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계의 후퇴하는 분노
지난 2년 동안, 프랑스 공연계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연계가 받은 타격은 컸고, 많은 예술가들과 관계자들은 “공연예술계가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공연장의 문은 다시 열렸고, 보건패스와 줄어든 관람객 수 외에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공연계는 다시금 기존의 관습과 서열체계로 돌아갔다.
하지만 공연계 시즌의 시작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영리 목적의 몇몇 사설극단들은 스타들 덕택에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많은 신작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재공연 작품들도 재개가 쉽지 않았다. 애호가들조차 공연장 방문을 주저했기 때문이다. 국립 극단들은 애호가들의 열정에 힘입어, 예술지상주의를 내세우며 힘차게 재출발했다. 그러나 반응은 느리고 조심스러웠다. 극단들은 대부분 공연석을 다 채우지 못했고, 그 비율은 4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이 급격하게 감소하자, 조급해진 극단 책임자들은 날마다 저녁을 기대했다. 마지막 순간, 관객들이 극적으로 객석을 채우리라고 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2020년 겨울 파리의 시위자들이 요구했듯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사고의 혁명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불법체류자들이나 빈곤층에 속한 이들도 항의 성명서에 포함시켰다. 지난 4월, 시위 참가자들은 오데옹 극장, 파리 라콜린 극장, 그리고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과 마르세유 라시레 극장처럼 지난 3개월 동안 어려움을 겪은 지역 극장 100여 개를 점거했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핵심 사안은 간헐적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보상금 연장이다. 이 보상금은 가이드와 같은 다른 직종 노동자들에게도 확장 적용된다. 보상금액은 매우 적었으며, 그나마 극단 종사자들에게만 지급됐다. 그들은 실업보험 법안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법안은 수정을 전제로 지난 10월 1일 발효됐다.
일련의 자유로운 의견 표현으로 일하려는 욕구가 충족됐다. 2020년 12월 15일 바스티유 광장에서 표출됐던 분노는 사그라졌다. 그동안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뤄졌고, 공연 노동조합이나 ‘임시직과 간헐적 노동자 연합(CIP)’도 조용하다. CIP는 배우 사뮈엘 쉬랭을 통해 “극장들이 문을 닫게 만들었으니, 이제 공연은 성당이나 경매장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지만, 그의 위협들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늘날 극단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결집된 대표적인 협회들이 방심하지 않고, 보다 신중한 방식으로 부문별 요구사항들을 관철하기 위해서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일례로, 공연 노동조합은 실업보험 개혁의 영향을 파악하고자 일련의 질의응답을 개시했다. 여하튼, 우리는 폭풍우가 지나간 후의 평온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 평온은 후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시위에 참여한 청년들 중 일부는 정부보조금을 받는 극장의 요직을 요구했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극장 책임자들이 모두 불평등을 묵인하는 마키아벨리는 아니다. 오히려 공교육 기관과의 연계에서 극단 책임자들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고, 그 점에 있어서는 신뢰를 얻었다. 국가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이 분야에서는 직급을 막론하고 공적 임무를 진정성 있게 수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규모가 큰 극장들은 대개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들은 지역 극단을 거의 받아주지 않는다. 극장 프로그램 편성에서 새로운 극단은 매우 드물다. 현 시대 프랑스 극작가들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일도 매우 드물다. 외부감독기관은 공연 배우들의 ‘다양성’을 요구하지만, 극장이 자발적으로 이를 추진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비뇽 IN 페스티벌은 OFF 페스티벌과 달리, 굳게 닫힌 성문이다. 소통과 개방이 절실하다. 많은 예술가들은 “대형극장들은 콧대 높은 귀족”이라고 비판한다. 문화부 장관에게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로즐린 바슐로 나르켕 장관에게서는 전혀 개혁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결정권자들처럼, 그녀는 오직 현상유지에 급급할 뿐이다.
변화가 가능할까?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의한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분노한 예술가들이나, 분노하지 않는 예술가들이나 오직 차기 대통령 선거와, 새로운 문화부 장관만 기다리고 있다. 아마 급하지 않은 모양이다.
글·질 코스타 Gilles Costaz
공연 평론가
번역·권정아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