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2011-11-11     편집부

<현대 베트남의 역사> 피에르 브로슈
이 책은 베트남이 완전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극복해야 했던 난관(식민지배,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의 분할, 미국 공습)을 설명한다.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자료에 박식한 저자는 광범위한 시각으로 내용을 다루며, 베트남 사회 내부의 활발할 움직임을 자세히 조명한다. 베트남을 다룬 기존 책들은 베트남 사회를 이념적으로만 살펴본 나머지, 통킹의 공무원들이 식민 지배자들 앞에서 구사한 전략(이 공무원들은 식민 지배자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던 꼭두각시는 아니었다)을 과소평가하거나 베트남의 진정한 문화혁명인 ‘문자의 로마자화’가 끼친 영향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저자는 베트남이 어설픈 혼합주의를 그대로 방치하는 바람에 외국의 간섭이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루마니아 유대인들의 회고록> 메흐디 셰바나·요나스 메르시에 뮈르 라보
루마니아에 사는 유대인 수는 6천 명으로 추정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는 75만 명에 달했다. 루마니아에 사는 유대인들은 수적으로 많고 문화적 영향력도 강했지만, 이들의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루마니아 땅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 루마니아 유대인들이 현대를 걸어온 발자취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이스라엘에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인이 많지만 역시 조용히 살아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쿠레슈티에 사는 두 언론인이 쓴 이 책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루마니아 출신 유대인들에 대해 다룬다. 총 9명의 루마니아 출신 유대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들을 통해 20세기 동유럽의 역사, 전후부터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 집권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루마니아에 불어닥친 반유대인 바람에 대해 알아본다.

<에이즈 시대의 사랑> 마크 헌터
인류학자이자 정치·경제 전문가인 저자는 에이즈의 역사에 대해 쓰기 위해 성생활과 결혼이 어떻게 변해왔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 조사를 벌였다. 문화와 정치·경제의 복잡한 관계는 개인생활과 성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남성이 빈곤해지면서 지참금을 내지 못한 ‘루저 인생’으로 전락한다. 설령 결혼해서 아내(한 명 혹은 여러 명)와 아이들이 있다 해도 재정적 능력이 없어 가장(家長) 대접을 받지 못한다. 15~24살 아프리카 청년층의 실업률을 보면 여성은 72%, 남성은 58%다. 여성이 새로이 도시로 나가고 결혼하는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50%의 가정은 여성이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리고 거래성 성관계(돈 또는 집을 얻거나 차를 타기 위해 맺는 관계)가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지 않으며, 사하라 이남 출신의 젊은 에이즈 여성 환자가 경험한 사랑과 성관계를 사실적이면서 감성적으로 묘사한다.

<글로 보는 신자유주의의 주장> 티에리 길베르
미디어는 경제·금융·사회 개혁 문제를 제대로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는가? 현재의 보도 태도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대학교수이자 언어학 전문가인 저자는 유명 논설위원과 기자들이 내놓은 글을 분석해, 신문과 잡지에서 신자유주의의 주장이 어떤 식으로 실리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신문과 잡지가 사회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는지 보여준다. 이데올로기 은폐, 여론 조작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또한 신문과 잡지에 실린 신자유주의 주장에서 보이는 단어를 깊이 분석한 뒤, 미셸 푸코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설명한다. “단순한 사건을 대단한 사건인 것처럼 부풀리는 것은 경제 주체자들과 저널리스트들이다. 부풀린 사건은 진실이 아니라 언어 조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