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울트라 리버럴리즘과 ‘반역자’ 고발

2021-09-30     피에르 돔 l 기자, 특파원

계속된 내전(1991~1993), 오세티야 및 압하스와의 전쟁, 쿠데타(1992년 1월), 구소련 외무장관이었던 에두아르트 세바르드나제(대통령 임기 1992~2003)의 집권, 그리고 마침내 신자유주의자인 미하일 사카시빌리전 대통령(임기 2003~2012)이 이끈 ‘장미혁명’(2003)까지, 고통스러운 시간들 이후 캅카스 지역의 신생 공화국 조지아는 올해 비교적 진정된 분위기에서 건국 30주년을 맞았다. 조지아는 2012년 억만장자 비지나 이바니시빌리의 선거를 통한 집권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그가 속한 정당인 ‘조지아의 꿈’은 2016년과 2020년에 선거에서 승리했다.

단지 옥에 티라면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 측에서 ‘조지아의 꿈’이 투표권자들을 압박했다고 고발하면서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부터 45명의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폐쇄를 주도하면서 국회 참석을 거부했다. 4월 19일 유럽의회의 중재로 합의가 성사됐다. 만약 ‘조지아의 꿈’ 정당이 10월 지방선거에서 43%의 표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조기 입법의회는 2022년 초에 개회될 것이다. 그러나 7월 말, ‘조지아의 꿈’ 정당이 이 합의의 폐기를 통고한 가운데 정치위기가 지속될지도 모른다.

10년 동안 ‘조지아의 꿈’과 미하일 사카시빌리가 이끄는 '통합민족운동(MNU)‘의 두 정당이 조지아 정치를 지배했다. 2014년 공공기금횡령과 권력남용 및 폭력으로 기소된 미하일 사카시빌리는 우크라이나로 망명해 국적을 취득하고 그곳에서 중요한 정치 직책들을 맡고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가 멀리서 계속 조종하는 MNU의 승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조국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시도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이 두 정당은 조지아에 결정적인 두 가지 과제인 경제 정책과 러시아와의 관계 문제에 합의했다. 2012년 정권을 잡은 ‘조지아의 꿈’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요한 개혁 정책을 따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조지아는 경제활동에 가장 적절한 환경을 가진 7번째 국가다.(1) 대외정책에서 조지아는 유럽연합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지속적으로 가입을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때로 매우 공격적인 정치 대결은 대부분 ‘러시아 앞잡이’라는 고발로 한정된다. “배신에 대한 이러한 불안이 조지아 독립 이래로 정치 담론을 형성했습니다.” 트빌리시 자유대학의 사회과학부 인류학 교수이자 조지아를 다룬 ‘후기 식민지 정황’ 관련 연구 저자인 누차 바티아시빌리의 분석이다.(2) “집단 상상 속에서 우리는 무굴 제국, 페르시아 제국, 터키, 그리고 러시아라는 강대국들과 싸워야만 했던 작지만 용기 있는 민족입니다. 그러나 내부의 배신자들 때문에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바니시빌리는 러시아에서 전 재산을 모았을까? “여전히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씩 계속되는 점령에 보다 단호하게 반대하지 못하는 겁니다!” 사카시빌리는 남 오세티야에서의 군사주둔 가능성을 러시아 측에 제공하면서, 2008년 8월에 적대감을 유발했나? “그는 러시아 측에 가담했습니다. 틀림없이 러시아에 돈으로 매수됐을 겁니다!” 극우파의 새로운 인물인 르반 바사제는 동성애나 무신론 같은 ‘서방의 퇴폐적인 풍습’을 고발하는가? “한 동영상에서 그가 모스크바의 식당에 앉아 알렉산더 두긴(러시아 극우 정치인이지 지식인)과 식사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그는 푸틴의 앞잡이입니다!” 정치 논쟁 때마다 이런 식의 사례들이 떠오르는 만큼, 수없이 많은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의 결집이 독립 이래로 가장 현저하게 나타난 쿠타이시 북쪽의 나마크바니 수력발전 사업과 관련된 정치 논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조지아 정교회 

2020년 10월, 캅카스에서 흑해로 흘러가는 리오니 강 계곡의 주민들은 터키 기업이 거대한 수력발전 시설을 건설하는 데 격분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 댐이 건설된다면 트비쉬를 포함한 여러 마을이 사라질 것이다. 트비쉬는 수천 년에 달하는 포도재배의 역사가 있는 곳으로,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포도나무 품종이 자란다. 조지아에서 조사하여 기록한 바에 따르면 포도나무 품종은 540여개에 달한다. 지난 2월 조지아 정부와 터키 기업 엔카(Enka)가 작성한 사업동의서가 공개되자 반대 운동의 규모가 커졌고, 활동가들은 공사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밤낮으로 막으면서 야영했다. 터키 기업은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강의 일부와 주변 600헥타르를 99년간 양도받았다. 그 대신 터키 기업은 15년 동안 협상 된 가격으로 조지아에 전기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시민들은 마을(수백 채의 주택들)이 파괴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한 포도나무 품종들이 사라지고, 환경이 파괴되는 것에 반대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시민들을 전국에서 만났다. 그들 중 분노를 표출하러 현장에 온 부타이시 여대생인 그반사 브렐라시빌리는 다음과 같이 항의했다. “정부는 조지아 국토 일부를 외국인들에게 감히 팔아넘기려 합니다.” “이미 우리는 국토의 20%를 뺏겼는데, 그것만으로도 모자란 건가요?” 야당이 아닌 시민들의 항의에 허를 찔린 정부는 주민들을 러시아의 비호를 받는 비애국주의자로 취급하면서 항변했다. 왜냐하면 이 수력발전 댐은 러시아의 전기 수입에 대한 조지아의 의존을 낮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조지아의 꿈’ 사무총장인 이라클리 코바키제는 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기금의 출처 조사를 요청했다.(3) “말도 안 되는 비방입니다! 건설 사업자가 터키인이건, 프랑스인이건, 그리스인이건 우린 상관조차 안 합니다. 반대로 그게 러시아인이었다면 모든 조지아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했을 겁니다!” 반대 운동의 주동자중 한 사람인 바를람 골레티아니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 쉬었다. 

구소련 붕괴로 나타난 극심한 가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20%가 국가 빈곤 이하의 수위에서 살아간다. 많은 조지아인들은 주변의 도움과 채소밭 경작으로 살아남고, 은퇴자들은 한 달에 최대 220라리(55유로)로 살아간다. 실업률은 20%에 가깝고, 우리가 만난 모든 공장직원들과 고용인들은 한 달에 800라리(220유로) 이상은 벌지 못한다.(4) 보상금도 받지 못한 채 갑자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사회 문제들에 대한 고민은 정치 담론과 계획에서 찾아볼 수 없다. 2020년 9월, 한 달 최저임금을 20라리(5유로, 1999년부터 변하지 않음)에서 400라리(100유로)로 올리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조지아에서 대부분의 정당들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설립되는 게 아니라 권력과 인맥, 돈, 그리고 대중매체를 장악한 사람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좌파 정당을 설립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트빌리시 대학 정치학과의 지아 요르욜리아니 교수가 설명했다. “주요 대중매체들은 정부 편이든 반정부 편이든 둘 중 하나입니다.”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절망(혹은 통찰)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지난 5월, 조지아 중부의 광산으로 유명한 대도시인 치아투라 근방의 슈크루티 마을에서 ‘조지아 망간’ 회사의 터널 공사로 주민들의 집에 금이 가고 갈라졌다. 담당 기관에 항의했으나 아무 효과가 없자 이들은 이를 악문 채 트빌리시의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했다. 왜 그랬을까? “왜냐하면 이 나라의 권력이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무너지기 직전인 자기 집 앞에 지어놓은 막사 안에서 만난 르반 스킬라제씨가 대답했다. 조지아 정교회의 수장인 엘리아 2세의 총대주교관 앞에서 시위할 수는 없었을까? 조지아 정교회는 다른 정교회들, 특히 러시아의 총대주교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독립 교회다. 엘리아 2세는 대부분의 조지아인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유일한 인물로, 그의 앞에서는 장관들과 대통령도 머리를 숙인다. “사제들은 우리를 보러 왔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고통을 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다. 새로운 교회들을 건축하기 위해 정부와 신자들로부터 돈을 모으는 일에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총대주교는 조지아에서 자유주의로 인한 참상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조지아에 정교회가 도입된 1600년 동안 보다 더 많은 교회들을 지난 25년 동안 건축했다. “저희는 정부 결정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총대주교 엘리아 2세의 대변인인 안드레아 야그마이제씨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희는 환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건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들과 같습니다.” 현재 종교 지도자들은 ‘동성애 전파의 위험’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사제들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LGBT)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가들을 공격하는 동성애혐오 자경단을 지지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조지아인들의 정신을 종교가 장악하는 것을 염려하는 이들은 “어찌됐건, 교회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습니다!”라고 규탄한다. 

 

 

글·피에르 돔 Pierre Daum
기자, 특파원

번역·권정아
번역위원


(1) ‘Economy Profile Georgia’, ‘Doing Business’, <Banque mondiale 세계 은행>, Washington, DC, 2020. 
(2) Nutsa Batiashvili, 『The Bivocal Nation: Memory and Identity on the Edge of Empire』, Palgrave Macmillan, New York, 2018.
(3) Sopo Japaridze, ‘Dam protests demonstrate bankruptcy of Georgian politics’, <Eurasianet>, New York, 2021년 5월 28일, https://eurasianet.org
(4) 세계은행에 따르면, 평균 급여는 1,200라리(327유로)로 상승했으나, 이면에 심각한 빈부격차가 감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