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학자의 정신승리법

2011-11-11     앙젤리크 델 레

지금까지 사회와 함께해온 행동·생각·믿음이 산산이 깨지는 불안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는 이런 상황이 불안한 시대의 전조라기보다는 반대로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쇠퇴는 새로운 탄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물론 마페졸리도 쇠퇴가 지금 당장 새로운 탄생을 몰고 올지는 확실히 답하지 않는다. 마페졸리는 현대사회와 그 이데올로기(발전에 대한 사상, 역사의 철학)가 위기를 맞고 있음을 정확히 보는 인물로, 현대의 위기란 기존 모델이 깨지고 새로운 모델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페졸리는 새로운 모델을 환영하는 사람들에게는 헛된 희망을 주지만, 새로운 모델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외면한다. “다원적 부족주의, 로컬리즘, 과도한 소속감은 정치적 모럴과 보편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런 것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지금 모든 것을 나누려는 마음이다.”(1) 지금 필요한 것은 다 함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기쁨이니 이 기쁨을 즐기자. 환경을 오염시키는 다국적기업과 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참여를 체계적으로 이끌어줄 폭넓은 사회투쟁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고, 기존 투쟁 방식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주저하지 말고 더욱 현실을 즐기자.

마페졸리의 이런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포스트모던 시기를 현대 시대와의 단절로 보려는 것이다. 사실 포스트모던 시기는 이전의 것들이 더욱 단단히 다져지는 시기에 불과하다. 마페졸리는 개인주의를 새로운 형태의 연대주의로, 인스턴트식의 순간성을 추구하는 태도를 현실에 적응하려는 태도로 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발적인 사태와 고통을 거부하려는 현상을 이기주의, 나아가 비극의 시작으로 본다.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야말로 야만스러운 현상인데, 마페졸리는 오히려 이런 태도를 현실을 즐기는 새로운 태도로 보는 것이 문제다. 그는 (삶의) 지표가 상실된 요즘 시대를 오히려 새로운 윤리가 나타나려는 징조로 여긴다. “자아실현이든 세계의 운영이든 더 이상 단순한 경제활동으로 이뤄지지 않고, ‘생태적 상호작용’ 속에서 꽃핀다.”(2) 대규모 투자가 환경을 파괴하는 지금, 이 얼마나 가벼운 생각인가! 자신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 관찰자라고 주장하는 억지와 뭐가 다른가?

분명 마페졸리는 짐승의 털을 결대로 문지르고 있다. 포스트모던이라 불리는 짐승. 마페졸리는 분열과 다양한 저항을 같은 것으로 혼동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개인주의를 즐기는 사람, 세상을 놀이터로 보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허무주의와 이기주의의 탄생을 분석하기보다 이론화하는 것이 더 멋져 보인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순되는 말을 그럴듯하게 펼치는 마페졸리의 언변이야말로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마페졸리의 팬보다는 일반 사람들이 내린 평가다.


글. 앙젤리크 델 레 Angélique Del Ray

번역.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미셸 마페졸리, <평범한 것에 대한 열정: 사회학의 파편>, CNRS éditions, Paris, 2011.
(2) 위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