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레는 아프리카를 떠날 것인가?

경쟁, 투자 실패, 사법 리스크...

2021-12-01     파니 피조 l 기자

프랑스 볼로레 그룹이 아프리카에서 물류 운송 사업을 중단한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가열되는 국제 경쟁, 카메룬과 베냉 등지에서의 투자 실패, 끊임 없는 소송... 심지어 CEO는 토고에서 부패 사건에 연루돼 고소 당했다. 

 

“볼로레 그룹은 운송, 물류 사업에 관한 허위보도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

2021년 10월 15일 프랑스 다국적 기업 볼로레의 홍보부는, 아프리카에서 물류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간결한 성명으로 답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이미 비밀리에 유력한 인수업체를 물색해 인수 의사를 조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1) 이 업체들 중에는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 CMA CGM(Compagnie Générale Maritime), 덴마크 머스크(Danois Maersk) 등 대형 해운선사가 포함돼 있다. 볼로레는 1980년대부터 기업 인수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규모 제국을 건설했다. 그런데 매각설이라니? 갑작스러운 일이다. 

자회사인 볼로레 아프리카 로지스틱스는 42개 항에서 해운운송을 담당하며 아프리카 프랑스어권 국가에 있는 16개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3개 철도를 운영·관리하면서 통관 업무와 함께 물류, 화물 운송 사업도 한다. 직원 수는 약 2만 명, 볼로레 그룹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한다. 2020년 매출액은 21억 유로였는데, 당해 모회사 볼로레 SE의 매출액은 241억 1,000만 유로였다. 미디어통신 사업까지 포함한다면 볼로레 그룹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아프리카 지역의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액의 11%를 차지한다. 2012년 엑산 BNP 파리바(Exane BNP Parisbas)의 보고서에 따르면, 볼로레는 수익의 80%를 아프리카에서 거두고 있다.(2)

전화위복이었을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전한 이후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자, 화물 운임이 폭등했다. 해운사는 수익이 급등하는 호황기를 맞이하자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CMA CGM은 LA항 컨테이너 터미널 인수건을 협상중이고 머스크는 항공운송회사 독일 세나토르 인터내셔널(Senator International)을 인수했다. 볼로레 매각설에 관해서는 모건스탠리 CMA CGM, 머스크 모두 언론에서 발표한 어떤 정보에 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반면, 볼로레 트랜스포트 앤 로지스틱스(Bolloré Transport & Logistics)의 부대표 겸 볼로레 포트(Bolloré Port)의 대표 필립 라본느는 카메룬 방문 시 사업철수 계획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투자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그리고 실제 볼로레는 아비장에서 두 번째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을 이미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 10월 20일 “우리는 아프리카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 말은 아프리카 월례 금융보고서 <파이낸셜 아프릭(Financial Afrik)>에 짤막하게 실렸을 뿐, 카메룬 지역 외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3) 

 

가장 큰 난관, 사법 리스크

사실, 볼로레 그룹은 아프리카에서 여러 난관에 봉착했다. 따라서 전략적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하는데, 사법 리스크가 크다. 가장 심각한 사안은 그룹 전 회장 뱅상 볼로레, 그룹 대표 질 알릭스, 아바스 국제 거점 대표 장 필립 도랑이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파리 법원은 ‘외국공무원부패, 배임, 배임공모’에 대한 예심을 시작했다. 볼로레 그룹은 기니 대통령 후보 알파 공데와 토고 대통령 후보 포르 나싱베에게 코나크리와 로메 항의 운영권을 받는 대가로 공금을 착복할 수 있도록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금융전담 검찰(PNF)와 협의 하에 ‘유죄 인정’으로 혐의 조사 결론을 내렸다. 볼로레 회장과 두 대표, 그리고 법인 볼로레 그룹은 토고 비리 혐의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했으며 기니 사건은 시효 만료로 제외됐다. 이 세 명은 각각 37만 5,000유로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볼로레 그룹은 국고에 벌금 1,200만 유로를 납부하기로 했다. 그리고 2021년 2월 26일 미리 유죄를 인정하는 경우의 소추절차(CRPC)를 집행하는 날, 파리 법원이 이 협의 내용을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항상 일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장 이자벨 프레보스트 드프레즈 판사는 볼로레 SE와 모회사 피낭시에르 드 로데 SE(Financière de l’Odet SE)에 대해 범죄 협의를 받는 기업에 검찰과 벌금을 협상해 불기소 처분을 하는 ‘공익사법협약’은 승인했지만 볼로레 전 회장과 두 공모자들에 대한 벌금형은 거부했다. 볼로레 회장은 협의한 대로 이사벨 판사에게 ‘외국공무원부패’와 ‘배임 공모’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고 알릭스는 ‘외국공무원부패’와 ‘배임’, 그리고 도랑은 ‘배임 공모’에 대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판사는 PNF가 결정한 형벌은 ‘범법행위의 심각성과 범법자의 지위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이런 위중한 범죄는 공공 재판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다시 수사 판사에게 넘어간 상태다. 부패 범죄는 최대 5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게다가 PNF가 볼로레 그룹에 대한 조사를 모두 끝낸 것도 아니다. 2020년 10월 PNF는 볼로레, CMA CGM, 중국항만공정(CHEC) 컨소시엄이 체결한 카메룬 크리비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양도계약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룬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조사 중인데 수사 판사는 볼로레 그룹 자회사 캄레일(Camrail)이 카메룬 철도회사 시트라페(Sitrafer)에 대해 ‘증거 조작, 위증, 가짜뉴스 유포’와 같은 범죄행위를 저질렀음을 확인했다.(4) 

심지어 캄레일은 이미 2016년 79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은 열차 탈선 사고로 카메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력이 있다. 그리고 볼로레 자회사 두알라 인터내셔널 터미널(DIT)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두알라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을 맡으면서 공공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5) 볼로레 그룹도 마찬가지로 양도계약 갱신 청구 절차를 불법으로 면제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볼로레 그룹은 지금껏 카메룬 행정법원과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서 여러 차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진행 중인 소송이 산적해 있다.

 

불미스러운 사건들, 두 번의 사업 실패

서아프리카에서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2021년 5월 베냉에서 볼로레의 임원 4명이 코토누 항에서 설탕 컨테이너에 숨겨 반입한 코카인 150kg을 압수당하고 바로 입건, 구류됐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18년 볼로레 트랜스포트 앤 로지스틱스가 금 수송회사 아임골드 이사칸(Imgold Essakane)과 함께 금을 석탄 화물에 숨겨 불법 수출한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이 사기 금액은 5억 유로에 달하며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2021년 부르키나파소 법원은 볼로레 그룹 자회사들이 소팜(Sopam)그룹과 영업 분쟁에서 패해 2,200만 유로를 배상하라는 판결에 불복하자 5개국에서 볼로레 그룹의 재산 압류를 명령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볼로레 아프리카 로지스틱스는 두 번의 사업 실패로 휘청거렸다. 먼저 2017년 철도 사업권을 두고 베냉 기업 페트롤린(Petrolin)과 소송에서 패하면서 베냉의 코토누에서 출발해 니아메와 와가두구를 지나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까지 잇는 대규모 철도 건설 사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사실 처음부터 페트롤린은 베냉과 니제르간 철도 재건 공사 입찰에 참여해 수주에 성공했으나 돌연 베냉 정부가 볼로레 그룹 자회사 베니레일(Benirail)을 위해 철도 사업권을 박탈했다. 그러나 페트롤린이 이 결정에 불복했고 결국 승소했다. 이후 볼로레 아프리카 로지스틱스는 또 긴 법정다툼 끝에 컨테이너 터미널 양도계약 갱신에 실패해 큰 타격을 받았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은 볼로레 아프리카 로지스틱스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분야다. 특히 아비장과 두알라항은 핵심 지역이다. 볼로레 그룹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볼로레 아프리카 로지스틱스의 매출은 ‘물류 활동 감소와 두알라 터미널 양도계약 만료’로 인해 10%나 감소했다. 

게다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항만 운영권을 두고 아랍에미리트와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가봉의 오웬도항 컨테이너 터미널을 장기간 관리 운영한 볼로레 SE는, 가봉 정부가 여러 차례 투자와 화물의 선적, 하역 가격 인하를 요청할 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가봉이 항만 신설공사를 싱가포르 오람(Olam)에 넘기자, 그제서야 가봉의 요구를 들어줬다.(6)

 

“장관들은 우리의 친구”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아프리카의 인맥에 의존해 비윤리적으로 사업을 운영한 볼로레 그룹은 도태되고 있다. 토고와 기니에서 PNF가 실시했던 조사는 볼로레 그룹의 운영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2008년 알릭스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이곳의 장관은 모두 우리의 친구입니다. 그들이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우리는 자회사의 이사직을 권합니다.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지요. 그리고 조금 지나면, 그들은 다시 장관직에 올라갑니다.”(7) 

카메룬의 논설기자 마리 로제 빌로아(Marie-Roger Biloa)는 2018년 볼로레 그룹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아프리카 당국에 지나친 압력을 행사하는 이 기업은, 구시대적 식민정치의 잔재를 버리지 못한 듯하다. 경쟁과 아프리카 현지 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8) 아프리카 한 고위 공무원은 볼로레 그룹의 창의력을 문제 삼으며 “볼로레는 다른 기업이 만들어 놓은 비즈니스를 도용한다. 그리고 현지의 인프라와 설비로 얻은 재원을 이용하려고만 한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볼로레와 친하던 아프리카 대통령들도, 예전과 달리 볼로레와의 사업을 주저하며 심사숙고 한다.”

볼로레 그룹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던 프랑스 정부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2019년 장 이브 르 드리앙 유럽 외교부 장관이 카메룬을 직접 방문해, 두알라 컨테이너 터미널 사건에 대해 볼로레를 변호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의 태도는 예전과 다르다. 프랑스 주간지 카나르 앙쉐네(Canard enchaî̂né)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뱅상 볼로레 회장의 불기소 처분을 위한 ‘유죄 인정’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9) 

2018년 이 재계 거물은 ‘외국공무원부패’ 혐의 조사 이후 “아프리카를 떠나야 하는 것인가?”라며 고초를 토로하기도 했다.(10) 그는 볼로레 그룹이 아프리카에 투자한 금액이 무려 40억 유로이며 고용창출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정부의 땅, 부패의 땅’ 아프리카에서 악의적인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아프리카가 프랑스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프랑스가 아프리카를 더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로레 그룹이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결국 아프리카 대륙을 떠난다면, 프랑스가 아프리카에 미치는 영향력도 약화될까? 사실 일각에서는 볼로레가 그 제국을 매각한다면 다른 프랑스 기업이 인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의 볼로레 제국은, 언젠가는 ‘프랑스의 품’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11)

아무튼 최근 볼로레 그룹은 아프리카의 물류 사업의 비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2019년 뱅상(69세) 회장은 장남 시릴(35세)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는데 이 신임 회장은 2015년 볼로레 아프리카 로지스틱스 대표직을 역임했을 때부터 이미 운송 물류 사업을 일부 개편했다. 대신 볼로레 SE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이 지역의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11%(2015년 10%)를 차지하게 됐다. 프랑스 미디어 회사 비방디(Vivendi)와 라가르데르(Lagardère)의 지분 매입을 통해 미디어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미디어 사업에도 투자해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지역에서 최대 유료 방송사로 자리잡은 볼로레의 자회사 카날 플뤼스(Canal +)는 아프리카의 거대 유료방송 사업자 멀티초이스(Multichoice)의 주주가 됐다. 2020년 미디어통신 분야가 볼로레 SE 총 매출액의 67%를 차지했다. 반면, 운송과 물류 분야는 24%로 하락했다(2015년 56%). 

하지만 아프리카 물류 사업은 2019년 그룹 전체 물류부문 영업이익의 35%, 그리고 2020년에는 27%를 차지할 만큼 기여도가 크다. 그러므로 아프리카 철수는 볼로레 그룹에 큰 고통이 될 것이다. 

 

 

 

글·파니 피조 Fanny Pigeaud
기자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Isabelle Chaperon, ‘Vincent Bolloré prê̂t à vendre ses activités logistique en Afrique 아프리카 물류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뱅상 볼로레’, <르몽드>, 2021년 10월 15일.
(2) Sabine Delanglade, ‘La machine Afrique de Bolloré 볼로레의 아프리카 기계’, <Les Échos>, Paris, 2013년 2월 28일.
(3) Achille Mbog Pibasso, ‘Le groupe Bolloré ne quitte pas l’Afrique 볼로레 그룹은 아프리카를 떠나지 않는다.’ <Financial Afrik>, Dakar, 2021년 10월 21일. 
(4) 2021년 9월 27일 판결. 
(5) ‘Au Caméroun, Bolloré en disgrâ̂ce 카메룬, 신뢰를 읽은 볼로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1월. 
(6) ‘Le groupe Bollré engage une bataille avec le Gabon 가봉과 전쟁을 선포한 볼로레 그룹’, <Mediapart,>, 2017년 9월 19일. 
(7) Nathalie Raullin, Renaud Lecadre, ‘Le groupe français, refuge des ministres retraités 프랑스 기업, 은퇴한 장관들의 은신처’, <Libération>, Paris, 2008년 10월 17일.
(8) Marie-Roger Biloa, ‘Faut-il abandonner Vincent Bolloré? 뱅상 볼로레를 버려야 하는가?’, <르몽드>, 2018년 5월 2일. 
(9) ‘L’empire Bolloré angoisse l’Elysée 볼로레 제국에 대한 근심에 빠진 프랑스 정부’, <Le Canard enchaîné>, Paris, 2021년 10월 21일.
(10) Vincent Bolloré, ‘Faut-il abandonner l’Afrique 아프리카를 버려야 하는가?’, <Le Journal du Dimanche>, Paris, 2018년 4월 29일.  
(11) Robert Lafont, ‘Ce que cache la cession des activités africaines de Vincent Bolloré 뱅상 볼로레의 아프리카 사업 철수가 의미하는 것’, <Entreprendre>, Paris, 2021년 10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