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 상어
불법 영업과 관행이 성행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도박을 금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수세기에 걸쳐 무수한 프랑스의 지도자들이 이러한 사실과 직면해왔다.
1254년 생루이(루이 9세), 1319년 샤를 4세, 1369년 샤를 5세, 1560년 샤를 10세, 1577년 앙리 3세, 1629년 루이 13세 등등. 중세시대에서 앙시앵레짐 시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왕들은 도박을 금지했다. 도박이 신성을 모독하고, 개인의 타락을 조장하는 한편, 천부적으로 결정된 사회의 위계질서를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무수한 도박금지령은 프랑스 왕들이 얼마나 도박 근절에 결연한 의지를 보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 프랑스 왕실이 얼마나 도박 근절에 무능했는지도 여실히 보여준다”(1)라고 법사학자 장루이 아루엘은 지적했다. 아무리 국가가 위법자를 처벌해도, 프랑스인들은 온갖 놀이에 돈을 걸며 노름을 멈추지 않았다. 쌍륙(주사위를 굴려 말을 전진시켜 승부를 겨루는 놀이-역주) 등 주사위 게임에서 카드놀이, 막대 쓰러뜨리기, 돈치기, 구슬치기, 공놀이, 사방치기, 트리트랙이라 불리는 테이블게임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그들은 불법 도박장이나 노름판을 드나들었고, 때로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불법 복권추첨판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기도 했다.
완전한 도박의 근절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왕실은 현실과 타협하는 길을 택했다. 결국 국가는 17세기 ‘도박장’의 존재를 용인했다. 이로써 아드레날린을 찾아 헤매거나, 부를 과시하려는 귀족과 부르주아가 도박장을 드나들었다. 불법으로 성행하는 복권추첨판도 일시적으로 허용됐다. 1776년 비로소 영구적인 성격의 ‘왕립복권’이 설립됨에 따라 복권이 제도화됐다. 왕실 재정의 1.5~2%에 달하는 재정이 순식간에 확보됐다.(2)
심지어 베르사유 궁전은 도박의 명소로 변신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평화의 방’을 비롯한 방들에서 연회가 열려, 궁정신하들이 랑스크네·바세트·파라오 등 각종 카드게임에 흥청망청 돈을 쓰며 시름을 달래는 시간이 마련됐다. 때로는 판돈을 전부 날리거나 가산을 탕진하는 신하들도 있었다. (3) 그러나, 프랑스의 군주들은 이런 행태를 묵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 장려하기까지 했다. 특히 ‘태양왕’ 루이 14세는 유흥이야말로 바로 귀족을 온순하게 만들 비책임을 간파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왕립복권이 처음 탄생한 이래로, 도박의 수혜를 톡톡히 누려온, 종종 ‘딜러 국가’(4)로까지 불리는 프랑스는 이후에도 이런 논리를 꾸준히 밀고 나간다. 사실상 2009년 7월 21일 의회 청문회 자리에 참석한 현 하원 금융의원회 의장을 맡은 에릭 뵈르트 당시 예산부장관 역시 바로 위와 같은 현실 논리를 논거로, 이미 인터넷의 등장으로 불법 성행하게 된 온라인 도박 및 포커게임을 자유화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시 에릭 뵈르트 예산장관은 “매일 온갖 게임을 제공하는 온라인 베팅사이트가 2만 5,000개에 달하며, 판돈은 매년 30~40억 유로를 넘나드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모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다. 물론 최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불법 온라인 도박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겠지만, 오히려 나는 이것이 사회적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책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 온라인 도박의 현실적 수요를 무시하는 정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2010년 3월 12일 자 법률에 따라, 2세기 반에 걸친 정부의 사행산업 관리에 종지부가 찍혔다. 정부는 종종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등록하고 프랑스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베팅업체 위나맥스·벳클릭·유니벳·넷벳·제벳·비윈 등에게 영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계약원칙을 준수한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법률이 명시하는 바와 같이, “도박과 카지노 부문에서 정부 정책의 목표는 게임의 공급과 소비 행태를 제한·규제하는 한편, 지나친 악용을 관리감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년 뒤, 그 무엇도 13개 인가업체들의 탐욕을 막지 못했다. 이들 업체는 네티즌을 유혹하기 위해 온갖 무차별적인 경쟁에 몰두했다. 스포츠 방송 및 경기일에 맞춘 대대적인 광고 세례, 온갖 자극적인 광고 문구(‘그들이 골을 터뜨리면, 나는 돈을 쓸어 모은다’, ‘누군가는 말을 하고, 누군가는 베팅을 한다’, ‘빅 스코어, 빅 프라핏, 빅 리스펙트’, 혹은 래퍼 쥘의 소속 레이블회사 이름을 연상시키는 문구 ‘황금골, 백금시계’ 등)를 동원한 젊은 층을 향한 공격적인 마케팅,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스타들(유명 유튜버 맥 플라이와 칼를리토, 코미디언 토마 엔지졸과 모하메드 헤니, 축구선수 카림 벤제마 등)과의 협업 등 업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일단 낚인 고객은 ‘라이브 베팅’(온라인 베팅)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실상 ‘라이브 베팅’은 고객이 온라인대결을 포함해, 온갖 것(다음 골을 득점할 선수, 옐로우 카드를 받을 선수 등)에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돈을 걸게 만들었다. 심지어 가상 ‘스포츠’ 경기에 돈을 거는 시대가 열렸다. 계속 판돈을 걸 수 있도록 컴퓨터는 3분 단위로 경기 성적을 만들어냈다.
고용주의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승점을 계산하고, 수익률에 따라 고객을 분류하는 ‘스포츠 도박 트레이더’(비즈니스스쿨에도 특화된 교육과정이 있다)가 등장했다.(5) 돈을 잘 잃는 고객을 ‘빅 피쉬’(대형 물고기 혹은 비둘기)로 부르며, 휴대폰에 붙잡아두고자 전력투구했다(홍보 메시지나 경기알림 문자, 보너스 점수 부과 등). 반면 업체의 돈을 잘 쓸어가는 ‘샤크’(상어)에게는 게임중독 예방 의무를 운운하며 베팅 참여를 방해했다.
팬데믹 위기 이후, 온라인 베팅업체는 기록적인 수익을 달성했다. 2020년 온라인 도박산업이 올린 매출(전체 판돈에서 게임 승리자가 가져간 돈을 제한 금액)은 전년 대비 22%가 증가한 무려 17억 4,000만 유로로 치솟았다. 심지어 2021년에는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프랑스 도박규제기관(ANJ)은 업계가 ‘온갖 게임을 발 빠르게 온라인 버전으로 출시’하고, ‘게임 참가자 모집에 공격적으로’ 나선 덕분에 ‘기록적인 성과’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6)
오늘날 온라인 도박 참가자의 70%는 34세 이하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프랑스에서 도박중독증이나 빚이 있거나, 미성년자인 문제적 고객 덕에 업계가 올리는 수익도 전체 수익의 40%에 달한다. 스포츠 도박이 성행하는 시기인 월드컵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사라 엘 아이리 청소년 담당 정무차관은 나름대로 ‘중대 대책’을 발표했다.
“우리는 각종 온라인 도박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에 온라인 도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팝업 메시지를 띄울 방침이다.”(7)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Jean-Louis Harrouel, ‘De François 1er au pari en ligne, histoire du jeu en France 프랑수아 1세에서 온라인 도박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도박의 역사, <Pouvoirs>, 제139권, 제4호’, 2011년.
(2) Quentin Duroy, Jon D. Wisman, ‘Le monopole de l'Etat français sur les jeux d'argent : de l'art d'extorquer des fonds aux plus démunis 프랑스 국가의 도박 독점 : 빈곤층의 돈을 뜯어내는 기술’, <Revue de la régulation>, 제22호, 2017년 가을호.
(3) Eve Netchine, 전시회 도록 ‘Jeux de Princes, jeux de vilains’ 군주들의 놀이, 평민들의 놀이, BNF 출판, Paris, 2009년.
(4) ‘Les jeux de hasard et d'argent en France : l'Etat croupier, le parlement croupion? 프랑스 도박 및 카지노 : 딜러국가, 잔부의회인가?’, 상원 정보보고서, 2002년 2월 13일.
(5) <France 2> 텔레비전 프로그램 <Envoyé spécial 특파원>, 2022년 1월 20일.
(6) www.anj.fr.
(7) ‘Paris sportifs : ce que prépare le gouvernement pour protéger les jeunes 스포츠 도박 : 젊은층 보호를 위해 정부가 준비 중인 대책’, <Ouest France>, 2022년 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