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게리맨더링’ 마법

민주주의의 핫이슈, 수감인구조사

2021-12-01     샤를로트 르코키용 | 기자

11월 2일 치러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하자, 2022년 중간 선거에서도 패배를 경험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 실시된 선거구 재조정도 이런 걱정에 기름을 부었다. 내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득표수에서 밀리더라도, 선거구 덕을 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0년 단위로 인구통계조사 결과에 따른 새로운 선거구 지도를 작성한다. 각각의 행정구역 내 선거구에 동일한 주민 수(5%내외)를 포함하는 이 작업은 단순 수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철저히 정치적이다. 각 주마다 다수파가 결정하는 선거구 배분을 통해 정당들은 선거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특정 인구를 집중시키거나 줄이며 입맛에 맞게 선거구를 조정한다.

공화당이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선거구에 특별한 애정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례로, 텍사스에서는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백인 인구가 52%에서 45%로 감소했지만 2012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자기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변경하는 것-역주)의 마법 덕분에 텍사스주 선거구 가운데에서 백인 주민이 다수인 선거구가 70%에 달했다.(1)

2020 인구조사 후에도 선거구 재조정이 계속되자, 조작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텍사스 인구 증가의 원인 95%가 소수인종이었는데, 지난 10월 25일 채택된 새로운 선거구 지도에 소수인종 선거인단 비율이 늘지는 않았다.(2)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48.6%)과 공화당(49.9%)에 표가 골고루 나뉘었지만, 새롭게 조정된 의회 선거구 14군데 중 10곳에서는 공화당에 표를 줄 것으로 확인된다.

입법부가 맞닥뜨린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수감자들의 수를 계산하는 일이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1인 1표’ 원칙에 의거해 동등한 대의권을 가진다. 그렇다면 수감자들은 어느 선거구에 속할까? 교도소가 위치한 선거구? 아니면 이전 주소지? 미국 인구조사청에서는 ‘일상적인 거주지’에 속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1790년 이후 교도소가 재소자들의 거주지로 간주돼 왔다. 200년 이상 문제없던 이 시스템은 1980년부터 시행된 대량투옥 정책과 함께 문제를 드러냈다.

현재 미국에는 뉴멕시코주의 인구에 맞먹는 200만 명 이상이 수감된 상태다. 수감 인구 중 소수인종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흑인이 백인의 5배에 달한다)(3) 교도소 위치가 대부분 농촌지역과 백인 주거지역에 밀집됐다는 점 때문에, 수감자들에 대한 인구조사는 중요한 전략 문제가 됐다.  

대량 투옥에 반대하는 비영리단체 PPI(Prison Policy Initiative)의 홍보 책임자 마이크 웨슬러는 “2000년 인구조사에 따른 선거구 조정 당시 사람들이 문제를 깨닫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뉴욕타임스>는 아이오와주 존스 카운티의 도시 애너모사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각각 1,400명이 살고 있는 애너모사 4개 구역 가운데 한 구역에서는 자유를 가진 사람이 58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투표권이 박탈된 재소자들이었다.(4) 

 

투표하지 않는 자는 시민이 아니다

“그들을 애너모사의 시민으로 생각하십니까?”

한 기자가 지역의원인 대니 영에게 질문했다. 대니 영은 “그들은 투표를 하지 않으므로, 시민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죄수들은 행정기관이나 의원들, 수감 관련 부처와는 어떤 접촉도 없었고, 석방이 된 후 대다수가 예전 주소지로 돌아갔다. 논리에 맞지 않는 셈법을 지속할 이유가 있을까?

래드너 타운십에 위치한 빌라노바 대학교 사회학 교수 브라이애나 렘스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몇몇 카운티에서는 오직 해당 지역에 위치한 교도소 덕분에 의원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데, 이는 법적인 한계에 도달하는 부분이다.” 렘스터 교수는 동료인 로리 크레이머 교수와 함께, (67개 카운티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선거구 지도를 연구했는데, 수감 인구를 제외하면 대의원을 선출하기에는 인구가 너무 적은 농촌 선거구가 4곳 있었다. 반대로, 도시지역의 4개 선거구에서는, 다른 지역 교도소에 수감된 주민들까지 포함할 경우 인구밀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새로운 선거구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 흑인인 주민들이 분명 흑인일 민주당 후보를 뽑을 확률이 매우 높다.(5) 

렘스터 교수는, 수감된 지역 선거구에 재소자들의 수를 포함시킨다면 “교도소 근처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더 많은 정치권력을 부여하는 꼴이 된다. 그들은 훨씬 쉽게 지역의원과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웨슬러도 거침없이 말했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다. 어떤 의원은 시민 20명의 의견만 들으면 되는데, 다른 의원은 시민 100명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면?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례로, 위스콘신주 주노 카운티의 한 구역에는 수감자가 전체 주민의 80%를 차지한다. 이 구역에도 의원이 존재하며, 자유로운 주민 20%는 교도소가 없는 이웃구역 주민들에 비해 과도한 대표권을 누린다. 게다가, 미국 재소자들 대부분이 도심지역 출신인데, 수감된 곳은 농촌지역이다. 인구조사에 사용하는 계산법은, 주로 흑인과 남미계인 시민 일부를 없애고 이들의 정치적 대표성과 특정 서비스를 박탈한다. 

일리노이주의 라숀 포드 민주당 하원 의원은 “일리노이주 재소자 60% 이상이 시카고가 속한 쿡 카운티 출신이지만, 이들 중 99%는 쿡 카운티의 인구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렘스터와 크레이머 교수도 “현재의 방식은 헌법상의 평등한 대표권을 침해한다”라고 판단했다. 기존의 셈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교도소가 없는 농촌지역의 공화당원들도, 이런 불평등을 좌시하지 않는다.

현재, (뉴욕,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네바다 등등) 12개 주와, 200개 이상의 카운티, 도시, 구역에서는 인구조사의 결점을 보완할 조치를 취했다. 선거구 조정 시, 재소자들을 수감 전 주소에 할당하는 방법이 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포드 의원의 지지로 채택된 법에 따라 2025년부터 형무 당국에서 매년, 재소자들의 수감 전 주소를 수집하고 통지해 선거 위원회에서 재소자들의 숫자를 원 주소지에서 계산하도록 했다. 포드 의원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인구조사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웨슬러는 “인구조사청에서 수감자 수를 계산하는 방식을 바꾼다면, 전국에서 동일하게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부처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구조사청은 2020년 인구조사를 준비하면서 총 7만 7,887개 의견을 청취했는데, 이 중 수감 전 주소를 재소자들의 거주지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7만 7,863개나 나왔다.(6)

그러나 인구조사청은 “일상적인 거주지라는 개념에 부합하지 않고, 선거구 조정은 국가의 몫”이라며 결국 이 방안을 채택하지 않았다. 인구조사청은 앞으로도 새로운 자료들을 선거위원회에 전달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고, 이 자료에 따라 선거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2010년에는 단 2개 주에서 재소자들의 인구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제는 6개 주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이는 정당 지지자들과 학자들 그리고 의원들로 하여금 2030년 인구조사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변화다. 

 

 

글·샤를로트 르코키용 Charlotte Recoquillon
기자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Brentin Mock, ‘Retour feutré de la discrimination électorale (한국어판 제목: 미 공화당의 인종차별주의적 유권자 삭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10월호, 한국어판 2014년 11월호. 
(2) ‘What Redistricting Looks Like In Every State’, FiveThirtyEight, New York, 2021년 11월 16일 검색 자료. 
(3) Leah Sakala, ‘Breaking Down Mass Incarceration in the 2010 Census: State-by-State Incarceration Rates by Race/Ethnicity’, Prison Policy Initiative, Easthampton (Massachussets), 2014년 5월 28일.
(4) Sam Roberts, ‘Census Bureau’s Counting of Prisoners Benefits Some Rural Voting Districts’, <New York Times>, 2008년 10월 23일. 
(5) Brianna Remster, Rory Kramer, ‘Shifting power. The impact of incarceration on political representation’, Du Bois Review : Social Science Research on Ra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vol. 15, n° 2, 2018. 
(6) Bureau of the Census, ‘Final 2020 Census Residence Criteria and Residence Situations’, Federal Register, Washington, DC, vol. 83, n° 27, 2018년 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