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사업 본격화, ‘벼랑끝 소상공인 보호해야...’
최근 현대자동차가 중고차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업계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이 더욱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7일 그간 예고해왔던 중고차 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수입차 브랜드처럼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소비자 후생 개선’을 내세우는 한편 독과점 방지 및 상생안을 제시했다.
기존 업계는 이미 신차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 하고 있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대차에 중고차사업 일시 정지를 권고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미 지난 달 경기도 용인 지역에 중고차 사업등록을 마친 상태다.
중고자동차 시장에 ‘공룡’ 현대차 등장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소비자는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이 중고차 매물의 품질을 보증하면 그간 소비자가 겪어왔던 허위매물 등의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차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신뢰 제고,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 등을 내세웠다. 자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 중고차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고차의 사고유무 및 결함 리콜내역 등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고차 매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사측은 중고차 매각자에게 적정가격을 산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그동안 깜깜이였던 중고차 매각 시세에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시장진출에 성공한다면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고려해, 유통 매물을 '5년 또는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로 정하고, 중고차 시장점유율도 2024년까지 5.1% 이내로 제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과열, 독과점 우려도...
현대차 상생 ‘시험대’
그러나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이 자본력과 기술력, 정보력을 동원해 경쟁에 나서면 영세한 업장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현대차는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자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 등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11일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 사태로 힘든 상황에 있는데 대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소상공인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우려에 대해 사측은 ‘이미 수입차 회사가 중고차 업계에 진출해 있으니 자사의 사업확장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중국 등 다른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독립법인으로 구성된 딜러망을 통해 신차·중고차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소매 가격 결정권과 판매 마진 등을 모두 딜러가 갖는다.
반면 현대차는 업계 전반에 대한 지배력이 비대하다. 제조와 판매 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비까지 직접 진행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수입차 회사와 경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특히 국산차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5%를 점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기존 업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가 당분간은 점유율을 제한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중고차 시장을 독과점 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제기된다. 특히 현대차는 이미 신차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만큼, 중고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이 경우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 진출의 명분으로 ‘소비자의 후생 개선’을 내세웠지만, 이미 신차시장 독과점으로 가격상승·서비스 질 하락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있어왔다.
한편, 정부는 기존 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현대차에 중고차사업 일시 정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달 말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의에서 중고차 매매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현대차는 추후 있을 중기부의 결정을 기다리면서도, 구체적인 사업 정보를 공개하며 중고차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김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