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사회

2021-12-31     피에르 랭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지 곧 2년이 된다. 현시점에서 세계 각국의 방역정책을 결산하기는 어렵지만, 예기치 못했던 사회적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 우선, ‘팬데믹 속 영웅’들은 ‘경제 질서’라는 암흑 속에 방치됐다. 2020년 봄만 해도 정부의 온갖 칭송을 받았던 간호조무사 등 돌봄 노동자들, 운송업자들, 계산원들, 미화원들의 노동조건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공익을 우선시하겠다”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을 타고 풍요의 정원에 도달한 이들이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2021년 7월 31일, “5개 주요 IT기업들인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은 하반기에 750억 달러의 세후 이익을 기록했다”라며, “이는 전년 대비 90%가 넘는 수치”라고 보도했다. 이런 결과는 디지털 플랫폼이 우리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정책이 이를 전제로 하는 만큼 당연한 결과다.

봉쇄령과 그에 따른 재택근무, 원격수업 그리고 보건패스에 이르기까지, 정부 정책은 전례 없는 두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결정됐다. 우선 보건위기 속에 금지된 대인간 상호작용을 온라인으로 이전 및 구현할 수 있다는 전제다. 온라인에서 공부와 일을 하며, 소비하고, 소통하며, 돌본다. 기술적으로 실현가능했기에 사회적 관계의 디지털화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공동생활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인 디지털 플랫폼은 시장의 법칙과 경영진이 제정한 이용조건에만 따른다는 전제다.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에 어떤 제한과 의무도 부과할 수 없고, 통상적으로 공공업무 위탁에 동반되는 요구사양서도 부과할 수 없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경영진들은 국가차원에서의 공급이 중단된 것을 팔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의 창립자는 2017년 대규모 계획을 발표했다. “장기적인 사회기반시설 구축은 사람들을 모을 것이다. ‘좋아요’를 통해 흩어진 사회조직을 재구성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막고, 위기에서 돕고, 재건을 목표로 결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유일무이한 위치를 선점한다”라고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크버그는 평가했다. 페이스북 유저는 28억 명에 달한다.(1)

이 두 가지 전제를 토대로 한 정부 정책들은 사회적 진보를 중시하는 노조나 정당들의 반대에 부딪치지 않았다. “현재 우리 경제가 매우 나쁘다는 점을 인정하며, 좋은 보수를 받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2)라고 프랑스 대통령이 말했듯, 집단생활에 필수적인 활동들을 공공업무의 일환으로 즉각 재편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러나 기회를 놓쳤다. 정부가 ‘팬데믹 속 영웅’들에게 호언장담했던 달콤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디지털 산업제국의 지배만 공고해졌다. 디지털 산업의 핵심상품은 ‘인간관계의 부정’이다. 온라인에서 대인간 상호작용은 수치화된 계산기로 평가되고, 알고리즘이 조정한다.

사회기반시설의 하청을 실리콘밸리에 맡긴 것은 실리콘밸리 창업자만큼이나 엉뚱해 보인다. 부유층 출신의 외톨이, 유머 없는 젊은 덕후 남성들. 이런 캐릭터가 대부분인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타인에 대한 관심, 폭넓은 인간관계, 뜨거운 우정, 집단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그와 반대다. 그들의 하위문화는 ‘공감의 결여’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 하위문화는 가벼운 자폐증을 앓는 신들, 즉 테슬라의 회장 일론 머스크,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자폐증 진단을 받지 않은 다른 억만장자들을 숭배한다.

실리콘밸리의 인기 매거진 <와이어드(Wired)>의 한 기자는 2001년 ‘덕후 증후군’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바꿨다. “우리는 종종 이런 농담을 한다. 인텔, 어도비, 실리콘 그래픽스와 같은 IT기업에서 일하는 진성 프로그래머들은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서 밤늦게 퇴근하며, 탄산음료를 몇 리터씩 들이키며, 계속 코드를 작성하고, 어느 정도 아스퍼거 성향을 가지고 있다.”(3) 대체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비언어적 언어에 대한 이해 불능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고충을 겪지만,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는 매우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수치화’하려는 광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강제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절로 받아들이지만, 수많은 IT개발자들에게는 이미 일상이었다. 그들은 하버드의 여학생들과 만나 대화하기보다는, 슬리퍼를 신고 책상 앞에 앉아 여학생의 외모를 평가하는 어플의 코드를 작성하며 기꺼이 저녁 시간을 혼자 보낼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는 대화 속에는 암시와 함축성이 존재한다. 덕후들은 이런 대화가 주는 애매모호함이 없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숫자’를 접할 때 심리적인 안정을 느낀다. 따라서 감정도 ‘합리적’으로 수치화되는 온라인 속 세상은, 이들에게는 최적의 세계다.(4)

비사교적인 사람들에게 SNS는 전 세계인의 절반과 온라인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이다. 이는 단절되고 바쁘고 소심한 사회 속에서, 욕구불만의 원천인 인간관계가 극단적으로 변질됐음을 은연중에 반영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현대 서구사회의 자가분리(自家分離)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원치 않으며, 쓸모없고 이상한 일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2021년 7월 10일자 기사에서 지적했다. 이런 경향은, 팬데믹 극복을 위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온라인으로 이전시킴으로써 가속화됐다.

대중들은 여러 분야 중에서도 특히 교육의 디지털화를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놀라워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국민을 숫자로 대한다. 물론 군사, 경제 분야는 20세기 중반부터 양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우정, 사랑, 관심, 호기심,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은 양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었다.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은 정서와 정신 상태를 디지털 상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려면 우선 ‘측정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가치에 계급을 매기고, 기여한 사람을 격려하고, 개인적인 자료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대다수의 어플은 온라인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구독자이든, 별이든, 파란색 가루든, 작은 심장이든 ‘숫자’로 가치가 평가된다.

공교육, 대기업, 의료기관 등에서 ‘실적’과 ‘목표’라는 ‘숫자’의 횡포로 인한 피해를 살펴보면, 문명화된 사회에서 가장 중대한 특성들을 수량화 시스템으로 뒤바꾸려는 광기가 엿보인다.(5) 역사학자 제리 뮬러는 그의 저서에서 “문제는 측정이 아니라, 측정의 과도함이다. 지수가 아니라 지수에 대한 집착”(6)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역사적 후퇴, 개인의 판단력, 경험을 희생시키는 지시적 특성 등도 문제다.

숫자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앞으로 지구상에서 확신과 연상의 힘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결정을 누가 했든, 코로나19 팬데믹은 의학의 영역에서 급히 분야를 바꿔, 정치계와 언론이라는 대변인을 통해 숫자의 언어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숫자에 대한 욕망과 불안이 매일 온라인에서 목격된다. 보건 책임자는 매일 밤 증상, 코로나 테스트, 사망, 입원, 심폐소생술, 백신 접종률, 백만 명당 사망자 수 등을 열거하며 발표한다. 지수들의 구성과 타당성은 정부의 의도와 어긋날 때 이외에는 논란이 되지 않는다. 숫자의 정부는 정책의 정당성을 신문의 일면과 검색엔진의 첫 페이지에 싣는다. ‘그래프를 평평하게 하라’, ‘한계선 아래로 내려가라’, ‘목표를 달성하라’... 유치원에서 원생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교육하기 위해 칭찬 스티커로 점수를 매겼듯 스코어, 파라미터, 대시보드가 서서히 삶 속에 스며들었다.(7) 

통계의 불꽃에 도취된 이들은, “이렇게 외관만 소개하는 것은 핵심을 덮는 일”이라는 말이 나오면 펄쩍뛴다. 병든 사회를 개선시켜야 하는 심각한 긴급 상황에서, 보건위기는 하나의 징조에 불과하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Mark Zuckerberg, 『Building Global Community』, Facebook, 2017년 2월 16일
Eric Klinenberg,『Facebook contre les lieux publics 페이스북은 공공장소를 반대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9년 4월
(2)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 국민들에게』, 2020년 4월 13일
(3) Steve Silberman,『The geek syndrome』, Wired, San Francisco, 2001년 12월 1일
(4) Penny Benford & Penelope Standen, 『The Internet : a comfortable communication medium for people with Asperger syndrome(AS) and high functioning autism(HFA)?』, Journal of Assistive Technologie, vol. 3, n˚2, Bingley(영국), 2009년 7월
(5) Isabelle Bruno, Emmanuel Didier, 『L'évaluation, arme de destruction 평가, 파괴의 무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5월 / Alain Supiot, 『Le rêve de l'harmonie par le calcul 계산으로 하는 조화의 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년 2월
(6) Jerry Z. Muller, 『The Tyranny of Metrics』,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8년
(7) Serge Halimi, ‘Tous des enfants 모두가 어린아이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2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