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계략

2021-12-01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아주 정교한 계략을 꾸몄고, 프랑스 공영방송국 <프랑스 앵테르>는 스타 논설위원 토마 르그랑의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계략을 다룬 방송을 두 차례에 걸쳐 내보냈다.(1)

르그랑은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난민 사태에 대해, 러시아 대통령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센코가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 시리아가 공모하고 러시아가 명백하게 지원한 작전”이라고도 했다. 이번 사건의 공모국들 중 터키가 포함됐다는 말도 있었다. 이들은 “유럽연합 내에서 격렬한 언쟁을 부채질”하고, “대개 친러파인 유럽 내 민족주의 정당과 외국인 혐오 정당의 활동을 조장”하고자 이 4개국이 조직적으로 난민 4,000명을 터키와 폴란드 국경지대 사이로 보냈다고 주장했다.(2) 

또한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을 조직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그 이유로 “이주민을 강제로 이동시키는 인신매매를 감독하기 위해”, 그리고 “프랑스의 극우파 지지자들에게 비옥한 땅이 돼줄 이주민 쇄도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라고 주장했다. 르그랑은 “모든 게 들어맞는 추측”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유럽연합과 국경을 접한 나라가 이주민의 통행을 설계한 일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스페인은 지난 5월, 모로코에 서사하라의 독립을 요구하는 폴리사리오 전선의 지도자가 자국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자 모로코는 보복 차원에서 아프리카 북단에 있는 스페인 역외 영토 세우타와 멜리야로 이주민 8,000명을 밀어 넣었다. 하지만 이번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사태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폴란드 총리가 보였던 모습과 달리, 당시에는 아무도 ‘하이브리드 공격(무력과 함께 정치적 수단을 활용하는 공격방식-역주)’을 언급하거나 나토 개입을 요구하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2020년부터 벨라루스에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벨라루스가 유럽연합과의 분쟁 해결을 위해 이민자를 이용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제까지 유럽연합이 처한 곤경에 불만이 없다가 유럽연합 회원국인 폴란드가 강추위 속에서 물대포로 난민들을 밀어내자 매우 신속하게 유럽연합에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이번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사태는 <프랑스 앵테르>가 상상한 대규모 음모와는 거리가 멀고, 부메랑 효과라는 기본적인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이민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협박과 교섭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왔다. 유럽연합은 불법 이민자를 더 쉽게 추방할 수 있도록 ‘개발 원조’을 앞세워 ‘재입국’ 협정 체결을 요구해왔다. 재입국 협정 체결을 꺼리는 국가에는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유럽연합은 중동에서 온 난민 400만 명을 저지하려고 터키에 자금을 지원했고, 세우타와 멜리야를 보호하기 위해 모로코에, 지중해로 향하는 난민을 막기 위해서 리비아에, 사하라 사막길을 막기 위해서 니제르에 자금을 지원했다. 

11월 10일,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벨라루스 정권이 하는 일이야말로 인신매매와 다름없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며칠 후,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프랑스 칼레 난민수용소 철거를 위해 경찰을 동원했고, 경찰들은 칼로 난민 텐트를 찢어버렸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2021년 11월 12일 및 11월 17일자 <France Inter> ‘Édito politique (정치 사설)’에서 일부 인용.
(2) Rémi Carayol, ‘Les migrants dans la nasse d’Agadez 니제르 사막 한 가운데 버려진 난민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6월호·한국어판 2019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