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노동-불법고용의 드넓은 바다에서

정부의 무능력을 감춰버린 유죄판결

2021-12-01     상드린 라나 외

불법고용 관련 법률은 이론적으로는 강화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희소식이 하나 있다. 프랑스 농가에 임시 노동력을 제공한 스페인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다만, 아직 한계는 존재한다.

 

지난 5월, 마르세유 경범죄재판소는 ‘은폐된 노동’의 ‘광범위한 불법적 이용’에 대해, 즉, 조직적인 ‘노동력의 불법 거래 및 대여’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형을 선고했다. 주요 관리자들에게는 징역 2~5년 또는 징역 2~5년에 집행유예 및 벌금 50만 유로를 선고했고, 임시노동 행위의 제공을 최종적으로 금지했다. 2020년 2월 사포르 템포리스(Safor Temporis)와 2020년 9월 라보랄 테라(Laboral Terra)에 이어, 2021년 5월 테라 페쿤디스(Terra Fecundis)가 스페인 기업으로서는 프랑스 법원에서 세 번째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불법고용근절중앙청(OCLTI)의 심문과 구류, 수천 건의 감청이 있었다. 마르세유 검찰청의 그자비에 레오네티 검사는 “이 사건에 관련된 하부조직들을 수사하기 위해, 대규모 범죄사건 수준의 자원을 동원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불법고용을 근절하려는 프랑스 공공기관의 진정한 의지일까? 아니면 그저 보여주기식 대처에 불과한 것일까?

이 모든 일은 2011년 테라 페쿤디스를 통해 프랑스로 파견된 에콰도르 노동자 엘리오 이반 말도나도(32세)가 부슈뒤론(Bouches-du-Rhône) 주(州)의 마얀(Maillane)에 있는 도멘 데 수르스(Domaine des Sources)라는 농가의 온실에서 탈수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테라 페쿤디스는 프랑스 사법당국의 감시 대상이 됐다. 몇 년에 걸친 조사 끝에 대규모 불법행위가 발각됐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테라 페쿤디스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 농가에 주로 라틴 아메리카, 서아프리카 및 모로코 출신의 노동자 약 2만 6,000명을 알선한 사실을 입증했다. 이 노동자들은 불법적인 노동 환경(초과근무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미준수, 유급휴가 부재)에서 과일·채소 수확 작업을 했으나, 규정에 따른 고용신고도 없는 상태였다.

유럽연합법에 따르면, 기업은 그 기업이 설립된 국가에서 사회보장 부담금을 계속 지불하는 한, 자사의 직원을 해외에 파견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조건이 따른다. 하나는 파견된 직원들의 임무가 단기적일 것, 또 하나는 본질적인 업무는 본국에서 수행 중임을 증명할 것. 그러나, 테라 페쿤디스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당시 테라 페쿤디스 직원은 몇 달 동안씩 프랑스에 파견됐고, 그들 업무의 90%가 프랑스에서 수행됐다. 스페인 무르시아에 본사를 둔 테라 페쿤디스는 자사 직원들을 프랑스사회보장국에 등록할 의무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스페인에 사회보장 부담금을 납부했다(스페인의 사회보장 부담금은 프랑스보다 평균 40% 낮다).(1) 

테라 페쿤디스 사례에는 엄청난 금액이 등장한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주(州)의 사회보장 및 가족수당 부담금 징수 조합(URSSAF)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테라 페쿤디스가 해당 기간 내 프랑스에 납부할 부담금은 8,000만 유로(납부 지연금을 포함하면 1억 1,250만 유로)에 달한다. 테라 페쿤디스는 계속 이런 관행을 이어갔고, 2018년에 7,200만 유로의 매출(프랑스에서의 매출액 5,000만 유로 포함)을 기록했다.

파견노동에 대한 첫 번째 유럽연합 지침이 1996년에 마련된 이후, 관련 법률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내 노동자 권리 강화에 있어서 느리지만 결정적인 발전을 이룰 것을 목표로 하며, 이와 더불어 고용주의 의무 확대 및 재범이나 조직범죄의 가중처벌을 목표로 한다.” 지리학자이자 정치학자이며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소속 연구원인 베아트리스 메시니는 말했다. 최근 개정된 2018년 법률에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동등 대우의 원칙이 확립됐다. 즉 외국계 인력파견 회사들에 자국이 아닌, 직원이 파견된 국가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바다에 물 한 방울, 변화를 이끌까?

법률 조문에 명시된 내용은 점점 엄격해졌지만, 관련 법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불법행위를 저지하기에는 처벌수위가 약했고, 약한 처벌수위는 점검작업을 수행하는 감독부서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해당 규정 시행 결과에 대한 국무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0년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1,200건 이상으로 그 금액은 630만 유로라고 한다.(2) 불법행위라는 바다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에 불과하다. 이 문제는 특히 농업 부문과 관련이 깊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의 메시니 연구원은 “건설업 등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산업 및 직종을 중심으로 감독이 이뤄진다”라고 지적했다. 당국이 테라 페쿤디스 사건을 조사하게 된 것은, 노동자가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2004년이 돼서야, 정부는 국가차원에서 합의된 감독 조치 결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개선된 게 없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정부의 태만입니다.” 에르베 기차우아가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노동감독 총책임자로 일한 적이 있으며, 불법고용과 소셜 덤핑(개발도상국이 부당한 방법으로 국제수준보다 낮은 임금수준을 유지하고, 생산비를 절감해 해외시장에서 제품을 싼값에 파는 행위-역주)을 감독한 경험이 있다.

이번 판결은 늦긴 했지만,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차우아 감독관은 수사방법과 제재범위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두 가지 면에서 본보기가 됩니다. 첫 번째는 프랑스 내 외국기업과 그 고객에 대해, 두 번째는 외국기업을 감독하는 데 유용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감독기관과 추징기관에 대해서입니다.” 최종판결의 예방효과 외에도, 재판 전 사법수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신고 노동 관련 법적 부담은 기피하고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이용한 기업, 즉 ‘주문고객’에 대한 관리감독을 정부가 실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7년부터 르 가르(le Gard) 도에서 노동감독관으로 일해온 폴 라막케르는 수집한 정보에 따라 테라 페쿤디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120여 개 업체에 경고했고, 이 중 80개 업체가 서비스 이용을 중단했다. 라막케르 노동감독관은 마르세유 법정의 피고석에 농가가 없다는 사실을 아쉬워했지만, 그의 수고는 결실을 맺었다. 라막케르 노동감독관 덕분에 님(Nîmes) 검찰청이 주문고객들(르 가르 도 내 4개, 부슈뒤론 주 내 1개)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게 됐다. 라막케르 노동감독관은 “주문고객들이 테라 페쿤디스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증거다. 그 증거로, 그들은 불법행위임을 알면서도 일조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은 2022년 3월 님 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사건은 선례가 되긴 했지만, 두 가지 한계를 드러냈다. 사회학자 에마뉘엘 엘리오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이 소송을 근거로 한 조사에서 심문을 받은 직원들이 겪은 편견은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확보된 많은 자료들은 법정에서 단순히 ‘정황 자료’로만 제시됐다.” 둘째, 프랑스사회보장국은 이들 농가가 착복한 금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 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 기업이 (본국에서 발행한) 파견근무 증명서를 제시하기만 하면, 그 즉시 프랑스 판사는 잘못 징수된 사회보장 부담금을 반환하라고 외국에 요구할 수 없다.(3)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협력이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파견근무 증명서를 철회하기 위해, 사회보장 및 가족수당 부담금 징수 조합은 스페인 당국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스페인 당국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서 직접 마드리드로 갔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주의 사회보장 및 가족수당 부담금 징수 조합에서 지역 감독 책임자를 맡고 있는 카린 모스가 말했다. 다음 싸움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이어서, 법정에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글·상드린 라나 Sandrine Lana
기자
엘렌 세르벨 Hélène Servel
기자

번역·이연주
번역위원


(1) ‘Réalité des écarts de compétitivité dans les secteurs agricole et agroalimentaire liés au coût du travail avec certains pays européens et analyse des dispositifs de protection sociale des salariés et des non salariés 인건비와 관련해서 농업·농식품 부문에서의 특정 유럽 국가와의 경쟁력 차이 실태 및 임금 노동자와 비임금 노동자의 사회보장장치 분석’, 사회복지 총감독국(l’Inspection générale des affaires sociales) 보고서, n°2015-009R, Paris, 2015년 4월.
(2) ‘Le bilan de la mise en œuvre de la réglementation européenne sur le travail détaché 파견 근무 관련 유럽연합 규정 이행에 대한 평가’, 국무회의 발표자료, 2021년 5월 5일, 링크: www.vie-publique.fr
(3) Patrick Herman, ‘Travailleurs saisonniers, la ronde infernale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악순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3년 2월호·한국어판 2013년 2월호와 Gilles Balbastre, ‘Travail détaché, travailleurs enchaînés 사회적 덤핑과 싸우는 파견노동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4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