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강탈하는 ‘자유 소프트웨어’의 가치

IT 거대 기업의 독주를 막으려면?

2021-12-31     마티외 오닐 외

지금부터 30년 전 디지털 유토피아를 꿈꾼 이들이 있었다. 타협을 몰랐던 이들은 1990년부터 자신들의 신념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자유 소프트웨어가 탄생했다. IT 거대 기업이 회수하고 흡수한 후 배신해 이제는 취약해진 자유 소프트웨어 발자취를 되짚어 본다.

 

 

1990년대, 신기술 산업 외에 또 하나의 디지털 세계가 부상했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소위 ‘소유자가 있는’ 소프트웨어와 경쟁할 만한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했다. 리눅스(Linux) 운영체제, 아파치(Apache) 웹서버, VLC 미디어 플레이어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상품의 독점권을 포기했다. 기쁨, 배움, 명성, 일자리 제공과 같은 비금전적인 가치, 그리고 도덕적 이유 때문이었다. 일반 공중 라이선스(General Public License, GPL) 등 ‘카피레프트’ 라이선스는 사용자에게 코드의 자유로운 사용, 복사, 수정, 배포를 허가했다. 이는 소프트웨어 2차 저작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1)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은 오늘날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실리콘 밸리의 거대 기업들, 소위 GAFAM으로 불리는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가 자유 소프트웨어를 회수하고 흡수해서 동화시켰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산업계에서 자유 소프트웨어를 일컫는 또 다른 용어-역주)(2)가 IT 경제 중심에 있을 정도다. 2018년 IT 종사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애플리케이션 90% 이상이 이 ‘자유’ 세상으로부터 유래한 프로그램 일부분을 포함하고 있다.(3) 

자유 소프트웨어를 흡수하는 움직임은 2000년대 IBM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공동 개발 플랫폼인 깃허브(Github)를 75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 기업들은 일부 프로그래머들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무상으로 이루어낸 업적을 차지했다. 이 ‘자유’ 소프트웨어를 해방의 도구로 여긴 지식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소용없었다.(4) 

자유 소프트웨어가 상업화되는 과정에서 기업계와 자유 프로젝트 세계를 연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존재가 있다.(5) 그 중 하나는 깃허브(Github)다. 소스 코드를 온라인에서 저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2005년 설립됐다. 현재 약 4,000만 사용자와 1억 9,000만 저장소를 보유 중인,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커뮤니티다. 프로젝트가 깃허브에 집중되자,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깃허브를 사들인 후에도 ‘자유주의 운동가’ 프로그래머들은 깃허브를 떠날 용기가 없었다. 협력 문화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었고, 프로그래머로서의 경력을 쌓기 원하는 이들이 무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덕분에 깃허브는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리눅스 재단이다. 2000년, 리눅스 재단은 리눅스 자유 운용체제의 개발자들이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에 의존하는 프로젝트에 대비해야 했다. 이에 기술과 코드를 구체화하고 전문가 가이드를 제작해 더 쉽게 리눅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리눅스 회원인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비영리 목적의 협력단을 구성한 것이었는데 이 협력단에 GAFAM 기업 대부분이 포함됐다. 

 

용어 속에 숨어있는 ‘조지 오웰식’ 반전

리눅스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2013년에 39명의 직원과 프로젝트 10개를 진행하면서 2,300만 달러의 수입을 냈던 리눅스 재단은 5년 후 178명의 직원과 함께 156개의 프로젝트를 이끌며 8,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6) 규모가 커지자 리눅스 재단은 정보 처리와 보안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발전하고 IT 기업이 아닌 기업이 안심하고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리눅스 재단은 통합하는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엄청난 경비를 들여 연 회의에서 인텔(Intel)과 깃허브 관계자들은 ‘정부 때문에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참여도 못하는 불쌍한 중국 개발자’를 옹호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리눅스 재단은 기업과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가 ‘커뮤니티’를 형성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커뮤니티’라는 용어는 상업적 기업을 대표하는 발언자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자원봉사자와 급여 노동자 사이에 이익이 일치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7) 또 깃허브에 코드를 공개한 기업들은 자신들이 프로젝트 ‘커뮤니티 관할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든지 코드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최초 개발자의 허가가 필요하다. 상업적 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말로는 수평 관계를 강조하면서 정작 결정권은 다 가져갔다. 기업과 자발적인 프로젝트와의 공동제작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미디어 기사에서도 이런 ‘하나 된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언어의 일치가 우연은 아니었다. 사용하는 용어 의미를 들여다보면 ‘조지 오웰식’ 반전을 담고 있었다. ‘커뮤니티’, ‘합작’, ‘오픈’ 등의 긍정적인 용어는 결국 감시 자본주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었다.(8) 현실적으로 자원봉사자 커뮤니티와 포식자인 기업의 이익이 일치한다는 이야기는 기업이 봉사자들의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 GAFAM은 학계와 연합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직원들이 발표한 1만 7,405개의 연구 중 78.5%가 대학 연구원들과 함께 쓴 것이었다. 같은 기간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7만 6,109개의 특허를 획득했고 그 중 겨우 0.2%만 대학과 공동으로 특허권을 가졌다.(9) 기업들의 또 다른 전략은 젊은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혁신적인 것을 알아내는 순간, 기업은 개발자와의 연결을 끊어버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버전을 개발한다.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의 연구개발 부서, 구글 ATAP와 구글 X 연구소가 이런 일에 전문이다. 페이스북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10)

왜 GPL같은 ‘카피레프트’ 라이선스는 GAFAM의 공격으로부터 ‘자유’ 세상을 지켜내지 못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카피레프트 라이선스가 공격을 가하기 전에 구글이 먼저 이 라이선스를 흡수해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리눅스를 안드로이드 휴대폰 기반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지배력을 구축했다. 그런 중에 GPL은 구글이 자유 소프트웨어를 수정하는 데 사용한 소스 코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새로운 운영체제 퓨시아(Fuchsia)를 개발했고 ‘카피레프트가 아닌’ 라이선스를 부과했다.

또 GPL 라이선스는 ‘클라우드’ 정보처리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클라우드는 정보를 개개인의 컴퓨터가 아닌 하나의 서버에 집중해서 저장해두고 처리하는 것이다. 사실 GPL을 비롯한 대부분의 카피레프트 라이선스는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에게 배포될 때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의 접근, 수정, 재배포를 가능하게끔 보장하고 있다. 즉, 카피레프트 라이선스가 작동되는 시점은, 소프트웨어가 사용자 컴퓨터에 설치됐을 때부터다.

그러나 GAFAM 서버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때는 카피레프트 라이선스가 작동할 수 없었다. 소프트웨어가 배포된 것이 아니라 원격에서 사용됐기 때문이다. ‘자유’ 세상에서는 이런 ‘클라우드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카피레프트’ 라이선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Affero GPL이 대표적인 예다. 구글은 이런 카피레프트 라이선스와 결사적으로 싸웠다. 자유 소프트웨어가 서버에서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카피레프트 라이선스는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들이 그들의 서버에서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때 소스 코드를 공유하게끔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구글은 단순하게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할 때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해 버렸다.(11)

 

공유와 개방, 자유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자유 소프트웨어에 대해 IT 기업들이 하나로 통일된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 세 번에 걸쳐 개최된 대규모 오픈 소스 회담에서 IT 기업 직원들이 한 발언을 살펴보면 GAFAM처럼 대기업과 소규모 기업 사이에, 큰 관점의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경제적 모델에 기반을 두고 ‘가격’을 내세우지만, 후자는 이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프로젝트의 ‘가치’에 더 신경을 썼다. 소규모 기업 측 사람들은 라이선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유주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GAFAM 직원들은 이제 더는 모든 개발자의 이익을 대변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공유와 개방. 자유 소프트웨어의 핵심 가치다. GAFAM이 자신들이 무상으로 협력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세상에 속해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려고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쏟았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GAFAM에 맞서 싸우려면 다음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GAFAM은 자유 소프트웨어의 기본 원칙을 철저하게 그리고 파렴치하게 짓밟았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대체 누구를 향해야 할까? 대중일까 아니면 프로그래머일까?

대중은 자유 소프트웨어 원칙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 문제와 감시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로 GAFAM의 명성이 추락한 이후, 대중은 점차 ‘자유’ 세상에서 만들어진 플랫폼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프라마소프트(Pramasoft)의 경우엔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과 파트너십을 맺고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를 ‘무더기’로 제공했다. 보안이 잘되고 분산화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인 매트릭스(Matrix)나 파일 호스팅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하기 위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인 넥스트클라우드(NextCloud)가 대표적인 예다.(12) 

그럼에도 현실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자유 소프트웨어가 잠깐 성공을 거둘 수는 있었으나 GAFAM이 끊임없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기업에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일부가 직원으로서 높은 대우를 받고 혁신이란 단지 사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GAFAM에 대항할 기세는 점점 약해져 갔다. ‘자유주의’ 커뮤니티는 본래 프로그램을 가로채려는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형성된 공동체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유주의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논쟁이 오갔다. 

오라클(Oracle)이 선 마이크로 시스템즈(Sun Microsystems)를 2010년 인수했을 때, 오라클은 선 마이크로 시스템즈가 진행하던 몇 가지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위협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자유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전산처리 시스템 마이에스큐엘(MySQL)을 개발했는데 이 시스템은 차후 마리아 데이터베이스(MariaDB)라고 이름을 바꿨다. 

자유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모든 인터넷 디지털 인프라가 IT 대기업 손에 운영된다. 리눅스, 쿠버네티스(Kubernetes)가 대표적이고 나아가 상업적 ‘클라우드’가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심지어 검색 엔진, SNS, 기업과 대중을 위한 여러 서비스 플랫폼이 다 그렇다. 이는 대중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이와 반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자유’ 세상과 국가의 결탁이 그것이다. 자동화 때문에 실업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무상으로 일하는 개발자들의 공헌을 인정하고 협력 커뮤니티 분야, 국가 분야, 민간 분야 사이에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테레스 경제학자 단체와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노동 공동 권리’를 변형한 권리를 주장한다. 대중을 위해 기여한 자들에게 사회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13) 

그런데 자유 소프트웨어 커뮤니티가 소프트웨어를 뛰어넘어 사회 문제 전부를 숙고할 정치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자유 소프트웨어 커뮤니티가 생산 제일주의 전통에 그리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개발 중인 계략의 대가인 기업들에 맞설 수 있을까? 과거를 보면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자유 소프트웨어 커뮤니티의 생존 여부는, 이 싸움에 걸려있다. 

 

 

글·마티외 오닐 Mathieu O’Neil
캔버라 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 교수
로르 뮈젤리 Laure Muselli
파리 텔레콤 부교수
프레드 파이예 Fred Pailler
룩셈부르크 현대 디지털 역사 센터 사회학자
스테파노 자크시로리 Stefano Zacchiroli
파리 텔레콤 교수
 
번역·이정민
번역위원

(1) Philippe Rivière, ‘Logiciels libres : et pourtant, ils tournent 자유 소프트웨어, 그럼에도 작동하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파리>, n° 83, 2005년 10월~11월.
(2) Evgeni Morozov, ‘The meme hustler’, <The Baffler>, Cambridge (Massachusetts), 2013년 4월.
(3) Keenan Szulik, ‘Open source is everywhere’, blog.tidelift.com, 2018년 4월 12일.
(4) Sébastien Broca, ‘L’étrange destin du logiciel libre(한국어판 제목: 프리소프트웨어의 이상한 운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7월호. 한국어판 2014년 11월호.
(5) Benjamin Birkinbine, ‘Incorporating the Digital Commons: Corporate Involvement in Free and Open Source Software.’ <University of Westminster Press>, 2020, Arwid Lund와 Mariano Zukerfeld, ‘Corporate Capitalism’s Use of Openness: Profit for Free?’, <Palgrave Macmillan>, New York, 2020.
(6) Bradford Biddle, ‘Linux Foundation is eating the world.’ <Journal of Open Law, Technology & Society>, vol. 11 n° 1, 2019.
(7) Mathieu O’Neil, Xiaolan Cai, Laure Muselli, Fred Pailler, Stefano Zacchiroli. ‘The Coproduction of Open Source Software by Volunteers and Big Tech Firms’, <News and Media Research Centre / Digital Commons Policy Council>, Canberra, 2021.
(8) Soshana Zuboff, ‘Un capitalisme de surveillance(한국어판 제목: 감시자본주의, 당신의 칫솔이 당신을 염탐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9년 1월호.
(9) Cecilia Rikap, Bengt-Ake Lundvall, ‘Big Tech, Knowledge Predation and the Implications for Development’, <Innovation and Development>, London, 2020.
(10)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2017년 8월 9일, <Fortune>, New York, 2016년 6월 15일.
(11) <AGPL policy>, ‘Google open source’, https://opensource.google
(12) https://framasoft.org, https://matrix.org, https://nextcloud.com
(13) Calimaq (Lionel Maurel), ‘Droits communs du travail et droit au travail dans les Communs 노동 공동 권리와 공동체 안에서의 노동권’, https://scinfolex.com, 2017년 1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