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보상’은 숲을 보지 못했다

2011-12-09     안네 비그나

멕시코 테우안테펙 지협의 오악사카주. 마을 주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전통적 선출 조직인 지역공동체회의 총무 아르세니오 오소리오는 산티아고 라시구리 마을을 굽어보는 거대한 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바로 저것”이라고 했다. “저 산은 이 지역 모든 마을, 우리 사포텍인들에게 마실 물을 준다. 저 산은 신성하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이 바로 저 산”이라고 덧붙인다. 이곳 주민 8천 명은 그들의 ‘세로 드 라스 플로레스’(‘꽃들의 언덕’이라는 뜻) 보존에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멕시코 ‘자연보호지역 위원회’(Conanp)는 이곳을 ‘생태계 보존이 뛰어난, 예외적인 생물 다양성’ 지역으로 지정했다. <<원문 보기>>

멕시코 산골 마을의 실험, 7년 뒤

아래쪽 작은 골짜기에는 유기농 커피가 자라고 있다. 산 중턱에는 숲과 옥수수 경작지가 이어져 있다. 몇 시간 걸어 올라가자 소나무 숲에 다다른다. 소나무 숲 발치에는 수백 종의 꽃이 만발해 있다. 해발고도 2200m로 바위가 들어선 숲인데, 이 지역에서 소비되는 물의 대부분을 머금고 있는 천연 스펀지다. 현재 이 산은 보존정책의 전형으로 꼽힌다.

2003년 9월, 이 언덕은 멕시코 최초의 ‘자발적 공동체 보호지역’이 되었다. Conanp에 따르면, 이곳은 “공동체의 요구에 따라 시행된, 풍요로운 자연을 보호하고 주민들에게 지속 가능한 대체 경제활동을 제공하는 보존 메커니즘”과 관계 있고, “현재 멕시코의 20만7887ha가 그런 식으로 경작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 뒤인 지난 1월, 주민들은 공동체회의 총회에서 ‘보호지역’ 지위를 포기하기로 했다. 주민 오소리오는 “정부가 우리를 속였다. 우리가 여전히 이 토지의 합법적 소유주인데 이 토지의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짜증이 섞여 있지만 경솔하게 한 발언은 아니다. 마을의 또 다른 주민 에난 에두아르도는 앞서 사용한 표현들을 다시 언급한다. “속임수? 우리는 세로 드 라스 플로레스의 1400ha를 인증받는 데 30년의 보존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가 처음 투표할 때는 기간이 5년이었다.” “토지 통제권? 이 보존정책은 생태적 차원에서 가치가 없는데도 우리의 생산양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 계획을 시행하려면 거주 지역에 대한 진단을 거쳐 토지 인증을 받아야 한다. 비정부기구와 여러 기관(생태부, Conanp 등)이 두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민 홍보, 주민 의견 수렴, 주민들과의 공동 결정을 위해 ‘공청회’ 개최부터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보존정책을 성공시키는 데 중요한 이 절차가 산티아고 라시구리에선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Conanp 쪽에서는 ‘주민 홍보와 참여’가 제대로 진행되었다고 말하지만 오소리오는 “우리는 땅 곳곳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질문에 대답했지만,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토지 통제권 잃고 전시성 생태농업

그 결과 140명의 농부들이 옥수수를 경작하는 산 중턱이 보존지역에 포함됐다. 추가로 517ha가 ‘생태계 서비스 지급’ 시스템에 포함됐다. 생산 행위는 금지되지만 공동체는 1ha당 연간 400페소(약 24유로), 매년 총 1만2408유로를 지급받는다. 아주 미미한 금액이다. 또한 개발 계획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소득을 증가시킬 것으로 생각되는 일련의 활동을 규정했다. 그중에서 두 가지 선도사업은 생태관광 활동과 생수공장 설립이었다. 4년이 지난 뒤 이 계획은 포기됐다. 관광객을 위해 지은 산장 2곳은 한 번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지역이 오지여서 관광객을 끌어모으지 못했고, 생수 판매를 위한 수송비 부담이 너무 커서 생수 기업은 파산했다.

비현실적 관광업·생수 산업, 파산

갈등을 증폭시킨 것은 무엇보다 경작문제다. 공동체는 화전경작으로 작물을 키운다. 토지는 구획을 나누어 개간된 뒤 7년마다 불을 지르고 파종을 한다. 재는 천연비료가 되고, 나무는 요리하는 데 연료로 사용하며, 옥수수와 강낭콩, 토마토, 고추 등을 심는다.

과학자이자 민족학자인 에카르트 보에헤는 “엄격한 규칙을 따라서 실시하는 순회 영농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최선의 경작법이다. 마야인들은 화전경작이나 숲 다시 만들기에 최고의 장인들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멕시코 기관들이나 국제기구들은 순회경작을 새로운 중대 위협으로 간주했다. “불은 안 돼!” 그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탄소 흡수가 재원 확보를 위한 새 보존정책의 중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화전경작 방식은 멕시코에서 산림 파괴, 토양의 지력 약화, 물 품귀,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중대한 환경 훼손을 초래해왔다.   

산티아고 라시구리 인디오들의 땅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경작을 위해 엄격한 공동체 의무 규정(1)을 시행했다. 농학자이자 화전경작 기술에 관한 저서를 쓰기도 한 알바로 살가도는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숲의 생물 다양성과 바이오매스(생물체량, 일정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을 탄소나 질소 중량으로 환산한 값)를 증가시킬 것이다. 불을 지핌으로써 탄소를 배출하지만 재생하면서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여러 과학 학술지에서도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만, 이 마을에 다른 계획을 갖고 있는 Conanp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Conanp가 생각하는 계획은 지속적인 경작에 나무까지 포함시키는 농업 삼림 개발 계획이다.(2) 이 계획은 마찬가지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3년 만에 땅은 척박해졌다. 나무는 구루병에 걸려 발육이 더뎠다. 에두아르도는 “옥수수가 잘 자라지 않자 Conanp는 토양을 빨리 비옥하게 하기 위해 화학제품을 쓰라고 했다”고 한다. 또 토지를 잃은 140명의 농부 대부분이 마을을 떠났다. 어떤 이들은 미국으로 이주했고, 또 어떤 이들은 도시로 향했다. 몇몇은 근처의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일하고, 그중 젊은 사람들은 군대의 모병 캠페인에 따라 입대했다. 

공동체는 보호지역 취소와 ‘생태계 서비스 지급’ 종식을 요구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2010년 12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6)와 병행해 열린 대안포럼에 대표자 2명을 파견했다. 그들의 목표는 강요된 보존정책을 규탄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증언은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COP16은 2007년 발리에서 열린 COP13에서 제안된 산림 보존을 위한 협정, 즉 REDD(산림훼손과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재원 지원 및 기술 이전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정부들은 REDD 프로그램을 통해 산림 파괴를 피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15% 감축을 기대하고 있다. 과연 ‘굿 아이디어’일까? 칸쿤 회담에 세계은행 특사로 참석한 디에고 로드리게스의 말을 빌리면, 분명 “REDD는 기후변화에 대처해줄 것”이라고 한다.

탄소 줄인다며 친환경 화전농 금지

REDD 프로그램은 전세계에서 산림에 의존해 사는 3억 명의 상황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REDD는 ‘보상’ 원칙에 근거해 기능한다. 오염을 발생시키는 기업이나 국가는 숲 하나를 ‘보호’함으로써 자신들이 배출한 온실가스(탄소환산톤)를 보상할 수 있다. 이 대책은 과학적 접근방식인 듯싶지만, 모든 연구자들을 설득하지는 못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이 페루의 숲 하나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3분의 1 정도 과대평가함을 입증해 보였다.(3)  

기업들 위해 탄소 흡수 효과 과장

비정부기구 국제 환경단체인 글로벌 생태계 공정성 프로젝트(Global Justice Ecology Project)의 안 페테르만은 “탄소 흡수는 벌채 금지를 전제로 한다”면서 “인디오 단체가 REDD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공해나 기후변화에는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않으면서 필연적으로 인디오 공동체의 이주를 가져오거나 생활양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칸쿤 회담에 참석한 많은 인디오 대표자들은 REDD 프로그램 시행에 앞서 지역 공동체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사전에 동의해야 한다는 원칙(CLPE)을 따를 것을 희망했다. 파나마의 쿠나족을 대표한 오렐 마사르둘레는 “기업이 우리 땅에서 탄소 배출을 보상하려 할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원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종 합의문은 ‘사회적·환경적 보장’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는 데 그치고,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인디오 주민들에 대한 유엔의 선언은 언급되어 있다. 이 선언은 “토착민은 그들의 토지와 거주지, 기타 자원의 이용과 개발에서 우선 과제와 전략을 규정하고 수립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기해 있다. 하지만 구속력은 없다. REDD 프로그램에서 토착민 존중 문제에 관한 최근의 두 보고서(4) 또한 주민들의 토지권과 정보 제공 및 협의 원칙이 철저하게 무시되었음을 지적한다. 6년 전부터 다양한 계획이 기업체(인도네시아의 Shell, Gazprom, 볼리비아의 BP, 오스트레일리아의 Rio Tinto)나 국가(브라질과 인도네시아는 노르웨이의 지원을 받고 있고, 멕시코는 프랑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은행이나 유엔 사무국 같은 국제기구의 특별기금에서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칸쿤 협약이 재정 지원 방식은 확실히 하지 못했지만, 세계은행이 여전히 주장하는 방안, 즉 REDD의 탄소 예산을 국제 탄소배출 시장에 편입시키려는 구상은 이미 멀어졌다. 

탄소배출권 투기, 농민만 희생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탄소배출 감축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고, 덜 오염시키는 경제를 장려하지도 못했다. 비정부기구 펀(Fern)의 숲 전문가인 케이트 둘리는 “탄소 거래는 탄소 사용을 줄이지 못하면서 오염이 보상될 수 있다는 환상을 주었을 뿐”이라며 “만일 REDD가 탄소시장에 진입한다면 숲에 ‘탄소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토지 투자라는 거대한 물결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기후변화의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선진국들은 단독으로 REDD에 자금을 지원하기를 거부했다. 이 문제는 지난 11월 28일부터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기후회담으로 연기됐다.  

세계은행의 모든 보고서들이 공적자금만으로는 REDD 프로그램 시행을 지원할 수 없으며, 민간재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REDD 프로그램 시행에 필요한 금액은 연간 150억~50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 프로그램이 현재 보유한 자금은 약 20억 달러에 불과하다.(5) 이 프로그램대로라면, 자신의 땅을 보존하면서 옥수수를 계속 키우고 싶은 영세농민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제16차 기후회담 당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농민들이 산에 옥수수를 심는 대신 나무를 심고, 그들이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돈을 지급할 것이다.”

/ 안네 비그나 Anne Vigna  멕시코 언론인
국제투기자본 감시 시민연대인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에서 펴낸 <발전의 미래는 있는가: 절약과 연대의 사회를 위하여>(Mille et Une nuits·파리·2004)를 편집하고, <노망 든 자본, 경제학 비판 단상>(Le Passant·베글·2002)을 썼다.

번역 / 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화사>(2006),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1) 7년마다 휴경할 것, 불사르기에 대한 엄격한 기준, 침식 방지 울타리 설치 등.
(2) 마크 허츠가드, ‘곡물과 나무의 상생, 배고픈 아프리카의 희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9월.
(3) 스탠퍼드대학 과학카네기협회의 그렉 애스너는 2010년 8월, 페루의 마드레드디오스 지역의 숲 4만3천km²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4) 케이트 둘리·톰 그리피스·프란체스코 마튼·사스키아 오진가, ‘연기와 거울: 산림 탄소 파트너십 기관에 대한 평가’, 양치식물과 숲 사람들 프로그램(Fern and Forest Peoples Programme), 브뤼셀, 2011년 2월. 엠마누엘 프뢰덴탈·사무엘 나·저스틴 켄릭, ‘카메룬의 REDD와 권리’, Forest Peoples Programme, 모어튼 인 마시(영국), 2011년 2월.
(5) 알랭 카르낭시, ‘산림파괴 방지 비용은 지나치게 저평가되었다’, 농학연구국제협력센터, Novethic, 파리, 2009년 9월 참조.