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언론 입막기에 혈안

2022-04-04     엘렌 리샤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정보유통의 자유에 호의적인 전쟁은 없다. 하지만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정부의 사례는 유독 심각하다. 2022년 3월 4일 형법 개정 이후 감히 ‘군병력 운용을 비판한’ 자는 징역 3년, 시위 정보를 유포한 자는 징역 5년에 처한다.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성명에 어긋나는 기사에 서명한 경우 징역 최대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과 관련해 ‘전쟁’이나 ‘침공’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한 바 있다.

러시아 당국은 공격 이튿날 발언한 여러 전쟁 반대자들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함으로써 그들의 입을 막아버렸다. 수십 건의 온라인 청원이 등장했다. 러시아 인권운동가 레프 포노마레프(Lev Ponomarev)가 올린 서명운동에는 100만 명이 참여하는 기록을 세웠다. 건축가, 의사, 교사, 문화계 종사자, 방송인 등 통상 침묵하던 전문가 단체들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예상치 못한 기관을 등에 업었다. 러시아 외교관 및 고위 관료를 양성하는 명문대학인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의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 1,500여 명이 ‘최후통첩이나 항복 요구를 배제한 정직한 협상과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분쟁 첫 주에는 수천 명이 모이던 집회는 진압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라졌다. 탄압을 감시하는 러시아 인권단체 OVD-info에 의하면 3월 중순에 체포된 시위대 인원만 벌써 1만 4,000명이 넘는다. 경찰은 다른 기관들의 지지표명을 등에 업고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고 있다. 러시아 키릴(Kirill) 총대주교는 3월 6일 모스크바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에서 강론 중, 돈바스가 앞장서서 표방하는 서방의 ‘이른바 가치’에 맞선 전투에서 드러나는 모든 형태의 ‘타협과 연약함’을 비난했다. 러시아 대학총장연합(RUR)도 군사작전을 지지하며 “평화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을 불어넣음으로써 청년들의 낙천적인 정신과 이성의 힘에 대한 믿음을 강화해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학생 13명이 제명을 당했다. 그리고 모스크바 물리기술대학(MIPT) 학생들의 공개서한이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본 서한에 서명한 자들의 안전이 염려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러시아 대검찰청이 반정부 성향 온라인 TV <도즈디(Dojd)>의 송출 중단을 요청한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다만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를 폐쇄하기로 한 결정은 뜻밖이다. 이 라디오 방송은 가스프롬(Gazprom, 세계 최대 천연가스업체이자 러시아 국영기업-역주) 소유면서도 알렉세이 베네딕토프(Alexeï Venediktov) 보도국장의 도덕적 권위 덕분에 보도활동이 일종의 면책특권을 누릴만큼 자유로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베네딕토프 국장은 2022년 3월 10일 한 동료에게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 중 95%가 내 전화를 받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일부 방송은 다음 검열 전까지 유튜브로 옮겨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정보 전쟁으로 인해 보도의 대안이 상당히 제한됐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유럽에서 <러시아투데이(RT)>와 <스푸트니크(Spoutnik)>를 비롯한 친정부 성향의 언론을 금지한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이미 해당 소셜미디어를 차단했다. 인스타그램도 모회사인 메타(Meta)가 러시아 군대와 지도자를 향한 폭력적인 게시물에 대한 제제를 완화한 이후 마찬가지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분쟁은 2021년 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Alexey Navalny)를 지지하는 시위 당시 시작돼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미디어에만 한정됐던 ‘외국 앞잡이’라는 꼬리표가 여러 온라인 뉴스매체에도 붙게 됐다. 이 꼬리표를 단다는 것은 즉 행정적 괴롭힘을 당한다는 의미였으나 그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 발발과 함께 탄압은 협박으로 변했다. 온라인 미디어 <아장스(Agence)>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불과 열흘 만에 러시아 기자 150명이 해외로 떠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공영 매체의 경우 속내가 보일정도로 보도 자세가 빠르게 전환했고, 게다가 확신에 들떠 있었다. 침공 전날에도 러시아 공영방송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대한 ‘서방의 히스테리’를 규탄했다. 러시아 TV 방송에서는 이번 분쟁을 타당하고 불가피한 사안이라 표현하려 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지식층 대표이자 정부가 입막음하려는 카트리나 고르디바(Katerina Gordeeva) 기자조차도 2022년 3월 8일 러시아의 ‘문에 도달한 파시즘’(우크라이나를 의미)에 대항한 ‘예방적’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늘어놓는 엘레나 드라페코(Elena Drapeko) 의원을 저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한때 소련 영화계 스타였던 드라페코 의원은 러시아군 탱크에 쓰인 것과 같은 ‘Z’ 마크를 단 재킷을 입고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리비아전을 열거하며 러시아가 서방국가와 그 동맹국들의 다음 타깃이 됐음을 시사했다. 그녀는 “나치를 몰아낸 후에야 모두가 폭탄 대피소에서 나올 것입니다... (...) 우리는 친구가 되며 함께 영화를 만들 것입니다”라고 확언했다. 공식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과반수가 TV에서 거듭 방영되고 있는 이 주장에 동의할 것이며 응답자의 68%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특수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과연,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하여 차가운 관으로 줄지어 돌아와도 러시아인들은 계속해서 지지할 것인가? 

 

 

글·엘렌 리샤르 Hélène Rich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안해린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