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문턱에 선 이재명의 보편소득

2022-01-28     니콜라 로카 l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를 원한다. 그는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이미 기본소득 3개월 지급을 실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복지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대한민국에서는, 이재명의 기본소득안은 다소 당혹스러운 제안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보편소득 없이, 자본주의 체제가 정상적으로 존속할 수 없다.”(1)

2020년 12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못 단호해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약 5,200만 명에게 매월 평균임금의 약 14%에 달하는 50만원(약 367유로)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삼았다. 그의 이런 기본소득 구상은, 이후 더욱 야심찬 대선 공약으로 발전했다. 지난 7월, 이재명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포부를 밝혔다.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매년 모든 젊은이에게 200만 원(1,470유로), 그 밖의 국민에게는 100만 원(약 735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2)

이재명의 기본소득 구상은 대한민국 산업의 비약적인 자동화에서 출발한다. 가령 2020년 대한민국 사회의 산업 로봇 보급률은 노동자 1만 명 당 932대에 달했다.(3) 단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보급률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주류로 통하는 신자유주의 세력은 ‘창조적 파괴’(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 과정이 또 다른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따라서 대한민국 사회가 큰 피해 없이 구조적 변화를 이룰 것이라고 낙관한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이런 낙관론을 믿지 않는다. 기본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디지털 혁명은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기본소득에 대한 여론은 둘로 갈린다. 지난 70년 간 북한과의 이념 갈등을 겪으며, 사회주의에 대한 저항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0년 6월 중도좌파 신문 <한겨레>가 발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4) 오늘날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절반에 달하는 약 48.6%였다. 기본소득을 널리 알린 사람은 이재명 후보지만, 그 개념은 이미 2007년 대선에서 한국사회당(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좌파 정당)의 한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이후 기본소득 구상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했다.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와 벌인 대국에서 승리한 후, 미래의 노동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나는 보수 정치지도자와 재벌, 사업가들을 상대로 기본소득의 이점을 설득하고자 노력 중이다.”

전직 언론인이자 랩2050의 설립자인 이원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정책 민간연구소 랩2050은 기본소득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공산주의 이념의 변방에 속하는 대한민국에 출현한 기본소득 구상은 서서히 자유주의 이론에 발맞춰 발전했다. 특히 랩2050 대표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에 비견한 대한민국 ‘유력’ 사업가들의 지지가 기본소득 구상의 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 

심지어 기본소득 구상은 기본소득당이라는 정당의 출현을 낳았다. 2020년 3월, 기본소득당은 창당 2개월 만에 국회 의석 1석을 확보하는 쾌거를 올렸다. 한편 코로나 위기 속에서 민주당 정부가 내놓은 6개 ‘구제책’ 역시 국민들이 기본소득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각 가정마다 (최대 739유로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한편, (소상공인이나 실업자 등) 방역 조치의 피해자들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늘날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확언하듯,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1970~1980년대 노동은 절대적인 가치이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담보처럼 간주됐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청년들은 여가 없는 노동에 대해 회의적이 되었다.” 노동 인식에 대한 이런 변화를 제대로 감지한 것이 바로 이재명 후보였다. 농촌 서민 가정에 태어나, 소년공이었던 경험이 있는 이 후보는 그동안 기본소득에 방점을 둔 정책으로 정치적 정체성을 쌓아왔다.

이재명 후보는 2018년, 1,350만 국민이 사는 경기도의 수장이 됐다. 기본소득 구상을 실험하기에 최적의 자리였다. 랩2050 대표는 취재진에게 “기본소득 시행방식은 두 가지”라며, 전 국민에게 소액을 지급한 다음, 서서히 지급액을 확대하는 방법과, 고령층, 청년층 등 일부 계층에 한정해 고액을 제공한 다음, 서서히 지원대상을 확장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24세 청년, 총 17만 5,000명을 대상으로 25만원의 기본소득을 분기별로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3개월 동안 지역 내 협력업체에서 사용 가능한 직불카드 형태의 지역화폐를 청년들에게 지급했다.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경기도 연구소에 따르면, 설문대상자의 80% 이상이 이 제도에 찬성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원재 대표는 “표본이 너무 작은 데다, 기간도 너무 짧기 때문에 진정으로 유의미한 양적 데이터를 산출하기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실험 덕택에 국민들이 기본소득 개념에 한층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 기본소득은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재명의 기본소득 구상은 2017년 프랑스의 사회당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을 연상시킨다.(5) 그러나, 두 사람을 단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가령 재원 조달 문제와 관련해 “유럽과 대한민국은 구조적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공공사회지출 규모가 현저히 낮다. 유럽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라고 이재명 후보는 단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지출 비중은 프랑스의 경우 30%인 반면, 대한민국은 12%에 그친다.(6)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 격차를 좁히려 한다. 이 후보의 추산에 따르면, 모든 국민에게 연간 100만 원을 지급해도 재정지출은 4%밖에 늘지 않는다. 조세제도를 통해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는 “조세혜택을 줄이는 한편, 탄소세·환경세·자산세·인공지능세 등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7)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재원조달 방안 중 일부가 그의 공약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후보는 그동안 논쟁적인 주장과 돌출 행동, 스캔들 등으로 지지도에 다소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유력한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유력 보수 언론 등의 조세개혁에 대한 저항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만큼 기본소득 문제를 열렬히 거론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이 후보는 한때 전국민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11월 이 주장을 철회했다. 현 정부(현 정부가 지목한 후계자는 경선에서 낙마했다) 보다 훨씬 더 좌파적인 인물로 분류되는 이재명 후보는 민심을 공략하고, 일부 야당 세력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최교수는 “청년층의 관심은, 이재명 후보 개인 보다는 기본소득을 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재명 후보에게 주어진 도전과제 중 하나다. 그에게는 보수세력에 맞서기에 충분한 청년표를 결집해야 하는 난제가 주어졌다. 오늘날 청년층은 복지정책 보다 안티페미니즘이나 정권 교체 가능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보수세력 쪽을 더욱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니콜라 로카 Nicolas Rocca
기자. 프랑스 라디오 방송 <RFI> 대한민국 특파원.

번역·허보미
번역위원


(1), (7) Nicolas Rocca, ‘Corée du Sud : mise en place d'un revenu universel dans la région de Gyeonggi 대한민국 : 경기도 기본소득제도 도입’, <RFI>, Paris, 2020년 12월 27일. www.rfi.fr.
(2) ‘Gyeonggi governor pledges to distribute universal basic income if elected president’, <연합뉴스>, 서울, 2021년 7월 22일.
(3) Milton Guerry, ‘Presidents report’,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 Frankfurt, 2021년 12월 16일, http://ifr.org/ 
(4) ‘Poll reveals South Korean public is split on universal basic income’, <한겨레>, 서울, 2020년 6월 9일.
(5) Mona Chollet, ‘Revenu garanti, l'invité surprise 기본소득제가 ‘용돈 자본주의’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7년 3월호.
(6) <Le point sur les dépenses sociales 2020(2020년 사회적 비용의 요점)>, OCDE, Paris, 2020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