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암시한 식량위기

저주 받은 빵 - 프랑스의 잊혀진 시기(1945-1958년)를 돌아보다

2008-12-30     알랭 가리구 | 파리 10대학 정치학 교수

 빵, 국민과 정부의 연결고리

1951년 8월, 빵이 인간의 목숨을 앗아갔다. 프랑스 남부 퐁 생-에스프리 마을에서 다섯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미쳐 버렸다. 이 책의 저자 스테방  카플랑은 빵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역사가로서 프랑스와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은 빵 오염 사건을 연구했다.
 이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던 그는 당시 정의가 실종된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시 밀가루에 오염물을 섞는 건 어렵지 않았고 의심도 받지 않았다. 스테방 카플랑은 당시 이 비극적인 사건이 전후에도 재현되었다고 했다. 전후에는 식량 부족으로 다시 공포감이 확산되었다. 그러자 빵은 다시 한 번 아주 중요한 식량으로 급부상했다.
 스테방 카플랑은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거슬러 올라가 빵이 정부와 국민을 연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했다. 국민에게 맛 좋은 빵, 흰 빵을 제공해줄 수 있는 지도자들은 무사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따라서 스테방 카플랑은 식량 배급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조사를 했다.
 시기에 따라 곡물-밀가루-빵의 연결고리는 중요한 변화를 맞았으며 이 같은 변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가장 효과적인 밀 배급 구조는 무엇일까?"
 곡물 무역이 자유화된 건 중농주의자들이 원해서였다. 그런데 곡물 가격이 상승하자 굶주리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국민은 군주에게서 멀어져 결국 1789년에 형명이 일어나게 되었다. 혁명 기간 동안 밀가루 가격에 대해 중요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제2 제정 때 무역이 다시 자유화 되었다.

 

골족 노동자들의 전설
<땅 아래 발 여섯 개>
 
 무능 곡물농업국, 무책임 제분업자

1951년에 곡물농업국(ONIC)은 밀 배급 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곡물농업국은 국민전선과 함께 탄생한 기관이다. 곡물농업국은 제분업과 제빵업 노조들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전쟁으로 인해, 그리고 식량 공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 곡물농업국은 밀 생산자들에게는 섭섭지 않게 가격을 쳐주어야 했고,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는 빵 가격을 저렴하게 낮춰줘야 하는 두 가지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 했다. 또한 곡물농업국은 가격을 정해서 전국에 골고루 밀가루를 재분배했다. 밀 생산이 흑자인 지역과 적자인 지역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곡물농업국의 정책은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여러 지역에서 공급 받은 밀가루의 색깔, 냄새, 맛이 현저히 떨어져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곡물농업국은 계속에서 밀 생산을 무조건 늘렸고 다른 곡물까지 추가했다. 정치 책임자들은 책임을 회피할 뿐이었다. 이게 정말로 효율적인 구조였을까? 퐁 생-에스프리 마을에서 벌어진 빵 오염 사건과 기타 여러 사건은 지나치게 양에 집착하는 기관의 명령에 의해 발생했다기보다는, 생각 없는 제분업자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만 열을 올려 발생한 것이다.
 스테방 카플랑의 꼼꼼한 조사 작업을 통해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시장이 움직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퐁 생-에스프리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은 과연 과거의 일일까? 2007년에 밀가루의 가격이 두 배나 폭등했고 세계적으로 식량 자급자족이 확실하게 보장될 것이란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도 빵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1천 페이지 이상이나 되는 방대한 이 책은 이를 규명한 과감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 '읽을 만한 책들'

 

 -중동편
 <민주주의와 이슬람 사이에 있는 이집트>

아니, 이집트는 화약고가 아니다. 아니, 정당한 야당들이 억압을 당하기는 했지만 약화된 건 아니다. 야당들이 유일하게 믿을만한 힘을 구성하고 있다고 해서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이 정권을 잡을 때 민주적이고 온건해 보이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저자 장-노엘 페리에는 이집트의 체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세히 밝힌 후 놀라운 분석을 내놓는다. 저자는 이집트의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자유화와 신이슬람화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정권을 굳건히 지켰는지를 보여준다. 이집트 정치 지도자들은 자유주의와 율법주의를 적절하게 섞을 줄 알았다. 그리고 특히 이집트의 정치 지도자들이 어떤 식으로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정권을 놓고 앞으로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 가말 무바라크와 측근들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국가와 시민들을 다시 잇는 시도에 나섰다. 이 같은 시도가 잘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시도가 잘만 되면 이집트가 민주주의로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편
<중국 사회학자들이 살펴 본 중국 사회>

저자 장-루이 로카는 중국 사회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중국 사회학자들이 연구한 주제는 '시민 사회'처럼 단순히 순 서구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 사회는 외국의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개념이지만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에서 장-루이 로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르네상스와 마르크스주의의 시대(1980년대)가 지나고 국제화가 활발히 일어나고 정치 분야의 영향력이 점점 커졌다(1990년대). 이제는 아마도 사회 투쟁이라는 것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생각과 다른 중국의 현실을 보게 된다. 중국 사회학자들이 여러 가지 테마를 풍부하게 다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중국을 뒤흔들고 있는 중요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와 시골 사이에 벌어지는 이농현상, 중산층, 외국 다국적 기업에서의 노동, 마약 문제, 에이즈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을 있는 그 자체로 보려는 시도가 흥미롭다.  

 

-경제편
<자본주의의 새로운 노예들>

농부이자 기자인 파트릭 에르망은 프랑스 남부, 스페인, 모로코에서 이민온 농민들이 어떠한 상황인지 알아보고자 수년간 조사를 벌였고 마침내 그 결실이 이번 책으로 나타났다. 이민온 농민들은 고된 생산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착취는 갈수록 빈번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 노동을 하는데 마치 식민지 시대를 보는 것 같다.
 또한 농약과 살충제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 건강도 위협을 받고 있으며 현지 주민들에게 인종차별이라는 수모를 겪고 심하면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이민자 농민들은 위협과 살해의 공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자유교역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잔인한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