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희망, 중국의 ‘석탄앓이’

2011-11-11     아니 부리에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석탄이 중국 현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석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심화, 석탄이 유발한 극단적 사회문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환경 재앙 등 석탄을 둘러싼 심각한 문제들 가운데 무엇이 최악일까?

베이징에서 출발한 중국 고속철도 CRH(China Rail Highspeed)가 시속 300km 이상으로 내달려 산시성 성도인 타이위안에 도착한다. 중국의 북부에 위치한 이 지역의 혼잡한 도로 위로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대도시를 향해 정신없이 지나간다. 내몽골에 그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오랜 기간 중국의 주요 석탄 산지였다. 서글픈 잿빛 풍경의 마을들이 줄지어 늘어선 이 지역의 어디서든 석탄의 흔적이 느껴진다. 마을 풍경은 말할 것도 없고 집, 사람, 자연 등 모든 게 석탄 자국이다. 사람들의 얼굴과 몸은 탄광 작업으로 새까매졌고, 물 색깔까지 달라졌다. 채굴된 광석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나날이 수질 오염이 발생하고, 하천과 지하수가 모두 오염돼 이곳의 물은 더 이상 마실 수도, 관개용수로 사용할 수도 없게 됐다.

싸고 넘치는 석탄, 높아지는 의존도

현대화가 진행 중인 지금, 탄광의 외관은 몇 세기째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입구에는 커다란 석탄 더미들이 트럭을 기다리고, 사무실 건물 외벽에 매달린 칠판에는 이런저런 메시지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작업반장에게 전하는 그날의 작업 지침도 걸려 있고, 절대권력을 지닌 탄광안전관리국의 안전을 호소하는 메시지도 적혀 있다. 갱도 내부에서의 사고는 2010년부터 다시 치솟기 시작했는데,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1403건의 사고로 2433명이 목숨을 잃었다.(1)

중국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확대를 고려하고 있고,(2) 댐 건설 계획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석탄은 여전히 전력 생산에서 지배적 우위를 차지한다.(3) 게다가 여전히 기업 지도부들이 선호하는 에너지원이다. 특히 현지 기업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도내 개발 및 개혁 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쯤 베이징 주민들이 연간 소비하게 될 석탄의 양은 2천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석탄 이용량이 다시 증가세를 보였던 2010년 1100만t보다 높은 수치다. 석탄에 대한 선호도는 세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첫 번째는 중국이 주요 석탄 생산국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특히 북부 및 북동부 지역에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어 이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석탄을 채굴할 수 있다. 탄광안전관리국에 따르면, 부존량은 1180억t으로 추산된다. 두 번째는 광업 분야가 많은 노동력을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용 요구가 언제나 높은 지방 지역에서 광업은 쉽게 일자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채굴 비용이 낮은 석탄이 저렴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최고의 방식이라는 점이다. 석탄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는 최고의 연료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은 석탄이 풍부한 남미 및 아프리카의 신흥국과 우선적으로 교류관계를 맺는 등 석탄 공급원의 다각화에 힘써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노천 탄광 역시 중국의 관심 대상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중국 내 탄전에서 확보되는 공급량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중국 <신화통신>이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서 약 1만 개의 탄광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불법 탄광까지 고려하면 이 수치가 두 배 더 높아질 것이라고 추정한다.

해로운 탄광이 중국 곳곳에 산재하게 된 이유는 생산을 단일화하기 위해 탄광을 집적화하고 대규모 채굴 현장을 만든 과감한 프로젝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2006년 중국의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향후 2015년까지 지방의 주요 석탄 산지에서 소규모 탄광을 폐쇄하거나 통합해 대여섯 개의 대규모 탄광 그룹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헤이룽장 룽메이홀딩그룹’이라는 신흥 탄광 그룹이 생겨났고, 이 업체는 8만8천 명의 직원을 통합 고용했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다퉁석탄광산그룹도 동일한 경우다. 2011년 현재 중국에는 공식적으로 24개의 대규모 국영 석탄그룹이 존재한다. 대부분 민간으로 운영되던 소규모 갱도를 폐쇄하거나 탄광 업체들을 합병해 대규모 국영 석탄그룹으로 만든 것이다. 덧붙여 이는 탄광 사고의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이로써 중국 내 탄광 수는 1995년 8만7천 개에서 2005년 2만6천 개, 2010년 1만2천 개로 줄어들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2010년 2월에는 간쑤성에 초대형 탄광을 열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채굴 가능한 매장량이 70억t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그 면적이 1100㎢에 달하며, 연간 2천만t의 석탄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4) 탄광이 소재한 곳의 이름을 따서 ‘닝정’이라 불리는 이곳 탄광은 이제 세계 최대 탄광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형 국영 탄광그룹만 24개

초대형 탄광 프로젝트 및 광업 집적화 움직임에 늘 빠지지 않고 곁들여지는 것이 바로 여론을 안심시키고 정부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안전 논리다. 산시성과 허난성 갱도의 벽면 위에는 ‘우리에게 안전은 최상의 원칙’, ‘현재 진행 중인 광업 개혁 환영’ 같은 문구가 새겨 있다. 그런데 대규모 탄광그룹 조성 계획은 그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물론 ‘6995명 사망’이라는 2009년의 기록적인 수치가 깨지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사고 발생 건수가 최근 2년간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동북부 지역에서의 갱내 가스 폭발에 따라 2007년 처음으로 사망 인부의 유가족에게 1인당 약 2만5천 유로(약 3934만 원)의 위자료가 지급됐다. 이후 금전적 보상은 더욱 흔해졌다. 하지만 이는 광부들에게 또 다른 위협으로 작용했다. 보상금을 둘러싸고 현지 마피아들의 신종 범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나 광산주가 지급하는 보상금은 그 금액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노린 탄광 지역 갱단들이 보상금을 타내려고 광부들을 암살해 사고로 위장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허베이성과 윈난성, 쓰촨성 등지에서 다양한 범죄사건이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 갱단들은 대개 작업반장들과 공모해 탄광은 물론이고 불쌍한 광부들이 쓰러져 자는 숙소에서도 무참히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 2003년 리양 감독은 류칭방의 소설 <신목>(神木)(5)을 각색한 영화 <맹정>(盲井·Blind Shaft)으로 저들의 참상을 세상에 소개했다. 해외에서 여러 상을 받은 이 영화는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어두운 지하 갱도에서 벌어진 범죄 증가 현상을 처음으로 세상에 폭로한 작품이다. 2010년 말 중국 언론이 고발한 사건도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 62명이 사설 수용시설에서 인신매매로 거래된 뒤 쓰촨성 탄광으로 팔려가 노예처럼 일한 사건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이 일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공판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사고 보상금 노린 살인 등 범죄 만연

국민의 분노가 점점 고조되자 정부 당국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2010년 9월 광시 자치구에서 사망자 35명을 낸 갱내 가스 폭발 사건 이후, 원자바오 총리는 광산주들에게 갱도 밑에까지 내려가라고 지시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안전 규칙이 준수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본인들이 직접 직원들과 위험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주목은 덜 받았지만, 사고를 줄이는 데 좀더 효과적인 조처가 시행됐다. 바로 갱내 가스 폭발 사건의 주범인 메탄가스를 포집함으로써 석탄 채굴에 안전을 기하는 정부 조처가 내려진 것이었다. 정부 산하 자문기구인 중국석탄정보연구소의 후앙솅추 소장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2억 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을 석탄 채굴 전 탄광 가스를 제거하는 작업 보조금에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제거된 메탄가스는 발전소로 옮겨지고, 정화된 메탄은 이곳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사례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는데, 산시성 진청에서의 사례가 이에 해당했다. 2008년 이후 이곳에서는 지역 내 탄광에서 포집한 메탄을 이용해 대규모 메탄 공급소를 운영 중이다.

중국이 석탄의 과다 이용에 따른 폐단을 없애기 위해 기술적 해결책을 강구한 게 최근의 일은 아니다. 탄소를 뿜어내는 기술의 경우 오염도가 매우 높은데, 이런 기술을 이용해 운영되던 화력발전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환경론자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수천 개의 굴뚝이 유황 냄새 섞인 연기를 뿜어내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중국 정부는 ‘청정 탄소’ 기술에서 대기오염 예방책을 하나 찾아냈다.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쓴 중국이 ‘초임계’ 연소라는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초고압 수증기가 최고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은 최소화한다. 이런 형태의 발전소를 건립함으로써 중국은 미국의 재래식 발전소보다 30%의 저비용을 실현한다.

세계 최대 CO2 배출국… 수질오염도 심각

중국 정부는 교토 의정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특혜를 누렸듯이 중국도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나타나더라도 말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온실 가스의 배출량은 향후 2030년까지 약 두 배로 증가할 수 있고, 연간 배출량이 30억~40억t에 이를 수 있다”.(6) 여기에 수질오염까지 더해진다. 그린피스는 “석탄 1t이 생산될 때마다 물 2.5t이 오염되고, 그에 따라 수자원이 희소해진다. 석탄 세척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수는 중국에서 배출되는 전체 폐수의 25%를 차지하며, 어마어마한 양의 유해 금속을 함께 배출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오염이 야기하는 보건상의 영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약 1억9천만 명이 오염된 물로 인한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질오염에 따른 설사로 매년 3만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있다.(7) 이런 폐단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태양열을 중심으로 에너지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12차 5개년 계획(2012~2016년)을 수립한 중국 정부는 석탄 자원에 집중된 의존도를 5년 안에 17%가량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석탄이 지구의 숨통을 조이는 만큼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글. 아니 부리에 Any Bourrier (중국 주재 언론인)
<열기: 향후 50년간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HOT: Living Through the Next Fifty Years on Earth)>(하우턴 미플린 하코트·보스턴·2001)의 저자.

번역. 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미래를 심는 사람> 등이 있다. 

(1) <China Daily>, 베이징, 2011년 5월 10일.
(2) 2010년, 원자력 에너지는 중국의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서 1.1%를 차지했다. 향후 2015년 혹은 2020년까지 4%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3) 석탄발전소는 중국에서 83%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80%, 인도 70% 수준이다. 미국은 50%를 약간 웃돈다.
(4) 탄광 채굴은 ‘Shengua Zhungeer Energy Company’가 담당. ‘China approves Gansu coal mining plan’ 참조. <People’s Daily>, 베이징, 2010년 2월 8일.
(5) 류칭방(劉慶邦), <신목>(神木·Le Puits), Bleu de Chine, Paris, 2003. 영화는 중국에서 상영됨.
(6) 마오유시·셩홍·양후키안 ‘The true cost of coal’, Greenpeace, 2010년 9월.
(7) OECD, ‘중국 환경 평가 2007~2008’, Geneva,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