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기후변화·가난 맞서, 아프리카 ‘거대 녹색장벽’의 꿈
동부 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기아(飢餓)로 인해 과학자들은 생태환경의 균형을 염려한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 여러 나라가 ‘거대한 녹색 장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발 더 나아가 주민들은 모두 이 프로젝트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은 처음에 마을 여성들이 할 수 있다고, 그리고 해야 한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마을의 많은 여성들이 구멍을 파고 나무를 심는 일 등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었다. 이런 일은 남자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작지만 다부지고 열정적인 나코 팔이 회상한다. 그녀는 열두어 명의 일행과 더불어 나무 그늘에서 햇빛을 피하고 있다. 이곳은 세네갈 서쪽의 쿠탈이라는 마을이다. 염소와 닭들이 집 사이의 모래 섞인 작은 길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있다. 오전 11시인데 벌써 열기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한 달 남짓 지나면 이 무더위마저 그리울 정도로 비와 습기가 닥친다.
용기 있는 여성들의 도전과 성과
쿠탈 마을의 남성들이 나무 심는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이미 다른 일에 얽매어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남성들은 주변의 소금광산에서 일하고 있다. 남성들은 ‘빠른 자동차’(1)를 타고 소금광산에 가서 밤이 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머지 남성들은 하찮은 일자리라도 찾기 위해 수도인 다카르 쪽으로 이주했다.
마을 여성들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나무들이 사라져가고, 더불어 마을의 삶도 휩쓸려갔다. 팔은 “심지어 새가 우는 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주변의 어떤 여성도 ‘기후변화’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몇 년 전부터 여성들은 가혹해진 기후와 지속적인 가뭄을 불평하고 있다. 계속된 가뭄 때문에 땅이 황폐해져 경작은 더욱 어려워졌다. 말할 것도 없이 땅속의 소금 함유량도 증가했다.
마을은 대서양에서 6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바닷물 두 줄기가 점차 마을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농업기술자 아다마 콘은 “세네갈 정부는 바닷물의 수위가 어떻게 상승했는지 측정할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토양을 검사해보면, 짠물이 토양 깊숙이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여자 농부 한 명이 손가락으로 소량의 하얀색 흙을 꽉 눌러 짜내서 “맛보세요. 우리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라며 도전적으로 우리에게 내민다.
쿠탈의 여성들은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의 마을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외국의 기부자들과 세네갈 정부가 파견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쿠탈 여성들은 290ha의 메마른 땅을 푸른 농업 삼림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6년을 투자했다. 쿠탈 여성들은 나무를 시장에 내다 팔고, 다양한 곡물을 수확하고, 그중 조나 옥수수는 식량으로 사용한다. 수입과 식량 생산이 상당히 증가했다. “아이들이 이 땅에서 먹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랑스럽다. 특히 아이들이 어머니들의 노동으로 그런 일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마을의 진짜 ‘용기 있는 할머니’인 아담 느디에이가 말했다.
마을 여성들은, 흔히 프로젝트 지지자들이 ‘아프리카의 거대한 녹색 장벽’이라 부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현재 마을 여성들은 그런 생각을 현실성 있다기보다는 관념적 생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녹색 장벽’이 실현되면, 이 장벽은 기후변화 투쟁에서뿐만 아니라 기아와 빈곤 투쟁에서 아프리카의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 으뜸패가 될 것이다. 얼마 전부터 동부 아프리카 대륙을 유린하는 기아는, 과학자들이 몇 해 전부터 예고한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즉, 검은 대륙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기온 상승과 잦은 가뭄으로 고통을 겪게 될 최초 대륙일 것이라는 예고다. 당연히 기후변화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75만 명의 동부 아프리카 사람들이(이 중 반은 어린이) 곧 죽을 운명에 처한 것은, 기아의 진앙지인 소말리아를 내전이 휩쓸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말리아 사람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정부의 무관심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현재의 가뭄은 1960년대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이런 천재지변은 이웃 소말리아보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케냐와 에티오피아에도 똑같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암시하기 때문에 대응행동이 필요했다. 새로운 접근법을 주저없이 채택하면서 문제의 근원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식량을 긴급히 배분하면 서구 정부들의 양심과 그들을 선출해준 국민의 양심은 안도하게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 해결책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아프리카의 거대한 녹색 장벽’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 개념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2005년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제안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사하라사막이 남쪽으로 확장돼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너비 15km의 삼림벨트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서쪽의 세네갈부터 동쪽의 지부티까지 연결되는 삼림벨트는 쿠탈의 농민들이 겪는 것과 똑같은 문제로부터 1천만 명의 가난한 농민들을 보호해줄 것이다.
사하라 이남 동서 횡단 프로젝트 추진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수반들이 다시 채택한 이 방책은 2007년 ‘사하라와 사헬(사하라사막 남쪽 가장자리의 지역명)의 거대한 녹색 장벽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아프리카 협력 계획에 통합됨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다. 유럽-아프리카 협력 계획으로 창설된 ‘범아프리카관리기구’의 집행위원장 압둘레이 디아 교수는 “목표는 ‘사막화, 토양의 황폐화, 생물학적 다양성 감소, 식량의 불안정을 막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2007년 ‘지구환경기금’(GEF)(2)은 “이 프로젝트에 1억1900만 달러의 1차분 협력 기금을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거대한 녹색 장벽’의 초기 계획은 엄청난 비판을 받는다. 수많은 과학자와 비정부기구들은 지역의 잠재성을 과소평가하는 수직적 접근방법을 비판한다. 그들은 이 계획이 장기적으로 어린 새싹들을 돌보고, 물을 주고, 동물로부터 보호하고, 가지치기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그들은 관개(灌漑)에 필요한 충분한 수단을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농산림센터’(이전의 ICRAF, International Center for Research in Agroforesty)의 소장인 데니스 개리티는 이렇게 말한다. “1970년대 이미 이와 유사한 아이디어가 전세계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이 아이디어는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초기에 아프리카의 국가수반들은 열정적으로 관심을 보였고, 해당 지역의 농업장관들은 엄청난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금을 지원하면 당신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심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수백 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데 대부분 고사했다.”
개리티는 “‘거대한 장벽’ 프로젝트에 무조건 나무 장벽을 만들 것이 아니라, 똑같이 야심차지만 좀더 은유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시 말해 환경보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현지 주민들의 지식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적으로 삼림을 다시 녹화하는 작업이 중요한 행동이지만, 삼림 재녹화는 쿠탈 마을에서처럼 식량 생산과 에코 시스템을 포함하는 포괄적 계획 속에 통합되어야 한다. 즉 토양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투쟁할 뿐만 아니라 수확량, 땅에서 나는 수익, 식량 안보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짜깁기되어 결국 실현될 것이고, 짜깁기된 프로젝트는 지도상에서 완벽하게 선 모양을 이루는 진짜 ‘장벽’이 될 것이다.
성공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성공사례를 조사했다.(3) FAO는 특히 나무를 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유지·관리까지 한 농민들 덕택으로 사헬의 수백만ha가 재녹화된 사례를 상기시킨다.(4) 개리티와 그 동료들은 ‘농업의 지속 발전 가능한 녹화’의 성공사례들을 기꺼이 참조한다. 경작된 들판 한가운데에 나무를 심는 것은 아프리카의 오래된 농사 방법이다. 산업화한 국가에서 빌려온 ‘현대’ 기술의 수입으로 그 농사 방법이 망각 속에 던져지게 되었는데, 농학자들이 다시 발견한 셈이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떨어진 낙엽들이 지속적으로 녹색층을 만들어내고, 이 녹색층이 물을 보관하는 토양의 능력과 비옥함을 증가시키면서 토양을 보호하고 재생시키는 것이다.
오바산조의 견해는 현지 주민보다 농림부를 더 배부르게 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그의 견해가 잘못된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다는 데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지구 감시 위성들이 찍은 고해상도 사진에는 사하라가 사실상 남쪽으로 파도처럼 덮쳐가고 있지 않다. USGS의 래리 태펀은 “이 사진들은 토양이 심각하게 메말라버린 잘못 보존된 수많은 토양 주름들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이런 사실이 ‘거대한 녹색 장벽’이란 개념의 오류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사막화는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리티의 ‘은유적’ 견해가 문제 해결에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래리 태펀은 “타깃으로 삼아야 할 곳은 사헬-사하라의 모든 경계선이 아니라 잘못 보존된 이런 지역의 토양”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전통 농법 되살려야
지질학자 디아는 “‘거대한 녹색 장벽’에 대한 ‘말 그대로의’ 해석을 반박하는 과학적 논거들이 정확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그럼에도 원래의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표명해버린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언짢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된 정치적 결정과 반대되는 행동을 너무 눈에 띄게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아이디어를 진전시키기 위해 결국 디아는, 견해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각각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 즉 ‘우리는 모두 똑같은 전략을 갖고 있다’는 시나리오를 궁리 끝에 찾아냈다.
개리티에게는 내뱉은 말의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거대한 녹색 장벽’에 대한 어떤 개념이 다른 개념보다 더 낫다고 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는 “우리는 사헬의 여러 지역에 구체적인 실천 행위를 권장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이 이미 완수한 성공 경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더는 그 일이 단지 나무만 심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리 말해, 정치 지도자들이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그 순간부터 과학적 연구와 현지의 노하우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작업을 시작하면 된다.
글. 마크 허츠가드 Mark Hertsgaard
<열기: 향후 50년간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HOT: Living Through the Next Fifty Years on Earth)>(하우턴 미플린 하코트·보스턴·2001)의 저자.
번역. 고광식 kokos27@ilemonde.com
주요 역서로 <성의 역사> <방법서설> 등이 있다.
(1) 몇 푼의 세파프랑(1유로는 대략 656세파프랑)을 받고 곡예운전을 하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작은 트럭.
(2) 지구환경기금(GEF)은 1991년 창설되었고, 19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3) 유엔식량농업기구, <토양의 지속적 관리의 실천사례: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를 위한 지침들과 좋은 실천사례들-토양에 대한 적용>, 로마, 2011.
(4) ‘곡물과 나무의 ‘상생’, 배고픈 아프리카의 희망’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9월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