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의 외주화로 국가의 존재감이 사라진다

2021-10-29     아르노 봉탕 외

법조문의 작성, 선거공약집의 배포, 마스크 주문, 백신 접종 캠페인의 기획 등 미국 기업 맥킨지를 포함한 컨설팅 기업이 외주로 담당하는 공공 서비스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주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도 그리고 외주로 인해 초래되는 공공 기능의 노하우 상실도, 민주적 토론에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는다.

 

‘프랑스 정부의 알제 시 공식 파트너, VFS 글로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비자 문서 분류 업무’를 위임받은 한 서비스 업체의 사이트에 들어가니 이런 문구가 떴다.(1) 10년 전부터 프랑스는 알제리를 포함한 일부 국가의 비자 요청서를 이 업체를 통해 처리한다. 문화 매개활동부터 영유아 복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외주가 없는 공공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상황이 바뀐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정부는 ‘발주처 지원’ 입찰을 통해 외주업체를 선정하는데, 심지어 이 외주업체의 선정, 관리까지 또 다른 외주업체에 맡긴다.

프랑스 국민의 대부분은 2021년 6월에 시행된 지방선거에서 선거공약집의 준비와 배포를 민간기업이 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권의 올바른 행사에 필요한 안내서, 공보, 투표 봉투 등의 문서를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금 2억 8,300만 유로가 들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군전용 결제 소프트웨어 ‘Louvois’를 대체하기 위해 외주업체를 섭외한 일도 있었다. 그 밖에도 여러 사례가 있고, 일부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군용 헬기 일부의 외주, 민간기업의 무선 탐지 차량을 이용해 도심 주차장을 감독하는 일,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사의 대체 인력 관리를 Andjaro라는 스타트업에 맡긴 일, 경찰 한 명 없이 국제보안업체에게 영사관의 보안을 일임한 일 등이다.

외주는 ‘공공 서비스를 21세기 상황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포장된다. 그것이 EU 집행위와 OECD가 내세우는 명분이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공공활동의 현대화’와 ‘공공분야의 변화’를 담당하는 사무국도 있다. 그러나 사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임무 중 일부를 민간기업에게 맡겨왔다. 이미 17세기에 프랑스 왕정은 운하 건설을 민간 투자 기업에게 위임했다. 단 내륙 운하망의 소유권은 왕정이 가지는, 오늘날 정부 주도 사업의 ‘사업권 양도’와 유사한 형태였다. 이런 형태는 19세기에 국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더욱더 발달했고, 19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들이 프랑스 전역에 보급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철도 산업, 가로등, 가스 및 식수 공급망 등이 ‘대기업’ 카르텔을 등에 업고 성장했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진행된 대대적인 국유화 작업은 이런 형태의 재유행을 불러왔다. 정부 직영으로 전기 및 가스 공급망과 철도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비효율적이고 고리타분한 시대에 외주의 논리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외주는 1970년대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근대화의 동의어처럼 사용되다가, 1980년대부터 ‘신공공관리’ 이론이 주목을 받으면서 마침내 프랑스에도 상륙했다. 1995년부터 외주의 지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역대 모든 프랑스 정부들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에서 정치적 나침반 역할을 하는 위치로까지 상승했다. 당시 외주는 공적인 담론에서 모든 찬사를 한 몸에 받았지만, 사실 정부에게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긴축정책 때문에 공무원의 수를 늘리지 못하는 정부에게 단기적 해결책이 되면서, 1986년과 1997년(에어프랑스, 고속도로 등) 이뤄진 대대적인 국유화로 급격하게 늘어난 공공 서비스를 잠식해 나갔다.

그러나 2007~2012년 추진된 ‘공공정책검토(RGPP)’을 기점으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RGPP는 “공무원 2명이 퇴직하면 1명만 충원하겠다”라는 니콜라 사르코지의 선거공약을 구체화한 결과로, 처음에는 평범한 경기 부양책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힘이 약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데 익숙했던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영미권 기반의 국제 컨설팅 기업이 이 정책의 실행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뜻하지 않게 혁신의 바람이 불었다. 이 대형 컨설팅 기업들은 초반에는 정부기관에 대한 컨설팅을 꺼렸지만 점차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덕분에 행정부 운영에 관한 ‘정부의 개혁’이 눈에 띄는 효과로 이어졌고, 공공분야의 컨설팅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법안의 사유서를 작성하는 등 전략기획부터 운전면허증 개혁과 군 결제 소프트웨어의 교체 등 구체적인 사안들의 실행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에서 컨설팅 기업은 ‘부족하고 낡은’ 정부를 대신했다.(2)

 

모호한 개념, 극명한 문제들

그러나 이토록 긴 역사와 폭넓은 쓰임 속에서도, ‘외주’의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다. 마치 외주의 일반화는 ‘분석 금지’라는 조건을 달고 진행되는 듯하다. 심지어 정부와 용역업체 간 계약의 성격을 정리한 법적 분류표를 참고해도, 외주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법적 분류표에서는 코뮌이 컨설팅 기업에 용역을 의뢰하는 것과 코뮌이 수자원 관리 용역을 하청주는 것의 차이는 파악할 수 있지만, 코뮌이 펜을 구매하는 것과의 차이는 알 수 없다. 사실 첫 번째 경우와 두 번째 경우는 계약 방식이 하나는 공공계약(재화 및 용역의 공급)이고 다른 한 개는 공공 서비스의 위탁으로 각기 다르다. 그러나 공공활동의 전체 또는 일부의 실행을 민간 주체에게 맡긴다는 점에서 정책적 논리는 다르지 않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립 병원의 외주 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은 2019년에 무려 1,600억 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 GDP의 7% 또는 정부 예산의 1/4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중 2/3는 공공 서비스를 위탁한 경우로, 민간기업과 계약을 체결해 도심 교통이나 수자원 관리와 같은 공공 서비스를 실행하게 하는 형태다.(3) 나머지 1/3은 컨설팅, 관리, 청소 등의 서비스 용역이 차지했다.(4) 그러나 이토록 큰 금액이 외주업체로 매년 흘러 들어감에도, 이 문제는 공공토론이나 국회보고에서도, 심지어 선거에서도 거론된 적이 없다.

외주 확산은 공공 서비스의 기능, 정부의 주도적 행동력 및 의사결정력을 약화시킨다. 코로나19 위기는 수많은 유럽 국가들의 무능함과 함께, 대부분이 해외 기반인 사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드러냈다. 프랑스가 마스크, 인공호흡기,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의존성은 개인 정보의 관리와 정부가 사용하는 IT서비스와도 관련이 있다. ‘건강정보허브(Health Data Hub)’라는 정부 프로젝트는 프랑스 국민의 보건정보를 미국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관리하는 서버 한 곳에 저장하는 방식이라, 논란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외주의 부작용이 드러났음에도, 외주를 줄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외주의 다양화는 정부의 임무수행 능력을 떨어뜨리고, 노하우가 쌓이는 것을 막으며, 공무원의 ‘자각 능력’, 즉 사명감을 앗아간다. 사실 외주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점이다. 외부 용역업체에 의존하다 보면 점점 노하우를 잃게 돼 종국에는 정부가 단독으로 정책을 실행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의료기관은 외주의 증가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빠르고 대대적인 조직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식사 준비, 세탁, 살균 등 분야의 기존 계약조건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보건, 감독, 보안 등 공공정책의 기획에 있어, 외주는 정부의 주도권과 공공 서비스 관리 능력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외주업체가 과연 의뢰인을 이끌고 의뢰받은 업무를 수행할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분야는 정부가 내부적으로 견고한 경쟁력을 갖출 의지가 없는 대표적인 분야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기술적 역량을 잃게 될 것은 걱정조차 하지 않고, 초단기적인 임시방편으로서 외주를 이용한다(IT 프로젝트의 빠른 시행 또는 인터넷 사이트의 개설 등). 그러나 IT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최소한의 기술적 지식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은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고, 사용자와 국민의 수요에 부적합한 서비스를 제안할 우려가 있다.

공공 서비스의 모든 비물질적인 유산, 예를 들어 업무 경쟁력, 기획 노하우, 전략적 사고 등이 약화되고 있다. 민간 용역업체에 위탁하는 행위는 기술뿐만 아니라 예산 측면에서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일이다. 외주로 예산을 절감하고 나면, 다음 해에는 추가예산을 받을 수가 없어 계속 외주를 줘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주 업무를 다시 내부로 들여오려면, 정부는 잃어버렸던 경쟁력과 노하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주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분야별로 최소 10년, 최대 40년까지 걸릴 수 있다. 그렇게 정부는 외주의 덫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모든 공공계약은 공공영역과 정부 역량을 축소시키고, 공공활동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공무원은 업무 감각을 익히기 어려워진다. 고객 서비스를 해외 하청업체가 담당하면서, 고객인 국민들은 서비스의 결정권자 및 책임자와 소통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가사도우미와 정원사 등 하청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노출된다. 이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기 전에, 외주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리기 전에, 신속히 외주의 논리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글·아르노 봉탕 Arnaud Bontemps
공무원
프륀 엘프테르노아 Prune Helfter-Noah 
컨설턴트
아르센 륄만 Arsène Ruhlmann
Nos services publics 소속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이 기사는 Nos services publics 단체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발췌했다, https://nosservicespublics.fr
(2) Anne Michel, ‘Quand l’État décide de sous-traiter la rédaction de “l’exposé des motifs” de la loi “mobilités” ‘이동성’ 법안의 사유서 작성을 외주에 맡기기로 결정한 정부’, <르몽드>, 2018년 11월 29일.
(3) www.monde-diplomatique.fr/63655 사이트에 상세히 설명된 방법론적 선택에 따라, 공공 서비스의 위탁을 고려하기로 결정했다.
(4) ‘160 Md€ d’externalisation par an : comment la puissance publique sape sa capacité d’agir 연간 외주 비용 1,600억 유로 : 행동력을 스스로 포기한 정부’, Nos services publics 단체, 2021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