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소스의 ‘가치’외교

2021-12-31     아네트 렌싱 l 캉-노르망디 대학 조교수

독일 녹색당이 선거에서 선전하고, 향후 연정에 가담하게 된다면 독일의 대외정책을 바꿀 수 있을까? 독일과 프랑스에서 녹색당이 집권했던 전례를 보면 이들이 외교를 통해 평화 추구를 우선시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지난 9월 26일 치러진 독일의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대외 정책과 안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후보들의 TV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혼돈 속에 이루어졌던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에만 유일하게 언급이 있었다. 8월 25일 연방의회에서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르보크 총리 후보는 동맹 90/녹색당, 자유민주당(FDP), 좌파당의 요청대로 독일 자국민과 아프간인 동료들을 좀 더 일찍 피신시켰다면, 이러한 ‘윤리적 오점’을 정부가 피할 수 있었을 거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총리 후보는 국제법을 공부한 후 외교부를 지휘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교부 장관 자리는 전통적으로 부총리에게 주어지며, 연정에서 의원수가 두 번째로 많은 정당(14.8%)의 수장이 요구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러나 이 자리는 정치계나, 언론계의 관심과 논쟁을 거의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기후 변화 위기, 에너지 가격의 폭등, 이민문제로 인한 EU와 벨라루스의 외교적 갈등, 폴란드와 헝가리의 반자유주의적인 정책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 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 등 급변한 상황 속에서 언론과 정치계의 관심과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통일 이후 수립된 안보 및 대외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지정학적 분쟁이 늘어났다. 나날이 결속하고, 통합하기를 원했던 EU의 꿈은 브렉시트로 산산조각 나버렸다. 동시에 미국이 상대적으로 후퇴하면서 주권과 전략의 독립성에 대한 질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의 첫 번째 이웃 국가이자, 파트너인 독일은 안정적이었던 16년간의 메르켈 총리 시대 이후, 국제 사회에서의 독일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새로운 동맹의 가능성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특히나 위기의 순간에 안보 및 외교 정책의 수립과 실행이 이루어진다. 독일 녹색당은 1998년~2005년 사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처음 정권에 참여했던 당시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 코소보에서 세르비아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후통첩이 내려진 지 며칠 후, 1998년 10월 27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임명식이 있었다. 당시 서구의 군사 개입에 참여하고자 했던 적녹(사민당-녹색당 연정:역주)정부의 의지로 중간 휴지를 가졌다. 그런데 1945년 이후 처음으로 1999년 3월 24일 독일연방군 비행기들이 다른 나라를 폭격했다. 폭격당한 나라가 독일과 NATO 회원국의 이익을 침해한 적도, 공격한 적도 없었다.

이 사건은 녹색당을 강하게 뒤흔들었다. 녹색당은 군사용 및 비군사용 핵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와 환경보호 운동에서 비롯된 정당으로, 1980년 1월 유로미사일 배치의 위기상황 속에서 창당했다. 1979년 12월 NATO는 소련에는 쌍방 철수 협상을 제안하면서, 독일에 PershingⅡ 미사일을 설치하는 등 유럽 5개국에 새로운 핵무기를 배치하는 이중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유례없이 큰 시위가 벌어졌고, 덕분에 녹색당은 1983년 총선에서 독일연방의회에 진입 할 수 있었다.

반정당적 정당인 녹색당은 1980년대에 지역 의회에 진출했다. 프랑스 녹색당과는 달리, 독일 녹색당의 경우 정부 구성에 연정이 의무화된 혼합 비례 선거제도로 제도권 진입이 활발할 수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태의 개혁 정당이 차츰 전문화되면 좀 더 실용주의적인 현실주의자와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는 근본주의자들 사이의 대립이 생겨난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녹색당의 내부 분열은 더욱 심화됐다. 1990년 12월 2일 선거에서 서독의 녹색당은 통일독일의 첫 번째 연방의회 의석 확보에 실패한 반면, 동독의 동맹 90/녹색당은 8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녹색당의 선거 패배 후 재정비를 위해 결국 극좌파의 주요 인물들이 사퇴했다. 1993년 5월, (동독의) 동맹 90과 (서독의) 녹색당이 합병한 이후, 독일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바꾸자는 요구는 안보와 국방의 문제에서 한 걸음 진전을 이루었다. 

 

녹색당과 그들의 4대 설립 가치(친환경, 사회, 근본의 민주화, 비폭력)는 연정에 참여했을 때 자주 쓴맛을 봤다. 빌레펠트 시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녹색당의 지도부이자, 독일 부총리 겸 외무부 장관인 요슈카 피셔가 코소보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자, 얼굴에 적색 페인트 폭탄을 맞았다. 자연혁명론을 신봉했던 사람이 현실정치에서 윤리성을 희생시키는 엘리트 정치인이 되어버린 데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녹색당에 등을 돌렸고, 평화주의, 미사일 반대 원칙을 배반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녹색당 또한 이 시기에 권력에 참여했다. 1999년 4월, 프랑스 녹색당의 전당대회에서 당원 75%는 몇 주 전 개시된 군사 개입을 지속하는데 동의했다. 리오넬 죠스팽 총리 정부의 도미니크 부아네 환경·국토부 장관은 이를 ‘불가피하고 합법적인’ 군사개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녹색당의 대변인 드니스 보팽은 ‘군사 개입 의무를 가진 국제 경찰력의 실행’이라고 말했다.(1)

2년 후, 2001년 9월 11일 테러가 일어나고 아프가니스탄에 군대가 주둔하면서 이러한 상처는 더욱 벌어졌다. 2007년 괴팅겐 시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의원 대다수는 독일 군대의 재빠른 철수에 투표했지만, 당은 지난여름까지 기한이었던 국제안보지원군(FIAS) 참여 기간의 연장에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2002년 녹색당은 집단 안보를 위한 것이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위임받았다는 조건하에 최후의 정책으로 군사 개입을 수용했다. 그러나 코소보는 이런 케이스가 아니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분쟁들의 진화와 극단적인 입장차(2)에 근심하는 독일 녹색당은 활발한 대외정책을 위해 평화주의와 NATO에 대한 적대를 포기했다. 요슈카 피셔의 유산을 베르코트가 계승했고, 베르보트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피셔는 베르보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상징적인 장소인 프랑크푸르트에서 회동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연합 확대 당시 2004년 독일 외무부 장관으로서 폴란드 외무부 장관을 맞이했던 장소다. 

지난 9월, 경선에서 ‘친환경 정부’를 외치는 야닉 자도를 유럽의회의원으로 선택하면서, 프랑스의 유럽생태녹색당은 ‘형제 정당’인 독일 녹색당의 노선과 가장 잘 맞는 후보를 가지게 되었다. 2018년부터 독일 녹생당의 지도부인 베르보트와 로베르투 하베크는 당내 다수 개혁파를 대표하며, 현실적인 극단주의를 실현하기를 원한다. 야당으로서 16년 동안 지정학적 문제는 당내 정책프로그램에서 이차적인 문제였으며, 2011년 앙겔라 마르켈이 원자력 에너지의 완전한 포기를 선언한 다음날 사회 정의에 대한 전략적인 재정비를 단행했다. 특히나 ‘환경보호를 위한 시위’의 연장선에서 환경 문제도 중요하게 대두됐다. 독일 녹색당은 현재 16개 지역과 수많은 도시에서 10개의 연정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의 빈프리트 크레치만 주지사는 2016년부터 먼저 사회민주당(SPD)과 연정한 후 보수와 연정했다. 

유권자들은 환경과 기후 문제에 대한 녹색당의 전문성을 인정하지만, 국제 외교 분야에 있어서 특별히 신뢰하지는 않는다. 2021년 8월 ‘후보자의 대외정책 분야의 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유권자의 39%는 사회민주당(SPD)의 올라프 숄츠 후보는 ‘매우 능력 있음’ 또는 ‘비교적 능력 있음’이라고 답한데 반해, 보수 후보 아르민 라셰트,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르보크는 ‘능력이 적음’, ‘능력이 전혀 없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3)

2020년 독일 녹색당의 정책프로그램은 국경을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로서 안보, 인간 존엄, 자유를 기반으로 한 예방적 외교를 주장했다.(4) 연대적이며 열려있는 공정한 사회 수호라는 이름하에 그들은 페미니즘적인 안보 정책을 실행하기를 원했다. 즉,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소녀, LGBT 등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녹색당 정책프로그램에 따르면, 위기 예방과 디지털 및 에너지 연대를 위해서는 EU가 영향력을 발휘해 국제 협력의 닻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EU 차원에서 독일 정책의 주춧돌인 대서양간 파트너쉽을 강화하고 쇄신하여 국제 협력을 해야 한다. 메르켈보다 미국과 더욱 가깝게 지내겠다고 공언한 베르보트에게 대외정책은 친환경적인 변화를 위한 수단이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복귀로 탄소중립을 위한 대서양간 기후 연맹을 고려해 볼 수 있게 됐고, 공동 탄소 가격이 채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녹색당은 체제적 경쟁자들에 맞서, 민주주의와 EU의 가치들의 방어수단으로 무엇보다 EU의 주권을 제시한다. 2016년 독일의 첫 번째 상업 파트너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뒤로 중국에 대한 강한 의존성을 갖게 된 것을 포함한 여러 리스크들에 대해, 독일 녹색당은 자유민주당(FDP)과 사회민주당(SPD) 정당의 지원에 기댈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독일의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 3개는 2022년에, 석탄 발전소는 2038년에 중단될 예정이다(녹색당은 날짜를 2030년으로 앞당기기를 원한다.). 이에 독일은 중국의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뉴 실크로드 계획에 대응하여 개발 중인 ‘연계성 전략’ 모델을 재고해야만 한다. 베르보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중국과 러시아에 ‘대화’와 ‘폐쇄’를 결합해 대응할 것을 주장했다.(5) 그녀는 독일의 대외정책은 ‘무역을 통한 변화Wandel durch Handel' 즉, 상업적 관계가 강화되면 중국 정치 시스템이 변화할 것이라는 환상을 완전히 버리고 경제적인 조정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위구르족 강제 노역문제는 그렇게 생산된 물품의 상업 거래를 유럽 내부 시장에서 금지하면 해결될 것이다. 베르보트는 중국 시장의 세계화는 기대하던 자유화 대신에 중국 시진핑 주석의 독재 전환을 가져왔으며, 홍콩과 신장 지역에 가해지는 억압정책은 헌법적, 국제적 약속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독재 국가들과의 관계가 강경해진 것은 지정학적, 전략적 면에서 상업과 산업의 이익을 우선시했던 독일 외교 정책의 변화를 나타낸다. 게다가 Nord Stream 2 가스 공급관 건설은 에너지와 지리경제적인 문제가 섞여있다. 독일 녹색당은 온난화를 제한하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성을 높이지 않기 위해 가스관 설치에 반대했다. 연정을 구성하기 위한 협상에서 이러한 상이점들이 가장 까다로운 문제이다. 

독일 녹색당은 야닉 자도를 통해 프랑스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야닉 자도는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 러시아, 터키의 호전적인 태도를 대선의 ‘주요 테마’로 삼으려 할 것이다.(6) 그는 또한 Nord Stream 2 건설의 즉각적인 중단을 주장했고, 지난 1월 모스코바에서 알렉세이 나발리의 지지자들이 체포된 다음날에는 EU가 제재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2020년 2월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베르보트는 EU는 자체적인 안보 전략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7) 신보수주의 어조의 좌담회에서 야닉 자도는 유럽 전체를 보호하고, 진정한 외교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녹색당들의 협력을 이끌어냈다.(8) 그러나 2022년 대선에서 프랑스 녹색당이 승리할 경우 어떤 외교 정책을 펼칠지 여전히 알 수는 없다. 2021년 10월 3일, ‘녹색당 대통령은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주르날 뒤 디망슈(Journal du dimanche)>와의 긴 인터뷰에서, 야닉 자도 후보는 단 한 번도 지정학적 문제에 접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주제는 프랑스 제5공화국 대통령이 해결해야 하는, 대통령 업무의 주요 내용이다.

NATO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두 녹색당은 서로 다른 입장을 내고 있다. 독일 녹색당의 정책프로그램에 따르면, NATO는 유럽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기구이자 국가 간 연맹체이며, 안보 정책의 재국유화에 반대한다. 프랑스 유럽생태녹색당의 웰빙 정책프로그램의 n˚6 항목은 반대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안보 정책을 유럽 전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NATO에서 탈퇴할 것을 제안한다.(9) 이렇게 하면 국방 예산의 10%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녹색당은 어쨌든 2022년 선거를 위한 ‘친환경 공화국을 위한 계획’에서 이전 반미 입장을 재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에서는 NATO 안에서 EU가 영향력을 갖고, EU의 이익에 더욱 부합하도록 만들기 위한 개혁의 전개를 언급한다. 그리고 ‘프랑스와 유럽은 미국의 권한과 상관없이 NATO와의 파트너쉽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덧붙인다.(10) 독일 녹색당의 주제 위원회는 ‘핵과 군대의 무장해제’를 고민한다. 그러나 야닉 자도는 프랑스가 지정학적인 문제에서 제안자 위치일 때, 그리고 프랑스의 공격력이 특별히 필요할 때 책임을 지기 위한 군사개입을 옹호한다. 프랑스 녹색당은 “대외 작전은 국제적인 위임을 받은 후 프랑스 및 유럽 의회의 민주적인 통제와 전문 NGO 단체들의 열린 조언을 받으며 실행되어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NATO에 남는다

 

NATO 가입 문제는 유럽의 녹색당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아이슬란드의 좌파녹색운동당은 EU의 미래에 회의적이며, 반군국주의 정당으로서, 1999년 창당 당시부터 NATO 탈퇴를 주장했다. 대서양 한복판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인 이 섬나라는 1940년 영국군에 점령당했고, 그 후 1941~2006년에는 미군 기지가 주둔하며 보호했다. 아이슬란드는 정규군이 없으며, 영공은 NATO의 여러 비행기들이 돌아가며 감시하고 있다. 좌파녹색운동당의 대표인 카트린 야콥스도티르는 2017년 총리로 당선됐다. 그녀는 독립당, 진보당과 연정을 해야만 했다. “우리 정당은 NATO 가입에 반대한다. 아이슬란드 의회에 이런 입장을 가진 정당은 우리가 유일하다”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지정학적 목적·견해를 가진 독일 녹색당은 ‘2021년 1월 22일 비준된 UN 핵무기 금지 조약에 독일의 가입, 독일 내 미국 핵무기의 철수, 독일연방군 내 드론 무기의 금지.’를 주장한다. 녹색당은 동시에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PIB)의 2%로 고정해 최소화하려는 움직임과 NATO의 강령도 거부한다. 독일 국방예산은 2013년 340억 유로에서, 2020년 510억 유로가 되었다. 다만 이는 독일 국내총생산(PIB)의 1.57%에 불과하며, 프랑스의 국방 예산은 국내총생산(PIB)의 2.11%이다. 그럼에도 독일의 국방 예산은 2018년부터 프랑스를 넘어섰다.(11)

연정의 잠재적인 파트너와의 협상 테이블 위에 이런 질문이 놓여있다. 이 질문은 프랑스와의 불화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프랑스는 녹색당이 독일 정부에 연정으로 가담해, 사헬지역에서 독일의 참여를 위태롭게 한 데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2020년 5월 29일, 독일연방의회에서 열린 ‘말리에서 펼치는 EU의 교육 임무에서 독일의 참가 확대’에 관한 투표에서 녹색당은 UN의 임무 참여에 동의하면서도 기권했다. 녹색당은 유럽의 지원 프로그램에 독재정권인 차드를 포함 시키는 것을 거부했다. 베르보크는 EU의 아프리카 군사 개입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과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권력에 오른다면 녹색당은 지지층의 염려에 결국 응답할 것이다. 수많은 녹색당 지지자들은 군사 파견을 무기 수출만큼 비판한다. 독일 연방군을 현대화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보다 기후 온난화를 막기 위해 쓰는 게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며 녹색당은 자주 독일 좌파당과 반NATO와 반핵 입장을 공유한다. 전직 극좌파 운동가이자 환경부 장관인 위르겐 트리틴은 잘 갖춰진 기능적인 군대의 필요성과 군사 개입 문제가 내부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음을,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서구의 패주 이후 고조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독재정권과 전쟁 중인 지역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녹색당은 공식적으로 그들을 비난했다. 하베크는 2021년 봄 러시아에 맞서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돕고, 스스로 방어하도록 우크라이나를 돕자고 주장했다.(12) 2014년 전당대회 당시 동맹 90/녹색당 대표 셈 외즈데미르는 쿠드르족이 IS에 맞서서 방어할 수 있도록 이라크의 쿠드르족에게 무기를 보내는 것을 옹호했다. 독일 연방 의회 및 녹색당과 녹색당 의원들 대다수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의견이었다.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받기를 원한다면 녹색당은 ‘자유와 권리 수호 그리고 유럽 주권 강화’를 원하는 지지자들의 요구를 안보와 국방 문제에 동화시키는데 성공해야만 한다. 

 

 

글·아네트 렌싱Annette Lensing
캉 노르망디 Caen-Normandie 대학 독일학 조교수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Antoine Guiral, ‘Les Verts revêtent le treillis au nom du pacifisme 녹색당은 평화주의라는 이름의 창살을 꿈꾼다’, <Libération>, Paris, 1999년 4월 19일.
(2) Gaëlle Winter ‘Le parti écologiste allemand Bündnis90/Die Grünen et la politique de sécurité et de défense : la pondération en ligne de mire 독일 환경정당 동맹 90/녹색당과 안보 국방 정책 : 조준선의 절제’, <Recherches & Documents> n˚6, Fondation pour la recherche stratégique, Paris,  2020년 7월
(3) Civey 조사, <Spiegel Online>, 2021년 8월 18일
(4) 『Bundestagswahlprogramm 2021』, Bündnis 90/Die Grünen, , Berlin, 2021년 6월
(5) Frankfurter AllgemeineSonntagszeitung(FAZ), 프랑크푸르트, 2021년 4월 25일
(6) Serge Halimi, ‘Vous avez dit unité? 통합을 말씀하셨나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1년 5월호.
(7)  « Europa darf nicht blauäugig sein », NTV, 2020년 2월 14일, www.n-tv.de
(8) Yannick Jadot, ‘Faire reculer l'influence des régimes autoritaires ne doit pas signifier s'engager dans une nouvelle guerre froide 독재정권의 영향력을 후퇴시키는 것이 새로운 냉전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된다’, <르몽드>, 2021년 4월 13일
(9) ‘Le projet Bien Vivre 웰빙 프로젝트’ , Europe écologie - les Verts, www.eelv.fr
(10) ‘Vivant, projet pour une République écologique 친환경 공화국을 위한 계획’, 2021년 7월 11일.
(11)  ‘Les dépenses de défense des pays de l'OTAN(2013~2020) NATO 회원국의 국방 예산’, NATO, Bruxelles, 16 mars 2021년 3월 16일.
(12)  ‘Habeck rüstet ab’, <Süddeutsche Zeitung>, Munich, 2021년 5월 26일. 

 

 

중부유럽, 독자 행보에 속속 나서는 대도시들

 

빅토르 오르반 정부의 바람처럼, 부다페스트 남부에 상하이 푸단대학의 캠퍼스가 들어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부다페스트 9구를 관할하는 행정당국은 환경주의를 표방한 게르게이 커러초니 부다페스트 시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미래 캠퍼스 부지 인근에 이미 ‘달라이 라마 도로’, ‘위구르족 순교자들의 거리’, ‘자유 홍콩 거리’와 같은 도시명을 붙였다.

의사 출신이자 해적당 소속인 즈데네크 흐리지프 프라하 시장 역시 사민당 출신인 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표방하는 친중국 외교정책에 엇박자를 놓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2018년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와 자매결연을 맺겠다며, ‘하나의 중국’을 협정에 명시한 베이징과는 자매결연을 파기했다. 한편 브라티슬라바에서는 슬로바키아의 음악가이자 건축가인 마투시 발로가 반부패 시민운동에 힘입어 시장에 당선됐다.

2018~2019년 시장에 당선된 이 40대 시장 3인방은 시민단체의 압력 하에 환경문제를 향한 높은 관심을 표방하고 있다. 가령 프라하 시장은 2010~2030년 온실가스 45% 감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부다페스트 시장에 당선된 커러초니 역시 환경위기 사태를 선포하고, 대규모 도시 녹지대로 통하는 부다페스트 시민공원에 박물관센터를 건립하려는 계획 등 각종 대규모 도시 계획에 줄줄이 퇴짜를 놓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일단 시당국이 그토록 저지하려던 도시의 ‘에어비엔비화’ 현상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관광산업 소득이 추락하면서 시당국의 재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라팔 트르자프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까지 합세한 중유럽 4개국 수도는 지난 2019년 12월 ‘자유도시협정’에 전격 서명했다. 이는 환경과 민주적 가치 수호에 열을 올리는 중앙정부와 떨어져 독자적인 행보를 걷는, ‘친유럽 진보주의 도시들’ 간의 초당파적 동맹인가? 흐리지프의 표현을 빌리면, 4개의 도시는 이른바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에 찬성하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부다페스트 시장의 말마따나 “지금껏 소수 권력집단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가 독재정권을 지원했던” 유럽연합 기금을 시 차원에서 직접 확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베데데크 야보르 유럽연합 주재 부다페스트 수석 대표는 “우리가 로비활동에 긴밀히 협력한 끝에 몇 가지 소중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가령 다음 회기인 2021~2027년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기금은 약 2배로 증액될 예정이며, 특히 교통망과 에너지망의 상호 연결 등 일부 시 차원에 직접 지급될 지원금 역시 확보됐다. 

‘자유도시협정’은 특히 대부호 조지 소로스가 희망한 ‘열린 사회’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중부유럽대학 부다페스트 캠퍼스에서 전격 체결됐다. 지난 9월에는 파리·런던·이스탄불·바르셀로나 등 20여 개 대도시들이 줄줄이 대열에 합류했다. 

 

글·코랑탱 레오타르 Corentin Léotard
기자. 부다페스트 특파원.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미완성의 투쟁, 원자력

 

녹색당이 쟁취한 가장 큰 정치적 승리는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에 관한 것이다.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호주는 원자력을 포기했거나 원자력 발전소를 중기적으로 중단시키기로 했다. 독일은 2022년에, 스페인은 2035년에 원전을 중단할 예정이다. 어쨌든 다른 동기들도 작용했고, 녹색당이 비중 있는 프랑스나 핀란드에서는 이런 생산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친환경 시위나 녹색당의 득표율 보다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정부들은 원자력 쓰레기 처리 문제와 원전 리스크를 재검토하게 됐다.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어려운 지도제도

 

유럽의 녹색 정당들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매우 소박해 보일 것이다. 2019년 5월 23일~26일 모든 EU국가에서 유럽선거가 있었다. 당시 아직 EU회원국이었던 영국도 유럽선거를 치렀다. 녹색당 계열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여러 다양한 단체들은 반영하지 않았다. 녹색 정치의 두 가지 원칙적인 성향을 통합한 두 개의 국제 그룹이 있다. 

하나는 자유유럽연맹의 지방분권주의자들, 해적들, 볼트 유로파의 유럽통합지지자들과 함께 형성한 그룹이다. 유럽녹색당은 이 그룹 소속으로 유럽 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했다. 녹색당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북유럽의 녹색좌파연맹은 유럽연합좌파당, 동물보호당, 이제는인민당과 또 다른 그룹을 구성했다. 불복하는프랑스당이 창당한 이제는인민당은 ‘녹색 규칙’을 주요 정책으로 삼았지만, 녹색당과 동류시되는 걸 원치 않는다. 

좌파 뿐 아니라 우파 정당들과 연합하는 녹색 정당도 많다. 중도우파 정당과 연합한 폴란드의 Partia Zelloni당, 공산당과 연합한 포르투칼의 생태당에서는 친환경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카탈로니아의 녹색당을 비롯한 나머지 스페인 녹색당 모두 포데모스당이 이끄는 연합에 동참했고, 6명의 의원 중 단 한 명만이 유럽의회의 녹색 그룹 소속이다. 유럽 녹색 정당의 일원이 아닌,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녹색 정당들은 농본주의 정당과 연합했다. 불가리아의 녹색운동당은 유럽인민당이라는 우파 정당과 연합했다. 

유럽의 녹색 정당들은 계속 공사 중이다.   

 

번역·김영란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