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IS)의 부활

이라크, 신세대 지하디스트의 출현

2021-12-01     로랑 페르피냐 이방 | 기자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영토 분쟁은 치안 부재를 가져왔다. 이런 혼란과 사회·경제 상황의 악화, 시아파 민병대가 야기한 적개심 등이 이슬람국가조직(IS)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제 그 불씨는 활활 타오르며, 이라크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다. 

 

키르쿠크 남서쪽에 위치한 이라크 연방 경찰 5사단 부대 내부, 자동소총을 하늘로 겨눈 차량들이 일렬종대로, 하이데르 유세프 장군(69세)의 외출을 준비 중이다. 요새 같은 기지의 정원에 앉아있는 장군은 한가롭고 평온해 보인다. 키르쿠크주 치안 유지 임무의 선봉에 선 유세프 장군은 실상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승리를 과시하려 한다. 최근 이슬람국가조직(ISO, 아랍어 약자로 ‘다에시’로도 불림)의 ‘생존자’들을 상대로 부대원들이 거둔 승리를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장군은 최근 몇 달 동안 목숨을 잃은 부대원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장군이 호위대와 향하는 곳은, 이라크에서 ‘새로운 죽음의 삼각지대’라 불리는 구역이다. 2000년대에는 바그다드 북부와 서부 그리고 팔루자, 티크리트, 라마디, 바쿠바 등 수니파가 봉기한 지역을 그렇게 불렀지만, 현재는 치안이 전무한 북부의 키르쿠크, 남동부의 디얄라, 남서부의 살라헤딘 세 지역을 가리킨다. 이 구역에서는 스스로 IS라 주장하는 무리들이 매일 밤 이라크 치안유지군 진지, 민간인, 유전 및 전력 시설을 공격한다. 2021년 초부터 공격 양상이 변화했다.

 

IS, 도시를 장악할 힘을 얻다

이라크계 프랑스인 정치학자 아르디 메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21년 1월 1일부터 10월 21일 사이에 집계된 995건의 이라크 국내 공격 가운데 655건이 키르쿠크-살라헤딘-디얄라 삼각지대에서 벌어졌다. IS는 한 도시를 탈취할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표적 공격에서 영토 지배라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2017년 이라크에서 공식적으로 해체된 IS는 영토지배를 넘어선 새로운 판도에 적응하며, 대도시들을 저버리고 접근이 어려운 농촌지역으로 후퇴했다. 그러다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GRK)의 분쟁으로 인한 키르쿠크의 치안 부재를 틈타 손쉽게 조직을 재건했다.(1) 쿠르드 군대는 이라크 정부의 압박에 2017년 9월 약 4만㎢에 이르는 이 영토에서 후퇴했지만,(2) 인민동원군(알하시드 알샤비)의 시아파 민병대를 비롯한 다수의 무장 조직이 동시에 등장했다.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라크 정부 사이에 정치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기에, 어느 쪽도 키르쿠크에서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런 혼란은 IS에 재건 기회가 됐다. IS의 간부와 전투원들이 시리아 및 이란 접경지대를 드나들기 쉬워진 것이다.

티크리트를 향해 남서쪽으로 뻗은 24번 도로를 따라 수많은 막사들이 들어서 있다. 이토록 강력하게 무장한 이 지역에 치안이 부재하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9월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는 밤에도, IS가 집중공격을 가해 잠복 중이던 연방경찰 13명이 사망했다. 분쟁 중인 영토의 남쪽 경계를 이룬 함린 산맥이 지평선을 따라 펼쳐졌다. 바삼 카젬 대령이 말했다. “문제의 주된 원인은, 바로 이곳에서 발생한다.” 유세프 장군보다는 말이 많고, 최근 발생한 인명피해에 영향을 받은 듯한 카젬 대령은 IS 전투원들의 ‘은신처’에 대해 “현재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에는 알카에다가 은신했던 곳이다.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산세를 가진 함린 산맥의 천연 및 인공 동굴 안에는 오래된 듯한 대규모 지하 통로와 터널들이 있다. 이라크 군인들에 따르면, 수많은 무기 창고가 숨겨진 이곳이 바로 IS가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을 자행하는 작전 기지다. “우리는 침낭과 식량이 남아 있는 은신처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근처 마을에도 지하디스트들이 숨어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지역 주민들은 우리에게 적대적이다. 따라서 이동할 때마다 안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IS 전투원들은 삼각지대 수니파 주민들의 지원을 발판 삼아 함린 산맥을 넘어, 분쟁지역 남부에까지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이라크 군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지하디스트들의 피신처가 될 수 있는 벌판의 초목들을 불태우는 것뿐이다. 도로를 따라 황폐한 풍경이 이어졌다. 이라크 군 당국은 “지하디스트 전투원들이 몇백에 불과하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를 장악하려는 이란을 규탄하는 대중시위를 지지했던 이라크의 지하디스트 운동 전문학자 히샴 알하셰미는 암살되기 몇 주 전인 2020년 봄, “IS의 활동대원 수는 1,200명에 이르고, 삼각지대 내 버려진 85~200곳의 마을을 IS가 점령해 캠프와 창고, 지휘센터로 사용한다”라고 주장했다.(3) 바그다드에서 만난 또 다른 전문가들은, 수천 명의 대원들이 출동준비를 마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몇 달, 공격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신빙성 있는 주장이다.

 

IS 전투원들, 그들은 누구인가

키르쿠크와 살라헤딘의 경계를 구분하는 검문소, 두꺼운 콘크리트 벽 뒤에서 군인들이 오가는 차량들을 확인한다. 사람들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뒤섞여있다. 이라크 치안유지군은 적대적인 지형에서 작전을 펼친다. 함린 산맥에서도 골짜기가 많은 험한 산세에 위치한 이 검문소는 전선이나 교전지역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몇몇 보초들은 막연하지만 지속적인 위협 앞에서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IS 전투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연방 경찰 정보국에서 일하는 아델 타흐만은 이렇게 답했다. “이 지역 지하디스트의 대다수는 30대 이상으로 2014~2017년 ‘다에시’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다. 이들은 체포된 적이 없지만, 우리는 신원과 이력을 파악했다. 그리고 과거 전쟁에 참여한 적이 없는 청년 전투원들도 있다.” 유세프 장군도 청년 IS의 출현을 인정하며, 그들도 이전 세대들과 ‘동일한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상황은 분명해졌다. 패배 후 척박한 지역에 은신했던 IS가 생존자들 덕분에 부활했으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연방 경찰은 “현지에 신뢰할 만한 정보원들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맹렬한 기세의 IS 전투원들에게도 헌신적인 정보원들이 있다.  결국 경찰의 작전들은 실패해, 지역 주민들의 비웃음을 산다. 그리고 투입된 막대한 자원들이 무색해질 만큼 단순한 통신작전에 그친다.

키르쿠크주 분쟁에 관한 저서(4)를 집필한 정치학자 아르튀르 케네는 “IS는, 가난하고 미래가 없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투원을 모집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침공한) 2003년 이후, 이 지역 주민들은 저항심을 가지고 있기에, 전투원 모집은 쉬울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인들은 지하디스트들과 치안유지군에게 이중으로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민간인들 사이에 복수와 토벌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례로, 10월 26일, 디얄라 지역의 한 시아파 마을에서 IS가 주민들을 학살해 15명이 사망했다. 이튿날, 공격당했던 시아파 마을 사람들이 수니파 마을을 공격했다. “수니파 마을 사람들이 IS와 공모했다”라는 것이다. 결국, 11명이 사망했다. 

분쟁지역에 경찰, 군인, 특수부대원, 시아파 민병대원 등이 늘고 있는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연관된 준군사 조직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아파 민병대가 연루된 부정부패는 수니파가 많은 이 지역에서 불신을 키우고 있다.

 

IS 퇴치, 과연 가능할까?

IS 퇴치를 위한 새로운 국제 전쟁이 시작될 것인가? 이라크는 2017년까지 60여 동맹국의 지지를 받았으나, 이제는 외톨이다. 지원금도 끊어졌고, ‘파트너’인 미국은 동맹관계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IS의 재출현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다. 훨씬 더 시급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국민 약 4,000만 명 중 약 30%가 빈곤에 시달린다. 2020년 실업률은 13.74%로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부족 간 그리고 부족 내부 분쟁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존재한다. 이라크 정부는 라이벌인 시아파 민병대가 무력으로 분쟁을 해결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쿠르드 자치 정부는 1990년대 쿠르디스탄 애국 연합(UPK)과 쿠르디스탄 민주당(PDK)을 대립시켰던 내전의 공포에 떤다. 

10월 10일, 예정보다 앞서 진행된 선거도 긴장감을 높였다. 시아파 민병대를 비롯한 여러 당사자들이 개표 결과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11월 7일에는 무스타파 알카디미 총리 관저에서 드론 공격이 벌어졌는데, 이 암살 시도 역시 선거 후폭풍에서 기인했다. 이라크의 요동치는 정세에 관한 책(5)을 발표한 이라크계 프랑스 사회학자 아델 바카완은 “이라크 내부 정치 세력들은 자신들의 노선에만 집중하고, IS 재확산의 위험성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라크 정부가 쿠르드 자치정부와 대립하는 사이 IS의 대규모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연방경찰 관계자들은 몇 주 전부터 “다에시 퇴치 작전을 진전시키지 않고 있다”라는 사실을 고백하며, 조심스럽게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언급했다. IS의 전투력은 이제 그들의 본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공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 10월 30일에는 키르쿠크 북쪽에서 약 50km 떨어진 곳에서 쿠르드족 전투원 두 명이 살해돼,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라크 정부 사이의 치안 협력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했다.

IS의 부활로 인해 쿠르드 군대가 분쟁지역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이 치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IS가 2017년 군사적 패배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대테러 전쟁과 작전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지역을 개방하고 산재한 사회·경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다면, 역사적 과오는 되풀이될 것이다. 

20년 가까이 군사 점령과 소외에 시달려온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이라크 보안 당국이 시행한 보복법(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당한 만큼의 형벌을 가하는 법-역주)때문에 더욱 뜨거워졌다. 이런 국민들의 분노를 틈타, IS는 끊임없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랑 페르피냐 이방 Laurent Perpigna Iban
기자

번역·김자연
번역위원


(1) Shahinez Dawood, ‘Kirkouk la disputée 치열한 격전지, 키르쿠크’, <마니에르 드 부아르> 프랑스어판 2020년 2-3월호, ‘1920-2020, 쿠르드 전투’.
(2) Laurent Perpigna Iban, ‘Un référendum pour rien ? 무엇을 위한 국민투표인가?’, <마니에르 드 부아르> 프랑스어판 2020년 2-3월호, ‘1920-2020, 쿠르드 전투’.
(3) ‘ISIS Thrives in Iraq’s ‟Money and Death” Triangle’, Newsline Institute, Washington, 2020년 8월 11일, https://newlinesinstitute.org/
(4) Arthur Quesnay,『La guerre civile irakienne. Ordres partisans et politiques identitaires à Kirkouk(2003-2020) 이라크 내전. 키르쿠크의 세력 싸움과 정체성 정치』, Karthala Éditions, Paris, 2021.
(5) Adel Bakawan,『L'Irak, un siècle de faillite. De 1921 à nos jours 이라크, 몰락의 100년. 1921년부터 오늘날까지』, Tallandier, Paris,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