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보우소나루, 고조되는 긴장감
1년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대선
모든 지표가 보우소나루의 2022년 대선 패배를 전망하고 있다. 부정부패 근절을 약속했던 자가 비리에 연루되고, 무분별한 행동으로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는 권력 유지를 위해 반 민주적인 방법을 모색 중이다. 자신의 급진파 지지기반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팬데믹이라는 수렁에 빠진 브라질에서, 2018년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이끄는 연합세력은 몇 달 전부터 권력의 우위를 이용해 의회와 사법부를 비난 중이다. 제도가 파괴될수록 급진파는 열광한다.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브라질 인구의 12%, 약 2,500만 명으로 추산된다.(1) 남미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2004~2012년 4번 연속 대선에서 승리한 노동자당(PT)이 집권한 2010년대 중반, 당의 관점에 설득된 엘리트층은 1998년 제정된 헌법을 비난했다.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의회 쿠데타를 일으켰으며, 2016년에는 부정부패 혐의를 씌워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했다. “사회정책은 연방정부 예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독재정권 시절(1964~1984년)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안토니우 데우핌 네투는 그들의 주요 멘토로, 탄핵사건을 이렇게 정당화한다.(2) 쿠데타를 주도한 무리들은 “국고에 손을 대 빈곤퇴치를 위한 사회정책을 펼친 것이나, 사리사욕을 채운 것이나 똑같다”라고 주장한 것이다.(3)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현대화’
“우리는 곧 이들을 몰아내고 최소한 30년은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2006년 자유전선당(PFL, 2007년 민주당으로 개명) 소속 상원의원 호르헤 보른하우젠이 한 발언이다. 어떤 이들은 쿠데타를 암시하는 그의 말에 매료됐다. 10년 후 계획은 실현됐다. 사기업, 보수단체, 군대, 복음주의 교회, (브라질 4대 부호 가문이 장악한) 민간매체 등 다양한 연합세력의 지지를 받았다. 미국 정부 또한 국가안보국(NSA)을 통해 원조했다. 일명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사건, 브라질 반부패 수사작전을 부추긴 주체가 미 국가안보국이라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선후보, 일명 룰라 후보(노동자당)가 2020년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던 시점에 노동자당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방해공작이었다.(4)
루세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자들은 그들의 오랜 염원대로 나라를 이끌었다. 그들은 ‘미래로 향하는 다리’라는 2015년에 발표된 문서를 경전으로 삼았다.(5) 이는 미셰우 테메르 정부가 출범하면서 브라질의 ‘현대화’, 즉 기업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세부 전략을 담은 문서로 노동법과 연금제도 개악, 민영화, 사회권 철폐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2016년 12월부터 테메르는 사회적 비용을 전년도 물가상승분 수준으로 제한하는 수정 헌법 제95조를 통과시켰다. 즉, 인구의 증가와 함께 브라질 사회보장제도는 퇴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브라질 국민은 반발했고, 2018년 대선을 앞둔 전통적인 우파의 행보는 갈수록 악화됐다. 식민지 시절의 가치와 권위주의가 회귀했다. 그들은 공모와 테러 행위로 군에서 내쫓긴 전직 대위를 영입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복음주의 교회도 연합세력을 지지했다.(6) 덕분에 통화주의 투쟁가 파울루 게드스가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임명될 수 있었다. 공직에 오르자마자 게드스는 ‘미래로 향하는 다리’에 대단히 충실한 행보를 보였다. 2021년 제2사분기에 집계된 수치에 따르면, 브라질 주식 시장에 상장된 최대 우량기업 20개의 수익은 1년 사이 10배로 증가했다.(7)
마르셀루 피멘텔 대령의 최근 발언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을 둘러싼 새로운 분석을 시사한다. 피멘텔 대령은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며 ‘군인 정당’이라고 명명한 집단의 역할을 지적한다. “주어진 계급 아래 훈련돼 하나로 뭉친 권위주의 집단으로, 집권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1970년대 아굴라스 네그라스 군사학교에서 교육받고 군 간부로 있었던 장군들이 당을 이끈다. 그들의 이데올로기 수호의식과 사고방식은 다른 공식 정당과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간부들과 대위(보우소나루)는 1973년부터 친우이자 동료로 지내왔다.”(8) 피멘텔 대령은 보우소나루가 이 집단의 대표로 대선에 출마했다고 설명한다. ‘군대식 정당’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브라질 정계에서 군부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사실은 명백하다.(9) 현재의 공직을 그만두고 병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군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언론이 노동자당만큼 싫어하는 당파
2018년 대선 캠페인 당시 보우소나루 진영이 대량의 날조된 뉴스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은 이제 널리 입증된 사실이다. 브라질 선거관리위원회(TSE)는 조사에 착수했고 보우소나루와 아미우통 모랑 부통령은 해임될 위기에 처했다. 극우파 민병대가 인터넷에서 활동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밝혀졌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보고서는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조사는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판사가 맡았다. 그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주적이 됐다.
언론이 노동자당만큼 싫어하는 ‘보우소나루파’는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연결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연결망은 대통령궁 중심부에 자리한 비서실에서 대통령의 아들 카를루스 보우소나루의 지휘하에 운영된다. 브라질 국민에게 일명 ‘증오의 비서실’로 알려진 곳이다. 비서실의 임무는 바로 그럴듯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뉴스는 수백 개의 포털 사이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킨다.
일례를 들어보자.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그의 재임을 확신한다. 만일 자신이 패배한다면, 1996년부터 사용해온 전자투표 시스템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그의 패배를 가리키는데도 말이다. 대통령은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선거방식으로 변경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이를 선거 비리가 일어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음모론은 두 번째 형사소송을 불러왔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130건 이상이다. 그러나 요직에 있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이를 막고 있다. 안토니우 아라스 검찰총장, 아르투르 리라 하원의장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의회법을 수정해 (횡령 가능한) 예산 할당을 보장하며 포섭한 인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하원과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중심(Centrão)’이라고 불리는 보우소나루의 선거기반으로, 최고 입찰가에 자신을 파는 부류다. 이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 충분히 탄핵을 막을 수 있다.
보우소나루의 인기는 오랫동안 식을 줄 몰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브라질에서 58만 5,0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오자, 인지도는 내림세를 탔다. 이어서 보우소나루는 (의회에서 액수를 올리기 전에) 재경부 장관에게 긴급지원 정책 시행을 강요했다. 팬데믹 첫 9개월 동안 국민의 1/3에게 지원금이 지급됐다.(10) 지원정책이 종료되자 보우소나루 지지층은 등을 돌렸고,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2021년, 브라질 국민의 절반 이상, 약 58%에 달하는 1억 2,500만여 명의 식량이 위협받았고, 2,000만 명이 굶주렸다. 과연 이들 중 보우소나루에게 표를 던질 이가 얼마나 될까?
보우소나루 없는 보우소나리즘
야당의 주도하에 상원의회 조사위원회가 새로운 사실을 폭로할 때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분노는 (그들에게 주어진 계급에 상관없이) 강해진다. 조사 보고서는 연방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보인 태만, 대통령과 그 가족이 이득을 취하는 부정부패, 그리고 정부 요직을 맡은 6,000여 명의 전·현직 군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시작되는 약탈경제는 토지를 독점하고 불법으로 광산을 채굴하며 목재를 밀수하고 삼림을 파괴한다.
군부 일각에서는 군이 정부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며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했다. 처음에 보우소나루가 부정부패 척결을 약속했을 당시 그에게 매혹됐던 중산층 출신 인사들도 나중엔 등을 돌렸다. 보우소나루의 사회적 입지가 좁아질수록 그의 발언은 더욱 과격해졌다. 선장의 배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깝게 지내던 법조계와 의회 주요 인사들은 보우소나루가 법치주의를 위협하려는 것을 깨닫고 야당으로 돌아섰다. 대기업은 대통령의 쿠데타 위협에 눈살을 찌푸린다. 정치적 불안정이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지도자를 계속 지지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현시점에서 시행된 설문조사는 1차 투표에서 룰라 후보가 40%, 보우소나루 후보가 24%의 득표율을 얻으리라 전망했다. 상류층 일각에서는 어제의 해결책이 오늘의 문제점으로 돌변했으며, 전직 군인이나 전직 노조운동가가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들은 브라질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로 룰라 후보를 꼽는다. 룰라가 2016년 쿠데타 이후 사라진 것들을 재건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존중할 만한’ 우파 후보가 나오려면 보우소나루 탄핵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보우소나루만 아니면 된다’는 목소리만 높을 뿐, 다른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계와 법조계의 현 상황은 보우소나루를 더욱 급진적인 방향으로 몰아넣는다. 그로서는 권력만이 철창신세를 면할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를 향한 고발과 소송이 쌓여갈수록 감옥에 갇힐 확률은 점점 높아진다. 만약 보우소나루가 계엄령을 선포해 판을 뒤엎으려 한다면, 경찰력과 군대 일부, 그리고 중무장한 민병대가 그를 도울 것이다.
브라질 독립 기념일이었던 지난 9월 7일, 브라질리아에서 보우소나루는 무력행사를 시도했다. 정부 부처가 자리한 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행진을 거행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의회, 사법제도의 ‘반민주적인’ 역할을 고발하려는 목적이었다. 이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았다. 이윽고 브라질 주요 도시마다 친대통령 시위자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가 노리던 것처럼 형세역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듯하다.
대통령은 앞으로 2022년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고 국가 제도기관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의 행동부대가 보건복지부와 연방 대법원 건물을 침입했다. 트럭 운전기사들이 16개 주에서 도로를 점령하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의 탄핵을 요구했다. 보우소나루가 달궈 놓은 분노에 휩싸인 추종자들이 그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을까? 알 수 없다. 의회에서 지지기반을 잃을까 두려운 그는 운전기사들에게 신속히 행동에 나설 것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지지자들에게 ‘겁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렇듯 ‘보우소나루 없는 보우소나리즘’의 출현 가능성은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말이다.
글·시우비우 카시아 바바 Silvio Caccia Bav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라질판 발행인
번역·정나영
번역위원
(1) Datafolha, São Paulo, 2021년 8월 29~30일자 조사.
(2) Antonio Delfim Netto, ‘Entre a causa e seu efeito’, <Valor Econômico>, São Paulo, 2015년 9월 15일.
(3) Renaud Lambert, ‘Le Brésil est-il fasciste?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파시스트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8년 11월호.
(4) Perry Anderson, ‘Au Brésil, les arcanes d’un coup d’État judiciaire 브라질 부패스캔들의 진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9년 9월호.
(5) ‘Uma ponte para o futuro 미래로 향하는 다리’ Fundação Ulysses Guimarães - Partido do Movimento Democrático Brasileiro (PMDB), Brasília, 2015년 10월 29일.
(6) Lamia Oualalou, ‘Les évangélistes à la conquête du Brésil 브라질 대선을 쥐락펴락한 복음주의교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10월호, 한국어판 2015년 3월호.
(7) ‘Dez das maiores empresas da Bolsa veem lucro dobrar no 2º trimestre’, <Agência Estado>, São Paulo, 2021년8월 21일.
(8) René Ruschel, ‘O Brasil é refém do Partido Militar, diz coronel’, <Carta Capital>, São Paulo, 2021년 5월 30일.
(9) Anne Vigna, ‘Le Brésil, une démocratie militarisée 군부에 휘둘리는 브라질 민주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1년 6월호.
(10) André Singer, ‘La cavalcade autoritaire de Jair Bolsonaro 브라질의 보건위기와 민주주의의 쇠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7월호. 한국어판 2020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