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거대 환경업체 NRT의 실체

자연 보호인가, 기업 보호인가?

2022-01-28     장크리스토프 세르방 l 기자

원주민들에게 가해지는 무력 추방과 학대, 고문, 협박, 재판 없는 집행. 일방적인 목축업자 선출, 정치 및 지역 행정의 도구화… 케냐의 거대 환경업체 NRT(Northern Rangelands Trust)가 하는 일들이다. NRT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환경업체’를 표방한다. 그러나 이 단체가 실제로 케냐 북쪽 지역에서 하는 일들을 보면, 실상 ‘폭력 증폭기’에 가깝다. 

 

미국 NGO인 ‘오클랜드 연구소’와 ‘본 분쟁해결 연구소(BICC)’는 이번 겨울 2건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NRT가 케냐 북쪽 및 동쪽 지역에서 1955년부터 발전시켜온 공동체 보존정책 스토리텔링을 격렬하게 비난한다. 현재 NRT는 케냐 국토의 약 9%에 해당하는 6만 3,000km²에 걸친 43개 공동보호구역을 감독하고 있다. 이는 국가관할 구역이 아니다. NRT가 내세우는 방향은 2021년 9월 마르세유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총회에서처럼 자연보존 국제 대회들에서 제창된 모형이다. 동아프리카의 주요 사설환경업체 NRT는 아프리카 대륙의 민관협력을 통해 비오톱(Biotope) 환경보존 정책들에 자금을 대는 NGO, 동물원, 자선단체들과 같은 서구 발전구호단체들의 원조를 받고 있다.

NRT의 최초 구상자는 이안 크레이그다. 그는 한 세기 전부터 케냐에 정착한 유명한 ‘백인 카우보이’ 가문 출신이다. NRT는 지역 공동체를 배제하면서 점점 논란거리가 된 ‘접근금지식 환경보존’에 대한 반격이었다. NRT의 포괄적 프로그램에 따라, 주민들은 지역 동물의 보존 및 비호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리고 환경보존, 관광업, 심지어 가축 판매로 이뤄진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자연보호구역의 중재자 역할을 맡은 NRT는 절대권력 영역(예산, 보안, 상거래)을 관리한다. NRT의 소재지는 크레이그 가문의 농가, 레와 다운스 목장이다. 6만 헥타르에 달하는 이 목초지는 1980년대에 코뿔소 보호지로 변경됐다가 케냐의 고급 자연보호공원 및 사립 사파리 관광지가 됐다. 

2013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구역으로 선정된 에덴은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약혼 장소로도 유명하다. NRT에서 공식적으로는 컨설턴트 임무만을 맡았던 이안 크레이그는 윌리엄 왕세자의 유명세에 힘입어 아소카 혹은 빅라이프 재단과 같은 아프리카 대륙의 보호구역을 관장하는 수많은 NGO의 행정 자문까지 맡았다. 크레이그는 나아가, 미국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아이보리 게임(The Ivory Game; 상아전쟁)>(2016)에서 르완다 관광부 및 남아프리카 국립공원 NGO를 대표하는 르완다 아카게라 국립공원의 고문으로 등장한다.

NRT가 추진한 자연보호 공동체는 케냐 북동쪽에 위치한 이시올로와 투르카나 지역에서 대부분 진행됐다. 이 지역들은 자연보존뿐만 아니라 지역 보안정책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총기가 유통되는 케냐 북쪽의 국경 지역은 자연보존과 끊이지 않는 분쟁이 맞물려 있다. 많은 경우 사상자가 발생하는 빈번한 긴장상태는,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연구자인 사라 반 데르 호븐이 지적한 것처럼, 공유하는 천연자원에 대한 경쟁상태 때문이다.(1)  

또한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케냐 북쪽은 거대한 경제적, 지정학적 이권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코리더 노선들(라무항구-남수단-에티오피아 교통 코리더(LAPSSET))은 대서양으로 합쳐지기 전에 이시올로에서 만난다. BI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케냐 연구자인 케네디 음쿠투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발전 프로젝트들은 지역 공동체들을 이주시키고 배제하려고 위협하고 있어요. NRT는 케냐 정부의 지배를 받지 않으면서도 북 케냐에서 영향력과 정치력을 키우고 있는 강력한 사업체입니다. NRT가 지역 공동체와, 그들 간 안보에 대한 관할권과 관련해 위급한 문제들을 일으킨 건 확실합니다.”

BICC에 따르면, NRT는 이제 직접적인 폭력의 행사 및 권한을 역동적으로 재편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의 목축업자들은 이제 평화 사절단이자, 동시에 무장한 산림 감시원들이 됐다. NRT는 위계질서를 구축하면서 경찰업무를 맡았다. 이는 자연보존이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다. 또한 NRT는 공동체의 폭력에도 연계됐고, 종종 분쟁을 심화시키거나 편파적으로 행동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NRT가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에 삼부루나 보라나와 같은 시민사회 조직들과 케냐 국영언론사의 기자들이 NRT를 주시하고 있었다. 2018년, NRT는 약 백만 달러를 지원한 스웨덴 국제개발협력청(SIDA)의 협조에 힘입어 토지를 독점했다가 케냐 목축민기자연합에 고발당했다. NRT는 매번 상대방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관련 발표를 통제하기 위해서 NRT는 세밀하고 엄격한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자신들의 모델에 대한 민감한 정보들을 수집하지 못하도록 연구자들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NRT를 비난하는 이들의 표현대로 이 ‘국가 속의 국가’는 단 한 번 굴복했을 뿐이다. 1995년, 석유기업 툴로우오일은 풍부한 화석연료가 잠재된 지역들 중, 6개의 새로운 동물보호구역에 투자하고자 했다. 당시 NRT가 이 기업과 1,200만 달러의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자, 투루카나 총독인 조스팻 나녹은 이 프로젝트를 중지시켰다. 그러나 전 국회의장인 프란시스 올레 카파로 같은 NRT의 정치적 연줄 덕분에 파괴적인 언론의 공격이나 서구 투자자들의 불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요한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환경을 위한 프랑스기금(FFEM)’을 통해 NRT 공동체 활동에 2백만 유로를 출자하는 프랑스발전기구(AFD)는 이 보고서들에서 제기된 인권침해 고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두 개의 프랑스 공공 기금 출자기관과 4개의 서구 출자기관(USAID, DANIDA, 유럽연합, 미국 NGO인 The Nature Conservancy)은 NRT 고발에 대한 독립적인 기관의 조사를 촉구했다. AFD에 따르면, 이 조사는 현장 상황의 이해를 돕고자 인권단체를 비롯한 각종 NGO들과 케냐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조사결과는 2022년 3월중에 공개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오클랜드 연구소와 ‘본 분쟁해결 연구소(BICC)’의 보고서는 2년간의 조사와 60회 이상의 토론을 통해 작성됐다. 

NRT 고발건은 유럽연합의 의장직을 맡게 된 프랑스로서는 달갑지 않다. 2020년 말, 케냐 사무소 소장인 기슬랭 드 발롱의 중재를 통해서 AFD는 NRT 건물 아래 4개의 새로운 자연보호구역의 개발을 위한 570만 유로의 대출을 인정했다. 아프리카연합과 공동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연합 의장은 2월 정상회담에서 네이처아프리카(NaturAfrica)의 발의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생물다양성을 위한 전략적 접근을 비준해야 한다. 프랑스가 주도할 이 프로그램들은 NRT와 같은 업체들이 필요하다.

그 사이 케냐에서 긴장은 커져갔다. NRT의 비정상적인 지역관할에 대한 최근의 폭로들은 케냐 환경운동가 모르드카이 오가다같은 활동가들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NGO ‘서바이벌’의 측근인 그는 1월 18일 오클랜드 연구소가 주최하는 화상회의에 참여했다. 다시 시작된 가뭄과 정체상태에 빠진 관광산업으로 황폐해진 북 케냐의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2022년 8월 선거의 사전선거운동이 시작된 나라에서 이 사건이 발생했다. 이 모든 것들은, NRT의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며 공동체 간의 긴장을 악화시킨다. 또한 신념보다 실리를 찾아 사설 자연보존으로 전향한 백인 대지주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복음주의 목사이자 가수인 시각장애인 루빈 키가미는 케냐연방정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 그는 이미 케냐 북부 공동체들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또한, “자연보존이라는 명분의 신식민주의적인 토지독점”을 비판했다. 빛바랜 사진 속에, 야심찬 사냥꾼이었던 젊은 이안 크레이그의 모습이 보인다. 이 모습에 조만간 흠집이 날 수도 있다. 

 

 

글·장크리스토프 세르방 Jean-Christophe Servant 
기자

번역·권정아
번역위원


(1) Sara Van Der Hoeven, ‘Armes à feu et conservation de la nature. Protéger la faune et assurer “la paix et la sécurité” dans le nord du Kenya 총기와 자연보존, 케냐 북부에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과 ‘평화와 치안’을 보장하는 것’, <Esquisses>, Sciences po Bordeaux-CNRS, 2021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