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경찰을 대체하는 모스크바의 자경단 '사자의 반역'
SNS 확산과 더불어 증가하는 자칭 ‘정의의 사도’들
국경을 감시하는 자경단, ‘일탈’ 행동을 막으려고 조직된 그룹, ‘과도한’ 혹은 ‘약해빠진’ 경찰 진압을 간청하는 고독한 ‘정의의 사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법에 반하는 행동방식으로 직접 정의를 구현하고, SNS를 통해 이들의 행동은 한층 더 확산된다.
“급습이다!” 2021년 7월 어느 금요일 저녁, 미하일 라주틴은 출동신호를 보냈다. 술에 취해 시끄럽게 떠들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뒤섞인 칼리닌 공원 정문을 가로질러갔다. ‘사자의 반격(Lev Protiv)’ 리더인 25세 모스크바 시민은 덩치 큰 팀원 5명과 카메라 2대를 동반하고 나타났다. 반복되는 소음공해로 화가 난 한 이웃이 그에게 구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밤을 새던 청년들은 흥을 깨러 온 유명 유튜버와 그의 팀을 즉시 알아봤다. 그들은 7년 전부터 계속, 이제는 숙련된 행진을 펼치는 중이었다. 몇몇은 그들에게 빈정대며 인사말을 건넸고, 주먹을 불끈 쥐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자리를 떠나버렸다. 음주와 흡연이 금지된 공원에서 ‘정의의 사도’ 역할을 맡은 라주틴은 “벌금을 내기 싫으면 음주를 멈추라”고 강요했다. 말해도 소용이 없으면 경찰을 불렀다.
나태하고 비겁한 경찰을 대신해
경찰들이 오기 전, 가장 심하게 취한 이들과의 대화가 순식간에 다툼으로 번진 장면들이 환한 조명 아래 모조리 녹화됐다. 격한 분위기에서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날 저녁의 급습은 공원 화장실에서 발견된 마약중독 청년의 시체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한 남자가 공격적인 모습으로 칼을 들고 달아나자, 라주틴과 그의 무리는 그를 추격했다. 한 경찰이 힘겹게 그를 뒤쫓고 있었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면서 중얼거리며 되돌아왔고, 현장에 남아있던 경찰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추궁했다. “위험한 범인을 동료 혼자 쫓게 두다니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그들은 고발할 거라고 위협하면서 경찰들을 질책했다. “이 동영상을 보고 당신들 경찰서장이 뭐라고 할까요? 시민들이 의무를 다하듯 당신들도 의무를 다해야 할 것 아닙니까!”
라주틴과 ‘사자의 반격’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치안유지 정책을 보여준다. 이들은 자칭 정의의 사도들이 난무하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몰상식한 추태와 경범죄, 그들이 부도덕하다고 판단한 모든 것에 대항해 경찰을 대신해 싸우는 중이다.(1) 즉흥적으로 꾸려진 이 ‘정의의 사도들’은 고압적인 경찰들의 무관심, 태만, 아마추어리즘, 냉소 등을 이유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여성과 아이들 같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보호하는 ‘공동체’라는 명목으로 행동한다. 경찰 순찰대나 즉결처형 혹은 집단린치의 형태로 그들이 행하는 정의는 대중의 이목을 끌고,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과거에 행해지던 처형식을 재현해 대중의 관심을 끈다.
러시아의 경우 여러모로 유별난 측면이 있다. 2014년부터 활동해온 ‘사자의 반격’은 청년들에게 건강한 삶의 방식을 장려하는 ‘사회운동’을 자처한다. 라주틴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색이 제거된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의 실현에 근거하는 ‘시민 사회 경영’이라는 특유의 문구를 채택했다. 이 프로젝트들은 스스로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내세우는 자원자들에 의해 시행된다. 건전하다고 판단한 단체들은 포섭하고 너무 비판적인 비정부기구들(NGO)은 제거하는 가운데, 이런 활동분야를 위로부터 구축하려는 정부 법령에도 부합한다.
이런 이유로 ‘사자의 반격’은 그들의 요구에 따라 출동하는 경찰의 ‘시민 감시단’이라는 명분을 덧붙인다. 법을 속속들이 파악한 젊은 ‘정의의 사도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공개되는 것을 역력하게 두려워하며 저자세를 취하는 경찰들을 질책했다. 그러나 라주틴의 동기가 시민들을 선도하는 데만 있지는 않다. 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업가들 중 한명으로 드러났다. 촬영 3일 후, 2021년 7월의 급습 동영상은 약 2백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사자의 반격’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SNS에서 연재됐다.
사회운동으로 포장한 수익사업
모든 동영상은 폭력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폭력민감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제작됐다는 면책조항으로 시작된 후, 곧바로 특정 상표의 의류 광고로 이어진다. 그리고 라주틴의 팬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덧붙인다. ‘사자의 반격’의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들에 유튜브가 끼워놓은 이 광고는 ‘정의의 사도’ 사업가에게 상당한 수입을 보장한다. 유튜버는 이를 숨기지 않는다. ‘사회운동’이라고 포장하며, 실상은 이윤을 얻기 위한 ‘직업’으로 생각한다. 수억에 달하는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현장에서 그에게 쏟아지는 촬영과 악수 세례가 그의 인기를 말해준다.
‘사자의 반격’은 2010년대 러시아 도시들을 지배했던 ‘정의의 사도’ 열풍을 반영한다. 당시 자칭 정의의 사도들은 풍기문란과 교통순찰 영역에서 경찰 임무들에 몰두했다. 청년 집단들은 불법이민, 마약밀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난폭운전,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판매, 공무원의 부정부패 등 각자의 영역을 정해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런 현상의 확장은 러시아에서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SNS의 급격한 확산과 분리될 수 없다. 급습은 촬영-업로드-방영될 때만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유명세 획득에 효과적인 이 행위는 우파 정치인들 중 과격행동파들과,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유튜버들도 흡수했다.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의 한 근본주의자 국회의원은 카메라 앞에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추적자들’의 징벌원정에 참여했다. 한편 푸틴 지지층 청년들 중의 한 활동가는 2010년 시내교통 규칙들을 위반하는 운전자들을 검문-촬영-처벌하는 집단 ‘스탑캄(StopKham)’을 만들었고, 이는 세계적으로 알려졌다.(2)
여당에 대한 반대표의 일부를 끌어모은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가 이끄는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 극우정당)의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여당에 대한 온건한 반격의 일환으로 지역 내 ‘정의의 사도’들과 몰려다닌다. 그리고 처방전 없이 마약류를 판매하는 약사들, 아파트 정원에서 술을 마시는 이들을 공격한다. 이런 식으로 극우 정치인들은 사회적 공헌을 증명하고 이미지를 관리한다.
2012년 폭력적인 외국인 혐오로 유명한 신나치주의자 막심 마치케비치(일명 ‘식칼’)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추격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포로가 된 이들을 혼내는 동영상을 촬영해, 시청자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졌다. 지난 10여 년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를 점령하라’고 명명된 프로젝트는 지방의 신나치주의자 그룹에서 경쟁을 부추겼다. 그들은 SNS에서 범죄자로 추정된 이들을 사로잡아서 굴욕적인 장면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혼합무술’ 챔피언 타이틀로 유명한 또 한 명의 악명 높은 신나치주의자 비아테슬라프 다치크(일명, ‘빨간머리 타잔’)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흥업소 야간 징벌원정을 개시해 성판매여성들과 상대 고객들을 나체 상태로 경찰서까지 걸어가도록 강요했다. 이 일은 2016년의 주요 사건으로 회자됐다.
젊은 정의의 사도들의 다양한 프로필은 정부가 이 단체들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보여준다.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서 어떤 단체는 기꺼이 지지하고, 다른 단체는 상대적으로 극성스럽게 진압한다. ‘스탑캄(StopKham)’처럼 라주틴은 ‘사자의 반격 작전’을 위한 자금으로 약 17만 유로의 정부 지원금을 2년 연속(2014~2015) 수령했다. 그러나 정부와의 유대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다.
“법치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자”
2010~2013년 모스크바 마약 거래상들의 징벌원정을 반복했던 젊은 마약 반대 활동가들로 구성된 ‘특공대’처럼 다른 단체들은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지원을 받았다. 다른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처벌 장면들을 촬영했지만, 그들은 경찰 출동에 대한 걱정 없이 재산을 함부로 파괴하고 사람들을 묶은 후 구타하는 등의 극단적인 물리적 폭력행사로 유명했다. 공권력과 충돌한 정의의 사도들은 2014년 형을 선고받고 2020년 감옥에서 사망한 ‘도끼’의 경우처럼 신나치주의자이거나 정치 지도자, 혹은 고위 관료들을 겨냥한 블로거들이었다.
현재까지 라주틴은 아무런 제재 없이 낮은 직급의 경찰관들을 공공연히 모욕하고 있다. 그러나 부패한 교통경찰들을 속여서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또 다른 ‘정의의 사도’, 예리크 키투슈빌리(가명, 다비디치)는 2015년에 촬영한 동영상에서 자동차 등록과 관련된 광범위한 뒷거래를 조직한 것으로 의심받는 러시아 내무부 중앙 지도부를 비난했다. 그러자 공권력을 위해 사법 체제가 나섰다. 스타 블로거는 사기 혐의로 돌연 기소 위협을 받게 됐다.
그들의 시대가 도래한 걸까? 러시아 밖에서도 무수한 정의의 사도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다양한 반향을 일으킨다. 즉결처형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볼모지에서 인도 펀자브 주의 혼잡한 도로까지, 라틴아메리카 대도시에서 낙인찍힌 빈민 구역들로부터 서아프리카의 번잡한 시장에까지 자구행위는 정상화됐다. 당국의 포기와 형법 절차의 방임주의를 비난하면서, 자구행위의 추종자들은 처벌권을 쥐고 치안 유지를 위한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합의된 대의에 뛰어들어 가장 취약한 이들을 먹잇감으로 선별하면서, 과격행위로 인한 기소를 항상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대부분은 처벌받지 않는다. 그들은 말 도둑들을 처벌하며 강력하게 대처한 19세기 미국 자경단이나 인종 우위를 재확인한 미국의 린치 몹(Lynch mobs, 린치를 가하기 위해 모인 무리들)에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3)
그러나 자구행위에 대한 세계적 열풍은 우리 시대에 특유한 현상이다. 그것은 우선 현대 사법권의 경범죄에 대한 관념이 범죄자들의 갱생에 주목하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엄중한 처벌이 소위 사회적 요구라고 주장하면서 더 심한 형벌과 불명예스러운 처벌로의 회귀를 권장하는 공적 담화의 영향으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에서도 이런 관념은 지난 수십 년간 정체됐다. 마찬가지로 2020년 10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 다음날, 프랑스 내무부 특임장관인 마를렌 쉬아파는 “법치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도대체 왜 경찰은 병원 침대에 누운 테러범을 사살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4)
탄압 옹호 발언과 마찬가지로, 법의 테두리 밖에 위치한 정의의 사도들은 “비용 대비 효과가 미약하다”라며, 모든 사회복귀 프로젝트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갱생 가망이 없는 자들을 위한 수감 비용의 부담을 성실한 납세자들로부터 덜어주자는 경제적 논거는 전혀 새롭지 않다. 즉결처형에 대한 선호는 예산 절감으로 시작된 미국 극서부 지방의 자경단에서 이미 부분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렴한 비용의 사법권 주장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다시금 새롭게 등장했다. 그런 주장은 공공 비용 절감의 법령 및 국민들의 책임감을 고취하라는 호소와 공명한다. 러시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지역(베냉,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에서도 치안과 관련해 자경단들을 교통경찰과 경범죄 담당 경찰들과 연계한 협동 작업이 일반적으로 행해진다. 이런 협동 작업은 신자유주의 국가로 재편되면서 점점 더 빈번하게 감시의 상호연계, 더 나아가 경찰권과 형사 처분의 외부하청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SNS 처벌, ‘이름 붙여 망신 주기’
SNS의 급성장 또한 자경단 활동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시행되게 했다. 루머 유포, 범죄수사에 대한 열광, 처벌 광경은 오늘날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누구나 정보를 수집해서 전파하고 처벌에 대한 기사를 유포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든, 인도든, 멕시코든 간에 21세기의 집단린치는 많은 경우 SNS의 루머에서 시작된다. 2019년 3월, 프랑스의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유럽 소수민족인 롬(Rom)족에 행해진 일련의 처벌원정이 그런 경우다.
이를테면, 의문의 아동 실종사건이 신고 됐고, 사건이 일어난 장소 주변을 맴돌던 수상한 소형 화물차를 목격했다는 주장이 떠돌았다. 불안한 상황은 형사를 자처하는 이들을 자극했고, 이들은 수상한 차량들과 운전자들을 촬영해서 수사를 돕겠다고 나섰다. 범인 추격은 범인으로 지목된 자들에 대한 구타와 사형집행 동영상으로 종결됐다. 그 동영상은 널리 유포됐고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이 정도 수준의 물리적 폭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터넷 자경단은 ‘이름 붙여 망신 주기(Naming and shaming)’라는 무기의 힘을 빌린다. 즉, 숨겨진 비난받을 행동들을 대규모로 공개하고, 더 나아가 용의자의 신분까지 노출한다. 현재 상당수의 국가에서 유행하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추격’은 이런 강압적 방식으로 행해진다. SNS에서는 정의의 사도들이 ‘용의자’로 추정된 이들을 함정에 빠뜨리기도 수월하다. 미성년자들과의 약속장소로 나온 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된다.
정의의 사도들의 전형은 그리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그들이 생각하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거나 되살리고자 하는 백인 반동인물들이다. 이런 특성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외국인을 향한 탄압에 가담하는 이들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에서 아리조나 민병대가 그 전형이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퇴역군인들 중 모집된 그들은 국경선을 따라 순찰하면서 밀입국자, 혹은 더 나아가 그들처럼 황야의 지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밀수업자들을 저지하겠다고 벼른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추격과 마찬가지로, 이민자 추격은 수많은 아마추어들의 관심을 끈다. 프랑스의 동일세대(Génération identitaire), 핀란드의 오딘 병사들(Soldiers of Odin), 캐나다 퀘벡의 사냥개 무리(La Meute)처럼 그들의 작전은 대부분 극우파 집단들의 입장발표문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동유럽 몇몇 국가들에서는 보다 극적인 행동으로 표출된다. 불가리아에서 ‘이민자 추격자’인 딘코 발레프는 2016년 터키 국경지역에서 그가 보기에 테러를 유발하러 불가리아로 오고 있는 ‘테러리스트’이자 ‘탈레반’인 12명의 시리아인들을 체포했다고 떠벌렸다. 1987년생인 그는 상인이자 격투기 선수로, 가슴에 새긴 거대한 십자가 타투와 거친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는 이민자 문제에 정부가 수동적으로 대처한다고 비난하는 이들의 환심을 샀다.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은 이민자들만을 향하는 게 아니라 국내 소수민족들에게도 향한다. 인도에서 소고기 밀매업자들과의 싸움은 2012년 창립된 인도 민족주의 조직인 ‘소 보호운동’ 후원 하에 전개됐다. 그들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일에 고용된 젊은 실업자들의 동원은 2년 후 나렌드라 모디 정권이 시작되면서 규모가 커졌다. 도로를 순찰하고 수상한 화물차를 수색하면서, 행동요원들은 힌두교도 운전자들은 나무라는 반면 이슬람교도들은 구타했다. 그들의 싸움은 처벌 면제라는 법적 보호를 받았기에, 그들은 도로에서 멋대로 행동하고 강탈을 서슴지 않았는데, 때로는 문제가 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 관심을 끄는 정의의 사도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미국에서 자기 힘으로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도둑과 범법자들로부터 자기 재산과 타인의 재산을 지켜내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부터 개인 재산을 보호하려는 의지는 대지주들과 축산업자들로 하여금 그들 스스로 치안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순찰을 조직하고 자경단 장비를 조달하게끔 했다.
다른 맥락에서, 사하라남부 혹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절도에 대비해서 스스로 조직을 만든 농민들 혹은 상인들은 반드시 지역의 유력인물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이 활동하는 곳에서 경제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1990년대 말, 나이지리아 남동쪽의 아바 시장에서 무장 강도들에 대항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구두수선공들과 상인들의 제안으로 ‘바카시 보이즈(Bakassi Boys)’가 결성됐다. 강경한 즉결처형의 추종자들인 그들은 이후 아비아 주와 아남브라 주로 파견돼 여당의 주요 정치인들을 위해 부정한 일들을 수행했다.
여성, 노동자, 동물, 기후의 수호자?
인도 봄베이의 다라비 빈민촌에서는 여성들이 자경단으로 활동했다. ‘여성전선’ 활동가들은 정의의 기사로서 견고한 명성을 획득했다. 지역 주민들은 입맛을 다시며 주요 무용담들을 회상했다. 인류학자 아트레이 센은 2000년대 초에 현장조사를 하던 중 이들의 활동을 목격했다. 센이 활동가 단체를 다시 만나러 학교로 갔을 때, 학교 직원 한 명이 성추행으로 고소됐다. ‘성추행범’은 활동가들에 의해 고환을 가격당했고, 여러 차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도록 강요당했다. 마치 연극과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단체 리더는 공포에 질린 ‘성추행범’을 향해 최후의 경고를 날린 후, 책상을 엎어버렸다.(5)
‘여성전선’의 도발이 보여주듯, 자경단이 항상 기존 종속관계를 재확인하거나 복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자경단은 권리를 요구하고 더 나아가 사회질서와 지배 관계를 개선하고자 사람들에 의해 동원되기도 한다. 물론 자경단이 항상 진보적 대의를 위해 동원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성 전선’ 또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로 가득 찬, 소수 이슬람교도에 대한 폭력성으로 유명한 힌두교도 민족주의 정당에 소속됐다.
대부분 카스트 하층민 출신이고, 가정과 직장에서의 폭력, 성폭력에 노출된 이 단체 신입 활동가들의 존재감은 제법 강했다. 조직의 악명을 이용해 그들은 여성의 노동과 성을 착취하는 남성들을 공격한다. 페미니즘 운동이라 내세우지 않고도, 이들은 경찰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압박한다.
또 다른 인류학 연구들은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에 노출된 남아메리카 대도시들의 낙후된 구역에서 자신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염려하는 억압당한 이들의 자구행위를 보여준다. 한 관련 연구에서는 볼리비아 코차밤바 변두리 지역에서 주민들이 젊은 강도들을 붙잡아서 구타하고 결박하고 머리카락을 자른 후 그들을 산 채로 불태우는 장면을 묘사했다. 최후의 순간이 돼서야 처벌 현장에 경찰이 나타나 중재했고, 사람들은 경찰에게 돌을 던졌다. 당국은 이런 끔찍한 폭력을 비난했고, 가장 빈곤한 이들의 잔혹성을 목격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장면은 당국에 제기한 불만이었고, 방치되고 소외된 이들의 이름으로 시행된 공적인 항의 성명이었다.(6)
탈취에 대한 두려움은 서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성기 도둑들’에 의한 발생한 심리적 공황상태에서도 표출된다. 대부분 외국인 혹은 그 도시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신원미상의 용의자와 신체접촉 후 자신의 성기가 사라지거나 혹은 줄어들었다고 공개적인 장소(시장, 택시)에서 한탄하는 젊은 남자들이 희생자로 자처한다. 한 집단의 후손 계승을 위협한 것으로 추정된 용의자는 적대적인 다수의 군중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고발과 관련된 50여 건의 집단린치는 20여 개의 다른 국가들에서 1990~2000년대에 반복적으로 발생했다.(7)
만약 자구행위의 목표가 사회적 위계의 재확인이 아니라면, 진보적 대의와 해방의 논리를 가져올 수 있을까? 피해를 회복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동시에 일반적인 대의 수호를 위해 한 개인의 이름을 공적으로 고발한다면, 불의의 고발은 인터넷 자경단과 결합된다.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는 네팔 출신의 과거 가사 노동자에 의해 창설된 ‘This is Lebanon’ 프로젝트는 폭력적인 고용주들의 이름을 공개해 망신을 줌으로써, 가사 노동을 하는 이민자들의 권리를 수호한다.
자구행위를 동원하는 문제는 페미니스트 진영으로도 파고들었다. 미투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법대 학생인 라야 사르카르는 성희롱 및 성폭행 혐의로 72명의 학계 명단을 페이스북에 폭로하면서, 미국에서 스캔들을 일으켰다. 백인 반동인물이라는 원형에서 분리된 자경단은, 불의의 종식을 위해 처벌권을 가로채는 활동가와 혼동되는 경향이 있다. 농민 및 축산업자와 갈등관계에 있으면서 거리낌 없이 그들에게 물적 손해를 가하는 활동가들 즉 ‘동물권의 사도(동물권 자경단)’, ‘기후의 사도(기후 자경단)’의 등장에 언론은 당황했다.(8) 이들은 ‘시민 불복종’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내세운다.
사회 지도층의 폭정 및 그들의 법으로부터 해방된 또 다른 정의에 대한 열망과 정부 사법권에 대한 비판은 민족주의적 혹은 혁명적인 무장 투쟁 조직의 사법권 실행에서 한계를 발견한다. 1970년대 프랑스 마오이스트(마오쩌둥주의자)들로부터 1990년대 네팔의 반란군들까지 마오이스트 운동은 인민의 이름 혹은 손으로 이룬 민중 정의의 이상을 계속해서 배양해왔다. 1970~1980년대 테러 격화시기 동안 유럽과 남미에서 무장 투쟁으로 넘어간 정치 과격파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초기상태로 남아있었고 현격한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때로 모의재판이 끝난 후 ‘인민의 적’을 처형하는 것은 중산층 사법권에 대한 대안이라기보다는 현행 권력에 대한 도전에 그쳤다.
가장 오래 지속된 무장봉기 반란 운동은 점령지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그리고 국가 질서와 동일한 방향의 사회적·법적 질서를 창설하는 방안들을 채택했다. 마약밀수범들은 무릎에 총상을 입히는 것으로 벌하는 아일랜드 공화국군부터 성폭행범과 친족 성폭행범들에게는 죽음을 약속하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에 이르기까지, 반란세력들의 권위는 통상적인 범죄행위 탄압으로 강화됐다. 처벌에 대한 열망은, 중산층 사회 못지 않은 엄격주의를 드러내는 ‘혁명 정신’으로 정당화되곤 한다. 경찰과 판사의 역할을 떠맡은 반란 세력들은 이제 정부의 사법질서 전복 계획을 살짝 거두고 있다.
글·질 파바렐가리그 Gilles Favarel-Garrigues
로랑 가이예 Laurent Gayer
『Fiers de punir: Le monde des justiciers hors-la-loi 응징자들의 긍지. 법정 밖 심판자들의 세계』(Seuil, 2021)의 공저자
번역·권정아
번역위원
(1) Éric Klinenberg, ‘Patrouilles conviviales à Chicago 시카고 주민 순찰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1년 2월호.
(2) Hélène Richard, ‘À Moscou, rêves de liberté et grand embouteillage 모스크바, 자유의 꿈과 심각한 교통혼잡’,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8월호.
(3)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자경단(Vigilante)’는 19세기 미국에서 ‘감시위원회’ 회원들을 지칭하기 위해 영어로 쓰였다. 이 용어는 ‘자경주의(Vigilantism)’라는 명사를 만들어냈다.
(4) Charlotte d'Ornellas, Geoffroy Lejeune, Tugdual Denis, ‘Marlène Schiappa: “Plus personne ne supporte ce qui nous arrive” 마를렌 쉬아파: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다” ’, <Valeurs actuelles>, 4380호, 5~11, 2020년 11월호.
(5) Atreyee Sen, 『Shiv Sena Women. Violence and Communality in a Bombay Slum』, Hurst, Londres, 2007.
(6) Daniel M. Goldstein,『The Spectacular City. Violence and Performance in Urban Bolivia』, Duke University Press, Durham, Londres, 2004, Angelina Snodgrass Godoy,『Popular Injustice. Violence, Community and Law in Latin America』,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6.
(7) Julien Bonhomme, 『Les voleurs de sexe. Anthropologie d’une rumeur africaine 성기 도둑들, 아프리카 루머의 인류학』, Seuil, Paris, 2009.
(8) Cédric Gouverneur, ‘Les guérilléros de la cause animale 동물 편에 선 게릴라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4년 8월호.<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4년 8월호.
린치 법
자구행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유감스럽게도 ‘린치(Lynch)’다. 이 용어는 찰스 린치(Charles Lynch, 1736~1796)로부터 유래됐다. 찰스 린치는 미국 버지니아 주의 담배 대농장주이자 독립전쟁 당시 지역 민병대 대령이었다. 1780년 갑자기 판사가 된 그는, 대영제국에 동조하던 탐욕스런 왕당파에 대항하기 위해 탄약제조에 필수적인 납 광산을 수호했다. 임박한 위험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그는 엄중한 즉결처형을 시행했다. 1782년 한 편지에서 반역자들, 규율을 따르지 않는 광부들 등 ‘악의를 품은’ 이들에 대한 신속한 처벌방식을 찰스 린치 스스로가 ‘린치 법’이라고 불렀다. 린치의 초기 형태에서 시행되는 형벌은 객관적인 규칙과 절차가 아닌 기관 대표의 임의적인 판단을 따랐다. (...) 그때부터 ‘린치’는 ‘복수하는 집단의 살인 행위’라는 끔찍한 의미를 띠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특히 영국언론은 빅스버그 사건을 취재하면서, 미국 특유의 끔찍한 인종차별 자구행위를 지칭하기 위해 린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1837년 최초로 프랑스어로 번역된 ‘린치 법’은 이후 유행처럼 퍼졌다. 19세기 말 프랑스 언론인들과 범죄학자들은 린치를 ‘다행히 유럽에서는 아직 찾기 힘든 미국의 전형적인 현상’, ‘이성과 인류애 입장에서 규탄 받아 마땅한 법’으로 여겼다. 범죄자의 사형을 요구하러 적대적인 군중이 몰려든 프랑스 지방의 사건사고들을 보면 미국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프랑스에서는 이 단어의 사용을 꺼려했다. 린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됐다. 스페인어(linchamiento, lei de lynch), 이탈리아어(linciaggo), 포르투갈어(linchamento), 독일어(lynchjustiz), 러시아어(soud Lintcha, ‘린치 법정’), 일본어(rinchi)에서 법질서에 반하는 양태를 가리킨다.
글·질 파바렐가리그 Gilles Favarel-Garrigu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