who owns the world of fossil fuels. A forensic look at the operators and shareholders of the listed fossil fuel reseres’, InfluenceMap, London, 2018년 12월(2019년 1월 4일 업데이트).
(19) ‘Artificial Intelligence gets a seat in the boardroom’, <Nikkei Asia>, Tokyo, 2017년 5월 10일. 
(20) ‘A.I. has arrived in investing. Humans are still dominating’, <New York Times>, 2018년 1월 12일. 
(21) ‘Training a single AI model can emit as much carbon as five cars in their lifetimes’, MIT, <Technology Review>, Stanford, 2019년 6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