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노트에 갇힌 중등교육

필수적인, 그러나 번거로운 학사관리 소프트웨어

2022-01-28     뤼시 투레트 l 기자

프랑스 중고등학교의 약 2/3가 프로노트(Pronote)를 도입했다. 이 학사관리 소프트웨어는 학생과 학부모, 교육 공동체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청소년 교육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 실시된 고등학교 개혁에 대처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프로노트는 교사의 직무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 교사 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고등학교 수학시간, 수업 직전 출석을 부른다. 교사는 대답이 없는 학생을 프로노트에 ‘결석’으로 표시한다. 교무과의 교육 보조원(AE)은 결석한 학생의 부모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낸다. 역사 교사가 최근 시험의 점수를 프로노트에 올린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림 메시지가 발송된다. 다음 수업실이 어디지? 내일 제출할 과제가 뭐지? 답은 모두 프로노트에 있다. “프로노트요? 매일 쓰는 필수품이죠!” 학생, 교사, 교장, 교육 고문(CPE), 교육 보조원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프로노트는 피할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제출할 과제, 온라인수업 링크 등 모든 정보가 전부 프로노트에 있다. 브레스트에서 물리와 화학을 가르치는 교사 올리비에 퀴종은 “디지털 도구가 학교를 점령했다.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교육에서 소외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등교육의 일류 디지털 파트너

프로노트는 2020년 프랑스 우정공사(Groupe La Poste)가 인수한 민간기업 인덱스 에뒤카시옹(Index Éducation)이 1999년 개발한 학사관리 소프트웨어다.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독보적인 교육분야 소프트웨어다. 현재 프랑스 중고교 68%에 해당하는 1만여 개의 학교가 프로노트를 사용한다. 2019년 프로노트는 접속횟수 12억 건을 기록했다. 원격수업이 진행된 2020~2021학년도 접속횟수는 2019년의 3배에 달하는 34억 건에 달했다. 봉쇄기간 동안 프로노트는 매일 2,200만 건의 접속횟수를 기록했다. 현재 일일 접속횟수는 1,600만~1,800만 건이다. 

홈페이지를 보면 인덱스 에뒤카시옹은 ‘중등교육의 일류 디지털 파트너’를 자처한다. 2020년 매출액은 2,150유로에 달한다. 매출액 중 30%가 프로노트의 기여분이다. 2019년 프랑스 감사원 보고서는 “교육부가 학사관리 소프트웨어에 거의 종속된 상태”(1)라고 지적하며 교육부에 학사관리 “주도권 회복”을 권고했다. 노조는 프로노트의 전적인 국유화와 무상보급을 요구하고 있다.

프로노트 연간 사용계약 갱신은 학교장의 권한이다. 교사진이 갱신을 반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용료는 학교 규모에 비례하며, 2021년 기준 세금 포함가로 ‘교사 30명’ 상품  649.74유로에서 ‘교사 수 무제한’ 상품 1,186.74유로까지 다양하다. 프로노트는 애초부터 학교장들의 요구로 개발됐다. 1992년 개발된 소프트웨어 EDT로 일정 관리를 자동화해 상당한 시간 절감 효과를 본 학교장들은 인덱스 에뒤카시옹에 성적표 관리 프로그램 개발도 요청했다. 인덱스 에뒤카시옹은 고객의 요구를 꾸준히 반영해 메시지함, 과제 노트 등의 서비스도 추가했다. 새로운 기능이 하나둘씩 추가되면서 프로노트는 각 학교 교육 공동체 내의 상호작용의 중심이 됐다.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보브나르그 고등학교 교장이자 중고교 학교장 노조(SNPDEN-UNSA, 다수파 노조) 사무총장을 역임한 필리프 뱅상은 인덱스 에뒤카시옹의 초창기를 회상하며 이 기업의 ‘적응력’에 찬사를 보냈다. “이 기업의 서비스는 필수 요소가 됐다. 현재 내가 아는 교육 고문은 모두 프로노트를 사용한다.” 대다수의 교육 고문과 교사는 프로노트의 실용성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한다. 대중 사이에서 “이제 프로노트 없는 생활은 불가능하다”라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인터뷰에 응한 교사들은 프로노트 없이 고등학교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2019년 새 학기부터 실시된 개혁으로 고등학교에서는 ‘계열’이 사라지고 전공과 선택과목이 생겼다. 학생들은 이에 따라 시간표를 짜는데, 구성 가능한 시간표 조합이 100개가 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같은 학급 학생들이 같은 수업을 듣는 경우가 드물어지고, 교사들은 전공과 선택과목에 따라 각기 다른 학급의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일례로 교사 한 명이 6개 학급 학생들을 가르칠 경우, 그 교사는 총 6명의 담임교사를 상대해야 한다. 또한, 학급별로 열리는 6개의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해야 한다. 모든 수업이 이런 식이니, 교사가 이 모든 사람들을 면대면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프로노트는 필수품이 됐다.

 

교사에게 프로노트는 무엇인가?

프로노트가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 잡자, 개발자는 소프트웨어의 존속과 확장에 필수적인 조건인 연간계약 갱신을 보장받았다. 이렇게 학사관리의 구심점이 된 프로노트는, 교사의 업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올리비에 칼데롱 인덱스 에뒤카시옹 최고경영자(CEO)의 초기 의도는 시간 절약을 통해 교사가 학생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수학교수 출신인 칼데롱은 “교사들을 정말 존경한다”(2)라며, “교사들을 짓누르는 큰 중압감”, “직무상의 어려움”, “학생을 도울 시간이 부족한 현실” 등 교사의 고충들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교사의 일을 덜어주기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오히려 교사의 일을 늘리고 있다. 프로노트가 개발된 지 22년, 오히려 행정업무가 늘어났다고 불평하는 교사가 많다. 프로노트에 지난 수업 내용을 요약하는 업무는, 실제 수업만큼 중요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상트르발드루아르 지역의 한 프랑스어 교사는 프로노트와 연관된 사무 업무가 “필수 업무”가 됐다고 지적한다. “프로노트로 출석을 부르고 프로노트에 지난 수업 내용과 과제를 올린다. 이것이 교사의 업무인가? 과제 노트를 열심히 작성한다고, 수업의 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발드마른 주의 역사·지리 교사 알리스 로드리게스는 “프로노트는 교사들을 고립시킨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전에는 교무실에 들러서 큰 기록부에 성적을 기입했다. 그렇게 교무실이라는 공동공간에서,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자 개인 컴퓨터에 성적을 입력한다. 프로노트가 교류를 앗아간 것이다.” 게다가, 교사들은 귀가 후에도 퇴근하지 못한다. 프로노트의 다양한 기능 중 특히 알림 메시지 기능 때문이다. 성적이나 과제 노트를 기입하기 위해 프로노트에 접속하면, 계속 메시지가 뜬다. 근무시간 외에는 프로노트 메시지 알림 기능을 비활성화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교사들 가운데, 학교에 그렇게 건의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프로노트 덕분에 시간을 번 사람도 있다. 바로 교육 고문과 교육 보조원이다. 특히 결석현황이 즉시 확인 가능한 출석 자동집계 서비스는 매우 획기적이다. 과거에는 교육 보조원이 각 학급을 돌며 교사들이 작성한 출석부를 모아 교무과에 제출해 결재를 받았다. 리옹 지역의 한 학교 단지에서 근무하는 교육 고문인 리스 마트레는 좀 더 전반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학생 모니터링은 우리 직무의 핵심이다. 프로노트를 사용하면 학생의 알림장, 학생이 연관된 사건별 정황 등을 통해 한 학생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정보 공유를 위해 교사진과 함께 학급별 스레드(Thread; 인터넷 게시판이나 토론창에서 최초 메시지에 대한 관련 댓글들의 연속-역주)도 개설했다. 이는 교육의 일관성을 유지시켜준다.”

 

부모에게 감시당하는 청소년들

마트레는 한편, “프로노트 사용이 소통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라는 점도 신중하게 지적했다. 보르도 도심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육 고문 장프랑수아 페르보도 “매우 실용적이지만 어디까지나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며 프로노트 사용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브레스트의 물리·화학 교사 올리비에 퀴종은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며 “학생마다 방과 후 벌을 받은 시간, 지각한 횟수, 알림장의 글 등이 빠짐없이 기록된 것을 연말에 확인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전년도 자료까지 확인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는 실시간으로 결석과 지각을 통보받으며 자녀의 귀가 전에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프로노트가 없는 세상이란 상상하기도 힘들다. 

페르보 교육 고문은 “청소년들에게, 학교의 역할 중 하나는 가족과의 분리다. 이는 청소년기의 자아형성에 필수적인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로노트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부모에게 즉시 보고한다. 학부모 위원회 연합(FCPE)에서 활동하며 오래전부터 프로노트를 사용하지 않는 학부모 안 티에리는 “이런 상황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매우 이상한 관계를 형성한다”라고 토로했다. “많은 학부모가 프로노트 앱을 휴대폰에 설치해 알림을 받는다. 이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성적을 알 수 있다.” 안 티에리는 이런 상황에 대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나쁜 성적을 부모에게 알리는 것도, 책임에 대한 하나의 학습과정인데, 이런 학습의 기회를 프로노트가 앗아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부모의 경우, 더 이상 자녀를 신뢰할 필요가 없게 됐다. 자녀가 아닌 프로노트를 통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퀴종은 “한 학생이 5분이라도 늦으면, 그 학생의 부모는 바로 연락을 받는다. 학생의 사생활이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단체인 가족계획(Planning familial)에서 활동하는 교사 퀴종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때 수차례 병원에 동행했다. 2001년 제정된 오브리귀구법은 미성년이 부모의 동의 없이 자발적 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임신중절을 원하는 학생은 본인이 선택한 ‘성인 보호자’ 한 명과 동행해야 한다. 퀴종은 이 역할을 수차례 맡았다. 과거에는 한 여학생이 임신중절을 위해 반나절 결석하면, 학교장이 교무과에 들러 해당 학생의 결석카드를 빼버리면 됐다. 퀴종은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학부모에게 즉시 연락이 가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모든 교사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모든 학부모가 프로노트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의 감시 여부를 떠나 이 소프트웨어의 가동방식은 학생들의 심리와 미시체계(microsystem)에 영향을 미친다. 프로노트 사용 전에는 학생들은 각 수업시간이 돼야 그 수업의 성적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언제든지 성적이 휴대폰에 뜬다. 교사들이 온라인에 게시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 즉각성은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평가의 압력을 한층 더 높인다. 즉 프로노트는 성과주의를 강화한다. 상트르발드루아르에서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어 교사는 “교사가 채점지를 학생에게 주며, 조언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같은 성적이라도 학생마다 의미가 다를 수 있는데도 말이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렇게, 프로노트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관계를 바꿔놓았다. 막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은 교사가 수업시간에 약속한 자료가 플랫폼에 올라와 있지 않으면 놀란다. 학부모는 금요일 밤 9시에 교사에게 자녀의 나쁜 성적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여기에서도, 학부모와 학생과의 소통이 사라진다. 상트르발드루아르의 프랑스어 교사는 “학부모와의 관계가 더 직접적이 됐다”라며, “과거에는 우리와 학부모 사이에 학생이 있었다. 학생들은 알림장에 적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학생이 배제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자립성을 키워야 하는 시기에, 유아 취급을 받으며 중압감에 시달리는 프로노트 세대 청소년들. 이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글·뤼시 투레트 Lucie Tourette 
기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Le service public numérique pour l’éducation. Un concept sans stratégie, un déploiement inachevé 교육용 디지털 공공 서비스. 전략이 부재한 개념과 미진한 배치 현황’, 감사원, Paris, 2019년 7월. 
(2) 팟캐스트 <Edtech France>에 방송된 인터뷰, 2019년 1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