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지도 작성

2022-04-04     크리스토프 바르니 l 파리 그랑제꼴 CNAM 교수

종이 지도는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정보들에 저항하고 있다. 세계 지도 혹은 테마 지도가 그 예다. 이브라코스트의 말처럼, 지리는 전쟁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 분석, 맥락화에도 활용된다. 국경선은 항상 변화하는데, 특히 제국들끼리 맞서는 시대에는 독창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지구의 지도』는 농업의 발견부터 “21세기면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라는 선언에 이르기까지, 6,000년에 걸친 역사를 다루며 전 세계에 질문을 던진다.(1)

세계 지도는 미국, 국경, 이슬람 등 특정지역을 중점적으로 탐구하는 데도 쓰인다. 가령, 바이든 대통령 시기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이 계속 초강대국으로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크리스티앙 몽테와 파스칼 네델렉은 노동계의 소외, 연방의 권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외교를 주로 다룬다.(2) 또한 도시 확장, 수도의 민영화, ‘복음주의’의 편협성, 미국의 소프트파워 영향력 감소도 언급하면서 미국의 모델에 의문을 제기한다. 개정판에 맞게 업데이트된 120개의 지도와 인포그래픽에는 ‘힘의 역설’이 반영된다. 더욱 자세한 정보를 원하면, 탄탄한 참고문헌(단행본, 인터넷사이트, 필모그래피)을 활용하면 된다. 

고대 로마의 요새지대와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물리적인 국경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를린에서 예루살렘에 이르기까지 늘어났다. 이후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경과 벽도 다양해졌다. 정치·경제·환경 등 다양한 이유로 이민자가 늘고 있으며, 팬데믹의 확산이 심상치 않고 자국 중심주의가 강해지면서 벽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콘크리트와 철조망에는 신기술도 대량 사용된다. 위고 빌라르와 프레데릭 앙셀은 문화유산, 표현, 주장, 규제에 대해 연대기와 테마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3) 우선, 정치적인 국경은 계속 움직이며 변한다. 고대에는 주로 정치적·지리적 이유로 인해 국경이 움직였다. 그러나 현대에는 사회, 세대, 백신, 기후 등이 기준이 돼 국경이 움직인다. 국경을 봉쇄하는 정부도 있고 공조하는 정부도 있다. 국경과 그 기준이 바뀌고 있다.

현대 이슬람의 역사 지도에 대해 안 로르 뒤퐁은 방법론에 의문을 많이 제기한다.(4) 전 세계 무슬림들은 이데올로기에 따라 저마다의 역사, 선호하는 장소, 풍습이 다르다. 중동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헤즈볼라를 비롯해 무슬림 형제단, 걸프 지역의 와하비즘, 중앙아시아 공화국, 유럽의 발전은 어떻게 얽혀 있는가? 정치와 종교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종교 분열에서 샤리아, 법은 현대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독창적인 지도책이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글·크리스토프 바르니 Christophe Wargny 
파리 그랑제꼴 CNAM 교수

번역·이주영
번역위원


(1) 『L’Atlas de la terre. Comment l’homme a dominé la nature 지구의 지도.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르몽드-라비> 특별호, Paris.
(2) Christian Montès et Pascale Nédélec, 『cartographie de Cyrille Suss, Atlas des États-Unis. Un colosse aux pieds d’argile 시릴 쉬스의 지도 제작, 미국의 지도.  진흙 발의 거대 동상』, Éditions Autrement, Paris, 2021년.
(3) Hugo Billard et Frédéric Ancel, 『Atlas des frontières. Retour des fronts, essor des murs, cartographie de Paul Ballet 국경의 지도. 돌아온 국경, 갑자기 늘어난 벽, 폴 발레의 지도 제작법』, Autrement, Paris, 2021년.
(4) Anne-Laure Dupont, 『Atlas de l’Islam, Lieux, pratiques et idéologie, cartographie de Guillaume Balavoine 이슬람의 지도, 장소, 풍습, 이데올로기, 기욤 발라부안의 지도 제작법』, Autrement, Paris,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