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단주의 방지 교육의 실패 이유
‘공화국 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회고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지 6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아직 해소되지 못한 첨예한 논쟁점들이 있다. 무엇이 이런 폭력성을 폭발시키는가? 호칭을 부르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바꿀 것인가? 초기에는 폭력적인 극단주의는 범죄로 간주됐다.(1) 그러나 극단주의는 정치적 혹은 종교적 동기에 의해 살인이 일어날 때면 등장해, 학자들 사이에서 끝없는 논쟁을 일으키는 하나의 콘텐츠에 가깝다. 일련의 사건들은 이슬람 공동체주의가 역설적으로 ‘공화국의 가치들’을 상기시킨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힘을 주었다. 이슬람 공동체주의는 프랑스 사회의 통합을 해친다. 이에, 시민의식이 결여됐다고 항상 의심받는 서민출신 청년들에게 공화국의 가치를 준수하도록 주입시키고, 잃어버린 통합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이 촉구됐다.
그러나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국가 공동체를 결합하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주입시킬 것인가? 폭력을 막고 처벌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공화국의 사상을 갈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안보를 강화하고, 공공장소에서 직·간접적으로 이슬람의 가시성을 겨냥한 법을 통해 상징적인 행동을 하는데 그쳤다.
테러에 대응한 긴급 해결책
2015~2016년 테러가 빈번히 발생하자, 정부는 극단주의가 유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결책을 급조했다. 2016년 5월 9일 당시 총리였던 마뉘엘 발스 총리는 테러와 극단주의 타개책(PART)을 제시했고, 극단주의에 빠진 사람들을 담당할 기구를 창설했다. ‘시민의식과 동화 및 예방을 위한 센터’(CPIC)는 최초이자 유일한 기관으로, 2016년 9월 상트르 지역 쉬농에 설립됐다. 이 센터는 가족이나 기관이 각 시 도청에 ‘극단주의에 빠지고 있는 중’이라고 제보한 청년들을 기숙사생으로 수용해, 폭력행위를 근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숙사생들은 체포되거나 위험인물 리스트에 올라간 것이 아니며,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했다. 그들이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2) 그들은 직업 계획을 세울 때까지 센터에서 정신적, 사회적, 인지적 보살핌을 받았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공화주의 재건 임무를 맡은 이 프로젝트에 애국적인 군대식 의례의식이 스며있기를 바랐다. 공공기관 EPIDE(des Éétablissements Publics d’Insertion de la Défense 프랑스 사회동화기구)(3)의 영향을 받은 통합 이론에 따라 기숙생들과 직원들은 유니폼을 착용하고, 프랑스 국가에 맞춰 국기를 들어야 했다. 기숙생들의 일상은 재범자교육센터(CEF)에서 착안한 생활규율에 의해 규제됐다. 생활규율은 권위 존중과 틀을 재정립한 집단 벌칙, 엄격한 시간표, 지속적인 활동 등이었다.
모든 갈등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는 ‘종교’였으므로, 센터에서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종교 교육을 제외시켰다. 기숙생들은 자신의 방안에서 사적으로만, 활동시간 이외의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저녁에만 기도가 허락됐다. 특정한 기도 장소도 없고, 단체로 기도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갈등이 일어났다.
이 프로젝트는 내부적인 모순에 의해 재빠르게 자멸했다. 입소 의향을 타진 받은 사람 자체가 매우 적었고, 소수의 기숙생만이 수용됐다. 제보 대상자들 중 요구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5% 이하였다. 지원자들은 매우 드물었으며, 대체로 기준에 맞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마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부는 그들의 경로를 폭로한 후 귀환됐고, 일부는 재판에 회부됐으며, 일부는 단순히 센터에서 나갔다. 개관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텅 비어버린 센터에는 30여 명의 직원들과, 쓸모 없어진 새 도구들만 남았다.
이 프로젝트는 완벽히 실패했음에도, 정치적으로 기능했다. 여전히 ‘분리주의’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의 유혹에 대해 정부가 폐쇄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음을 알릴 수 있었다. 센터에 오지 않았다면 방황했을 이 청년들은 경찰의 강제 조사를 받았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고자 했지만, 정치와 미디어에 의해 도구화됐으며 청년들에게도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국가를 잘 부른다고 애국자는 아니다”
센터 직원들 중 대다수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 프로젝트가 부딪쳤던 장애물이 무엇인지, 특히 통합 작업을 망가뜨린 불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센터에서는 프랑스사회동화기구(Epid)에서 일부 비롯된 군대식 계급을 직원들이 받아들이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직원들은 대부분 지역 아동사회복지 기구 출신이었다. 사회적인 면에서 센터가 실행한 작업은 새로웠지만, 그 정의가 모호해 참여한 교육자들 사이에서 영역 다툼이 일어났다. 교육자들은 공감을 토대로 기숙생들과 동행하기를 원했다. 반면, 가장 권위적인 개념인 계급제도에서 핵심요소는 애국의 상징이었다. 센터는 미디어가 주목했던 기관이자, 공공 정책의 실험실이었던 만큼 교육자들은 매우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교육자들은 자신들의 작업에 군대식 의미가 포함되는 것을 꺼렸다. 또한, 굳이 프랑스 국가를 부르지 않아도, 프랑스 국기 아래 살라피스트(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모였다는 사실을 마치 승리처럼 여기는 것에 대해, 교육자들은 위선적이고 무용하다고 주장했다. 센터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한 교육자는 말했다. “국기나 공화국의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이 프로젝트에 동의한다. 그것들은 매력적이지 않다. 프랑스 국가를 잘 부른다고 애국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와 동료들은 다른 방식의 시민교육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한 교육자는 “프랑스가 좋은 나라임을 인지시키려면, 연대소득이나 국민건강보험 등을 알려주는 편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리자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프랑스적이지 못하다”라고 평가했다. 직원들은 기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비판적 감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나와 나의 상사는, 논쟁적인 주제는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비판적 감각을 자극하지 않았다. 군사기관 출신인 나의 상사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청년들이 고민하도록 놔두는 게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간부진은 교육팀이 제기한, 군대식 틀과 의례의식을 재고하자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책임자는 “교육자들이 보여준 교육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왜 프랑스의 대의를 가르치지 못하는가? 프랑스 국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극우정당 국민전선 지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거권 없는 공화국으로의 초대
일부 교육자들은 기숙생들을 동맹 대상으로 생각했다. 간부진은 “교육자들이 이렇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프로젝트와 양립 불가능한 비판정신 때문이며, 청년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타협은 곧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간부진은 이 교육자들은 기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틀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교육자들이 청년들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를 감추지 않았으며, 암묵적으로 계급제도에 반대하고 기숙생들과 연합했다고 비난했다. “교육자들의 생각이 자신들과 같다는 것을 청년들이 알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그 청년들을 대하겠는가? 가끔 기숙생들은 교육자처럼 굴기도 했다.”
교육에 있어서 권위의 역할에 대한 이런 고전적인 불화에 대해 국기의 비호 아래 특별 검토가 있었다. “이들을 공화국에 동화시키기 위해 비판적 감각이 결여된 사람들로 만들 것인가?” 이는 핵심 논점이었지만, 권위적인 계급제도 앞에서 불발에 그쳤다. 긴급사태에 처한 공화국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궤변을 부리고 역효과를 내는 비판적인 사고와 타협할 수 없었다. 통합하고, 대립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군대의 소중한 가치인 통일성을 신성시할 필요가 있었다.
손가락질을 받은 10여 명의 교육자들은 소란 속에서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압력에 시달렸던 다른 교육자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내색하지 않도록 강요받았다. 많은 이들이 말했듯이, 복종하고 비판적 사고를 억누르는 것은 결국 생각하기를 관두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결국 군대식 공화국 지지자들이 사회복지 공화국 지지자들을 일종의 재건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종결됐다.
청년층과 공화국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했던 정치적 야심은 일상 업무 속에서 시민교육에 대한 의견 대립을 드러냈다. 비판적 감각의 위치와 상징의 중요성에 대한 토론 뒤에서는 점차 공화국 자체가 복잡하고 다의적임이 드러났다. 종교적인 레퍼토리로 불안에 빠질 위험을 무릅쓰고 공화국은 성서 속에서 이해돼야 하는가? 또는 반대로 융통성과 관용,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중요치 않은 특징들과 모순들을 드러내야 하는가?
이런 경험은 사회적 관계의 쇠퇴와 극단주의의 확산에 맞서 공화국의 가치를 방패처럼 내두르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져준다. 잃어버린 통합을 국가 전체가 토템처럼 신성시하도록 만들려는 의지 그리고 논쟁을 넘어 육성하고, 비판의 토양을 없애면서 공화국의 가치를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의지는 거의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정교분리원칙이 이교도를 쫓아내는 능력은 (역설적이지만) 종교적 사상과 다를 바 없다.(4)
한편, 센터의 기숙생들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이웃 마을의 선거 명부에 등록하고 싶은 바람을 표명하자, 시의회의원은 단호히 거부했다. 이 사례는 프랑스 정부가 그들을 인정하지는 않는 반면, 공화국에 동화되기를 요구하는 모순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글·알렉스 알베르 Alex Alber
조엘 카발리온 Joël Cabalion
발레리 코엔 Valérie Cohen
3명 모두 사회학자이며, 투르(Tours) 대학의 교수다. 공저서로 『Un impossible travail de déradicalisation 불가능한 극단주의 방지 작업』(Érès, Toulouse, 2020)이 있다.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Laurent Bonelli et Fabien Carrié, 『En finir avec quelques idées reçues sur la radicalisation 급진주의에 대한 선입견 종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9월호.
(2) Recherche et intervention sur les violences extrémistes(RIVE) 극단주의 폭력에 대한 연구와 개입, Programme d'accueil individualisé et de réaffiliation sociale (PAIRS) 사회적 재가입과 개인 환영 프로그램 / Marc Hecker, ‘Djihadistes un jour, djihadistes toujours? Un programme de déradicalisation vu de l'intérieur(RIVE)’, <Focus Stratégique>, n˚102, Institut français des relations internationales, Paris, 2012년 2월
(3) 고용시장동화기구(établissements pour l’insertion dans l’emploi)로 바뀌었음.
(4) Talal Asad, Wendy Brown, Judith Butler, Saba Mahmood, 『La critique est-elle laïque? Blasphème, offense et liberté d'expression 비판은 정교분리적인가? 신성모독발언, 모욕과 표현의 자유』, Presses univeritaires de Lyon,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