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고 회의, 해빙을 막을 마지막 기회?
기후 회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월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회의(COP26)가 열렸다. 이번 회의의 목표는 2015년 파리에서 세계 각국이 체결한 협약의 실행이다. 이미 진행 중인 온난화의 치명적 결과를 막기 위해 각국은 앞으로 3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훨씬 더 많이 줄어야 한다. 우리에게 더 이상 ‘내일’은 없다.
자료 속 수치에서 알 수 있듯, 탄소배출이 주원인인 현재의 지구온난화는 19세기부터 산업화를 이룩한 유럽과 북미 선진국에 막대한 책임이 있다. 현재까지도 선진국은 인구에 따라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에 속한다. 석유(러시아, 카자흐스탄, 페르시아만 국가)와 석탄(호주) 생산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의 배출량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는 신흥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선진국이 소비하는 재화의 생산을 신흥국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류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 미만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과거 50년 만에 찾아오던 폭염이 앞으로는 약 10년 주기로 발생할 것이다. 만약 평균 기온이 4°C 상승하도록 방관한다면, 5년 중 4년은 폭염에 시달릴 것이다. 온난화는 인류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함에도, COP26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약속한 노력은 파리 협약의 목표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
2021년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제26회 당사국총회(COP26)가 개최된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구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UNFCCC는 모든 국가에게 “기후 시스템을 위협하고 어지럽히는 모든 인위적 활동”을 멈출 책임을 부여한다. 이 협약은 세계 지도자들이 적어도 25년 전부터, 특히 1990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첫 보고서 발표 이후, 위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최초의 협상은 이미 1988년 6월 토론토에서 열렸지만 실패로 끝났다. 당시 미국은 온실가스(GHG) 배출 20% 감축 합의를 저지했다.
1995년부터 UNFCCC 체결국(196개국과 유럽연합)은 단계적으로 지구 온난화 대책 수립을 위해 매년 당사국총회(COP)를 개최한다. 그중 1977년 일본에서 교토 의정서를 채택한 COP3가 가장 유명하다.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았지만, 과감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한 교토 의정서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노력의 3%밖에 만족시키지 못했다.(1)
목숨이 걸린 1.5°C, 재앙의 2°C
2009년, 코펜하겐 회의로 더 잘 알려진 COP15 개최를 앞두고 흑색선전이 벌어졌다. 해커들이 영국 연구단의 이메일을 배포해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IPCC가 데이터를 조작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코펜하겐 회의에서 체결된 최종협약은 매우 간단하고 강제성도 없지만 적어도 기후협상의 두 가지 주요 목표는 확인했다.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2°C로 억제하고 1,000억 달러의 ‘녹색기금’을 창설하는 것이다.(박스 기사 참조)
2015년에 열린 COP21은 과거 총회들보다 언론의 주목을 훨씬 많이 받았다. 기후 단체, 청년 단체, 과학계가 한목소리로 상황의 심각성 인정을 요구하며 점점 더 큰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파리 협약은 한층 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세계 지도자들에게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내로 억제, 나아가 1.5°C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한다”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여기서 ‘산업화 이전’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IPCC가 2021년 8월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1.1°C 상승했다.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이다.(2)
전문가 대다수는 온난화의 관성 때문에 2040년경 1.5°C 이상의 기온상승을 피할 수 없더라도, 그래도 다음 세기를 위해 이 목표를 유지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소수점 이하 단 몇 °C도 중요하다. IPCC의 이전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 2°C 이상 상승의 결과는 훨씬 심각할 것이다.(3) ‘지구 평균’ 기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 기온 2°C 상승은 엄청난 변화를 뜻한다. 2만 1,000년 전 마지막 최대 빙하기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5~6°C 낮았다. 지금의 캐나다 전역, 북유럽 그리고 러시아의 상당 부분은 빙모(氷帽)로 뒤덮여 있었고 해수면 높이도 지금보다 120m 낮았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떠넘기기’
상황이 이처럼 시급한데도 파리 협약 체결국들은 협약 이행을 5년 뒤로 미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COP26은 코로나 19로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 협약 이행 과정을 방해했고 대부분의 협약 체결국은 북미의 입장을 방패 삼아 시급히 행동에 나설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신 2016~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방관했다. 전 세계 각국이 현재 이행중인 노력은 개별 국가 경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 현 수준의 노력을 유지한다면 2100년경에는 기온이 3°C 이상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번 COP26에서 ‘국가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s)’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기후 관련 논의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도 부각시킨다. 후진국에 최대한의 노력을 요구하는 선진국은 이론의 여지가 있는 편향된 논거를 내세워 후진국은 온난화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고도화된 경제 구조를 가진 선진국은 사실 후진국 못지않게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가뭄, 화재, 홍수는 자유방임이 불러올 대혼란의 예고편이다.
21세기부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결정적인 책임은 서구 선진국에 있다. 지금까지 축적된 온실가스의 2/3는 선진국이 배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흥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은 선진국 공장의 해외이전과 관련이 있다. 선진국의 소비를 위해, 후진국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4) 후진국은 선진국이 과거에 배출한, 그리고 해외이전으로 현재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계산에 포함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후진국이 선진국으로부터 얻어낸 작은 양보는 1992년 UNFCCC 이후 국제환경법이 정한 국가 간 평등의 원칙에 예외를 적용해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법적 원칙을 포함한 것뿐이다. 그런데 이 원칙은 실질적인 효력이 전혀 없으며 판례상 규범적 가치도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정부들은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면서도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5) 기후변화 대응을 미루는 이유는 워낙 광범위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미룬다면, 결국 더 큰 변화가 필요해질 것이다.
‘성장과 온실가스의 분리’라는 환상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C 미만으로 억제하려면 2010년부터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매년 3.3% 감축했어야 했다. 그런데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따라서 이제 매년 7% 감축해야 한다.(6) 7%는 봉쇄조치로 2020년 한 해 동안 감소한 배출량과 비슷한 규모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이 사실에서 교훈을 얻는 대신 성장과 소비 재개만 거론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3/4은 연소 과정에서 주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석탄, 석유, 가스)다. 에너지 생산자들은 대부분 교묘하게 손실을 피해간다. 에너지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더더욱 그렇다(프랑스의 에너지 과세는 3번째로 중요한 국가 수입원이다).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진정한 재생가능에너지 장려 노력이 여전히 제한적인 이유다.
유럽 내 원자력 분야에서 프랑스는 점점 외딴 행보를 보인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이탈리아는 탈(脫)원전을 결정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원자력을 선택하는 유혹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원자력의 경우 안정성을 보장하더라도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힘들다. 우라늄 매장량이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은 또한 (가뭄, 원전 노후화 등으로 인한) 일시적 발전 중단 가능성이 있고, 자연재해 상황에서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으며, 유해 폐기물 누적에 대한 해결책이 아직 없기 때문에 점점 더 부적합하고 위험한 에너지로 판명될 것이다.
뷔르 지역에 핵폐기물 지하 매립시설 시제오(CIGEO)를 건설하는 사업은 이미 논란거리다. 이 시설이 완공되더라도 프랑스가 추가로 건설 예정인 원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7) 일부 국민과 관련 단체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IPCC 최신 보고서 또한 심각한 결론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들이 COP26에 ‘국제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이 긴급 발의의 목표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70배 높은 메탄의 배출을 향후 20년간 엄격히 줄이는 것이다. COP26는 메탄 배출 감축 외에도 ‘전환’과 기술적 또는 행정적 조정 관련 일부 분야를 위한 보조금 지원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총회는 또한 2015년 각자 유리한 기준을 선택한 국가별 약속을 표준화하고 배출 감축 기한과 단위를 통일시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상당해 보이는 노력도 현실에서는 부족하다. 기후변화 대응의 선봉에 선 듯 보이는 EU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EU의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 전면 중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흡수원(Carbon Sink)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불확실한 계획에 의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은 최근 수십 년간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의 분리에 성공했다”(8)라는 환상(또는 거짓말)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은 해외이전으로 후진국에 떠넘긴 배출량을 숨기고 있다.
5년 전 발송한 청구서가 도착했다
많은 연구가와 협상가의 진심 어린 선의에도 불구하고 COP26은 오히려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탄소 시장을 통해 경제의 자본화와 투기적 거품현상이 강화될 수 있으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지도 모른다. 지구공학 또는 훨씬 더 위험한 기후 조작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 수용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관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적응이다. 기후시민협약(CCC)을 포함해 아주 최근까지도 프랑스의 기후위기 대처 노력에 대한 담화는 주로 완화, 즉 배출 감소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온실가스의 대기 중 잔류 수명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30년간 닥칠 기후위기를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COP26에 모일 각국 대표단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동시에 기후변화의 위협에 적응할 수 있는 대책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국가도 심지어 유럽조차 이 사안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국민의 불안을 막기 위해서였다.
과학적 자료를 보면 COP26은 우려스러운 한계를 넘기 전에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중 하나로 보인다.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국가 간 세력 불균형과 이 불균형이 함축된 대량 소비를 전면 수정하지 않는다면, 파리 협약의 목표 달성은 이내 불가능해질 것이다.
2015년 파리에서 우리는 5년 후 다시 만나 약속을 수정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은 2021년, 그때가 왔다.
글·프레데리크 뒤랑 Frédéric Durand
장 조레스 툴루즈 2 대학 지리학교수. 주요 저서로 『Le réchauffement climatique, enjeu crucial du XXIe siècle 기후 온난화, 21세기의 핵심 쟁점』, (Ellipses, 2020)이 있다.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Au royaume des aveugles, l’effet de serre est roi, 눈먼자들의 왕국에서는 온실효과가 왕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2년 12월호.
(2) 제1실무그룹 보고서,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IPCC, 제네바, 2021년 8월 9일.
(3) ‘지구 온도 1.5°C 상승’, IPCC, 제네바, 2019년.
(4) 『Les émissions importées. Le passager clandestin du commerce mondial, 후진국에 수출한 배출량. 세계 무역의 무임 승차자』, ADEME-Réseau Action Climat, 몽트뢰유, 2013.
(5) Philippe Descamps & Thierry Lebel, ‘Un avant-goût du choc climatique, 기후변화 쇼크의 전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5월호.
(6) ‘Rapport sur l’écart entre les besoins et les perspectives en matière de réduction des émission, 배출 감축 필요와 전망 격차 보고서 ’, UNEP, 나이로비, 2019년 11월 26일.
(7) ‘Le stockage des déchets radioactifs à vie longue, qu’en penseront les citoyens en 2100?,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 2100년의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프랑스 방사능보호 핵안전 연구소, 파리, 2017년.
(8) ‘Une planète propre pour tous. Une vision européenne stratégique à long terme pour une économie prospère, moderne, compétitive et neutre pour le climat 모두를 위한 깨끗한 지구. 경제의 발전, 현대화, 경쟁력, 중립성으로 기후를 보호하기 위한 유럽의 장기 전략 비전’, 유럽 집행위원회 발표문, 브뤼셀, 2018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