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과의 경쟁으로 사헬에서 난관에 빠진 프랑스
아프리카 딜레마에 빠진 프랑스
프랑스는 사하라 사막의 사헬 지역에서 군사작전과 동맹의 재편성을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프랑스는 자문한다. 불신과 ‘레드라인’ 침범 속에서, 자국 병력의 일부를 유럽연합군으로 대체하면서까지 말리 주둔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막대한 정치적·군사적 실패를 감수하고 말리 군부가 열어준 퇴각로로 신속히 철수할 것인가? 프랑스가 유럽연합 의장국 임기를 시작하고 대통령 선거유세에 돌입하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분명 프랑스에 유리한 분위기는 아니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에서는 지난 12월 초 마을 주민들이 프랑스군 보급품 호송대를 막아 세웠다. 말리에는 한 달 전부터 민간군사기업 바그네르(Wagner) 그룹 소속 러시아 병사들이 주둔 중이다. ‘용병’과 프랑스 ‘정규군’이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정권 민간이양을 거부해 이웃 국가들의 비난과 제재의 대상이 된 말리 군사정권은 현재 프랑스 군용기의 말리 영공 비행을 금지한 상태다. 프랑스군은 땅과 하늘 모두에서 제약받고 있다.(1)
이에 분개한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1월 13일,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프랑스가 사헬 지역, 특히 말리에서 군사협력 작전을 지속할 조건을 매우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레스트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국방 및 외교장관 비공식 회의에서 나온, 매우 절제된 발언이다.
“전투가 한창인 와중에 버림받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상황은 좋지 않았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말리 방문을 마지막 순간 포기해야 했다. 프랑스 정부와 말리의 집권 군부 사이에는 이제 어떤 정치적 관계도 없다. 말리 군사정권은 이제 프랑스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작년 5월, 프랑스가 말리의 상황을 ‘쿠데타 속의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사헬 지역에서 프랑스군이 수행 중인 ‘바르칸(Barkhane)’ 작전을 수정하겠다고 선언한 후부터다.
바르칸 작전은 다음과 같이 재편성될 예정이다. 먼저 2023년까지 작전 병력을 절반으로 축소해(5,100명에서 2,500~3,000명으로 감축) 역내 프랑스 주둔군의 수를 확연히 줄일 계획이다. 지상 순찰 및 지상 전투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공중전, 첩보, 현지 군대 지원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다. 동시에 유럽 특수부대 ‘타쿠바(Takuba)’ 부대의 활동력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사령부의 가용수단을 니제르의 니아메에 결집하고, 말리의 가오, 메나카, 고시 기지에 주둔 중인 프랑스 병력은 통합할 계획이다. 반면 말리 북부의 키달, 테살리트, 통북투 주둔 기지들은 지난해 말 철수를 시작했다.
초구엘 마이가 말리 총리는 “전투가 한창인 와중에 버림받았다”며 프랑스군의 재편성 및 철수를 비난했다. 여론 일각에서도 반(反)프랑스 감정이 여전히 고조된 상태다. 1월 14일 수도 바마코와 여러 지방 도시에서 성황리에 진행된 군부 지지 시위가 그 증거다.
무너진 신뢰
1월 16일,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 케이타 대통령은 프랑스의 말리 개입 초기부터 프랑스를 지지하다 2020년 군부에서 축출됐다. 프랑스와 현 말리 정권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진 듯하다. 말리 집권 군부는 프랑스와의 협정 재검토, 주체적인 친러시아 정책 추진, 프랑스군과 대치 중인 일부 무장단체와의 자유로운 협상을 추구한다. 말리 군인들의 태도, (무장단체와의 전투과정에서 부족함이 드러난) 전력, (쿠데타가 잦은) 성향 등에는 문제가 있다. 1968년 무사 트라오레 장군, 1991년 아마두 투마니 투레 대령, 2012년 사노고 대위,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0년과 2021년 아시미 고이타 대령은 두 차례 연속 쿠데타를 일으켰다.
물론 쿠데타의 명분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국가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말리처럼 인구 과잉과 자원 부족에 시달리는 내륙국의 경우 일부 국민들은 (결함과 부도덕성에도 불구하고) 군사기구를 차악으로 수용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이상이 군홧발에 짓밟히더라도 말이다. 말리는 2015년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일부 무장단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군부든 민권정권이든 “말리에 국가분열의 망령을 몰아내고 북부지역을 다시 국가에 동화시킨다”라는 이 협약을 준수할 정치적 의지나 수단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난관에 빠진 프랑스
프랑스의 식민지배 과거사는 프랑스에 혜택을 주기도,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여하튼 프랑스는 오늘날 사헬 지역의 ‘지하드화’ 위험에 맞서는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프랑스가 착오, 실수, 경솔함 때문에 자기가 친 덫에 스스로 빠진 상황도 간과할 수 없다. 프랑스가 그토록 강조한 “바그네르 그룹은 절대 안된다!”라는 레드라인(Red Line, 협상 당사자가 양보하지 않으려는 쟁점이나 요구사항)을 예로 들어 보자. 작년 12월, 300~400명의 러시아 병사가 결국 말리에 파견됐다. 프랑스군은 그토록 배척하던 바그네르 그룹 소속 용병들과 작전지역을 공유해야 한다. 그게 싫으면 말리에서 철수해야 한다. 그런데 철수도 원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용병 활동’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거론해야 했는가? 프랑스도 한때 가봉, 베냉, 코모로, 차드 그리고 최근에는 리비아에 용병이나 그에 준하는 민간 병력을 보내 곤경에 처한 국가원수들을 돕지 않았던가?
프랑스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결정으로 말리에서 전쟁에 돌입했다. 그런데 마치 말리에서 계속 ‘도움 요청’을 한 것처럼 집요하게 꾸몄다. 이와 같은 연출은 2013년의 에클레르 작전과 이후 사헬 지역 주요 5개국(G5)에서 펼친 바르칸 작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고도로 암묵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제 말리 정권이 더 이상 도움을 요청하지 않자 프랑스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말리 당국은 정치적 노선을 강요한다는 이유로 프랑스를 비난하고 말리 여론은 프랑스가 전통적인 ‘아프리카의 경찰’ 역할을 다시 맡고 싶어 한다고 의심한다.
말리 북부의 군사 기지들을 몇 주 만에 완전히 철수시킨 프랑스 행정부의 결정 역시 전술적, 심지어 전략적 실수다. 기지가 위치했던 키달은 투아레그족 반군의 ‘수도’이며, 테살리트는 수년간 알제리의 심기를 건드렸을 정도로 알제리 국경과 매우 인접한 주둔지이다. 상징적이고 역사적인 도시 통북투는 프랑스 기지 철수 며칠 뒤 러시아 군인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이다. 프랑스가 기지 철수를 이 정도로 서두를 필요가 있었을까? 주요 당사자들과 실질적인 협의 없이 2021년 6월부터 ‘바르칸 작전 종식’을 외친 것 또한 소통의 부재다. 전략적인 게 아니라면 말이다.
정권 전환 착수를 거부해 당국의 분노를 사고 말리의 정치권과 여론 일각에서 과도한 희망을 키운 것은 바로 지휘부 아닌가? 실상은 바르칸 작전을 종식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병력을 감축하고 그 공백을 수백 명의 유럽 ‘특수부대원’으로 메우는 일사불란한 재편성이었는데 말이다.
유럽의 족쇄
프랑스 지도자들이 온갖 어조로 상기시키듯 ‘프랑스가 EU 의장국’을 맡은 지금, 프랑스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사헬 지역에서도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EU 협력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해야 하며 협상 결과를 사전에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한 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EU는 말리 군사정권에 제재를 가할 예정이지만 말리 군부는 합리적인 기한 내에 정권 이양을 거부하고 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육로·항공 국경 폐쇄, 무역 거래 중단 및 은행 자산 동결을 통해 봉쇄령에 필적하는 조치를 말리에 취하는 ‘모범’을 보였다. 프랑스는 당연히 이런 조치들을 장려했다. 하지만 EU가 몇 주 늦게나마 아프리카 국가들의 말리 제재에 공식적으로 동참하기 위해서는 1월 말 유럽 차원의 회의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EU는 이미 말리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유럽연합 훈련임무단(EUTM)은 그대로 유지 중이다.
프랑스로서는 이 모든 것이 최악의 상황이다. 프랑스군 일부를 대체할 예정이었던 EU 연합부대 ‘타쿠바’ 부대는 이제야 말리를 향해 출발했다. 국가별 참여 수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총 14개 EU 회원국이 이 연합부대에 참여했다. 하지만 현지에는 긴장감과 말리 정권과의 불화가 짙다. (아프리카 상황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부대원들과 (자국 군인 투입 규칙을 인색하게 적용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소극적이다. 이 모든 상황은 타쿠바 부대의 철수, 탈퇴, 주둔기간 미연장을 부를 수 있다. 유럽연합 부대가 프랑스를 대신하리라는 기대가 흔들리는 것이다.
상당수의 병력(병사 300명)을 파견했으며 현재 타쿠바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스웨덴은 “상당한 우려”를 표하며 현 상황에 대한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스웨덴은 예정보다 빨리, 올해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덴마크, 루마니아, 헝가리는 곧 병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하지만 창설 2년 만에 작전에 투입된 유럽연합 타쿠바 특수부대는, 프랑스가 전면적으로 이탈하면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자기방어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말리 안정화를 위해 다차원적 통합 임무를 수행 중인 유엔평화유지군 미누스마(MINUSMA)의 증강은 희소식이다. 이미 활동 중인 1만700명 병력(및 경찰 1,800명)에 차드군 1,000명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미누스마의 임무는 민간인 보호다. 프랑스의 바르칸 부대나 사헬 G5군에 비해 덜 과격한 임무를 맡은 이들은, 아군 방어와 안전을 위해서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누스마의 군사적 효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곤 한다.(2)
러시아 행정부의 측근으로 알려진 바그네르 그룹과 그룹 경영진 8명은 이미 작년 12월 13일부터 EU 27개국 외교장관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제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민간 군사요원을 모집 및 훈련, 전 세계 분쟁지역에 파견해 폭력을 조장하고, 천연자원을 약탈하며, 국제법, 특히 국제인권법을 위반하여 민간인을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3)
러시아는 소련 시절 아프리카 대륙 일부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몇 년 전부터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판을 되찾으려 했다. 주로 전직 군인으로 구성된 바그네르 그룹의 용병은 모잠비크에서 활동했었고, 리비아 특히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지금도 활동 중이다. 러시아는 사헬 지역도 주시 중이며, 소련 시절 아프리카의 탈식민지화와 독립을 향한 여정을 지지했다. 또한 모디보 케이타 말리 대통령 또는 세쿠 투레 기니 대통령이 과거 식민 지배국 프랑스에 맞선 활동을 지지했던 것을 강조한다. 역내에 팽배한 반(反)프랑스 정서, 반(反)서구 정서를 이용하겠다는 속셈이다.
글·필리프 레이마리 Philippe Leymarie
기자, ‘온라인 국방(Défense en ligne)’ 블로그 운영자
번역·김은희
번역위원
(1) 알제리 지도층이 과거를 도구화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를 모욕으로 간주한 알제리는 이미 프랑스 군용기의 알제리 영공 통과를 금지한 상태다.
(2) 2013년 미누스마 창설 이후 소속 병사 165명이 목숨을 잃었다. 말리군(FAMA)은 2,000명, 프랑스 파병군은 55명의 병사를 잃었다.
(3) 유럽연합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군사훈련 작전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바그네르 그룹이 국가 최고 지도부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관 및 광물자원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과거 프랑스의 전유물이었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바르네르 그룹은 이런 식으로 그들의 군자금을 충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