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찾는 유령들의 이야기
『사라 제인』 | 제임스 샐리스
2005년 『드라이브』가 출간됐고, 이듬해인 2006년 프랑스에서 번역출간 됐다. 제임스 샐리스는 최고의 체스터 하임스(미국 소설가) 전기, 그리고 뉴올리언스를 서정적이고 형이상적으로 다룬 추리소설 8편(『루 그리핀』 시리즈)을 출간한 후, 더 ‘하드보일드’하고 목가적인 소설(『존 터너 』시리즈)을 쓰기 시작했다.
샐리스는 시인으로 데뷔해, 보리스 비앙, 레몽 크노, 블레즈 상드라의 작품들을 번역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1년 샐리스의 작품 『드라이브』가 영화로 제작됐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연출과 일렉트로닉 사운드트랙, 그리고 ‘드라이버’를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의 이미지에 매혹된 관객들은 원작 소설을 찾아 읽었다. 2012년에 샐리스는 속편 『드라이븐』을 내놓는다.
이후 샐리스는 비슷한 성격의 작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연쇄 살인자』, 『윌낫』, 『사라 제인』(장 베르나르 부이가 서문을 집필) 등은 전작들에 비해 ‘생략의 기술’이 돋보였다. 특히 『사라 제인』은 여성이 주인공이자 내레이터로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샐리스의 소설 18편 중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프랑스에서 미번역된 『나와 비슷한 타인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라 제인』은 일기처럼 시작된다. 주인공 사라 제인 풀만은 몇 페이지에 걸쳐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사라의 별명은 ‘미뇬(Mignonne; 프랑스어로 귀여운 여인)’이지만, 그녀의 삶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이웃들 대신 문제를 해결하러 다니는 아버지,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어머니, 양계를 하고 바비큐를 만들며 사는 가족.
‘테네시 주와 앨라배마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셀머라는 마을에서 자랐다. 태어나서 16년 동안 언덕 위 집에서 살았다. 말이 언덕 위에 있지, 언덕 위에서 미끄러지기 일보 직전처럼 보이는 집이었다. 내가 집을 떠나자마자 집이 언덕 위에서 미끄러졌다고 한다.’ 이어서 사라 제인은 이런 고백을 한다. ‘앞으로 몇 년 후에도 불헤드와의 결혼생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결심을 전부 실행하지도 못했다.’
사라 제인의 독백은 고백체로 바뀐다. 범죄에 휘말린 그녀는, 감옥과 군복무 중 선택해야 했고 군복무를 선택한다. 훗날 사라 제인은 살면서 더 많은 변화와 만남을 마주하고 더 많은 임무를 맡는다. 매번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라 제인의 심리와 인생만큼 복잡한 이런 구성 덕분에 도시와 장소, 그리고 그 안에 얽힌 사람들을 탐구할 수 있다. 길지 않지만 밀도가 높은 이야기다. 샐리스는 ‘모든 이야기는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는 유령들이 주인공’이라고 주장한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유령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글·위베르 아르튀스 Hubert Artus
번역·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