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를 두고 다투는 히드라

전력 공기업을 겨냥한 새로운 공세

2021-09-30     안 드브레자 외

기후변화의 위협 속에서, 에너지 효율성과 재생에너지를 위한 투자가 더욱 절실해졌다. 하지만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은 여전히 공기업 해체를 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전력 판매 분야에서 민간업체에 인위적으로 특혜를 주는 끈질긴 시도의 최신 결정판인 ‘헤라클레스 사업(Projet Hercule)’에 대한 우려가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세 조각으로 해체할 것인가? 지난해 12월 15일, 발레리 라보 프랑스 하원 사회당 교섭단체 대표가 헤라클레스 사업에 대해 질문하자, 장 카스텍스 총리는 우려를 덮으려 했다. “우리는 EDF를 해체할 의도가 전혀 없다. EDF는 대형 공기업으로 유지될 것이다.” 그의 발언은 2004년 4월 6일, 당시 경제부 장관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가 하원에서 했던 말을 연상시킨다. 

“2000년 이후 에너지 시장의 30%에 경쟁이 도입됐다. 공산당과 공산주의 장관들의 지지를 받은 리오넬 조스팽 총리 정부가 에너지 시장을 자유화하는 유럽연합(EU)의 지침을 2000년 2월 국내법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EDF와 프랑스가스공사(GDF)는 민영화되지 않을 것이다.”(1) 

하지만 사르코지는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GDF를 민영화했다. 

 

책임은 국가가, 권리는 민간 기업이

2004년 주식회사로 변모한 EDF는 이듬해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가 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가 지분이 유지될 수 있을까? 2019년 봄부터 프랑스 정부와 EU 집행위원회는 세계 2위 전력 생산업체인 EDF의 개편을 비공개로 협상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레지스탕스 국가회의(CNR, Conseil National de la Résistance)의 강령에 빗대 “행복한 날들”이 돌아왔다고 선언했지만, 전력과 가스 산업을 국유화한 지 75년이 지난 지난해 5월, 그의 대리인들은 프랑스가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되며 쟁취한 성과 중 하나를 무산시키는 협상을 브뤼셀에서 진행했다. 

헤라클레스 사업은 EU가 1996년 수립한 지침의 목표를 추구한다. 원자력발전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의 부담은 국가가 안고, 민간 기업을 장려해 EDF의 지배적인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은 작년 여름과 올해 초 하원에 제출될 예정이었다. EDF 직원들은 연이어 파업을 벌이고, 야당 의원들은 여론에 호소하며 반대하고 있다. 장 베르나르 레비 EDF 최고경영자는 부인하지만 프랑스와 EU는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력의 판매 가격을 수정하는 대가로(박스 기사 참고), 프랑스 전력공기업 EDF의 해체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문건이 새어 나왔다. 헤라클레스 사업은 EDF를 세 부문으로 나눠 개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첫 번째 부문은 원자력 및 화력발전을 담당하고 송전공사(RTE)가 소속될 EDF 블뢰(Bleu), 두 번째 부문은 수력발전 사업권을 관리할 EDF 아쥐르(Azur)다. 세 번째 부문은 여타 사업 분야를 통합한 EDF 베르(Vert)로 풍력 및 태양광발전, 판매, 원자력을 제외한 해외사업, 서비스를 담당하고 배전공사(Enedis)가 소속될 계획이다. EDF Bleu와 EDF Azur는 국영으로 남겠지만, EDF Vert는 주식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우선 1/3만 민영화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GDF의 민영화 초기와 비슷한 양상이다. GDF는 결국 대부분 민영화됐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 ‘가격 인하’

수력발전 사업권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프랑스와 EU사이에 험난한 협상이 예상된다. 헤라클레스 사업이 계획하고 있는 EDF 아쥐르와 같은 공기업 구조로는 사업권이 만료돼도 경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성 보장이 필수적인 전략 시설인 수력발전소의 운영을 민간에 이양하는 가능성은 몇 년 전부터 노조와 좌·우파 모든 정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2)

이 위장된 민영화 사업은 기업용, 개인용 전력 판매에 각각 1999년, 2007년 경쟁을 도입한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계획됐다.(3) 두 경우 모두 가격 인하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06~2020년, 개인용 전기요금은 오히려 6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20% 미만에 그쳤다.(4) EU 집행위원회는 경쟁이 불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회원국에서는 자유화 과정이 불완전하게 진행됐다. 생산과 도매를 담당하는 생산 시장과 판매요금 규제가 유지된 완제품 시장 두 곳 모두, 혹은 적어도 한 곳에서 전통적인 업체가 우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EU 집행위원회 공보국이 답한 내용이다. 

가격 상승의 일부 원인은 전력망 강화, 원자력 발전소 수명연장,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투자일 수 있다. 하지만 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 가격이 크게 좌우하는 에너지 시장의 형성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에너지조절위원회(CRE)는 화석 연료는 “프랑스의 전력조달 현실을 대변하지 않는다. 가격도 매우 불안정하며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인정했다.(5) 자유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행정 기관인 CRE의 장 프랑수아 카렌코 위원장은 “전력시장에서 가격에 의한 경쟁은 여전히 미미해 요금을 낮추는데 기여하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6)

소비·주거·생활환경협회(CLCV)는 민영화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프랑스의 전력 분야 규제완화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CLCV는 2020년 10월 19일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원자력발전은 공공독점 상태다. 모두가 이에 합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도 자연독점상태다. 따라서 민간업체는 수송망에서도, 생산에서도 경쟁을 할 수 없다. 경쟁이 가능한 분야는 작은 부분인 판매 뿐”이라고 항변했다.

토탈 디렉트 에네르지(TOTAL Direct Énergie), 가즈프롬(Gazprom), 엔데사(Endesa)와 같은 대형 민간 에너지업체들을 대변하는 압력 단체인 프랑스전기가스독립협회(AFIEG)의 마크 부디에 회장은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송전과 배전은 고유한 특성 때문에 지역적 또는 전국적으로 독점 운영된다. 그렇지만 이 상황이 에너지 분야 전체에 대한 공공독점 유지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프랑스에서는 EDF 자회사인 Enedis가 전체 국토 95%의 배전을 독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다수의 업체가 전국의 배전망을 관리하며 절대 특정 지역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한 재화의 생산에 필요한 고정비용이 매우 높고, 생산규모가 커질수록 평균비용이 크게 낮아져 오직 한 기업의 경쟁력만 높아지는 상황을 우리는 ‘자연독점’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헌법 전문은 자연독점적인 성격을 띤 기업은 공공단체가 소유해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력망과 원자력,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용은 생산 및 수송된 에너지의 양과 무관하다. 회수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리는 대규모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생산시설과 수송망을 건설하는 것은 경제적 낭비일 뿐만 아니라 생태학적으로도 불합리한 일이다. 

프랑수아 카를리에 CLCV 대표는 “과거 민간 판매업체들은 재래식 에너지와 신에너지를 불문하고 생산력을 발전시키려 노력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과 수송망 분야에 경쟁 도입이 불가능하자, 경쟁 지지자들은 전력체계 총비용의 4%에 불과한 판매 분야로 눈을 돌렸다.(7) ‘판매’는 새로운 고객을 물색하고,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금체계를 수립하고 홍보하는 활동이다. 오늘날 50여 개의 해외 전력업체, 석유업체, 가스업체, 신생업체, 대형유통업체가 오랜 기간 시장을 독점해온 EDF와 경쟁 중이다. 그 결과 EDF는 매달 약 10만 명의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8) 반면 프랑스 기업 토탈 디렉트 에네르지와 이탈리아 기업 ENI의 전력사업 분야 고객은 2년 사이에 각각 51%, 156% 증가했다.(9)

 

과연, 경쟁은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까?

전력 판매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소비자가 얻는 이득은 뭘까? 가격 인하가 아님은 분명하다.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비용이 요금 청구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판매업체마다 영업팀이 필요하며, 중개인, 전력거래 관리자도 필요하다. 정보시스템 복제, (기술 및 행정)지원, 광고, 방문영업 등도 해야 한다. 거래 주체들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늘리고 거래계약과 법적위험 관리도 해야 한다. 경쟁이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 묻자, EU 집행위원회는 “구체적인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비용의 핵심적인 부분도, 인도받은 전력의 품질도 제어할 수 없는 판매업체들은 소비자의 눈에 띄기 위해 고전 중이다. CLCV는 이들의 요금제에 대해, “전혀 혁신적이지 않다”라고 강조하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라고 부정 방문영업을 폭로하기도 했다. 관련 법적 분쟁 수는 기록을 갱신했다. 고발을 심리하는 국립에너지중재위원회(MNE)의 올리비에 샬랑 벨발 위원장에 따르면, 2019년 고발 건수가 약 2,000건을 기록했다. 3년 사이 65% 증가한 수치다. 

벨발 위원장은 “방문영업자들 중 EDF 그룹의 직원을 사칭한 이들도 있었다. 노인들의 약한 부분을 악용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하며, “방문영업을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그는 또한, 소액이라도 요금을 미납하면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판매업체들 때문에 단전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알렸다. MNE는 2019년 67만 2,400건의 요금 미납상황에 개입했다. 전년 대비 10만 건 늘어난 수치다. 

규제 완화 초기에 민간 판매업체들은 도매시장에서 매우 불안정한 가격에 전력을 구매해야 했다. 이들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한 후 국가가 관리하는, 그리고 전반적으로 저렴한 규제판매요금(TRV)을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전통적인 판매업체 EDF에 맞서 입지를 확보하기 힘들었다. EU 집행위원회는 민간 판매업체들을 돕기 위해 2012년 6월 12일 채택한 결정문에서 TRV 철폐를 요구했다. 

“이제 EDF의 경쟁자들은 EDF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효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다.” EU의 결정으로 근로자 10인 이상 기업과 10인 미만 기업에 적용되는 TRV가 각각 2015년, 2019년 철폐됐다. 하지만 에너지사용산업연맹(Uniden)은 EU 집행위원회에 TRV 유지를 요구했었다. “시장의 불완전한 기능 때문에 규제요금이 필요하다. 요금구조는 고객유형별 실제비용 구조에 부합한다. 소비자는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의 안정성과 가시성 또한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10)

개인용 전기요금의 경우 민간 판매업체들의 압력으로 TRV 산정 방식이 변하면 이 요금제의 본질 자체가 변한다.(11) 애초에 프랑스 전력체계의 비용을 반영하기 위해 만든 TRV가, 민간 판매업체들에 평균 전기가격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TRV는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 석탄, 가스 가격이 좌우하게 됐다. CRE는 “전력 판매시장에 이미 존재하거나 새롭게 진입하는 EDF의 경쟁자들이 규제요금과 동등하거나 더 낮은 요금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 즉 경합성을 가격에 부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12) 

이 같은 요금은 그 특성상 판매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경쟁위원회는 “규제요금제를 이용하는 2,800만 고객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이 같은 산정방식에 반대했으며, 강제력이 없는 순수 자문 성격의 의견서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면 TRV의 성격을 변화시켜 소매시장 가격을 ‘상한선’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즉, 가장 비효율적인 판매업체의 비용을 대변하는 가격이 책정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13)

 

설문조사의 함정, 가격이 전부인가?

연례 보고서 ‘세계 에너지 시장 관측(Observatoire mondial des marchés de l’énergie)’에 최근 실린 한 연구는, 민간 판매업체와 그 지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연구는 개인 소비자가 전력 구매업체를 변경하면 연간 평균 44유로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개인용 연간 전기요금의 5%에 불과한 금액이다.(14) 민간업체를 만족시키기 위해 TRV를 올린 직접적인 결과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MNE의 2020년 지표를 얼핏 보면 에너지 기업 간 경쟁에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MNE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시장 개방은 바람직하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15) 그러나, 민영화가 서비스 향상과 요금 인하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각각 14%와 31%에 그쳤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마크 부디에 AFIEG 회장이 설명했다. 산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니콜라 드 와렌 Uniden 회장에 따르면 “경쟁 도입 후 ‘단기적인’ 경제·금융 행태 및 현상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투자의 규모와 주기를 고려할 때, 산업 생산자 및 소비자들에게 필수적인 안정성과 가시성에 반한다.” 

가격의 수준과 안정성은 산업계와 개인 고객 모두 중시하는 핵심 요소다. 개인용 규제요금은 상당히 인상됐지만, 여전히 70%의 고객이 요금 부담을 덜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국가가 관리하고 평등한 요금을 보장하므로 시장가격보다 일관적이다. 따라서 규제요금을 철폐하면 고객을 불투명한 요금과 방문영업의 늪에 빠트리고 평등한 요금에 종말을 고하는 것이다. 

EDF 해체의 또 다른 위험은 전력체계의 안정성 악화다. 전력망 관리자는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업계 민영화 결과 38일간 정전이 길게 이어졌던 것과 같은) 정전과 일반적인 고장을 피하려면 소비와 생산 사이에 완벽한 균형을 항시 보장해야 한다. 전력관련 업무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저장이 불가능하고 특히 기후 관련 돌발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을 통해 서로 조율해야 하는 생산자와 판매자 수가 증가하면 새로운 추가비용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 생산시설 운영의 균형도 위협한다. 프랑스에서도 이미 2019년 1월, 9월 2차례 정전이 발생했다. 유럽전력망관리협회는 2019년 11월 발표한 한 보고서(16)에서 이 사태의 원인인 불안전성 증가가 시장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지자체 의원들은 EDF 민영화가 요금 균등화에 끼칠 영향도 우려한다. 현재 100% EDF 자회사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는 Enedis의 배전망은 전국에 동일한 가격으로 전기를 배급하고 있다. 과거 ERDF라는 이름이었던 이 배전회사는 앞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될 EDF 베르(Vert)의 일부가 될 것이다. 과연, 민간 주주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대도시보다 수익성이 낮은 농촌 지역에 투자를 허용할 것인가?

 

규제완화로 힘을 잃은 ‘공공단체 독점’

전국지방공공서비스연합체(FNCCR) 파스칼 소콜로프 대표는 직접적으로 헤라클레스 사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2008년에 ERDF가 창설되기 전에 EDF는 전력망 유지를 위한 투자를 대폭 감소시켰다. 그 결과 정전 횟수가 증가했고 전국적으로 요금 청구액이 증가했다”라고 상기시키며 EDF 민영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헤라클레스 사업으로 EDF의 일부를 민영화하는 것은 국가가 막대한 공공투자를 요구하는 태양광, 풍력 발전 분야에서 철수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공공단체는 구매 요금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태양광, 풍력 발전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부분 민간에 속한 투자자들은 이런 전력 생산시설의 예상 수명 동안 수익을 보장받는 대가로 발전소를 건설한다. 고속도로의 사업과 유사한 공공 서비스 위임 방식이다. 동일한 원인은 동일한 효과를 창출한다. 민간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요금을 올려야 할 것이다. 이런 분야의 투자는 매우 장기적이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핵심 요소인 까닭이다. 

그러나, 독점 공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특혜를 누릴 것이다. 프랑수아 도팽, 바실 부케 두 전문가는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Hinkley Point)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영국 회계감사원은 2017년 실시한 한 연구에서 (상장 기업으로서는 최저 수준인) 9%의 투자수익률을 보장하려면, 총비용이(...) 100유로/MWh 발생하는데(...) (프랑스 정부가 50년 뒤 상환하는 조건으로 현재 시장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이율인) 2%의 투자수익률을 보장할 때는 총비용이 30유로/MWh로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했다.”(17)

기후위기의 시급성에 대처하려면, 프랑스는 에너지 소비를 대폭 감소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화석 에너지를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즉, 전력체계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이 맥락에서 민간 주도에 우선권을 부여하면 에너지 전환에 제동이 걸린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는 “EU는 과학과 산업분야에 강하다. 하지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대신, 경쟁강화와 시장개방을 위해 민간 이양을 장려하는 공공정책을 펼쳤다”라고 지적했다.(18) 

 

노조는 헤라클레스를 저지할 수 있을까?

몇 세기 만에 모든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송망과 생산능력 구축에 기여한 프랑스의 공공독점은 20년간의 규제 완화로 점차 약화됐다. EDF는 지난 12월 파업 당시 발표한 내부 성명에서 "현재 프랑스는 역사상 최초로 전력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할 능력도, 원자력, 수력 또는 수송망처럼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분야를 발전시킬 능력도 없다"라고 요약했다.(19)

"전력체계, 즉 EDF는 앞으로 무엇보다 공공재 관리가 주도하는 경제적 틀로 복귀해야 한다." 에너지 분야를 대표하는 노조 연합들이 1월 7일 마크롱 대통령에게 EDF 개편 계획 중단을 요구하며 보낸 서한에서 한 목소리로 강조한 내용이다. “EDF는 또한 프랑스의 전력 조달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다음 세기 동안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노조의 결집된 힘은, 헤라클레스 사업을 후퇴시킬 수 있을까? 지난 12월 15일, 하원 사회당 교섭단체는 이 사업에 대해 공동 발의 국민투표(RIP, référendum d’initiative partagée 특정 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역주)를 제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좌파 의원 전체와 우파 의원 일부가 이 발의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전에도 동일한 연합 전선이 파리공항공사(ADP)의 민영화에 반대해 형성된 전적이 있다. 당시 많은 실행상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100만이 넘는 청원이 집결됐다. 다만 실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법적으로 필요한 청원 참여수인 470만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ADP 민영화 반대운동은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확산으로 항공 수송량이 급격히 감소한 상황에서 추진을 고수하기 힘들었던 해당사업을 중단시키는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노란 조끼’ 운동이 촉발한 ‘국민 대토론’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RIP 실시 가능 한계 청원 참여수를 100만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제도적 개혁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헤라클레스 사업에 대한 RIP 발의는 이 약속을 상기시키고 기후 위기의 시급성에 대처할 수 있는 진정한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요구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안 드브레자 Anne Debregeas
프랑스전력공사(EDF) 엔지니어-연구원, 쉬드 에네르지(Sud-Énergie)연맹 대변인
다비드 가르시아 David Garcia
언론인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Quand Sarkozy promettait de ne pas privatiser GDF 사르코지가 GDF를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때’, <L’Obs>, Paris, 2006년 10월 3일.
(2) David Garcia, ‘Les barrages hydroélectriques dans le viseur de Bruxelles 브뤼셀의 과녁이 된 수력발전 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6월.
(3) ‘Hercule, un pas de plus dans l’impasse des marchés de l’électricité 헤라클레스 사업, 더욱 곤경에 빠진 전력시장’, Sud-Énergie, 2020년 12월, www.sudenergie.org
(4) ‘Les dépenses des Français en électricité depuis 1960 1960년 이후 프랑스 국민의 전력소비 지출’, Insee Première, n°1746, 국립 통계경제연구소(Insee), Paris, 2019년 4월 ; 가스 및 전기 가격 투명성에 대한 연례 조사, 생태전환부, Paris, 2020.
(5) 현존 원자력발전소의 새로운 경제 규제에 대한 공개 자문, 생태전환부, Paris, 2020.
(6) Nabil Wakim, ‘“Il y a désormais trop d’acteurs sur le marché de l’électricité” en France 프랑스에는 “전기 시장 주체가 너무 많다”’, <르몽드>, 2018년 10월 26일.
(7) 송전공사(RTE), 예상 종합평가 ‘비용’ 실무협의단, 장기적 각본에 대한 경제적 평가 방침, 2020년 2월.
(8) Guillaume Guichard, ‘EDF perd plus de 100 000 clients par mois EDF는 한 달에 10만 이상의 고객을 잃고 있다’, <Le Figaro>, Paris, 2020년 11월 23일.
(9) ‘Le fonctionnement des marchés de détail français de l’électricité et du gaz naturel. Rapport 2018-2019 프랑스 전기·천연가스 소매시장의 기능 보고서 2018-2019’, 에너지조절위원회(CRE), Paris, 2020년 11월 23일.
(10) ‘프랑스가 전력규제요금의 형태로 지급한 SA.21918(C 17/07) (구(舊) NN 17/07) 국가 지원금에 대한 EU 집행위원회의 2012년 6월 12일자 결정문’에서 인용, EU 집행위원회, 2012년 6월 12일, https://eur-lex.europa.eu
(11) Aurélien Bernier ‘Électricité, le prix de la concurrence 전력, 경쟁의 가격’,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5월.
(12) 에너지조절위원회(CRE), 2019년 6월 25일 토론.
(13) ‘전력 규제판매요금 고정에 대한 2019년 3월 25일자 의견서 19-A-07’, 경쟁위원회, Paris, 2019년 3월 25일.
(14) ‘L’Observatoire mondial des marchés de l’énergie 2020 2020년 세계 에너지 시장 관측’, Capgemini, 2020년 11월, www.capgemini.com
(15) 2020년 9월 2~16일, 프랑스의 대표적인 1,998 가구를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  
(16) ‘Report on deterministic frequency deviations’, European Network of Transmission System Operators for Electricity(Entso-e), 2019년 11월 4일, https://consultations.entsoe.eu
(17) Basile Bouquet & François Dauphin, ‘Nucléaire et libéralisation : une équation insoluble? 원자력과 자유화: 풀 수 없는 방정식’, <Les Échos>, Paris, 2019년 7월 24일.
(18) Marc-Antoine Eyl-Mazzega & Carole Mathieu, ‘La dimension stratégique de la transition énergétique 에너지 전환의 전략적 측면’,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Paris, 2019년 4월.
(19) ‘Neuf questions sur le projet Hercule 헤라클레스 사업에 대한 9가지 질문’, 내부 성명, EDF, Paris, 2020년 12월.

 

 

민간업체에 대한 특혜 

 

정부가 헤라클레스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주된 이유로 내세운 ‘기존 원자력 에너지 구매 조정(ARENH)’ 개정에 토론이 집중되자 동 사업의 다른 쟁점들은 묻혀버렸다. 민간 판매업체들의 요구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승인으로 2011년 7월 수립된 ARENH는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원자력 발전량 1/4을 경쟁 업체들에 의무적으로 판매하게 하는 제도다. 판매 가격은 생산 원가인 42유로/MWh지만 시장가격이 민간업체에 더 이로울 경우 시장가격에 판매해야 한다. 

ARENH를 수립한 이들은 시장가격이 지속적으로 42유로보다 낮게 유지되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이 상황은 수차례 반복됐는데 2016-2017년 내내, 그리고 2020년 중 상당 기간이 대표적인 예다. ARENH는  EDF가 손해를 감수하고 원자력 발전량 중 일부를 판매하도록 강요하며 재정을 악화시킨다. 시장가격이 42유로보다 높아도 EDF가 얻는 수익은 없다. ARENH 수립 당시 EDF 최고경영자였던 앙리 프로글리오는 이 제도를 “EDF가 은행 역할을 하고 승자에게 돈을 지불하지만 패자가 잃은 돈은 챙겨가지 못하는 블랙잭 카드게임”에 비유했다.(1) 뿐만 아니라 2012년 이후 ARENH 가격은 재평가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과 상향 조정된 원자력 발전소 수명연장 비용도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법은 매년 조정을 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보클뤼즈(Vaucluse)가 지역구인 공화당 소속 의원 쥘리앵 오베르는 공개서한을 보내 “철저하게 비논리적이고 쓸모없는 이 ‘제도’는 15년 동안 진정한 민간 생산업체의 부상을 유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도매시장의 가격이 높을 때만 EDF에서 전력을 구매하고 반대의 경우 매입 의무를 면제받는 소매업체의 등장만 부추겼다”라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2)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좌파와 입장이 거의 일치하는 우파 소속 32명 의원이 이 공개서한에 공동서명했다. 회계감사원은 이와 같은 조건에서는 “현상 유지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완곡하게 표현했다.(3) ARENH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헤라클레스 사업의 일환으로 ARENH를 새롭게 조정하면, EDF가 민간업체에 판매하는 원자력 생산 전력의 (시장가격에 맞출 필요 없는) 고정 가격이 상향 책정될 것이다. ARENH 수립에 참여한 경제학자 자크 페르스부아에 따르면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하는 이 구조는 EDF에 유익할 것이다.” 이와 같은 가격 수정은 원자력발전을 EU 집행위원회의 용어처럼 공공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서비스(SGEI), 즉 공공재로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기업으로 남을 EDF Bleu의 독점 운영을 정당화할 것이다. 원자력의 국유화는 공적 자금조달 비용도 경감할 것이다. 

하지만 EU가 강요하는 대가는 노골적이다. 교차 보조금을 방지한다는 핑계로 EDF Bleu를 EDF의 다른 사업 부분에서 분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송전공사(RTE)도 마찬가지다. EDF를 세 부문으로 해체하고 배전망과 재생에너지 부문을 민영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안 드브레자 Anne Debregeas & 다비드 가르시아 David Garcia 
번역김은희


(1) Henri Proglio (Pierre Abou 공저), 『Les Joyaux de la couronne 왕관의 보석』, Robert Laffont, 2020.
(2) Julien Aubert, ‘Démantèlement d’EDF: le projet de Macron qui menace la souveraineté française EDF 해체: 프랑스 주권을 위협하는 마크롱의 계획’, <Valeurs actuelles>, Paris, 2020년 12월 9일.
(3) 회계감사원장이 ARENH 실행 평가에 대해 생태전환 장관과 경제 장관에게 보낸 서신, Paris, 2017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