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으로 재산업화를 이루려면
몇 년 전만 해도 오프쇼어링, 보호주의, 재산업화를 주장하는 것은 현대화를 거부하고 자유무역, 세계화,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치부됐다. 그러나 이제 추세가 변하고 있다. 리쇼어링을 성공시키지 못한 엠마뉴엘 마크롱을 비롯해 프랑스 대선 유력 후보들은 공장을 다시 프랑스로 이전시키겠다는 공략을 내세우고 있다. 모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강력한 제약 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그런데 세계 무역 규제를 완전히 재편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원산지 라벨의 세상에 작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Made in France’ 라벨을 제작하는 공장이 생산 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1) 풍자적 뉴스 사이트 <르 고라피(Le Gorafi)>는 2016년 이 (페이크) 뉴스를 게시할 때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국에서 생산된 ‘Made in France’ 라벨을 수백 가지 종류나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까?
자유주의 사상이 오프쇼어링(off-shoring; 아웃소싱의 한 형태로, 기업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생산, 용역, 일자리 등을 해외로 내보내는 현상)을 강력히 옹호했던 수십 년 전만 해도 이런 공장의 해외 이전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금껏 고수해오던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프랑스가 필요한 의약품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이제 모든 정치인들이 ‘리쇼어링(Reshoring;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국내에 되돌아오는 현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장은 돌아와도, 일자리는 적어
하지만 ‘리쇼어링’이 화두가 된지는 오래다. 2007~ 2008년 경제 위기 때 극복 방안으로 논의됐던 공장의 본국 귀환은 공공정책전략으로 채택됐다. 이후 2010년 당시 프랑수아 피용 정부는 민간 기업이 국내 생산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재산업화’ 보조금을 지원해 5년 내에 산업부문 생산량을 1/5이나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결국 실패했다. 2012년에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재임 당시 아르노 몽트부르 장관은 ‘산업부’를 ‘생산재건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리쇼어링을 통해 국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이전 정부와 비슷한 정책을 동원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기업은 지난 15년간 정부가 펼쳤던 프랑스의 재산업화 정책에 대해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기업이 먼저 경쟁력을 갖춰야 국내 생산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막대한 지원금을 조성하고 기업에 아낌없이 지원을 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경우는 다르다. 기업의 리쇼어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득이 될 것이 없어 보인다. 다음 두 기업의 사례를 보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루아슬레(Loiselet)는 드뤼(Dreux) 인근에서 1850년 설립된 주물회사다. 가족경영 형태로 운영됐던 이 회사의 경영진은 1999년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12년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때 루아슬레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전기 기중기, 가공, 도색 공정 라인을 자동화했다. 당시 정부는 이 기업의 지분 22%를 매입하고 융자금 650만 유로와 재산업화를 위한 보조금 200만 유로를 지원했다. 그러나 경영진의 계산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기계설비 투자금액을 1,600만 유로로 추산했으나, 실제 투자금은 1,800만 유로로 훨씬 많았다. 결국 2013년 루아슬레는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파산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의 리쇼어링은 실패했고,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두 번째는 경제적 측면에서 리쇼어링이 성공한 경우다. 프랑스 차 생산 기업 쿠스미 티는 모로코로 생산 기지를 옮겼다가 다시 2017년 프랑스 아브르(Havre)로 돌아왔다. 이 귀환은 언론에서도 조명을 집중하며 환대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다름 아닌 ‘로봇’의 도입이다. 프랑스로 공장을 재이전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포장작업에 일본제 로봇을 도입한 것이다. 이런 공장자동화는 이미 대세다. 기업 분석회사 트랑데오(Trendeo)는, “2000~2016년 산업 분야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수백만 개에 달하는데, 지난 12년 동안 리쇼어링으로 창출된 일자리는 9,000개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로봇이냐, 저임금 노동자냐
투자은행 나티식스(Natixis)의 수석 경제고문 파트릭 아르투스는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고용비용을 감수하면서 노동력까지 리쇼어링하지 않을 것이다. 생산작업 중 일부만 본국으로 이전시킬 것이고, 그마저 로봇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려 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즉 성공적인 리쇼어링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노동자들은 리쇼어링의 혜택을 거의, 또는 전혀 누리지 못한다.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기술 발전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2020년 10월 기업 연맹, 프랑스 앵뒤스트리(France Industrie)의 회장과 디지털 산업 노동조합 생텍 뉘메리크(Syntec numerique)의 조합장이 함께 기고문을 썼다. 그 제목은 ‘5G 없는 리쇼어링은 불가하다!’였다. 이들은 “스마트 공장에서 생산공정을 관리하려면 5G 기술은 필수다”라고 강조한다. 더욱 디지털화하고, 정교하며, 친환경적인 스마트 공장은 인공지능 센서, 3D 프린트, 가상현실, 증강현실, 사물 인터넷, 첨단 로봇과 같이 5G로 지원하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5G와 같은 기술혁신 없이 리쇼어링, 재산업화, 탈탄소 등 주요과제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다.(2)
전략 컨설팅 업체들이 언급하면서 유명해진 이런 ‘미래형 공장’의 개념을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생산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따온 명칭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사람과 기계간 통신뿐만 아니라 기계간, 또는 생산 기지간 통신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의 개입은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가급적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는 ‘이상적인 리쇼어링 공장’의 실현이 목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리쇼어링을 하더라도 탈산업화가 지속된다. 이는 기업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자유주의 접근 방식이 효과적인 산업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무엇을 생산할지, 무엇을 프랑스 본국으로 이전시킬지, 어떤 분야를 경쟁에서 보호해야 하는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들은 의미가 없다. 지금으로선 시장만이 답을 줄 수 있다. 영국 경제학자 조안 로빈슨(1903~1983)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같은 과오를 반복하면서 정부 관료조직은 민간기업에 비해 더디다는 인식이 생겼다.(3) 물론 어떤 면에서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규모 변혁이 필요할 때는 중앙집권 시스템이 오히려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행정기관에 보낸 공문에 대한 답을 받으려면 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민간주도 체제하에서 기업이 수요하락에 대응하기까지는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역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리쇼어링은 비용감축, 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력 강화와 같이 오프쇼어링을 선택하는 논리를 그대로 따르게 된다. 자유무역 체제에서 다국적기업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비교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 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가? 로봇인가, 저임금 국가의 노동자인가?
리쇼어링에 대해 던져야 할 질문들
즉, 리쇼어링이 고용창출과 환경보호에도 기여하는 ‘재산업화’로 이어지려면,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 무역 규정, 글로벌 분업, 정부기관과 대기업간 힘의 관계가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전히 유럽 조약이 막고 있는 다양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많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우는 국경세(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해외로 이전한 미국 기업들을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제안했던 세금)의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보호주의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특정 분야를 치열한 경쟁에서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프랑스에 투자를 하지 않거나 해외로 이전한 지사를 본국에 재설립하지 않으면, 저가 섬유 공장이나 기초 의약품 생산 공장이 다시 들어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장 큰 수익을 주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분야에, 공공과 민간 자본을 투입할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수재를 공급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거나 노하우가 없는 분야에서 적절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공기업을 지원해야 한다.(4)
전략적으로 중요한 보건 분야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프랑스 의료보험 (Securité sociale)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의료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분야에서 친환경적이고 사회공헌적인 대대적인 리쇼어링을 향한 첫 단계는 바로 프랑스 공공 연구소를 설립해 원가로 ‘기초’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은 공공기관과 경쟁하며 이윤을 낮춰야 하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반면 국내에서 의약품 공공 생산을 늘릴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의료보험 적용을 통해 기초 의약품을 저가로 공급할 수 있다. 이는 개인과 병원, 정부 모두에 도움이 된다.
다른 분야에서도 적합한 목적을 정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일례로 자동차 오염을 유발하는 기술 개발을 막는 대신, 유지보수 기술을 발전시키고 대중교통을 확충해 자가용 생산을 줄여야 한다. 가스, 전기 등의 경우 생산시설은 국내에 있지만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문제다. 프랑스 전력공사 EDF와 에너지 기업 앙지(Engie)는 국내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 자본을 리쇼어링 해야 할 것이며, 자본 유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리쇼어링은 우리가 어떻게 사회와 환경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공정한 무역’은 단지 저비용 국가의 덤핑을 막기만 하면 이뤄지는가? 원자재 비용이 포함돼 있는 시장 거래가격과 이 가격에서 빈곤국이 가져가는 수익도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세계의 한편에서는 오염을 일으키고 위험한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분법체계가 구조적인 불평등을 야기하지 않는가? 그리고 생산 공장 리쇼어링 외에 국제 무역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시급해 강구해야 하지 않는가?
글·오렐리앙 베르니에 Aurélien Bernier
작가.『L’Urgence de relocaliser. Pour sortir du libre-échange et du nationalisme économique 시급한 리쇼어링. 자유무역과 경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Utopia, Paris, 2021)의 저자.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L’usine qui produisait les étiquettes “fabriqué en France déloclisée” à l’étranger 해외로 이전하는 ‘Made in France’ 라벨 생산 공장’, <르 고라피>, 파리, 2016년 1월 13일. www.logorafi.fr
(2) ‘Pas de relocalisation sans 5G 5G없는 리쇼어링은 불가하다’, 프랑스 앵뒤스트리(France industrie), 파리, 2020년 10월 29일. www.franceindustrie.org
(3) Mariana Mazzucato, 『L’Etat entrepreneur. Pour en finir avec l’opposition public-privé 기업국가. 공-사 대립을 종식시키기 위하여』, Fayard, 파리, 2020년.
(4) Maurice Midena, ‘L’Aube sur un fil 줄 위에 서 있는 오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