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라는 반정치

2011-10-10     알랭 가리구

사회당 1차 경선 여론조사는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여론조사를 하려면 일단 여론이 있어야 하는데, 누가 과연 여론을 조성할까? 사회당 지지자들? 이들이 모두 투표하리란 만무하다. 유권자들? 이들도 그나마 일부만 투표장에 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 대상자들’, 즉 ‘1차 경선 당시 투표에 참여했고, 차후 대선에서도 표를 던질 지지자들’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대표성 반영 못하는 방법론

전형적인 일례를 들어보자. <르몽드>는 지난 8월 27일자에서 사회당 1차 경선과 관련해 입소스와 로지카비즈니스컨설팅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관해 보도했다. <르몽드>는 367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할당 방법’에 의해 선정된 표본에 전화설문 방식으로 실시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신뢰할 만할 ‘대표성 있는 표본’이라 할 수 있을까?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주석만 봐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차 경선 투표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응답자들은 고작 404명에 지나지 않았고, 이 중 363명만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여론조사 표본이라 부를 만한 것도 없고, 오차범위만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런 여건에서 ‘무작위 표본 추출’이나 ‘인구비례 할당 방식’이라는 조사방법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실제 응답자들의 대표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조사방법상의 허점이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 사례는 여론조사의 허점을 명쾌하게 보여줄 것이다. 자칫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법하지만, 지난 5월 여론조사를 더듬어보자. 여론조사기관들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을 사회당 경선의 유력한 승리자라 밝혔고, 대중매체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관한 정보를 보도했다. 에르베 가테뇨는 주간지 <르프앙> 2010년 11월 29일자를 통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스트로스칸이 사회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당 내 다른 대선 주자들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어, 더 이상 스트로스칸이 대선 출마 의사가 있는지는 거의 중요치 않다. 사회당에도 그의 대선 출마가 최선임이 분명하다.” 또한 마르틴 오브리에 대해 평가절하하며, “이솝 우화의 토끼처럼 너무 뒤늦게 출발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도 마찬가지로 우화 속 토끼 같은 경우이지만, 그는 비행기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라고 했다. 물론 의도된 농담은 아니었지만, 점술가인 엘리자베스 테시에가 스트로스칸의 승리를 점치면서 이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신빙성 있어 보였다. “2010년부터 플루톤이 운명의 큰 전환점을 긋고 있고, 이는 2012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다. (중략) 2011년은 그에게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다. 그가 62살을 맞는 해가 인생의 절정기이다.”(1)

이후, 점술가는 해로운 별이 그를 피해갔다며 최소한 상황수습에라도 나섰다. 하지만 입소스나 소프레스, BVA 같은 여론조사기관들은 점술가와는 달리, 똑같은 상황을 이어갔다. 지난 9월 15일 기준 사회당 1차 경선과 관련한 설문조사만 34개에 이르렀고,(2) 여전히 똑같은 눈속임 놀음의 연속이었다. 다만, 프랑수아 올랑드가 스트로스칸을 대체했다는 사실만 달랐다.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도 전혀 변한 것이 없다. 몰리에르의 <상상병 환자>에 등장하는 의사가 한 말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의사는 ‘아편은 왜 잠이 오게 하느냐’는 질문에 “아편에는 졸음을 야기하는 수면촉진 효능 성분이 있기 때문에 잠이 온다”고 답변했다. 코레즈 의원이 여론조사 결과 선두에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CAP의 스테판 로제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월등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렉스프레스> 2011년 9월 1일자). 입소스의 브리스 탱튀리에는 “대통령이 될 만한 요건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르몽드> 2011년 8월 26일자). 아편은 졸음을 가져오기 때문에 졸립게 한다. 올랑드는 선두에 서 있기 때문에 선두에 서 있다?

지지 대신 당선 가능성에 쏠려

이를 듣고 있으면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투표자 수 측정에서처럼 말이다. 마치 로또라도 되는 듯, 원형판이 회전하고 나면 숫자가 연속해 나타난다. 어떤 이는 유권자가 250만 명이라 하고, 어떤 이는 1250만 명이라고 한다. 단 290명이 참여한 표심 관련 <누벨옵세르바퇴르> LH2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르몽드>는 4월 13일자에서 “프랑스 국민의 30%가 사회당 1차 경선에 투표할 의사가 있다”고 보도했다. BVA 소속 전문가는 9월 15일자 <렉스프레스>를 통해 “10월 9일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650만 명의 프랑스 국민의 3분의 2가 사회당 지지자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뒤이어 조사결과는 잠정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1차 경선 참여율을 높이려면 사회당이 투표 참여에 수반되는 기술적·실질적 방법을 잘 홍보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즉, 여론조사자들은 절대 틀리는 법이 없다. 투표율이 높으면, 이들은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며 자랑한다. 만약 투표율이 낮으면, 민심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사회당의 잘못이 되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몇 달 동안 떠들어대던 수치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 및 배포에서 한 단계 밑에는 편집자들이 있다. 여론조사에 대한 편집자들의 맹신은 확고하고, 여전히 닳고 닳은 주장만 되풀이한다. <누벨옵세르바퇴르> 로랑 조프랭 사장은 지난 9월 15일 <프랑스앵포> 방송에서 “나는 여론조사를 불신하고 반대하는 움직임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는 상당히 신뢰할 만할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여론조사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그릇된 믿음 아래 오용되고 있을 뿐이다. 여론조사는 현재 날씨를 예측하는 일기예보에 지나지 않을 뿐, 미래의 기상상황을 예측하는 수단이 아니다. 날씨는 변화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전 프랑스여론조사연구소(Ifop) 대표이자 현 프랑스경영인협회장인 로랑스 파리소도 비슷한 견해를 표했다. “여론조사 자체가 틀릴 수 없습니다. 미래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니까요.”(<레제코> 2007년 4월 16일자).

여론조사가 기상예보와 같다는 케케묵은 비유가 옳을까? 물론 일기예보가 내일의 날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여건을 결정짓는다. 사람들은 주말 일기예보를 보고 가족 단위 야외 소풍을 결정하고, 스키이용권을 구입하며, 바다에 배 띄우기를 결정한다.

또한 여론조사가 쌓여갈수록 정치적 중립성은 약화된다. 일정 기간 축적된 여론조사는 두 가지 면에서 후보자 선택에 미리 영향을 미친다. 먼저, 인기도 혹은 지지도는 ‘잠정적 대통령감들’로 유력하다고 판별되는 몇몇 인물을 선별해낸다. 다음으로, 특히 2차 투표와 관련해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 관련 유권자 여론조사는 공천을 두고 경쟁할 ‘대통령이 될 후보자들’을 결정짓는 것과 같다. 약 5년 단위로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잠정적 대선 후보자들의 전략 및 이들에 대한 지지와 유권자 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개투표의 논리 재현

즉, 경선 7개월 후 실시하는 2012년 대선 2차 투표에 출마하리라 예상되는 가상의 후보자들에 대한 표심 조사 결과에 사람들은 이미 영향을 받았고, 바로 이들이 10월 9일 치를 사회당 1차 경선에 대한 여론조사의 설문 대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설문 응답자들은 그들의 눈에 니콜라 사르코지라는 적수를 물리치기에 유력해 보이는 인물을 뽑는 것이다. 설문 응답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태도를 취하며, 이 때문에 일부 사회당 후보자들 사이의 이념적 차이는 문젯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대부분 후보자들은 0~1%밖에 안 되는 지지도를 보일 것이고, 한두 명의 후보자에게 집중적으로 지지가 몰릴 것이다. 지지도가 한두 명에게 집중되는 것은 후보자들이 내세운 정치 공약 때문이라기보다 이들의 대통령 당선 확률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여론조사는 GPS 내비게이션과 같다. 최종 목적지가 끊임없이 바뀌고, 이동경로에 대한 단순한 검토만으로 도로망이 수정되는 시스템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나은 시스템도 분명히 있다.

여론조사는 어느 정도 현실성 있게 표심을 알려주지만, 투표 자체에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여론조사는 몽테스키외가 예찬한 보수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개투표의 논리를 재현하는 것이다. “국민이 표를 던질 때, 그 표는 공개적이어야 하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때 국가의 주요 인사들이 우매한 국민을 계몽하고, 중요 인물들이 국민에게 중심을 제공해야 한다. 로마 공화정이 비밀투표를 실시하면서 모든 것은 무너졌다. 갈피를 잃은 국민을 계몽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3) 즉, 여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정작 국민의 입을 봉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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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가리구 Alain Garrigou
리샤르 브루스와 공저한 <여론조사에 반하여: 민주주의는 판매용이 아니다>(Manuel anti-sondages: La démocratie n’est pas á vendre·라빌브륄르·몽트뢰이수부아·2011) 등이 있다.

번역 / 김윤형 hibou98@naver.com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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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리마치>, 2010년 12월 29일.
(2) http://www.observatoire-des-sondages.org.
(3) 샤를 드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외브르, 라플레이아드, 2부,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