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파티, 테크니발

2021-10-29     앙투안 칼비노 l 기자

음악은 ‘정통적’인 것이 아니면, 위험한 것처럼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엄격한 음량제한과 철저한 안전기준으로 음악축제들을 틀에 가두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프랑스 당국과 테크노 음악 파티들이 빚어온 대립의 역사에서도 억압을 통해 굳어진 오랜 경계심을 엿볼 수 있다.

 

지난 6월 19일 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브르타뉴 르동 지역에서 열린 ‘프리 파티’에 약 400명의 헌병대를 투입했다. 이번 프리 파티는 2019년 낭트 음악축제 때 경찰진압 중 루아르 강에 빠져 사망한 청년 스티브 마이아 카니소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헌병대의 투입으로 최루탄과 곤봉질이 난무했고,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으나 구급대조차도 현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날이 밝자 10만 유로를 호가하는 음향장비들이 둔기에 맞아 망가진 것이 확인됐다. 법적 절차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다.

이런 예외적인 폭력 진압의 의도는 무엇일까? 지방선거 1차 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던 만큼 당국의 단호함을 보여주려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리 파티에 대한 진압의 역사는 20년이 넘는다. ‘프리 파티(Free Party)’는 말 그대로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자유로운 축제로, 유료로 진행되는 ‘레이브 파티(Rave Party)’와 구분된다. ‘사운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파티 그룹들이 주도해 농촌의 들판이나 폐쇄된 공장 등에서 프리 파티를 연다. 프랑스의 프리 파티는 약 30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당국은 이를 불법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와는 반대로, 파티 애호가들의 예술행위가 비주류로 치부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NS(전국사운드시스템연합, 프랑스의 파티 그룹 중 약 1/5이 소속돼있음)에 따르면, 오늘날 1,000개에 달하는 파티 그룹들이 주로 문화 불모지로 알려진 지역에서 연간 약 4,000건의 행사를 열고 있다.

테크노 음악의 역사에는 억압이 항상 따라다녔다. 마약이 연관돼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파티들이 당국의 통제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끊임없는 감시사회에 대한 상징적 저항세력으로 떠올랐던 탓도 있다.(1) 1993년부터는 언론들이 목소리를 높여 불안감을 조성했고, 이에 정부 당국도 한층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 결과 프랑스 최초의 대형 레이브 파티였던 ‘오제드’가 취소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향으로 수많은 파티 그룹들이 보베 지역에 모여 최초의 ‘테크니발(Teknival, 모든 사운드 시스템에 개방된 대규모 무료 파티의 일종)’을 벌였다. 그리고 1995년, 정부 부처들은 공문을 통해 이를 위험 행사로 규정했고, 헌병기동대에는 파티가 개최될 수 없도록 총력을 기울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나아가 1998년부터는 파티 장소의 임대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프리 파티는 음지에서 성행했고, 2001년 5월 마리니에서 열린 테크니발에는 무려 3만 명이 모여들었다. 결국 그해 7월 27일,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레이브 파티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프리 파티가 문제”라고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티에리 마리아니 의원(대중운동연합(UMP) 소속, 현재는 국민연합(RN) 소속)은 ‘일상생활의 안전에 관한 법안’의 수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프리 파티 제재 등을 골자로 하는 이 수정안은 사회당(PS)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던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졌고, 9·11테러가 일어나고 몇 달 뒤 마침내 법안 전체가 채택됐다. 그 결과 이제는 250명 이상이 참여하는 비영리 목적의 파티를 사전 허가 없이 개최할 경우 사운드 시스템 장비들을 압류당하는 처분이 내려지게 됐다. 물론 경시청이 이런 파티들에 허가를 내주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프랑스 전역을 기준으로 해도 연 평균 약 3건) 사실상 파티를 금지하는 셈이다.

 

“테크노 음악,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2003년, 파티 참가자들과 헌병대 간 충돌이 일어났다, 그러자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내무부 장관이 나서 논의에 불을 지폈고, 9월 26일 도지사들 앞에서 이렇게 선포했다. “테크노 음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프리 파티 애호가 수가 3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들 중에는 내 아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무조건적인 금지로는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없다. 오히려 파티 애호가들을 음지로 몰아넣어 법을 어기도록 부추기게 될 것이다. (중략) 파티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모두를 위한 공공질서 및 치안 분야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해야 한다. (중략) 정부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각 도청에서는 지역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 이 문제는 모두와 연관이 있다.  파티는 보편화돼야 한다.”(2) 

파티 그룹들 역시 내무부 및 테크니발 관련 지역 도청과 협조할 것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그 무렵 테크니발 참가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청들은 관할지역 내에서 파티가 열리는 경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전국사운드시스템연합 소속 대변인인 벤 라그렌은 “사실 테크니발 개최를 위해 내무장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도움을 받으면 독립성은 축소되고, 이는 곧 자유의 축소, 시(詩)의 축소를 의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테크니발에서 협조하는 대신 그해 연말까지 합법적으로 프리 파티들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3) 

결국 도청 차원에서 프리 파티에 대한 허가가 늘지는 않았지만, 2006년 허가를 받아야 하는 파티의 기준이 참가자 5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로써 대부분의 파티들은 신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파티 애호가들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눈치다. 프랑스의 파티 애호가들은 15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시위 축제’를 벌이며 마리아니 의원의 수정안을 폐지하고, 1,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경우에만 허가를 받도록 했던 기존 규정으로 회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교육·청소년·스포츠부(이하 교육부)는 2004년 이래로 국내 파티 씬과의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교육부의 청년층 축제 관련 지정위원인 에릭 베르조의 집필 하에 도청과 보건당국, 그리고 파티 주최자 등을 위한 파티 관련 중재 안내서가 발표됐다. 프랑스국립행정학교(ENA)에서는 2010년대 초 테크니발 주최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설했고, 파티와 연관된 통행·보건·경찰·인근지역 관련 문제들을 정리해 자료집을 제작했다. 2008~2012년에는 브르타뉴 도청과 페이드라루아르 도청이 나서서 테크노토노미 협회 소속의 사뮈엘 레몽과 손을 잡고 파티 그룹 간 조직망을 이루는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사뮈엘 레몽은 “5월부터 10월까지 보름마다 20여개의 파티 그룹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지방의회로부터 간이화장실, 조명, 무전기, 안전조끼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도청 차원에서도 많은 투자가 있었다. 특히 내무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비를 대여하고, 경우에 따라 농가에 배상금을 지불했으며, 지역 내 모임을 조직할 수도 있었다. 헌병대 역시 대화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졌고, 상호간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돈에 매수됐다는 비난이 있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서부 지방의 파티 그룹 중 95%가 참여했다. 우리는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로도 이런 상황이 일반화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기존에 수립된 조치들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독립적인 파티 운영을 원하던 많은 이들의 바람대로 테크니발은 2015년 이후 다시 불법화됐고 프리 파티는 변함없이 억압의 대상으로 남았다.

에로 지역 상원의원인 앙리 카바넬(사회당 소속) 역시 파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인물이다. 2015년, 지역 의원들의 요구에 의해 개최 예정이었던 프리 파티가 취소되자 그는 “결국 파티 장소만 바뀌었다. 따라서 관련 지역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예정된 상세 규정들이 있었음에도 말이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에 카바넬 의원은 파티 그룹들과 지역의원들 간의 간담회를 마련했다. “지역 차원에서 소음 및 쓰레기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협상안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경제적인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파티 참가자들이 지역 상가에서 매상을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티 장소를 내어주는 시장은 드물었다. 이런 종류의 파티에는 마약, 음주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프리 파티는 불법인가?

하지만 이는 위선이고 모순이다. 마약이나 음주 문제는 베지에르 축제 등 전통적인 지역 축제에서도 항상 제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가 나서서 적당한 장소들을 찾기도 했지만 결국 도청에서는 결코 허가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황당했다. 결국 이 청년들은 그 어떤 합법적인 파티도 개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전국의 시장 150여 명을 모아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전국적인 차원의 협력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이 되자 내무부가 일을 완전히 그르치고 말았고, 그 여파를 감당하는 것은 오로지 지역 의원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내무부 측에 이 문제들에 대해 이메일로 질문서를 보내봤지만 “여느 합법적 집회와 마찬가지로 축제 모임도 규정만 준수하면 협력을 얻을 것”이라는 간결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파티 그룹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벌여온 변호사 마리안 로스탕은 사실 파티를 금지하고 있는 지금의 법과 관련해서 지배적으로 퍼져 있는 한 가지 오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이나 헌병대의 생각, 프리 파티가 무조건 불법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사전신고가 의무인 경우는 행사 참여 인원이 500명 이상이거나 개최 장소가 위험할 경우에 한한다. 이런 경우가 아니면 신고 의무는 없다. 게다가 행사 준비를 위해 타인의 토지에 밤늦게 머무르는 것도 폐쇄된 곳만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주거하는 것이 금지돼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기동헌병대가 행사를 중단시키고 관련 설비를 압류해도 이를 막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는 파티 주최자들을 상대로 소음 공해나 쓰레기 투기 건으로 소송이 제기되지도 않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로 사전 신고 없이 파티를 진행한 경우로, 이 경우 단순 경범죄 처분을 받는 것이 전부다. 현재 펀딩을 통해 조성된 전국사운드시스템연합의 법률지원기금의 지원으로 연간 30~40건의 설비 압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그 중 90%는 소액의 과태료 납부 후 설비를 돌려받는 것으로 해결되곤 한다. 물론 개방된 공간에서 500명 이하의 인원이 모이는 파티의 경우 당연히 무죄 처분을 받는다.”

에릭 베르조는 정부 당국이 이런 파티 문화를 계속 억압하는 것은 언론에 비치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오늘날 많은 청년들이 음악 페스티벌에 가듯 프리 파티에도 참여하곤 한다. 그런데 언론은 그들은 악(惡)으로 치부하고 있다. 테크니발을 취재할 때도 카메라는 디제이나 주최자들보다는 파티가 끝난 뒤 피곤한 얼굴을 한 참가자들을 비추기 바쁘다.” 그러나 파티 씬을 정상화한다면 정부로서도 이런 행사들을 더욱 쉽게 규격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적절한 장소를 제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는 르동 지역에서의 폭력 사태 이후 정부와 파티 그룹들 간의 대화가 재개됐다. 하지만 아직 성과는 없다. 

 

 

글·앙투안 칼비노 Antoine Calvino
기자

번역·김보희
번역위원


(1) 프랑스마약·중독관리청(OFDT)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MDMA(일명 엑스터시, 테크노 음악 파티와 오래 전부터 깊이 연관된 약물) 중독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연간 20~3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 2003년 9월 26일 파리에서 열린 도지사 회의에서 발표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내무부 장관의 연설 내용. 연설문 전문은 www.vie-publique.fr에서 조회 가능.
(3) 인용된 답변들은 모두 인터뷰한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