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프랑스령을 뒤흔든 시위대 함성

“보건패스에 우리는 착취당하고 있다”

2022-01-28     로맹 크뤼즈 l 지리학자, 사진작가, 포르드프랑스 유럽가톨릭대학교(ICEA) 강사

인접 국가들과 통계수치를 비교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복잡한 문제다. 수치 계산 방식이 다르고, 이론적 전제 또한 다르다. 그러나 동일한 유엔 산하기구에 소속된 중남미 국가들 자료에서는 비교 가능한 수치를 사용한다. 1948년부터 유엔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는 무수한 변화들 속에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권고들을 작성했다.

 

“우리는 착취 당하고 있다!”

집회, 파업, 도로봉쇄, 점거... 2021년 11월부터 거센 시위가 프랑스령 카리브 해 지역을 뒤흔들고 있다. 이 시위의 표적은, 다름 아닌 프랑스 정부다. 시위대는 헌병과 헌병대에 총격을 가했고, 전쟁 무기까지 동원했다. 세관과 무기고는 약탈당했고 마트와 상점들이 불탔다. 원형 교차로는 검게 탄 자동차 차체들로 뒤덮였다. 프랑스 본토에서 헌병특공대가 출동했다. 2009년의 오랜 파업을 상기시키는 이번 난국의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백신 의무화 및 ‘삶을 파괴하는’ 보건패스에 대한 반대였다. 클로르덱온(Chlordecone, ‘클로르데콘’이라고도 표기) 사태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지역이기에, ‘백신으로 우리를 독살하려 한다’라는 의심이 번졌다. 클로르덱온은 1972~1993년 바나나 재배에 사용된 살충제로 전립선암, 유방암, 난소암을 유발했고, 조산 및 영유아 발달장애 등을 야기했다. 클로르덱온의 이런 위험성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1979년부터 경고했으나, 프랑스 본토에서는 이 경고를 오랫동안 무시했다. 그 결과, 마르티니크와 과들루프 지역민의 90% 이상이 클로르덱온에 노출됐다.(1)

둘째는 ‘물가상승’ 논쟁이다. 주방용 휘발유와 가스값 인상으로 시작된 이 논쟁은 ‘노란 조끼’ 시위의 빛깔을 입혔다.

셋째는 “식민지에서 우리를 착취했다!”라는 인식으로, 프랑스령 카리브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저항에 내재돼있다. 이 인식은 모든 것을 초월해 지역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한편으로는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섬이 프랑스의 해외영토가 된 상황을 수용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카리브해 섬에서 태어난 식민지 태생의 백인들을 향한 뿌리 깊은 적개심이 담겨있는 역설적인 인식이다.

현지 대형 유통업체의 경영자는 대개 식민지 태생 백인이다. 원주민들로서는 백인들이 벌어가는 돈을 ‘부당이익’으로 여길 수 있다. 식민지 시절의 착취가 계속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정부가 개입을 회피하는 대형 유통업체의 과점 상태는 식료품 가격상승을 유발했다. 공식 통계자료에 따르면, 동일 제품 가격이 프랑스 본토보다 프랑스령 카리브해 섬에서 38% 더 상승했다.(2) 가격 차이가 날 요소는 운송비용 밖에 없는데, 100% 이상 상승한 경우도 있다.(3) 

 

무엇을 위한 백신인가

노동조합의 바리케이드 설치에 이어,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된 ‘무허가 바리케이드’가 재빨리 설치됐다. 과들루프에서 ‘부캉 지구 자치 공화국’은 섬의 모든 건설업을 마비시키면서 셍트 로즈 지역의 바리케이드까지 연결됐다. 이런 대혼란 상태에서 노동조합은 요구사항 목록을 발표했다. 백신 의무화 및 보건패스 폐지, 휘발유와 가스 세금 인하, 물가 인하, 청년층 취업대책 등이다. 시 외곽에서는 복면을 쓴 청년들이 상점들을 약탈하고, ‘불법 바리케이드’ 설치를 위해 주차한 운전자들에게까지 돈을 뜯어냈다. 

베마오 지역에서 사회단체들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큰 형님’, 프레데리크 뒤메닐은 이런 폭력 사태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부족한 식수와 50%에 달하는 청년층 실업 등의 문제를 보십시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코로나 사태와 전쟁 중이라고 했습니다.” 뒤메닐은 바리케이드를 친 청년들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왜, 프랑스에서 우리에게 백신을 강요할까요? 클로르덱온 사태 때 우리의 건강은 뒷전이던 프랑스에서, 갑자기 우리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걸까요? 그리고 건설업계와 토목업계에서 시위할 때는 3일 만에 협상하고 해결책을 찾더니만, 우리 시위는 특수부대를 보내 진압하고 있습니다.”

 

먹이사슬의 끝에서

긴 레게머리를 한 40대의 장이브는 가명을 요구했다. 그는 현재 9명의 직원을 둔 경영자지만, 이 작은 성공까지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자신의 뿌리에 자부심을 가지고 카리브 및 아프리카 생산자들과 함께 일하는 그는 프랑스 및 유럽연합의 여러 행정 문제와 충돌했다. 이는 서인도 제도 프랑스인을 고립시켰다. 은행 대출도 쉽지 않았다. 현지 은행들은 소비 대출을 제외하고는 매우 강경했다. 소규모 기업들은 비밀보장에 대해 그들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지역 단체들의 지지를 얻기는 매우 어려웠고, 이는 인맥과 밀접하게 연계됐다. 

장이브는 북부지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인접국가인 도미니카에서 선편으로 휘발유를 들여오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리된 중고차나 구식 지게차를 취급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워나갔다. 한 칸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해서 두 칸으로 확장했고, 탁아소였던 곳을 창고로 개조했다. 그가 화학자 한 명을 고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그만큼 성공을 거둔 이들은 매우 드물다.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다 보면, 자신이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부가가치 창출과 소비에도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현지 기업가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엔지니어, 보리스 뒤푸가 지적했다.

 

오염된 수도관

시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불만사항들은 불투명한 공적자금 운영, 프랑스 및 유럽 보조금을 할당받지 못해서 발생하는 손실, 형편없는 상수도 관리 등이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현지 선출직 공무원 및 국회의원들도 책임이 있다. “상수도 공급 문제를 보면, 선출직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제네랄 데 조’ 등 다국적 기업과 유착해, 부정부패를 40년 넘게 지속했습니다.” 포엥트­아­피트르 시의 환경운동가 출신 시장인 아리 뒤리멜이 설명했다. 뒤리멜은 환경운동단체 대표 시절,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접했다. 그는 고소장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선출직 공직자들과 상수도 다국적 기업이 체결한 협약에 대해 알게 됐다. 임대계약 만료시점에서 기업은 오염된 수도관을 방치하고 떠났으며, 공직자들은 그 기업을 고소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과들루프는 돌출된 지형 덕택에, 연평균 최대 10미터의 강우량을 버틸 수는 있다. 그러나 마르티니크보다 더 심각한 상수도 문제로 인해 수개월 동안 단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수도 유지 및 보수를 위해 사용자들이 납입한 수십만 유로가 증발됐다.

 

백신에만 적용되는 프랑스 법

‘과들루프 노동자 조합(UGTG)’의 전 조합장이자 ‘과도착취 반대연합(LKP)’의 전 대변인인 엘리 도모타는 현재 사태가 1967년 과들루프 5월 항쟁(인종차별로 인한 파업기간 내내 경찰과 시위 참가자들이 대치했던)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사측은, 검둥이들은 배가 고프면 다시 일할 것이라고 했어요(...) 해외프랑스부 장관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는 우리에게 백신접종 거부자들은 착각하고 있고, 그 착각의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한테서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백신을 거부하는 것은 ‘문화적’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치 우리 과들루프 사람들이 비과학적이라는 듯이 말입니다.”

클로르덱온 사태 때처럼 정부는 우리를 속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선택권입니다. 의사에게 이버멕틴 구충제 처방을 받게 해주고, 카리브해 다른 국가들에서처럼 치료제와 백신 중 선택권을 달라는 겁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이것은 프랑스에서 법으로 정한 일이다!”였습니다. 그렇다면, 상수도 배급과 관리에 대해서는 왜 프랑스 법을 적용하지 않는 겁니까? 수돗물의 클로르덱온 함유 비율은요? 대중교통은요? 공공건물의 내진 규정 준수는요? 어째서 과들루프에서 유일하게 적용되는 법은 백신 강요뿐입니까?”

 

파산, 화재, 파업, 고발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 최근 몇 년간 그렇다. 수도 공급 이외에도 공교육 시스템은 반복되는 파업과 자가격리, 그리고 현재의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흐지부지됐다. 대학 측은 내부에서 진행되던 파멸 상태를 일시적으로 멈춘 코로나 사태에 고마워할지도 모른다. 지역 매체들이 습관적으로 보도하던 공공연한 다툼이 비대면 상태에서는 은폐된 것처럼 보인다. 푸앵트아피트르(Pointe-à-Pitre) 병원의 어처구니없는 파산 상태는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양동이로 막고 있는 천장 누수, 침수, 곰팡이, 벌레들의 창궐, 2017년의 화재, 심각한 인력부족과 계속되는 파업. 새로운 센터는 2년째 공사 중이다. 폐기물 수거는 정기적으로 마비됐다. 수거센터에서 계속 일어난 화재와 파업 때문이다. 파업은 지난해 7월과 8월 두 달간 계속됐다.

그러자 경시청은 수거센터의 심각한 문제들(재정, 기술, 운영 등)을 고발했고, 수거센터의 책임자인 선출직 공무원들을 암암리에 거세게 비난했다. 의료보험공단 공무원들은 인종차별 등으로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고, 이제 막 50일간의 파업을 끝낸 상태다. 그들은 지속적인 인원감축과 관련된 공단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고발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상황은 충분히 악화됐다.

 

식민지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RVN(Rouge Vert Noir, 빨강 초록 검정)은 사회운동 단체다. 이 단체는 마르티니크의 유럽 식민지주의의 상징인 조제핀과 데스낭뷔크의 동상을 해체하고 노예제도 지지의 상징물들을 게시한 알코올 판매 업소들을 약탈하면서 2020년부터 유명해졌다. 그들은 또한 백인들의 농경지 독점을 고발하고자 바나나 재배지에서 이른 수확을 조직했다. 그리고 프랑스령 서인도 제도에서 노예제도 철폐를 이끈 지역으로 알려진, 쇨셰르 시를 상징적으로 개명했다. RVN의 측근인 한 DJ는 서민들의 문화행사가 모두 코로나 사태로 취소됐다고 지적했다. 이 행사들은 역사적으로 식민지였던 사회의 폭주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다. 알리제 탐험경주대회, 자크 바브르 대서양 횡단 요트 경기 등 외부에서 참여하는 행사들만 허가됐다. 이런 점에서, 식민지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그토록 격분하는 이유다. 

 

여전히 불편한 시위

60% 이상이 여전히 백신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근본적인 동기는 폭넓게 지지받고 있다. 그러나 시위의 형태는 불편하다. 철두철미한 도로 점거는 시민들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자가격리처럼 돼버린 현 상태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유발했다. 특히 두건을 쓰고 때로 무기까지 소지한 젊은 층의 폭력은 불안을 야기했다. 수만 개의 소규모 기업들로 구성된 경제조직은, 마르티니크와 과들루프에서 약 십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 기업가들에게 시위의 영향, 특히 항구 점거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비만과 향수병

대학부속병원 직원이자, 과들루프 가정의 아버지인 A씨는 코로나 사태가 자녀들의 운동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체육관에 입장할 때마다 PCR 검사를 해야 한다. 백신 접종자들에게는 PCR 검사가 면제된다. 그들 또한 코로나 감염 및 전파 가능성이 있음에도 말이다. 2년 전부터, 운동을 하러 가는 것조차 매우 힘겨운 여정이 됐다. 

비만 문제는 우려스러운 피라미드형 연령 분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0~65세 연령대에서 비만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청년층에서 20세부터 두드러지는 것은 다름 아닌 ‘유출’이다. 청년의 약 절반은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고, 나머지 절반 중 상당수가 취업을 위해 떠난다. 이들 중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90% 이상이지만, 현지 상황 때문에 고향에 돌아올 수 없는 형편이다.

 

시위의 여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협상은 그럭저럭 이어지고 있다. 마르티니크에서 보건문제에 대한 논의는 백신 의무화 최종통첩 며칠 전에 중단됐다. 경시청과 노동조합 연합 구성원들이 모두 코로나 양성자로 판정받았기 때문이다. 

 

 

글·로맹 크뤼즈 Romain Cruse 
지리학자, 사진작가, 포르드프랑스 유럽카톨릭대학교(ICEA) 강사

번역·권정아
번역위원


(1) ‘Chlordécone et autres pesticides : Santé publique France présente aux Antilles de nouveaux résultats 클로르덱온과 다른 살충제들: 프랑스 보건부는 프랑스령 카리브해 섬에 새로운 결과들을 제시했다’, 프랑스 보건부,  Saint-Maurice, 2018년 10월 17일. / 김윤나영, ‘프랑스령 카리브해 섬에 '살충제 시위' 벌어진 까닭은’, <경향신문> 2021년 2월 28일자(수정: 2021년 3월 24일)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102281735001
(2) ‘Avis 19-A-12 concernant le fonctionnement de la concurrence en Outre-Mer 프랑스 해외영토에서 공정거래에 관한 통고 19-A-12’, 프랑스 공정위, Paris, 2019년 7월 4일.
(3) ‘En Martinique, le débat sur la vie chère refait surface 마르티니크에서 수면으로 떠오른 고물가 논쟁’, <Huffington Post>, Paris, 2021년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