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한국의 부동산 위기

프랑스 기자의 눈에 비친 한국 대선

2022-01-28     니콜라 로카 l 기자

오는 3월 9일, 대한민국 국민들은 연임이 불가한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다. 재임기간 5년 내내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계부채 급증이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꼽힌다.

 

빚에 쫓기는 실직자가 사채업자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은 문학과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이 소재는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차용되면서 한국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1)(2) 빚에 허덕이는 500여 명의 사람들이 거액의 상금에 목숨을 걸고 게임에 뛰어드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일부는 불평등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일부는 극단적 자본주의의 축소판을, 일부는 한국사회를 여전히 지배하는 유교사상의 숨겨진 폭력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런 분석들이 공통적으로 전제하는 사실이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이는 상당 부분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의 구상을 시작한 2008년에는 대한민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전체 가구의 부채 총량)의 비율은 138.5%였다. 이 비율은 12년 후인 2020년, 황 감독의 구상이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구현될 무렵에는 200%를 넘어섰다.(3) 한 마디로, 가구마다 지출 가능한 금액의 2배를 빚으로 떠안게 된 것이다. 논란의 소지가 많은 수치지만, 문재인 현 대통령이 펼친 부동산 정책 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가격은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부패 스캔들, 빈부격차의 심화

대한민국은 빈부가 가까운 곳에서 공존하는 나라다. 고층 빌딩과 명품매장 옆을 요구르트 판매원이 카트를 밀며 지나가고, 작고 허름한 동네 식당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인구의 1/4이 자영업자인 한국사회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4) 그러나 최근 2년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래방, 주점, 식당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로 폐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이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김현수 교수는 “번화가였던 이대 앞이, 2년 전부터 유령도시가 됐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곳곳에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공실이 늘고 있다.(5)

정부는 2022년 1월,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금 500만 원을 선지급했다. 그러나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한 손실은,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정부는 1회성 지원금의 형태 외에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지원금 제공은 꺼렸다. 대신 저금리 대출을 통한 간접적인 재정지원을 선호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공공부채를 늘리는 것에 유독 민감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동안에도 공공부채는 OECD 국가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대한민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16년에 51.6%였고 2021년에는 58.8%였다. 참고로 프랑스는 146%를 기록했다.(6)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 등 일부는 “부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인들의 과도한 소비”라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은 돈을 쓰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월급이 부족하면 대출까지 받습니다.” 이 주장처럼 소비지상주의가 원인이든 아니든, 최근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5,200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인 서울, 경기도, 인천에 산다. 이런 인구집중 현상 때문에 주거공급 문제는 언제나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인 지난 5년,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런 결과는 문 대통령의 사회정의에 대한 약속과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이끌었다.(7) 오늘날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주거 형태와 지역에 따라 m2당 약 9,500유로부터 2만 9,000유로까지 극심한 편차를 보인다. 2021년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단골 멘트를 반복했다.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동산 투기와 경제에 미치는 재벌 영향력의 억제를 위한 비정부기구-역주)의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1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노동자가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경우 내 집 마련에 평균 20년이 걸렸는데, 2021년 11월 현재 이 기간은 38년으로 늘어났습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이런 통계를 보면서,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다음 생이나 다다음 생까지 일만 해야겠다”라며 자조한다. 이런 무력감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린 이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이곳저곳에서 터지는 스캔들은 이런 분노를 자극한다. 2021년 봄 재·보궐선거를 몇 주 앞두고 발생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는 부동산 문제로 이미 궁지에 몰려 있던 문재인 정부의 신뢰도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LH 건물 앞에서 LH 규탄 시위를 벌이던 젊은이들의 피켓에는 ‘도둑놈 소굴’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10여 명의 LH 임직원들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개인 재산 증식에 이용하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서울 동부 지역의 개발 계획을 사전에 입수한 이들은 800만 유로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주고 해당 지역의 토지를 매수했다. 그리고 공기업이 토지를 매입할 때는 면적 기준이 아니라 식재된 묘목의 숫자와 크기를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법적 조항을 악용했다. 이들이 생장 속도가 빠른 종을 가능한 한 빽빽하게 심은 이유다. LH 사태가 대중에 공개되면서 반여당 정서가 확산했고, 결국 보수 야당은 대한민국의 2대 도시인 서울과 부산에서 압승을 거뒀다.

 

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진 ‘대장동 사건’

최근에 터진 스캔들은 ‘대장동 사건’이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성남시의 한 구역인 대장동을 둘러싼 의혹이 몇 개월 전부터 언론사 지면을 도배하면서, 획기적인 공약을 찾아볼 수 없는 대선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신흥 부촌 중 하나인 이 구역에는 거대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본사가 소재해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은 민관협력을 통해 황무지를 주거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청사진은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성남시 당국은 공공계약 입찰 과정에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특정 기업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최종 낙찰받은 화천대유는 낙찰 당시 부동산 분야에서 경험이 전혀 없는 기업이었다. 화천대유는 이 사업을 통해 2억 6,400만 유로의 기록적인 수익을 냈는데, 이 돈의 행방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특혜를 받은 대가로 화천대유가 380만 유로에 해당하는 금품을 관련 인사들에게 제공했거나 제공을 약속했음이 밝혀졌다.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이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자 명단에는 보수 야당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국회의원, 검사, 민정수석 등은, 국정농단 사건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가 1월 1일에 특별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람들이었다. 대장동 비리 관련인 중 두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선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새로운 사건이 등장할 때마다 국민들의 피로감과 분노지수가 높아집니다.” 김성달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든 사건은 한국사회에 불평등이 만연하며,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달라진다는 인식을 강화한다. 재벌, 엔지니어, 의사의 자녀는 금수저를, 가난한 부모의 자녀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수저 계급론’이 한국인들에게 유독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18~30세 청년층에서 이런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임기 초반에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의 일부를 매도하도록 보유세를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양도세도 인상한 탓에,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부담으로 보유한 주택을 선뜻 내놓지 않았다. 박상인에 따르면, 이런 모순적인 정책은 다주택자들이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도록 만들었다. “재임기간 5년 동안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을 26번이나 바꿨습니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는 항의하듯 말했다. 오늘날 다주택자들은 차기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낮춰주기만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세금을 올리고 은행이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자산가들의 대출이 줄고 나아가 투기가 억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흘러갔다. “문 대통령은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정책은 중산층과 빈곤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금 보유액이 충분한 부유층은 굳이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출 금리 인상은 결국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주택자들의 보유주택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성달은 임대 주택의 공급 부족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문 대통령과 두 명의 주요 대선 후보는 모두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에 종부세 기준을 인상하면서 2025년까지 약 2백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치 차기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듯 2021년 말부터 부동산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는 여당에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며, 야당 후보 윤석열에게는 엄청난 기회다.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후보는 자신을 임명한 문 대통령의 임기 동안 법조인으로서 강직한 면모를 보이고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주도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쌓았다. 그러다가 현 정부를 가차 없이 비판하는 모습으로 청렴한 이미지를 얻게 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강압적인 수사를 벌여 가족 비리 의혹(자녀의 명문대 입시 비리,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밝혀내고 결국 사퇴하도록 만든 사건은 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석열이 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악연은 법조계에서 정계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있어 윤석열은 문 대통령과 정반대의 노선을 표방한다. “무주택자는 전세가격 상승으로, 유주택자는 세금 부담 가중으로 고통받고 있다”라고 윤석열은 말했다.(8) 윤석열은 250만 호의 신규 주택 공급 계획과 함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대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에 맞서는 여당의 이재명 후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현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1백만 호의 임대 주택을 짓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으며, 세금 정책에 관해서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국토보유세 도입을 보류하며 한 발짝 물러나기도 했다(관련 기사 참조).

“부동산 가격 폭등은 청년들이 결혼과 가정에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성달이 말했다.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1세(프랑스는 30.8세)이고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내 집 마련과 자녀 교육에 드는 비용부담은 대한민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을 지칭하는 삼포세대에서 자살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9)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이, 청년층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자가 주택 소유 비율이 56%에 불과한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그러나 꿈조차 꿀 수 없게 되면, 사람은 무력해진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들의 대부분은 중산층 출신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빈곤층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 때와는 달리, 이제는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거의 끊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안은 세대 갈등을 유발하고 나아가 악화시킨다. “지금 한국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불안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성세대를 향한 증오에 가깝습니다.” 최항섭 교수가 덧붙였다.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은, 독립해서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집을 마련할 가능성을 박탈당한 현 청년 세대의 불행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니콜라 로카 Nicolas Rocca
기자. 프랑스 라디오 방송 <RFI> 대한민국 특파원.

번역·김소연
번역위원


(1) 봉준호, <기생충>, 바른손이앤에이, 대한민국, 2019.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2) 황동혁, <오징어 게임>, 총 9편, 넷플릭스, 2021.
(3) ‘Household debt’, OCDE, Paris, 2020. 
(4) ‘Self-employment rate’, OCDE, Paris, 2020.
(5) 정민경, ‘870,000 small business owners quit amid pandemic’, <코리아 헤럴드>, 서울, 2021년 12월 28일.
(6) ‘General government debt’, OCDE, Paris, 2021.
(7) ‘Analyse de la hausse des prix du marché de l’immobilier durant la présidence Moon Jae-in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부동산 가격 상승 분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CCEJ), 서울, 2021년 6월 23일(한국어).
(8) ‘Candidate Yoon Seok-youl vows to achieve change of government’, <동아일보>, 서울, 2021년 12월 7일.
(9) 이지혜, ‘Suicides accounted for 54,4% of deaths among S. Koreans in 20s last year’, <한겨레>, 서울, 2021년 9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