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키에서 해방된 산

사양길에 들어선 알파인 스키장

2021-12-31     필리프 데캉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프랑스 산악지역 관광의 핵심인 알파인 스키장 카르텔은, 정부가 리프트 사용을 금지하자 분개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보건 위기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동제한조치로 인해 청정자연에 대한 갈망이 커져, 국토 정비 정책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1월 26일 화요일, 프랑스 사부아 지역 내 스키 리조트 라 플라뉴. 날씨는 매우 추웠지만 햇살이 내리쬐고, 슬로프에는 눈이 40cm나 쌓였다. 1961년 이래 세계 2위 규모의 스키장으로 꼽히는 이 리조트에는 5만여 개의 객실 침대가 있다. 리프트 폐쇄로 큰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크리스티안은 이곳에서 매일 산악스키를 즐긴다. 크리스티안의 친구이자 스키강사인 아녜스도 리프트 사용 금지조치 때문에 임시휴직을 했으나, 정부가 지급하는 부분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생활한다. 그들은 “남의 불행이 내게는 행복이 되기도 해요. 이곳은 경사도 완만해서 참 좋습니다. 드디어 산을 되찾은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가벼운 바람이 2020년 3월 15일 이후 사용한 적 없는 제설기만 공회전시키고 있다.

벨 플라뉴 인공 마을 내 상점은 10개 중 1개 꼴로 문을 열었다. 관광안내소는 썰매나 크로스컨트리, 산악스키를 홍보하는 전단을 제작해 관광객을 유치하려 한다. 별로 쓸 일이 없는 정설차들도 미끄럼 방지판을 달고 재정비 중이다. 

 

한적한 자연을 누리는 특권

비리 샤티옹에서 온 간호사 마리 아멜리와 소방관 디디에는 라 플라뉴 벨코트 스키장에서 스노슈즈를 신고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주일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마리 아멜리는 “보통 겨울철 휴가 때 스키를 타러 왔지만, 이번에는 산행을 즐기러 왔습니다. 저녁에 갈 술집 하나 없지만, 한적한 곳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어 좋아요”라며 즐거워했다. 

전국 스키강사 조합장이자 오베르뉴-론-알프스 지방의회 의원 질 샤베르는 “현재 스키장의 상황은 골드러시 같다”라고 했다. 값비싼 금속이 거의 바닥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떠나고 모래바람에 술집 문이 덜커덩거린다. 스키장이 지금 그런 꼴이라는 것이다. 질 샤베르는 유럽 내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로마 조약에 스키강사는 예외를 적용시켜 프랑스 스키강사를 보호했다. 또한 방학기간 내 스키장 구역 확대와 같은 ‘업적’을 이뤘으나, 그런 그도 이번에는 스키장 개장을 주장할 수 없었다. 그는 “보건을 최우선시하는 정책 결정자들이 나를 막고 있습니다”라며 한탄했다.

2020년 2월 유럽 전역에서 오스트리아 북부 티롤주에 있는 이쉬글 스키장으로 몰려든 수백 명의 스키 관광객들이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법원은 스키장을 조기 폐쇄하지 않은 혐의로 여러 책임자를 지목했다. 며칠 후, 프랑스 쿠르슈빌에서도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프랑스 당국은 스키장 리프트 폐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리프트나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는 알파인 스키의 위험성이다. 스키장 의사회가 실시한 역학 조사에 따르면, 매년 겨울 스키장 부상자 수는 1만 5,000명에 달한다.(1) 심각한 부상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그르노블의 경우, 2월 휴가철에 외과수술이 필요한 트라우마 환자가 급증한다. 코로나 보건위기 전 3년 동안 트라우마를 겪는 부상자들이 재활병동 병실의 반을 차지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동금지령을 내린 후, 스키장 부상자 수가 확연히 감소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 프랑스 스키장 연합(ANMSM) 회장직을 맡은 라 플라뉴 시장 장 뤽 블로쉬는 “우리는 이미 대비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그들은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라며 분개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스키리프트가 파리 지하철보다 더 위험한가! 빠른 시일 내 피해보상을 하지 않으면, 지난 60년 간 우리가 쌓은 경제기반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스키장이 속속 재개장하자 프랑스 스키장도 2020년 12월 재개장을 기대했다. 그러나 폐장이 이어지자 2020년 1월 정부 발표에 기대를 걸었다. 프랑스 스키리프트 운영회사, 트와 발레(슈베르빌, 메리벨 모타레, 라 타니아 리프트 운영) 회장 파스칼 드 티에르상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막대하다고 한탄했다. 현재 회사의 90% 이상 가동중단 상태이며, 직원들은 급여의 84%에 해당 되는 부분실업급여로 버티고 있다. 이 회사의 2019년 총수입은 500만 유로다. 올해 정부 지원금은 최근 3년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3,200만 유로에 달했으나, 손실액이 1,000만 유로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스키 설비가 잘 갖춰진 것으로 유명한 타랑테즈와 모리엔에서는 구직자 수가 12월 이후 급증했다. 스키리프트 운영회사들은 계절 노동자를 고용해, 이들이 부분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런 친절한 고용주가 그리 많지 않다. 노동총연맹(CGT)의 교통부장 앙투안느 파티가는 계절 노동자 중 2/3가 부분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 알프스 지역에서만 해고 당한 노동자가 6만 명이며, 스키장 상점, 호텔, 음식점, 보건소 등 모든 업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사실 고용주 부담액은 많지 않다. 정부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티가는 “정부의 방임적 태도 때문에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다”라며 분노했다. 그는 정부가 전년도 고용 규모를 확인한 후 부분실업급여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총연맹은 부분실업급여 지급 관리가 부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실업수당 개혁을 단행하면, 빈곤층이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스키 강사들은 그나마 처지가 나은 편이다. 정부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아온 그들은 보상금도 전년도 동월 매출액과 평균 매출액 중 높은 것을 선택해 산정할 수 있다. 2월 1일 정부는 스키 강습 업체와 직원들에게 40억 유로를 지급할 예정이며, 산지관광 종사자들을 위한 특별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관계자들은 프랑스 총리가 발표한 ‘산지관광 투자 계획’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ANMSM 회장 블로쉬는 “잘 나가는 알파인 스키를 막지 말라”며, “이번 보건위기를 통해 알파인 스키만큼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산악 스포츠가 없다는 게 증명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 주장은 사실일까?

 

알파인 스키의 경쟁자, 노르딕 스키

휴가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던 1월 30일 토요일,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코랑숑 앙 베르코르에 있는 노르딕 스키장(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스노슈잉 등) 주차장은 오전 9시에 이미 만차가 됐다. 노르딕 스키 초보자들은, 스키복도 대충 걸치고 스케이트도 없이 굼뜬 몸짓으로 미끄러지면서 즐거워했다. 바이애슬론 사격장에는 한 청년이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연습 중이었다.(2) 그러던 가운데, 바이애슬론 세계 챔피언에 등극한 에밀리앙 자클린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5차례 우승한 바이애슬론 스타 마르탱 푸르카드가 방문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에게 쏠렸다. 이들이 알파인 스키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기량을 뽐내는 경기는 프랑스 스포츠 TV 채널 <레큅프(L’Equipe)>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랑스 전역 200개 노르딕 스키장이 가입된 노르딕스키협회 회장 티에리 가모는 “1985년 크로스컨트리 사용요금 제정 이후 이번 시즌에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라며 기뻐했다. 2월 휴가철이 끝날 무렵 산출된 매출액은, 최근 5년 평균액 대비 50%p 이상 높았다. 소규모 시설의 경우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적당한 적설량, 자연에서 해방감을 느끼려는 욕구, 마르탱 푸르카드의 홍보효과 등이 합쳐진 성과다. 노르딕스키 사용료는 연평균 1,000만 유로로 알파인스키 시즌권 매출액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모는 많은 노르딕 스키장들이 기후온난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발 1,000~1,200m에서 눈이 오면 스키를 탔지만 이제 기후온난화로 눈이 녹을 것을 대비해 다양한 노르딕 스키활동의 개발이 필요하다. 스키장들은 우선 기존의 스포츠 활동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3월 5일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ANMSM은 “4주 동계휴가 기간, 전체 산악지역 스키장 객실 점유율은 33%에 불과했다.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47.8%p나 하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업용 침대 개수만 집계하는 이 객실점유율은 상세히 분석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ANMSM의 자료만 봐도, 스키장의 해발고도에 따라 숙소별 영업이익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고지대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스키장은 스키리프트 가동 중단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점유율 58% 미만). 반면, 저지대 스키장의 경우 타격이 훨씬 적다. 

12월부터 2월 휴가철 내내 피레네, 보주와 같이 그리 높지 않은 산맥으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르노블, 니스, 샹베리, 앙시와 같은 대도시에 가까이 있는 스키장 방문객 수는 기록적이었다. 몇 년 전부터 눈이 오지 않아 폐장상태로 있었던 스키장들도 다양한 오락거리와 자연탐방 활동을 제공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심지어 경찰이 동원돼 교통정리를 하거나 교통체증이 심각한 지역은 통행을 막아야 할 정도였다. 이동금지령의 영향일까? 아니면 스키리프트 금지로 인한 ‘풍선효과’일까? 여름부터 산행이 급증한 걸 보면,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걷기, 썰매, 눈사람 만들기 등 겨울 활동들은 인기 폭발이다. 그리고 청년들과 서민층 가족들도 몰려들어 관광객들이 배로 늘었다. 덕분에 장비 대여업체들, 식료품점들도 호황을 누렸다. 

 

특권층의 전유물이 된 알파인 스키장

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스노슈즈 제작 업체 TSL의 마케팅 팀장 장 마리 라튈은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진풍경’이라고 말했다. 오트 사부아에 있는 뤼밀리와 알렉스 공장에서는 폭증한 주문량을 맞추느라 3교대로 근무를 했다. 전 세계 시장의 1/3을 점유하는 이 프랑스 기업은 2020년 겨울 스노슈즈를 15만 켤레, 2021년 겨울에는 20만 켤레 판매했다. 대부분 외국 아웃소싱 방식으로 제작하는 알파인 스키 장비는 판매율이 저조했지만 조깅, 자전거, 스키 등산과 같은 다른 야외활동 장비 업체들은 모두 판매 목표치를 훌쩍 넘겼다.

그런데 일부 겨울 스포츠 활동이 대중화되면서 취약점도 드러났다. 산악지역으로 갈 수 있는 대중교통편이 별로 없고 야외활동을 위한 보호 시설도 부족했다. 스키장에서 통행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들을 한 곳에 모아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르노블-알프스 대학 도시계획 및 지리 연구소 교수 필립 부르도는 스키장 운영자들은 대규모 재정비를 단행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스키장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스키 리프트를 폐쇄함으로써 자연이 ‘비상업화’되고 사회계층 간 교류가 활발해졌다. 그리고 알파인 스키를 대신한 다른 활동들이 스키장을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알파인 스키를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으므로, 각 지역의 지형을 고려한 다양한 산악 활동이 계획될 것이다.

산악지역보존을 위한 국제 비정부 기구인 Mountain Wilderness 프랑스지부 대표 프레디 메냥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크랭 산맥에서 오랜 기간 대피소를 관리하기도 했고 이후 벨돈느에서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메냥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진정한 산악인들이 다시 산을 되찾고 있다며 기뻐했다. 사실 지금까지 이익단체들은 산을 ‘착취’하며 고수익 산업에 중점을 뒀고, 이는 문화적 독점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알파인 스키장은 특권층의 전유물이다. 불평등 문제 연구소는 “스키장 이용 경비가 너무 비싸다”라고 지적했다.(3) 프랑스인들 중 2년에 1번 이상 겨울 휴가를 떠나는 이들은 17%에 불과하다. 겨울 여행은 비용도 많이 들고, 일정을 짜기도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4) 그 중에서도 스키장에 오는 이들은 더욱 드물다. 매년 스키장에 오는 프랑스인들은 약 8%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고령화되고 있다. 청년층이 스키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 여행업체가 15~25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묻자, 48%가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스키 강습을 받으려는 이들은 16%에 그쳤다.(5)

1980년대 말부터 프랑스에서 스키인구가 늘지 않자, 스키장은 ‘고급화’ 전략을 펼쳤다.(6) 외국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인 발 토랑, 발 디제르 같은 스키장은 방문객 중 약 70%가 외국인이다. 그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스키장을 옆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직장은 수베르빌에 있지만, 임대료가 저렴한 모리엔에 사는 노동총연맹(CGT) 노조 대표 피에르 슐은 20년 전 사부아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그러나, 스키장을 다닐 만큼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 슐의 자녀들은 스키를 타본 적이 없다. 

 

인공눈으로 온난화 문제 해결?

1965년 출간된 고전, 『알프스와 눈. 스키로 정복한 101개 정상』 표지를 장식한 라 로지에르 대봉(2,829m)은 눈이 거의 정상까지 덮여 있었기 때문에 스키로 갈 수 있는 곳처럼 보였다.(7) 그런데 2021년 2월 19일 확인한 북쪽 비탈면 경사는 훨씬 가파르고 암벽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50년 동안 셀리에의 빙하가 녹아 등반로의 지형을 바꿔 놓은 것이다. 아직 많은 스키 등산가들이 이곳을 찾지만, 이제는 밧줄과 아이젠 피켈을 꼭 챙겨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쪽의 경사면을 덮고 있던 순백의 눈이 황토색으로 변한 것이다. 엄청난 양의 사하라 모래가 바람에 날려와 알프스를 덮고는,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 날아갔다. 

전 세계 기후 변화로 겨울철 산악지대는 다른 곳에 비해 더 심각한 온난화 현상을 겪고 있다. 2014년부터 온난화가 더욱 심해졌는데 북 알프스의 경우 2019년~2029년 겨울 평균 기온이 1961~1990년 같은 기간 기온에 비해 3.3도가 높았다.(8) 뿐만 아니라 적설량도 24% 감소했다. 프랑스의 알프스 지역 전체 기온은 1900년도 이후 2.25도가 상승했다. 블로쉬는 인공눈으로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베르뉴-론-알프스 지역 의회는 인공눈 생산을 위한 저수지를 조성하느라 막대한 자금을 썼다. 2015년 지역선거 후, 인공눈 생산에 지역 지원금 4,750만 유로가 투입됐다. 반면, 겨울 스포츠 활동 다양화를 위한 투자금은 단 380유로에 불과했다. 이 계획을 지지했던 샤베르는 “생계가 막막한 스키장들이 많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온난화로 전혀 눈이 내리지 않으면, 스키장은 결국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 우려에 대해 시민, 환경운동가, 사회운동가 연합 지역 위원 코린느 모렐 다를뢰는 “보건과 기후문제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 그러나, 스키처럼 한 가지 스포츠에만 집중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비판과 경고를 보냈다. “우리는 사용료를 높게 책정해 많은 수익금을 거두고, 그 수익금을 재투자하는 자본주의 산업을 장려해왔다. 그 때문에, 사회와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산지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결국 이 막대한 자금이 파괴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기존의 경제모델만 강화시켰다. 인공눈은 절대로 자연의 눈을 대체할 수 없다. 인공눈은 수자원과 에너지 비용을 고려한 보완용에 불과하다. 결국 인공눈 생산을 위한 저수지 조성에 주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막대한 자금만 축낼 것이다.”(9) 

이런 자금 손실은 산악지역 부동산에서도 벌어진다. 객실을 최대한 늘리려는 세컨드 하우스가 넘쳐나지만, 정작 연간 사용일수는 며칠에 불과하다.

 

팔기 위한 산이 아닌, 살기 위한 산

정부의 미래투자 계획에 대한 협의를 주도하는 조엘 지로 장관은, “현재 정부는 응급구조대 같은 처지다”라며, 아이러니하게도 공공 지원금이 잘못된 시스템을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오용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프랑스 총리는 친환경적 산지 정비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명백히 밝혔다. 또한, 정부는 산지 겨울 스포츠 대중화에 기여할 공정한 경제 모델을 도입하고, 국토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물론,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부르도는 “투자유치를 목표로 하면, 산악지역 정책이든 공공정책이든 앞으로 나갈 수 없다”라고 지적하면서 “인공눈 자원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은, 광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계속 자원을 추출하려는 것과 같다. 1960년대부터 겨울 스포츠에 지속적으로 공공 자금을 지원해왔는데, 결국 납세자들이 스키리프트, 주차장, 도로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꼴이다. 20년 전에는 ‘스키 최우선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10년 전에는 ‘눈 최우선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었다. 지금은 ‘관광 최우선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현재 모델을 수립한 사람들이 이 모델을 바꾸려고 할까? 감사원이 전국적, 국제적 규모로 스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에게 자발적으로 행동할 것을 간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요청도 무시했다.(10) 산지 동종업계 종사자 노조 협회장 야니크 발랑상은 폐쇄적인 정책 운영방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정책 결정자들은 알파인 스키 로비스트만 만나 논의한다. 따라서 객관적인 식견을 갖추기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도 어렵다.

1933년 겨울 프랑스 등반가 레옹 즈위젤스탕은 혼자 최초로 니스에서 티롤까지 스키를 타고 알프스산맥을 횡단했다.(11) 당시 스키는 이 멋진 도전을 성공시킨 이동수단이었다. 그러나, 그 도전의 길목에서 반겨주던 야생동물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에는 도로, 스키 슬로프, 케이블 그리고 일 년에 며칠만 사용하는 집들이 들어섰다. ‘일자리 확대’라는 알량한 핑계를 앞세워, 알파인 스키는 매년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그 일자리도 단기 단순 노동직에 불과하다.

보건위기는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낼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관광산업의 장·단점을 파악해 순기능이 극대화되도록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정부는 ‘팔기 위한’ 산이 아니라 ‘살기 위한’ 산을 만들기 위해 지원함으로써, 역사적인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필리프 데캉 Philippe Descamp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철학박사. 저서로 『Un crime contre l'espèce humaine?: Enfants clonés, enfants damnés 인간에 대한 범죄인가?: 복제된 아이와 저주받은 아이』(2009) 등이 있다.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L’accidentologie des soports d’hiver, saison 2019-2020 겨울 스포츠 연구, 2019~2020년’, 스키장 의사회, www.mdem.org.
(2) 크로스컨트리와 소총 사격을 합친 종목이다.
(3) ‘Les sports d’hiver, une pratique de privilégiés 겨울 스포츠, 특권층의 전유물’, 불평등 문제 연구소, 2020년 2월 10일. www.inegalites.fr
(4) Sandra Hoibian, ‘Un désir de renouveau des vacances d’hiver 겨울 휴가 선호도’, 생활수준에 관찰 연구소, 2010년 7월. 최근 조사 결과는 아니지만 사용하기 적합한 근거 자료다. 
(5) ‘Demain, tout dehors?  Les 15-25ans et l’outdoor : usages et prospective 내일은 모두 떠날까? 15~25세 인구층과 아웃도어: 현황과 전망’, Poplock 컨설팅 에이전시. 2018년 10월 15일, www.slideshare,net
(6) ‘La montagne victime des sports d’hivers 겨울 스포츠에 희생당하는 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프랑스어판, 2008년 2월. 
(7) Claire, Philippe Traynard, 『Alpes et neige. Cent un sommets à ski 알프스와 눈. 스키로 정복한 101개 정상』, Atchaud, Grenoble, 1965년.
(8) 2020년 북 알프스 기후변화 관측소, 알프스 국토 관리청(Agate)이 정리한 프랑스 기상청 자료, Chambéry, 2021년 1월. 
(9),(10) ‘2018년 연간 보고서’, 감사원, Paris, 2018년 2월.
(11) Jaques Dieterlen, 『Léon Zwingelstein; le chemineau de la montagne 레옹 즈위젤스탕, 산의 방랑자』, Arthaud, 1996(초판: 1938년).

 

 

스키 문화정착의 역사 

 

무거운 신을 신고 어깨에 스키를 멘 ‘알파인’ 스키어들이, 리프트를 타지 않고 베르코르 산맥 북쪽 라 슈르의 경사면을 힘겹게 걸어 올라간다. 이 알파인 스키어들도 빠르고 가볍게 눈 위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산악’ 스키를 쉽게 탈 수 있다는 것은 겨울 스포츠가 수십 년에 걸쳐 산업화, 상업화 되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로 정착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스키어들이 어떤 스키도 쉽게 탈 수 있는 이유는, 사실 초창기부터 모든 스키 밑창에 스킨(Skin; 큰사슴, 순록, 바다표범 등 동물의 가죽)을 붙였기 때문이었다.

요즘에는 동물 가죽 대신 합성물질, 모헤어로 대체하고 스키를 타고 내려올 때는 이 미끄럼 방지 장치를 떼어낼 수 있도록 접착식으로 개량했다. 이 장치는 예전 수렵, 채집인들처럼 산악 스키어들이 적은 힘을 들이고도 눈 위에서 쉽게 멀리 앞으로 미끄러져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스킨 덕분에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경사면까지 안전하게 올라가서 가루처럼 날리는 눈에서도 걸어다닐 수 있기 때문에 ‘도보’ 등반보다 ‘스키’ 등반을 대중화 시키는데 기여했다.

정부는 스키 리프트 가동 모터를 꺼 버림으로써 의도치 않게 코미디 영화 <선탠하는 사람들 스키타다>(1979년 개봉)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스키 휴양 문화를 단절시켜 버렸다. 하지만 스키는 선조 때부터 계승된 문화다. 북극 지역 사람들은 바퀴를 발명하기 전 이미 썰매, 설피, 스키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알타이 산맥 동굴에서 발견된 1만 년 전 벽화에는 날을 붙인 신을 신은 사람 그림이 있다. 코미 공화국(러시아)의 비스 강 근처에서, 고고학자인 그리고리 부로프는 9,000년 전에 만들어진 스키를 발견했다.(1) 스칸디나비아에서도 기원전에 만든 스키 유물이 여럿 발견됐다. 또한 16세기 캐나다로 이주한 프랑스인들이 설피를 탐험 도구로 활용하면서 크게 발전시켰으며,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도 노하우를 전승했다. 

19세기 말 군인들은 스키를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면, 알프스 국경 수비에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슬로베니아 외에는 알프스 산맥에서 스키를 타는 군인들이 없었다. 그런데 1888년 프리디쇼프 난센이 스키를 타고 그린란드 횡단에 성공하자 산악병들이 본격적으로 스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겨울 스포츠 애호가들이 모여 1980년 퀘백에서 스노슈잉 협회를 창설했고 20년 뒤에는 스위스에서 알파인 스키 클럽이 창설됐다. 이렇게 겨울 스포츠가 부흥하자 슬로프를 만들기도 전에(1930년대에 만들었다.) 경기를 개최했다. 

다보스는 1879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썰매장을 개장했다. 그리고 1924년 샤모니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밀리터리 패트롤은 이후 계속 발전해 오늘날 바이애슬론과 산악스키가 됐다. 스키어들이 겨울 산의 풍경과 산 고유의 매력을 즐기고, 도처에 숨어있는 위험 속에서 서로 협력하며 탐험하는 가운데 자립심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산을 황폐하게 만드는 모터와 소비지상주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글·Ph.D
번역·정수임 


(1) Maurice Woehrlé, 『Les peuples du ski. Dix mille ans d’histoire, 스키 민족. 1만 년의 역사』, Bod, 파리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