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자경단 등장, 차이나타운을 지킨다

아시아인을 공격하는 '소수자 모델'의 신화

2021-10-29     막심 로뱅 l 기자

무일푼으로 미국에서 사회적 지위 상승을 이룬 아시아인들. 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자일까? 근면하고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며, 조심스럽고 순종적인 아시아인들. 이런 고정관념의 이면에는 이질적인 소집단으로 이뤄진 아시아계 공동체가 있고, 그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증가한 혐오범죄에 노출됐다.

 

 

웰링턴 첸은 2020년 2월 25일 저녁 6시 30분경 워스 스트리트와 백스터 스트리트 모퉁이에서 목격한 살인미수 사건을 상세히 묘사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첸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한 남자가 자기 방향으로 돌진해 행인의 등에 ‘8인치짜리 칼’을 찌르는 것을 목격했다. 피해자는 36세의 아시아인이었다. “공격자는 거리 끝에서 달려와 그 사람을 찔렀습니다. 척 노리스라도 당했을 거예요.”라고 했다. 피해자는 비틀거리며 몇 미터를 걷다가 첸 앞에서 쓰러졌다. “피해자가 저였을 수도 있어요. 이렇게 살아서 인터뷰를 하는 것도 행운이지요.” 피해자는 내장에 구멍이 뚫려 신장과 부신을 들어냈지만 살아났다. 공격자는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예멘인으로, 경찰이 범행동기를 묻자 “피해자가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불쾌했다”라고 대답했다.

“이 사건이 인종차별 범죄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첸은 다른 질문으로 답했다. “왜 도살용 칼을 들고 차이나타운을 돌아다녔을까요? 계획된 행동이라고 봅니다.” 증가하는 뉴욕의 폭력사건들 중 라틴계와 백인, 흑인도 무차별 폭행의 피해자가 되는 것 아닐까? 이 말에 첸은 반박했다. “라틴계 사람들이 외출할 때마다, 저처럼 호신용 도구를 두 개씩 들고 다니지는 않지요.”

 

혐오성 범죄 증가, 아시아인이 핵심 타깃

첸은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에서 저명한 인사다. ‘차이나타운 비즈니스 개선 지구’에서 15년째 집행임원을 맡은 그는 도시계획가이자 고위 공직자로서 뉴욕시에 더 큰 차이나타운(퀸즈의 플러싱)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그는 사회적 경력 덕분에 뉴욕 인구의 약 14%(전국 인구의 7%)에 해당하는 120만 명의 공동체 전반의 시각을 알게 됐다. 맨해튼 내 차이나타운의 200여 개 식당 종업원들은 이제 절대로 혼자 퇴근하지 않는다. 식당들도 안전을 위해 일찍 문을 닫는다. 첸은 요즘 아시아인들이 위험에 노출됐음을 느낀다.

맨해튼 검찰청이 가중처벌 요건인 ‘혐오성 범죄’를 동기로 보지는 않았지만, 첸이 목격한 사건은 그 잔혹성 때문에 충격적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10여 건의 폭행사건처럼, 이 사건의 CCTV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퍼졌다. 전 세계 이민자들은 분노했다. “대낮에 칼을 휘두른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맨해튼 남쪽 거리 보워리에서 한 아시아인이 가스총을 맞았고, 이스트브로드웨이에서 누군가가 또 무참히 구타당했습니다.” 첸은 조목조목 사례를 들었다.

아시아인 폭행사건이 급증한 것은 사실일까? 아시아인 공동체 협회와 경찰의 통계결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인 혐오성 범죄 척결을 위해 분투하는 단체인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는 2020년 3월에서 2021년 3월 사이에 6,603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전년 동기에는 3,795건). 반면, 뉴욕경찰은 2020년 폭행사건은 총 28건이라고 말했다. 2019년 집계된 3건 대비 9배 이상 높지만, 숫자만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경찰은 시의 전반적인 혐오성 범죄 증가세로, 흑인과 유대인,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에 대한 폭행사건이 2021년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87건(전년 같은 기간 20건) 신고됐다고 밝혔다. 2021년 1/4분기 중 반아시아인 폭행혐의로 법원까지 넘어간 경우는 단 1명. 여러 상점 전면에 반중국인 낙서를 휘갈긴 혐의를 받는 대만인이다. 

이런 통계상 차이에 대해, 아시아인 공동체 대표는 미신고 사건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피해자가 영어를 못하거나,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거나, 증거가 약한 경우 등이다. AAPI 헤이트는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는 조롱, 모욕, 침 뱉기 등의 폭행은 고소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인 아시아인들은 소상공인들이 많기 때문에, 혐오성 범죄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맨해튼 검찰은 가중처벌 요인인 인종차별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2020년 가을 뉴욕 경찰은 ‘경찰 신고에 회의적인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설득’하고자, 아시아계 1세대 이민자 중 자원자 25명으로 ‘10개 국어’를 다루는 ‘대책 본부’를 구성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는다

위험에 노출된 이들은 중국인들만이 아니다. 첸은 필리핀인과 태국인, 베트남인 등 모든 아시아인이 대상이라며 암울한 사건, 사고를 나열했다. 폭행 장소(거리, 지하철, 집 앞 등)와 방식(주먹질, 발길질, 칼, 화학물질), 피해자(주로 나이 든 여성)와 가해자의 체격조건이 임의적인 점을 볼 때 아시아인 공동체는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반아시아 정서가 확산됐다고 본다. 인터뷰이 대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한 실험실에서 누출된 ‘중국 바이러스’ 이론을 펼치며 민심에 불을 붙였다고 여겼다.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금융계 종사자 뉴요커 오아인 응우옌은 “그는 마치 우리가 여행가방에 바이러스를 담아온 것처럼 말하면서 인종차별주의를 부추겼다”라고 성토했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뀐 후에는 어떨까? 달라진 게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가짜 뉴스’와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실험실발 바이러스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에 코로나19의 원인 조사를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3월 애틀랜타 교외에서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살해된 사건 후 “이는 미국의 정신에 반하는 일이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발표했지만, 반중 발언은 다를 바가 없었다.

두 진영이 팽팽히 대치하는 워싱턴 상원에서 ‘미중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모든 당에 해당되는 현안이다. 중국의 기술적 야심을 꺾고자 미 상원의원들은 지난 6월 인공지능(AI)과 양자 정보, 특히 스마트폰, 스마트자동차, 게임 플레이어, 건강 추적 장치 등 일상용품 제작에 필수인 반도체의 생산 등 분야 지원에 520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규모 5개년 계획을 채택했다.(1) 기술 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냉전 분위기 속에서, 중국계 미국인들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다른 아시아 공동체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이 ‘황색 공포’에 사로잡혀 일본의 부상과 소니 및 토요타의 침공을 두려워하던 상황을 연상시킨다.(2)

미국 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의 뿌리는 깊다. 1849년 골드러시에 중국인들이 미국으로 넘어갔지만, 아시아인은 오랫동안 이민법으로 차별받았다. 1882년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은 중국인들이 미국에 정착하지 못하게 했다. 반유대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가 확산되면서 이 조치는 확대돼 1924년에는 동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온 이미자 공동체에도 적용됐다(존슨 리드 법안). 제2차세계대전 중 일본에서 온 이민자들은 독일이나 이탈리아계 미국인들과 달리 모든 재물을 압수당하고 캠프에 수용됐다.(3) 

1960년대 개인적 공권 운동으로 민족차별이 불법이 되자, 이민과 국적에 관한 1965년 법은 국적에 따른 할당제를 철폐했고 아시아에서 유입되는 이민자가 늘었다. 인터뷰이 대부분은 이 시기 이후 가족의 재결합과 ‘선택적 이민’ 프로그램(미국은 고학력자 이민을 장려했다)을 통해서, 혹은 난민 지위로 이주한 이들이다(1970~1980년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출신의 ‘보트 피플’ 수십만 명을 수용했다, 박스기사 참조). 

 

자경단의 등장, ‘차이나타운을 지켜라’

오늘날 아시아계 미국인 성인의 3/4이 외국에서 태어났고, 이들 2,000만 명 중 중국인 수는 역대 최대다. 앞으로는 인도계 미국인 비중이 가장 높아질 것이다. 아시아계 공동체의 여러 민족들은, 확산되는 인종차별에 맞서 뭉쳤다. 지난 봄부터 자체적으로 결성한 자경단이 차이나타운에서 순찰을 시작했다. 은퇴자들이 모여 태극권을 하거나 장기를 두곤 하는 콜럼버스파크에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자경단이 모인다. ‘현대 중국의 아버지’인 쑨원 청동상 앞에서 말이다.

청년자원자들은 이스트브로드웨이 등 위험하기로 유명한 길을 순찰했다. 그들은 연장자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취재팀의 동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코로나19로 폐업한 상점들이 즐비한,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뉴욕 경찰(NYPD)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지는 않았지만, ‘차이나타운을 지켜라’의 청년 참가자 샌디는 “경찰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라고 말했다. 순찰대는 ‘동행 서비스’로 운영된다. 연장자들이 장을 보러 갈 때면, 청년 자원자가 2인 1조로 동행한다.

여름이 되기 전, 차이나타운 사람들의 모임이 콜럼버스파크에서 열렸다. 자원자들이 여러 개의 부스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정신적 지원’, 방문 진료, B형간염 무료 검사, 동물매개치료, 호신용 기구(아이스픽 열쇠고리, 호루라기, 후추가루 스프레이) 배포 등을 진행했다. ‘소어 오버 헤이트(Soar Over Hate; 혐오에 맞서라)’ 단체는 1만 9,000개의 호신용 기구를 배포했다고 전했다. 소속 자원자들은 대부분 30세 미만이다. 이 청년들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가슴에 모국어(광둥어, 표준중국어, 베트남어, 한국어, 태국어, 타갈로그어)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고 ‘Proud as fuck to be Asian(빌어먹을 아시아인의 긍지)’라고 적힌 상의를 입고 있다. 콜럼버스파크의 인조 잔디가 깔린 축구장 한쪽에서는 단체로 무술을 배우고 있었다. 모자로 햇볕을 가린 가냘픈 노년 여성들이 무에타이의 기초를 배우고 리듬에 맞춰 가상의 가해자를 팔꿈치로 가격하고 있었다.

순찰대의 공동 설립자인 케빈 로리(27세)는 말했다. “저는 차이나타운에서 성장했어요.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차이나타운 자영업자들을 위한 회계사였고, 연이은 상점 폐업으로 타격을 입었다. 차이나타운의 어려움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사람이 몰리던 만찬(세례, 결혼식, 신년행사) 전문 중국식당에서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식당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컸던 ‘징퐁’은 차이나타운에서 유일하게 노동조합이 있는 식당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결국 문을 닫았고, 규모를 축소해 재개업했다. 조안 럼은 “차이나타운에서 노동조합이 있던 유일한 일터가 사라졌다”라며 분노했다. 네일숍이나 식당에서도 일하고,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그녀는 차이나타운 육체노동자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노동자 착취에 맞서는 전미 연합(National Mobilization Against Sweat Shops, NMASS)’ 지도부다. NMASS는 불법 작업실, 24시간 노동, 임금체불 등의 척결에 주력한다. 노동시간이 길면, 사회적 계층 상승을 위해 가장 중요한 영어를 공부하기 어렵다.

 

가장 가난한, 그러나 가장 성공한 인종

2005년부터 뉴욕 행정당국은 아시아인을 라틴계 이민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뉴욕에서 가장 가난한 인종으로 꼽았다. 이들의 빈곤율은 21~28%다.(4) 뉴욕의 빈민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권익을 수호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연합’의 보고서(5)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많이 실직한 이들도 아시아인들이다. 이곳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차이나타운을 떠나 교외에서 사는 것이다. 뉴욕의 중국계 미국인들은 이 꿈을 이룬 후에도, 차이나타운과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경보장치 등을 나눠주던, 활기찬 60세 사업가 에스더 토우는 “돈을 모아서 교외로 이사했다”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에는 매주 주말에 와서 장을 보고 중국 학교에 다닙니다.” 그녀는 뉴욕에서 태어났고, 그녀의 부모님은 중화인민공화국을 등지고 미국에 왔다. 그들은 절약한 끝에 롱아일랜드에 세탁소를 차려 도시를 떠나 신분 상승이라는 꿈을 이뤘다. 

토우는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는 6세부터 배웠다. 그녀는 가난을 모른다. 현재에도 온라인 주얼리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이모는 의사, 아들은 소믈리에다. “차이나타운에 와야 비로소 집에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이곳에 자주 와서 어른들을 도우려 해요. 우리는 어른들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으니까요.” 차이나타운 주민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많은 아시아인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뒀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학업적 성취도(박스기사 참조)와 급여는 전국 평균 이상이다. 학사 학위를 지닌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비율(54%)은 다른 모든 민족(백인 포함)의 비율보다 훨씬 높다.(6)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아시아인들은 부유한 지역에 많이 살며 다른 민족과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고학력자와 고소득 전문직이 많다.” 브루킹스 사회과학연구소에서 분석한 내용이다.(7) 첨단기술과 보건 분야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은 인도계 미국인들이 특히 두각을 나타낸다. 출신 국가별로 보면, 이들의 가구별 평균 소득은 미국에서 가장 높다(대만계가 2위고 호주계가 3위다). 

그러나, 상위층에 속한 아시아계 미국인들 중 대다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미국에서는 영원한 손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세대 이후에는, 롱아일랜드나 테네시주, 오하이오주의 백인이 많은 지역에서 성장하면 출신국의 문화를 인지할 수 없어요. 마음은 백인인 거지요.” 토우가 설명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중국 정부와 비밀리에 연락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는 교묘하게 공격받습니다. 미국인이지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렇게 양극화됐다. 이미 1980년대 뉴욕에서도 ‘차이나 다운타운’(요식업계 종사자와 작업 건당 급여를 받는 섬유노동자)과 ‘차이나 업타운’(맨해튼이나 교외 지역의 고급 주택가에 정착한 중상층과 기업가)을 구분했다.(8) 아시아인들의 빈부격차는 40년 동안 더욱 심화됐고, 아프리카계나 라틴계 미국인들의 빈부격차보다 더 커졌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사회적 담론에서 사라진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질투와 멸시, 공격을 야기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에 대해, 그리고 폭행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아시아인을 공격하는 ‘소수자 모델의 신화’

가장 논란이 되는 낡은 이미지는 ‘소수자 모델’, 즉 아시아인들은 천성적으로 근면성실하고 공부를 잘하며,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생각이다. 조지아주 대학의 사회학자이자 『소수자 모델의 신화』(9)의 공동저자인 로절린드 추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아시아인들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오히려 그들에게 해악을 끼친다”라고 지적한다. 우선 아시아계 이민자들 중 열악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흑인들과의 관계도 불안하게 만든다. 이는 ‘아시아인들이 성공했다면, 다른 소수민족들에게도 성공할 기회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인식을 심기 때문이다. 

이미 학위를 보유한 성인의 이민을 독려하는 미국 이민법을 감안하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가구당 평균급여가 높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시라큐스대학교 인문과학학부 시간강사인 트립티 바타차랴도 이민 2세대다. 그녀의 부모님은 든든한 학력과 야심을 품고 인도에서 건너온 엔지니어다. 그녀는 소수자 모델에 대한 논란에 관심이 많다. 이 논란이 아시아 문화와 미국 이민정책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그녀도 자신의 개별성을 박탈당했다. “아시아인들은 기계처럼 암기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나 깊이는 없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교사들을 만난 것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그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제가 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의견을 내면 더 잘 들어줬어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63%가 바이든을 지지했고, 투표율이 특히 높은 18~29세에서는 83%까지 올라간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선거 전문 데이터 수집기관 ‘타겟스마트’는 바이든이 1만 1,779표로 이긴 조지아 주에서 2020년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표가 6만 2,000개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바이든의 고정 지지층은 아니다. 트럼프 지지율도 2016~2020년 7%p 상승했고, 베트남계 미국인들의 경우 50%를 넘기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구 공산정권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의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에서 찾는다. 트럼프는 대선기간 바이든을 이 두 단어와 종종 연결시켰다. 또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많은 아시아인이 경찰력 강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내놓은 치안예산 감축안이나, 민주당이 지지하는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 운동에 대한 적대감에서 찾기도 한다.

소수자 모델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한 자들일까? 아니면 착취와 차별을 받은 이들일까?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첸은 시각장애인들과 코끼리에 관한 불교 우화를 들었다. 왕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코끼리를 만지고 그 모습을 묘사해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이 만진 부위에 따라 각자 다른 대답을 했다. 첸은 말했다. “모든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죠.” 

 

 

글·막심 로뱅 Maxime Robin
기자

번역·서희정
번역위원


(1) Evgeny Morozov, ‘Doit-on craindre une panne électronique ? 반도체 대란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8월.
(2) Serge Halimi, ‘L’opinion publique américaine s’alarme des succès du Japon 일본의 성공을 경계하는 미국 대중’,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91년 10월.
(3),(8) Robert Takaki, ‘Strangers from a Different Shore: A History of Asian Americans’, Back Bay Books, 뉴욕, 1998년(재판).
(4) ‘Poverty in NYC. Data Tool’, NYC Opportunity, New York, www.nyc.gov
(5) ‘Impact of Covid-19 on Asian American Employment in NYC’, Asian American Federation, New York, 2021년 1월 26일, www.aafederation.org
(6) Richard Keiser, ‘Peur blanche aux États-Unis(한국어판 제목: 미국 백인부모들이 두려워하는 것)’,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0년 9월. 
(7) Nathan Joo, Richard V. Reeves, Edward Rodrigue, ‘Asian-American success and the pitfalls of generalization’, Brookings Institution, Washington, 2016년 4월 20일, www.brookings.edu
(9) Rosalind S. Chou & Joe R. Feagin, 『The Myth of the Model Minority : Asian Americans Facing Racism』, Routledge, New York, 2014년(재판).

 

 

“전쟁에서 또 다른 전쟁으로 넘어가는 것”

 

브롱크스 북서쪽에 위치한 소규모 지구, ‘리틀 캄보디아’는 매년 축소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주민이 1만 명에 달했으나, 현재 포드햄 지역에 사는 사람은 1,000명 미만이다. 1970~1980년대 피난 물결 이후, 이제 이곳에는 왓 쪼따나람 사원과 작은 식료품점 등 예전 흔적만 남아있다. 청년들은 더욱 생기 있는 캄보디아인 공동체를 찾아,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로 떠났다.

“브롱크스는 우리가 선택한 곳이 아닙니다.” 메콩 NYC 행정을 맡고 있는 차야 춤이 말했다. 메콩 NYC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출신 난민들의 상호부조 단체다. 춤은 노년층을 위한 모금 행사로 열린 온라인 요리교실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 춤은 1985년 필리핀 난민수용소를 떠나 7세에 뉴욕에 도착했다. “가장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멜팅포트에 던져졌어요. 미국 정부는 우리를 이주시킨 후 방치했습니다.” 브롱크스의 캄보디아인들은 제임스 카터 대통령이 1980년 난민법에 서명한 후 미국으로 피난 온 동남아시아인(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백만 명에 속했다. 사회주의에 맞선 사상적 투쟁이 심화되던 이 시기의 미국은, 난민수용에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공화당원들은 미국 자본주의 체제가 패권을 잡았다며 열광했고, 민주당원들은 미국의 인도적 포용을 자화자찬했다.” 사회학자 에릭 탕은 이렇게 분석했다.(1)

캄보디아 난민 15만 명 중 1만 명은 열악한 환경의 브롱크스로 이주됐다. 그들의 숙소는 대개 불결했다. 이전 세입자도 버리고 간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원래 주민들은 코카인이 판치는 그곳으로 이주한 그들을 노동시장의 경쟁자로 생각했다. “브롱크스는 전쟁 중이었어요. 하나의 전쟁에서 다른 전쟁으로 넘어가는 중이었지요.” 춤은 회고했다. 캄보디아 난민들은 공장이나 네일숍에서 육체노동을 했다. 30~40세에 새로운 삶을 찾아 왔던 이민자들이 이제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층이 됐다.

춤은 “브롱크스가 코로나19로 인해 심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뉴욕 당국의 대처가 미온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통역 부족, 백신 접종률 부족, 생필품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영어와 베트남어, 스페인어로 목회하는 토렌틴의 성 니콜라스 교회 정문 등에 마련된 급식소 앞에는 주린 배를 채우러 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춤은 “저분들 중에는 관절염 환자도 있다”라며 한탄했다. “추위와 바이러스에 노출된 채 주린 배를 채우려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대량 학살과 폭격을 피해서 오신 분들인데, 더 나은 삶을 누릴 순 없을까요?” 

그나마 급식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가 빈민층에게 지급하는 ‘푸드 스탬프’를 놓고 다퉈야 한다. 춤은 이런 상황 속에서 피로와 절망을 느낀다고 호소하며, “많은 캄보디아인이 여전히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시달린다”라고 지적했다. 1989년 설립된 인도차이나 정신건강센터는, 과거 인도차이나 전쟁 난민들의 정신질환을 치료했다. 뉴욕에서 유일한 난민용 정신건강센터였던 이 기관은, 많은 이들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2015년 문을 닫았다.

미국 국적이 없는 이들은 추방에 대한 공포까지 느낀다. 국경수비대는 “현재 캄보디아인 1,900명이 본국으로의 추방을 앞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본국’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규범도 언어도 낯선 곳이다. 그런 곳으로, 미국에 가족을 둔 채 떠나야 하는 것이다.  

 

(1) Eric Tang, Unsettled : Cambodian Refugees in the Hyperghetto', Temple university Press, Philadelphie, 2015.

 

소수자 우대 정책은 정당한가

 

소수자 우대정책에 의하면, 민족 다양성 유지 차원에서 지원자의 점수가 동일할 경우 흑인이나 라틴계 학생을 우선 선발한다(그러나 하버드 대학교 학생의 25%가 아시아계다).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1) 아시아계 미국인들 상당수가 소수자 우대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일부는 미국 대학 입시 절차에 해당 정책 적용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며, 저명한 학교들을 고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 원칙의 역효과를 비난하고 있다. 

고소인은 “학생, 학부모, 일반인 등 인종에 따른 분류와 우대 조치가 부당하고 무용하며 헌법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약 2만 명”이 뭉친 ‘공정한 입시를 지지하는 학생들’이라는 단체다. “우수한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차별받았다”라는 그들의 주장은,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원들이 2009년 실시한 조사에서 비롯됐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고소인들의 계산에 따르면, 흑인 학생은 미국 대학 입학 자격 시험(Scholastic Assessment Test, SAT)에서 1,000점을 받으면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반면, 백인 학생은 1,310점, 아시아인 학생은 1,450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2)

하버드 대학교(합격률 4.6%)는 인종은 방과후활동, 성격, 잠재적 리더십 등 선발 과정에서 고려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각 기준의 정확한 비중은 밝히기 거부했다. 결국 매사추세츠 고등법원은 명문대학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소송 건은 미국 최상급법원인 대법원에서 대법관 9명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고소인들이 승소할 경우, 대학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리고 할당제는 금지했지만 학생들의 다양화를 위해 인종을 입학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1978년 판결(캘리포니아 대학교 대 바크)은 무효화된다. 명문대학교에 인맥을 쌓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명망과 부를 얻는 희망을 집약시킨 나라에서 이번 판결의 파장은 클 것이다.

이에 따라 인종기반 소수자 우대정책 대신, 프랑스 모델에 가까운 소득기반 우대정책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흑인과 히스패닉에게 불리하다는 반대의견과 충돌하고 있다. 흑인과 히스패닉은 저소득층이 많지만, 이들은 백인 저소득층에 비해 대학 입학 자격시험 전에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명문대학에 지원하는 비율도 낮다. 해결하기 어려운 논란이다.

 

(1) Kimmy Yam, ‘70% of Asian Americans support affirmative action. Here's why misconceptions persist’, NBC News, 2020년 11월 14일, www.nbcnews.com
(2) Thomas J. Espenshade, Alexandria Walton Radford, ‘No Longer Separate, Not Yet Equal : Race and Class in Elite College Admission and Campus Lif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