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시달리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웨이터 대란’

2021-12-01     트리스탕 드 부르봉파르므 | 작가

영국은 지난 봄 이후 대대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운송업·농업·산업·요식업 등 많은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저임금 유럽 노동자에게 의존해온 분야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정부는 ‘일시적인 산후통’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브렉시트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6개월, 하이웰 클라크의 삶은 변화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예전에는,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로 트럭운전사는 되지 않겠다고 여자친구에게 하소연했어요.” 런던의 북부 외곽지대에 사는 이 50세 남성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트럭운전사는 수입도, 인식도 낮았습니다. 인터넷 소개팅사이트에서 만난 여성들은 직업이 트럭운전사라고 말하는 순간, 만날 약속을 취소했어요. 참담한 마음에 파일럿 행세를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6개월 전부터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아침에 일하러 갈 때면, 나는 영웅이고 세계의 구원자가 됩니다. 최근 급여도 올랐어요. 몇 시간 추가근무에 예전에는 4만 파운드(약 4만 8,000유로)를 벌었지만, 이제는 연간 5만 파운드(6만 유로)를 벌 수 있어요.” 지난 20년간 트럭운전사로 살아온 그에게,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봄 이후, 영국은 트럭운전사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의 조짐은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업계에 몸담은 사람은 누구나 트럭운전사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트럭운송협회에서 전략책임자로 일하는 로드 맥킨지도 이런 현실을 인정했다. “이 직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매력을 잃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운송회사는 저임금 유럽인 기사들을 대대적으로 고용하며 임금인상을 막아왔습니다.”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의 51.1%가 탈유럽을 선택했다. 다음 날 모든 이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에 대대적인 충격파가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사이에 자리 잡은 소도시 세인트헬렌스에 소재한 애비 로지스틱스의 대표 스티브 그래닛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유럽 출신 기사들 대다수가 영국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영국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6월 말, 영국에서 일하는 트럭운전사는 31만 6,000명에 달했다. 그들 중 3만 1,000명이 유럽 출신 기사였다. 2020년 3월 말, 유럽 출신 기사 6,000명이 추가로 영국에서 트럭운전을 시작했다.

 

팬데믹 속에 사라진 트럭운전사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자, 그래닛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힘든 시기가 지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노동자의 이탈은 여러 해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가 치명타를 날렸어요. 우리 회사는 350대 트럭들 중 무려 10%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있습니다. 연초에 3만 5,000~5만 파운드(4만 1,200~5만 9,000유로) 수준으로 임금을 20%나 인상했지만,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2020년 3월 23일,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 처음으로 전국적인 봉쇄조치가 실시된 지 5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트럭운전 일을 그만둔 기사는 유럽인 1만 3,000명, 영국인 5만 4,000명에 달한다. 예정대로 은퇴한 기사들도 있고, 어려운 시기를 가족들과 보내겠다고 고국으로 돌아간 유럽인 기사들도 있다. 그밖에도 많은 기사들이 마트 배달차량을 몰겠다고 트럭운전을 그만뒀다. 마트 배달은 현지에서 일할 수 있고, 노동시간도 짧은 편인 반면, 수입은 더 낫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4월 새로운 법률 발효로 인해, 트럭운전사는 더욱 매력 없는 직업이 돼버렸다. 독립노동자로 일하는 기사는 사회보장분담금을 더 적게 내는 대신, 사회보장 혜택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팬데믹 사태 속 대형트럭 운전면허 시험 취소와, 브렉시트가 상황을 악화했다. 2021년 1월 1일 도입된 새로운 이민 규정은, 영국을 떠난 트럭운전사를 대체할 새로운 유럽인 기사 채용에 제동을 걸었다. 저숙련 일자리라며 트럭운전사에 대한 취업비자가 단 한 건도 허용되지 않았다.

2021년 여름이 돼서야, 비로소 트럭운전사 구인난이 감지됐다. 운전사가 부족해지면서 마트 진열대가 비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체인 맥도날드도 8월 24일 공식 담화문에서 요약했듯, ‘자사 수급 라인의 문제’로 일부 제품을 메뉴판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닭요리 전문 업체인 난도그룹 역시 닭고기 공급난으로 한동안 15개 점포를 닫았다. 닭고기 생산업체 역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렸다.

이런 현상만 보면, 일견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하던 진영이 경고했던 경제 재앙이 현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주장대로 영국 경제가 붕괴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1)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브렉시트와 팬데믹 사태는 지난 30년 간 역대 영국 정부와 기업이 범한 최악의 실수들을 고스란히 반영할 뿐이다. 저임금을 감수할 고숙련 유럽인 노동자에만 의존함으로써, 그동안 수많은 국내 저숙련 일자리 개발과 노동자 교육을 등한시해온 것이다.(2) 이제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단일시장의 인력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영국 기업은, 기존의 운영방식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한 영국의 대기업들이 급여를 인상해주고, 나아가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기업의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해주고 있지만 말이다.

맥켄지는 취재진에게 “트럭운송협회가 이런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용해  숙련된 외국인 기사에 대해 한시적으로 취업비자를 발급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난 8월 27일, 크와시 크와르텡 기업부 장관은 경영자단체에 보낸 서한에서 “그런 한시적인 취업비자는 단기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규모 감염병 사태로 인해 “영국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앞으로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할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도 국내 인력 고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국에 거주 중인 노동자가 적절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이민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개월 뒤 기업부장관은 끝내 무릎을 꿇어야 했다. 여러 텔레비전 방송에서 주유대란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영국의 자가용 운전자들이 앞다퉈 주유소로 몰려든 것이다. 미디어가 자극한 불안감이 끝내 우려했던 주유대란 사태를 현실화한 셈이었다. 이미 삐그덕대던 공급망은 완전히 붕괴했다. 주유소에 기름이 제때 공급되지 않았고, 전국 곳곳에 긴 줄이 이어졌다. 시민들의 불만은 나날이 높아졌다. 곧장 보리스 존슨 총리는 행동에 나섰다. 2000년 11월, 전임 총리 앤서니 블레어의 지지도를 급추락시킨 비슷한 상황을 떠올린 것이리라. 당시 휘발유 가격 인상에 뿔이 난 트럭운전사와 농민들이 정유공장과 주유소 입구를 봉쇄했다. 결국, 전 런던 시장은 외국인 운전기사 5,000명에게 한시적으로 취업비자를 발급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존슨 총리는 10월 6일 보수당 전당대회 폐회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당당하게 견해를 밝혔다. “영국의 공급대란은 대체로 경제가 회복·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다”라며, “공급난 해결을 위해 무분별한 이민이라는 익숙한 지렛대로 저임금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한 “인력과 기술 및 장비, 기계,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이민자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유익하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같은 날, 도미닉 라브 부총리 역시 “저임금 저숙련 외국인 인력에 중독된 기업의 행태”를 개탄했다. 이런 과감한 수사법은, 이전 같으면 노동당 급진좌파 진영의 대표주자 제레미 코빈 전 노동당 당수나 쓸 법한 것이었다.

정부는 이런 메시지를, 위기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했다. 하지만 영국의 전 생산망과 유통망이 붕괴하는 상황을 막지는 못했다. 2021년 9월 말, 영국 기업은 노동자 1,100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나섰다. 2019년 9월 대비 무려 27만 1,000명이나 확대된, 기록적인 수치였다. 특히 인력난의 주 피해자는 그동안 유럽인 노동자를 대거 고용한 덕분에 번영을 누려오던 저임금 산업이었다. 건설 부문은 1만 7,000명, 제조업 부문은 2만 9,000명, 의료 부분은 3만 2,000명, 숙박요식업 부문은 3만 7,000명이나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

 

“웨이터 모시기가 시작됐다”

런던의 유명 번화가 소호에 자리 잡은 페루-일본식 퓨전 레스토랑 ‘조또마떼’의 수석요리사 조던 스클레어는 “웨이터 모시기가 시작됐다”라고 경고했다. 당시 그의 식당에서는 웨이터 세 명이 테라스 쪽 10여 개 테이블의 서빙을 보느라 바빴다. “좋은 웨이터를 구하는 게 정말 어렵다. 몇 주 전부터는 경쟁 식당에서 괜찮은 웨이터를 물색하러 손님 행세를 하고 우리 식당을 찾아온다. 식사를 하며 점찍어둔 웨이터에게, 식사 후 명함을 내밀고 “우리 식당에서 일하면 봉급을 더 주겠다”라고 은밀히 제안한다.”

키가 2미터에 달하는 이 영국인 요리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웨이터만이 아니라, 요리사나 제빵사도 귀하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고용주였다. 하지만 이제는 종업원이다. 노동조건을 개선해주지 않으면 일을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는 2021년 4월 처음 점포 문을 연 이래로 시급을 일자리 종류별로 12~14파운드(14~16.5유로)에서 오늘날 14~20파운드(16.5~23.6유로)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인상했다. 게다가 직원들에게 각종 물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노동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고임금 정책을 표방하며 그것이 브렉시트의 배당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순간 노동규제가 완화되고 영국이 빠른 속도로 자유주의 실험소로 변모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정책이다. 자유주의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의 창립자 더글러스 맥윌리엄스도 바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2004년 유럽연합 확대로 동유럽인이 유럽연합 대열에 합류하면서 영국 경제가 급격히 변모하고, 저임금을 유지했다. 덕분에 지난 5년 간 조금씩 활력을 잃던 중에도 영국 경제가 일부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의 ‘오류투성이’ 정책에 반대한다.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인상하면, 실업이 증가한다. 최악의 경우 물가상승-임금인상의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다. 악순환은 경기후퇴 후에야 멈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잠시 논외로 하고, 과연 영국 정부가 표방하는 임금 정책은 기업과 경제가 감당할 만한 정책인가? 어느 정도 우리는 현실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축산농가 ‘캐슬 미드 풀트리’의 운영책임자 리처드 니클레스는 “올 여름 고숙련 인력 부족으로 인해, 10만 파운드(11만 7,900유로)짜리 독일산 닭 절단 및 포장 기계를 샀다. 그런데, 기계가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다. 동종업계에서 모두 이 기계를 사들이려는 통에 한참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기업이 투자능력을 갖춘 것이 아니다. 킹스칼리지의 경제학자 조너선 포티스는 “가장 타격이 심한 분야는 숙박요식업이나 소규모 주점들이다. 단기간 생산성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재분배는, 결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영국은 가공식품(총 소비의 45%) 등 상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따라서, 많은 유통업체가 운송료 및 수입 관련 수수료 인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는 영국이 치러야 할 탈산업화의 대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너선 포티스 교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소득재분배 정책이 수혜자들의 실질임금 인상을 제한하며, 임금인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은 더욱 빈곤해진다”라고 우려했다.

2019년 8월~2021년 8월, 영국의 임금 인상 폭은 7.5%에 달했다. 제조업(2.7% 증가), 건설업(4.4% 증가), 숙박요식업 및 소매업(4.9% 증가) 부문에 비해, 서비스(8.7% 증가)나 금융 부문(12.5% 증가)은 높은 임금인상률을 누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5.2%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은 실질임금 상승을 제한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임금이야말로, 영국인의 진정한 생활수준 향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현재 통계수치로 본 전망은 밝지 않다. 2021년 8월, 월평균 실질임금은 재정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2월 수준으로 간신히 회귀 중인 것에 불과하다. 현재 존슨 총리가 발표한 전략은 인기가 높다.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이 꾸준히 우경화의 길을 걷는 가운데, 존슨 총리가 표방한 ‘불굴의 낙관주의’는 영국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고 있다. 아마도, 지난 13년 동안 많은 이들이 생활 수준의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글·트리스탕 드 부르봉파르므 Tristan de Bourbon-Parme
작가. 주요 저서로 『보리스 존슨. 빈정상한 유럽인 Boris Johnson. Un Européen contrarié』(François Bourin, 2021)이 있다.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Serge Halimi, ‘Un Brexit pour rien? 미국의 복화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0년 3월호.
(2) Stephen Nickell, Jumana Saleheen, ‘The impact of immigration on occupational wages : evidence from Britain’, Bank of England, London, 2015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